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주 농어촌공사 화안사업단장
사상 최대, 역대급, 물폭탄, 불타고, 삼키고…. 매일 접하는 언론의 기후변화 메시지다. 2023년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열대화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1년 뒤인 올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폭염으로 순례객 1300여명이 사망했다. 아열대성 ‘호랑무늬딱총새우’가 제주 앞바다에서 서식하고 따뜻한 가을이 길어진 탓에 꿀벌의 비행시간이 늘어 과로사로 군집이 붕괴되고, 남극은 빙붕이 녹고 크릴 개체수가 급감해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멕시코에서 원숭이가 열사병 증세로 나무에서 사과처럼 떨어져 죽었다.
작년 11월 초 새파란 은행잎이 도로변에 수북이 쌓였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겨울로 착각해 엽록소를 파괴한 채 이파리를 떨궜다고 한다. 온난화대응연구소는 우리 국토의 11%가 아열대권이며 2090년에는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증명하듯 사과 재배지는 대구에서 양구로 이동하고 바나나, 파파야,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이 330ha에 이른다.
한편 서울대 이한호 교수는 스마트농업 전환 및 온난화에 맞는 새로운 작목을 개발해야 유럽과 같은 고도의 혁신농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화성・안산시 일원에 화옹・시화지구 간척농지를 조성하고 있다. 간척사업은 1960년대 말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했으나 지금은 쌀 소비량 급감으로 다양한 작물 재배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간척지는 염도가 높고 물 빠짐이 불량해 벼 외에 마땅히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 어렵다. 보다 효율적 활용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양액재배와 스마트농업의 공간적 활용이 대안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한호 교수의 조언에 공감한다.
화옹지구 에코팜랜드의 토마토 유리온실이 그 사례다. 수출 중심이라서 국내 수급에도 영향이 없다. 에코팜랜드에는 유리온실 외에 축산 연구개발(R&D), 말 산업, 김 가공 및 종자연구 단지 등이 들어선다. 국가는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참여 기관은 시설비용을 투자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안 이원간척지의 스마트팜 모델도 있다. 태안군이 부지를 제공하고 서부발전이 건립 비용을, 전문업체가 시설을 운영하며 농업인은 재배 및 기술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시화지구에 이 같은 모델을 도입한다면 기후변화 대응과 혁신농업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피해를 본 수천명의 농어업인이 30여년째 공사 완료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령화되고 자본력이 없어 스마트팜을 직접 운영할 여력이 없다. 스마트팜은 인력이 많이 필요 없지만 벼 재배 수익보다 적어 고용을 희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역 농업인을 끌어안으면서 첨단 농업으로 갈 수 없을까? 조건 불리 지역은 피해 농어업인이 벼를 재배하되 스마트팜은 조직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기반시설을, 기업은 시설 설치 및 운영을, 농업인은 영농과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초기 부담을 덜고 스마트팜 운영 능력을 갖추게 되고 기업은 필요한 재료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국가, 지자체, 기업, 농업인 간 상생협력을 한다면 한반도를 엄습한 기후변화에도 경쟁력 있는 농업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시화간척지! 그 상생의 모델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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