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근본 해결책 찾아야 할 때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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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주운전이 연일 매스컴을 뒤덮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재범률이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처벌은 물론이고 의학적 관점에서 알코올 치료 또한 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8년 51.2%, 2019년 43.7%, 2020년 45.4%, 2021년 44.5%, 2022년 42.2%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초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거나 별다른 사고 없이 음주운전을 해본 경험이 쌓이면 음주운전을 일삼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의 양을 줄이거나 조절하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끊지 못하는 음주로 사회적인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측면을 고려하면 상습 음주운전 역시 알코올 의존증의 한 증상으로 평가하는 데 무리가 없다.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 5월1일부터 14일까지 외래·입원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주운전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음주운전 경험 횟수’를 묻는 문항에 1회 55명, 2회 45명, 3회 32명, 4회 이상 22명, 기타(무응답) 26명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음주운전에 단속된 후에도 꾸준히 운전대를 잡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적지 않다. 끊기 힘든 마약류 사범보다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이 더 높을 정도다.

 

특히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운전자에 비해 상습 음주운전자에게서 알코올 의존증 비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운전을 하는 음주자 중 이런 경우 나도 한 번 의심해 봐야 하는 알코올 의존증 증상이 있다면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알코올을 소량 마셨을 때는 혈중알코올농도를 과대평가하지만 많이 마셨을 때는 오히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의존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부정인데 만약 술에 취했으니 그만 마시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하지 않았다며 운전대를 잡는다면 하루빨리 자신의 알코올 문제를 점검받아야 한다.

 

알코올 의존증은 엄연한 질병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로 극복하려는 시도 대신 주변의 치료 기관을 방문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회복될 수 있다.

 

한편 2024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눈길이 가는 법안이 신설됐다. 바로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으로 오는 10월25일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음주운전 재범률을 70% 줄이는 등 효과가 입증돼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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