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무덤서 묘지석 10점 행방불명 도굴 사실 확인, 시점 몰라 수사 난항
조선시대 형조판서 등을 지낸 박건 선생 무덤의 묘지(墓誌)가 사라져 경찰과 문화재 당국이 행방을 쫓고 있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이름과 신분, 행적 등을 기록한 돌이나 도자기 판으로 당시 사회를 아는 데 중요한 자료다.
24일 양주시와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밀양 박씨 공간공종회는 지난 4월7일 양주경찰서에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공간 박건 선생(1434~1509년) 무덤에서 묘지 10점이 도굴됐다고 신고했다.
종회 측은 지난 3일 양주시에 비지정문화재 도난 신고서를 접수했으며, 시는 즉각 국가유산청에 보고했다. 국가유산청은 사범단속팀을 투입해 현장확인 후 지난 20일 양주시에 도굴된 상황과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사라진 묘지는 박건 선생과 부인 전주 최씨 무덤에 있던 유물들로 두 묘는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됐고 묘지석 형태는 백자판으로 희소가치가 있으며 박건 묘지석 5개에는 필자로 장인하고 상태가 양호했으며, 부인 최씨 묘지석 5개에는 음각으로 새겨 글자체가 정교했다고 기록한 서류가 확인됐다.
조선시대 사대부가는 장례를 치를 때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했는데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업적을 쌓았는지 기록돼 있어 당시 사회를 아는 데 중요한 자료로 여겨왔다.
박건 선생은 1506년 중종반정에 참여해 정국공신 3등에 오른 인물로 공간공종회 측은 올해 4월 초 묘지를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묘지가 모두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관할 양주경찰서에 신고했다.
종회 측은 1977년 무렵 묘역 개장공사를 하던 중 묘지 10점을 발견했으며, 30년 넘게 종중 재실(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공간)에 보관해 오다 분실될 염려가 있어 2011년 4월 봉분 앞 상석을 파서 묘지를 담은 석함을 매장했다.
종회 측은 지난 4월6일 친족들과 묘지석을 문화유산으로 재등록하기 위해 발굴작업을 했으며 묘지석 10점 모두 도굴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묘지의 행방을 쫒고 있으나 도굴된 정확한 시점을 알기 어려워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주시도 국가유산청 사범단속팀 등을 투입해 고미술 업계를 중심으로 유물 행방을 찾을 방침이지만 추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양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국가유산청과 도난 문화유산 불법거래 및 국외 밀반출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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