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축제, 산업이 되다

손해경 재능대 경영학과 교수

image

가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는 지역·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국민 행복 증진에도 기여하는 사람들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출되는 최고의 놀이문화다. 축제의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해 지구촌 어떤 사람들이라도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신명나는 놀이마당으로서 무엇보다 축제에는 염원을 담은 기도, 역사·문화, 스포츠, 예술적 퍼포먼스 등 종교적 의미 부여, 사회적 통합, 개인의 자유 향유가 있는 인류 보편성과 특수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러한 축제는 참여자의 설렘과 감동 그리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참여자들의 힐링뿐만 아니라 지역 홍보와 함께 지역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즐거운 잔치로 기능한다.

 

얼마 전 필자는 우리나라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를 다녀왔다. 혼돈이나 무질서 상태로 보이지만 일정한 질서와 규칙이 있는 카오스적인 몽환적 공연 현장에서 느낀 플로 스테이트(flow state)의 경험, 목청 높여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신나는 몸짓으로 가수의 공연에 몰입했던 체험은 분명 퇴근 후 일터에서의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다시 방문하고 싶고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바탕 놀이공간이었다. 물론 주차 어려움 등 다소 아쉬움은 있었으나 거의 모든 참여자의 호응도나 참여도는 매우 높았고 시종일관 흥겨운 모습이었다. 요한 호이징가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놀이 및 유희하는 인간)’에서 인류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했는데 역시 축제 유희를 통한 즐거움으로 긍정의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serotonin)이 뿜어 나오는 듯했다.

 

이날 지인들과 함께 축제 장소 근처의 식당과 카페에서 평소보다는 높은 지출을 했지만 행복한 소비 기억이다. 소비자 심리학에서 보면 구매, 즉 지출 행동에는 ‘감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데 소비자의 즐겁고 유쾌한 기분은 지출의 빈도와 단위를 높인다. 이는 테마파크에서 매일매일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미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의 경영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이러한 축제 현장 분위기 덕분일까.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문화관광축제 평가 결과’에서 추정 방문객 수 15만명. 방문객의 약 40%는 5만~10만원 지출, 인지도, 만족도, 지역주민 지지·호응도 모든 항목에서 우리나라 전체 축제 평균 점수보다 높은 수치로 보고됐다.

 

나아가 문화적 가치와 관광 상품성을 인정받아 ‘2024~2025년 문화관광축제’로 재지정됐다.

 

한편 각 지자체에서는 인구 감소 대응 및 경제 승수효과 제고라는 측면에서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전략으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축제가 긍정적 효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특성이 배제된 채 우후죽순으로 개최된 실패한 축제도 다수 있다.

 

따라서 축제는 첫째, 지역의 강점 및 특수성을 기반으로 한 축제 전략 수립과 전술적 실행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축제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보여주기식의 기획 축제를 경계해야 한다. 많은 축제에 예산이 지원되므로 예산 낭비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촘촘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셋째, 지역주민의 혜택을 고려한 축제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민 호응은 축제 참여자 만족 제고와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요인이므로 지역민에게 주어지는 실질적인 혜택은 매우 중요하다.

 

생일 이벤트 같은 소소한 축제부터 경제 승수효과가 매우 큰 대형 축제까지 우리네 삶이 축제가 아닌 날이 드물다. 따라서 문화적 유희로서의 축제든 산업으로서의 축제든 관계없이 모든 축제가 ‘축제 본연의 가치’를 토대로 한 매력적인 놀이문화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