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지난 4월 사막인 두바이에는 12시간 동안 1년 치 강우량에 맞먹는 비가 쏟아져 세계 최대의 여객공항인 두바이 공항의 활주로가 물에 잠겼다. 케냐에서는 우기가 시작된 3월 이후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인명 피해와 약 24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도 이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아시아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많은 재난이 발생하는 지역이며 기후변화가 사회, 경제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예천 산사태의 아픈 기억이 있다.
전 세계 바다의 고온 현상으로 수증기 유입이 증가해 올여름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이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집중호우, 급경사 산지, 토질 등으로 인해 산사태에 취약한 특성을 가진다. 예부터 치산치수를 강조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주거시설이 산지와 가까워지고 역대급 강수량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산사태 재난 대응은 산림 부문을 넘어 국가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사태 재난 대응체계의 모습도 많이 바뀌고 있다. 사방댐 등 산사태 예방 효과가 큰 사방(沙防)사업이 최근에는 생활권 주변 산지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 고도화된 산사태 예측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재난 발생 예측력을 높이고 산사태취약지역을 지정∙관리해 사전 대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장마철 이전에 산사태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점검과 배수로 정비가 집중적으로 시행된다. 또 산사태 피해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원인 조사와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사태 재난의 영향권을 산지 위주에서 농지, 도로, 급경사지 등으로 넓혀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부처 간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또 재난 발생 시 주민 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예보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이 다양하고 점차 정교해지면서 담당 공무원의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이에 따라 산림교육원에서는 그동안 사방시설의 설치와 관리 중심으로 편제된 산사태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실제 산사태 재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맞춰 산사태취약지역의 관리, 강우 상황에 따른 산사태 발생의 예측, 주민 대피 등 선제적 조치, 피해지의 조사∙복구 등에 대한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치산치수는 예부터 국가의 기본책무였다. 치산치수에 힘써 민심을 얻고 문명을 발전시킨 중국 하(夏)나라 우(禹)임금의 사례는 자주 회자되고 있고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측이 어려운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말씀드리며 적극적 협조를 부탁드린다. 올여름은 모두가 안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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