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분석팀장
한국인의 밥상에서 콩으로 빚은 된장, 간장, 두부는 언제부터 자리 잡았을까? 많은 학자가 콩의 원산지를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으로 보고 있다. 된장, 간장은 삼국시대부터 이용했다고 하며 세종실록에 두부 제조와 관련된 기록이 있어 오래전부터 콩 식품을 이용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인 식단에 콩 식품이 오래전부터 함께해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2024년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밥상에 된장, 간장, 두부 등 대표적 콩 식품의 소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올해 농식품 소비트렌드 발표대회에서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자료로 분석한 가정 내 신선 콩류와 콩 식품류 소비 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콩 생산은 2021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콩, 밀 등 전략작물의 재배를 장려하는 전략작물 직불제의 영향이 크다. 올해도 논 콩 재배 면적이 증가했다. 그러나 콩 식량자급률은 28%로 낮은 수준이고 1인당 콩 소비량은 7.3㎏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콩(대두)의 식품 사용량은 증가했지만 국산 콩 사용은 5.8%로 대부분의 콩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콩의 원산지이자 콩 식품의 종주국에서 수입량이 이처럼 많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최근 콩 생산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나 국내산 콩이 식품으로 많이 이용되기 위한 소비 활성화 방안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가정 내 신선 콩류 구입액은 아파트 등 주거 환경, 가구 구성원, 식문화 변화 등으로 급감했다. 가정에서 메주를 쑤거나 장을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입하고 소비하는 콩 식품은 두부, 콩나물, 간장, 된장, 두유, 청국장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연령층과 가구 구성원별 구매 특성도 차이를 보인다. 30대 1인 가구는 간편식을 선호하고 40·50대는 두유를, 60대 2인 가구는 두부 등 전통적인 콩 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인 이상의 가구는 콩나물, 된장류, 청국장의 구입 비중이 높고 30대 이하와 1인 가구의 구입은 매우 적었다. 소비자는 콩 식품 구매를 늘리려는 이유로 근력 강화, 비만 예방 등 건강 유지와 늘 즐기는 식품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층, 가구 구성원 등 소비자 특성에 맞춘 콩 식품류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식품 기업들은 결두부, 프리미엄 두유, 콩단백을 이용한 대체육, 두부면, 어린이 간식용 식품 등 다양한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은 더 나은 식감과 풍미를 제공하며 바쁜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춘 간편함도 추가해 소비트렌드 변화와 다양한 콩 식품의 출시를 보여주고 있다. 콩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식품 시장이 확산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식품의 맛과 식감이 육류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다. 첨가물이나 가공 과정에 불안감을 느껴 구매 의향은 아직 높지 않으며 향후 줄이고자 하는 의향도 일부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는 식물성 대체식품의 맛과 식감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의 진보가 필요하다. 푸드테크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소비자의 맛과 건강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 발전과 국산 콩 사용 확대를 통한 진화가 연계돼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응의 하나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식품 개발과 소비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식물성 대체식품 개발에 국산 콩 이용이 확대된다면 콩 생산의 증가는 식량자급률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 가정 내 식문화 변화, 1인 가구 수 증가의 영향으로 농산물 소비 감소는 앞으로도 이어질 추세이지만 그중에서도 콩 식품은 지구 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소중한 식량자원이다. 콩으로 빚은 식품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밥상을 채우고 있지만 식품 기술의 발전으로 그 형태나 식감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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