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스타트업본부장
최근 기술혁신에서 인공지능(AI)은 가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AI가 최근 과잉투자 아니냐는 ‘AI 거품론’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출시된 AI 모델인 챗 GPT는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 충격은 불과 2년 남짓한 기간에 거의 모든 기술 이슈를 AI에 집중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냈다. 현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AI 모델과 관련된 분야에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경쟁에는 스타트업들도 뛰어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솔라’를 개발한 업스테이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AI 모델의 혁신은 AI 반도체 생산, 전력 인프라 확충, 새로운 AI 스타트업의 등장과 성장 등 경제적, 사회적으로 폭 넓은 분야에 그 영향력을 미치면서 투자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선도해온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하나둘 내놓으면서 시장에는 짧은 기간에 대형투자를 빨아들여온 AI가 ‘제2의 닷컴버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주식시장의 상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5일의 기록적 글로벌 증시 폭락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12.4%, 대만 -8.4%, 미국 나스단 -3.4% 등 거의 모든 주요국 증시가 크게 하락했고, 한국 역시 -8.8%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이 폭락을 AI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면서 ‘AI 거품론’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회의론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리콘밸리 소식을 전하는 한 미디어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AI 투자에 대한 분위기는 여전히 ‘기술 혁신에 뒤처지는 것보다는 과잉 투자가 낫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국내도 비슷한 맥락이 감지된다. 얼마 전 한 간담회에서 SKT 유영상 대표는 ‘과소 투자로 경쟁에 뒤처지는 것보다는 과잉 투자가 낫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다소 불확실한 수익에도 불구,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 투자의 우선순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이러한 거품론을 두고 찬반 양쪽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혹독한 투자 혹한기를 버텨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논쟁의 확산이 자칫 투자의 위축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5%나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면 뉴스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일 수 있다. 이번 미국의 빅컷으로 글로벌 자금흐름이 더욱 모험적 투자처인 스타트업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금리인하로 기업간 M&A 시장의 활력이 높아지고, 모험적 투자처인 딥테크, 특히 AI 기술개발과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그 영향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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