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사의 고향

양승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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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많은 세월 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잘 지켜왔다. 2017년 제네바 선언이 탄생한 이후에도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 나는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존중할 것이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유지할 것이다’ 등의 선언을 실천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슈바이처 정신을 갖고 환자를 지켰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사를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존경했다. 참으로 의사 선생님들은 이 땅에서 훌륭한 일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몸속에 가래가 가득 차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70여세 환자의 가래를 뽑아내기 위해 환자의 입에 자신의 입을 대고 가래를 뽑아내는 의사도 있었다. 보수를 떠나 왕진가방을 갖고 섬이나 산골을 찾아가 의료술을 발휘해 환자를 돌보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의사 선생님도 많았다. 환자를 위해 평생을 봉사와 생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해오면서 자신의 생활까지 희생하면서 돌보는 의사 선생님도 많았다. 의사 선생님들이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여온 일도 많고 많았다.

 

그러나 의사 수를 늘린다는 당국의 방침에 의사 선생님들의 일부는 병원과 환자 곁을 떠났고 환자를 돌보는 일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는 의사들이 지금 환자들의 곁을 떠나고 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유지하겠다던 의사들이 휴진을 하고 파업을 하면서 수술실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봉사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봉사를 버리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의사 수가 늘어날수록 좋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 삥삥 돌아다니는 일도 없어질 것이고 오랫동안 대기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등 그만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진, 파업, 의사 수 늘림을 반대하고 환자 곁을 떠나는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는 데 대한 반대 이유 중 하나로 교육 문제를 들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슨 문제이든 가능한 문제부터 생각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 되는 이유만을 열거한다.

 

교육이 왜 안 된다는 말인가. 교수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수업을 1부제, 2부제 등 얼마든지 늘려 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이기주의이고 돈벌이주의이며 소위 밥그릇 싸움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의료농단, 교육농단이라고 떠드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이 어떻게 이익을 독점한다는 농단이란 말인가. 의사 수를 늘리면 정부가 이익을 독점한다는 말인가.

 

의사란 직업은 수입 면에서 국민의 상위에 있다. 그러기에 의과 경쟁률이 높고 입학을 해도 인기 학과로 몰리는 것이다. 인기 학과에 몰리는 것도 수입과 관계가 있다. 점점 의사의 세계가 상업적인 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아직도 인간생명을 존중하면서 봉사하는 의사 선생님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사실은 의사 선생님의 고향은 병원이고 환자들의 곁이다. 병원이나 환자 곁을 떠나간 의사 선생님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도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유지하겠다던 의사 선생님들이 지체 없이 돌아오기를 고향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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