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대통령의 가족

화가, 보테로 뉴욕 현대미술관 작품에 풍자
前 대통령 가족 비리·징역·이슈 등 계속 거론
박근혜 대통령 이후 ‘관리 감찰관’ 공석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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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前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뉴욕 현대미술관에는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대통령의 가족’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그림에 등장한 대통령 가족들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과장되거나 전체적인 구도가 풍자적으로 돼 있는데 가령 대통령 부인이 여우 목도리를 하고 있는 것은 교활함과 부를 암시한다는 것. 남미 거의 모든 나라의 정치 부패와 권력의 탐욕에 크게 실망하고 있던 보테로는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풍자적인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도 보테로의 ‘대통령의 가족’처럼 한 몸으로 보는 것 같다.

 

건국 후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에서부터 현 한덕수 48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민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부인의 이름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억하지 못한다. 당장 현재의 국무총리 부인과 가족에 대해서도 국민들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이는 현재의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연지사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그 부인, 심지어 자녀들까지 잘 기억하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프란치스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영수,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순자 등등.

 

대통령의 부인뿐 아니라 그들의 아들딸까지도 기억하고 있음은 ‘대통령의 가족’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하면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이 떠오르고 그가 1997년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어두운 과거도 기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의원 역시 비리에 연루돼 2002년 구속된 바 있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를 어떻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분리해 생각할 수 있을까.

 

요즘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노소영씨 역시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특히 그는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딸 다혜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고 문 전 대통령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김 여사는 인도 타지마할 방문이 문제가 되고 있고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가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한 것이 뇌물 수수라는 혐의다.

 

소위 ‘경제공동체’라는 것. 이에 대해 딸 다혜씨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운명공동체’라며 검찰 수사에 반발하고 있지만 경제공동체나 운명공동체는 결국 같은 것이 아닐까. 최근에는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고로 부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으니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명품 가방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계로 나라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특히 야당은 특검 공세를 강화하면서 탄핵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최대 위기로 확대되는 것이다.

 

일찍이 대통령 가족을 관리할 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그리고 제2부속실을 설치했더라면 하는 지적도 뒤늦게나마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 가족에 대한 일상적인 감찰을 담당하는 감찰관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이석수 변호사를 끝으로 지금까지 공석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임기 내 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만약 문 전 대통령이 감찰관을 뒀더라면 최근 불거진 문제들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때 문 전 대통령에게 왜 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느냐고 공격했는데 막상 집권하니까 침묵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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