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산업보건센터 차장
지난해 2월 이천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7명의 노동자가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유독성 세척제에 노출돼 독성간염 증상을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시기나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도 이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친환경으로 홍보된 세척제를 사용하던 작업자가 자극성 피부염에 걸렸다. 무독성 친환경제라는 홍보에 속아 독성이 강한 1, 2-디클로로프로판을 사용한 경기 평택의 다른 업체도 있었다. 기업들은 그저 세척 성능이나 친환경이라는 마케팅 문구에만 의존해 제품을 변경하고,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는 세척제 변경 시 독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성능이나 친환경성에만 치중하는 경향이다. 독성물질을 간과하면 중대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또 화학물질관리법 및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관법 및 화평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 차이가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 2-디클로로프로판의 경우 작년까지 화관법 및 화평법에서는 25% 이상 함유된 경우에만 유독물질로 분류했기 때문에 사업장에서는 25% 미만일 경우 이를 무독성 친환경 물질로 오인할 수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이미 0.1% 이상 함유된 경우에도 특별관리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 간 규제 기준의 차이와 사업장의 용어 이해 부족이 문제를 일으킨 사례다.
친환경이라는 홍보 문구에 대한 과도한 신뢰도 문제다. 친환경이라고 해서 유해성이 전혀 없다는 착각은 위험하다. 제품 변경 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세척제나 화학물질을 변경할 때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통해 독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변경된 세척제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에게 적시에 전달하고 그들이 적정한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셋째, 환기장치 설치 등 작업 환경 개선을 통한 독성물질 확산을 막아야 한다.
더 많은 정보는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급성중독이 의심되는 경우 전국 근로자건강센터나 직업병안심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척제 변경을 고려 중이라면 반드시 MSDS를 확보하고 독성을 확인한 후 도입을 결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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