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영 경기도중소기업CEO연합회 사무총장
지난 10월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은 세계 만방에 국가의 위용을 높이고 국민에게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매우 좋은 날이었다. 그날은 나라에서 지정한 임시공휴일이었다. 그런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휴일을 만끽하기 부담스러웠다. 공장을 멈출 수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오히려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며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초과근무수당을 안 받는다거나 국가가 지원한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고스란히 기업주가 부담했다. 누군가의 인심 씀이 누군가에게 피해로 돌아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가장 경계해야 일은 ‘사익 추구와 인심 쓰기’다. 기관·단체를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거든 개인사업을 해야 하고 기관장이나 부서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자기 것도 아니면서 인심 쓰는 일은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하고 배임이나 권한 남용의 우려도 있다. 그 피해는 자기가 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정년 연장’과 ‘주4.5일제’라는 담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도 아예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란다. 경기도가 적극 나서는 모양이다. 누구 맘대로 그리한단 말인가. 이를 시행하는 지방정부나 기관장이 개인 돈으로 부담한다는 말인가. 경기도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매년 1조원 이상 빚이 늘어나 ‘지역개발기금’에서까지 빌려 쓰면서 2023년에는 빚이 4조5천676억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부득이한 면도 있겠지만 인심 쓴 결과라고 보인다. 그야말로 빚잔치다. 사정이 그런데도 ‘주4.5일제 인심 쓰기’로 빚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기업활동은 전쟁이다. 기업활동은 여가나 자선활동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과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기업이 존속됨은 물론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도 보장되는 것이다. 주4.5일 근무제라니 말문이 막힌다. 중소기업은 문 닫으란 말인가. 기업주가 가장 힘든 날은 ‘급여일’이다. 가슴을 졸이며 통장 잔고를 봐가며 근로자들의 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과 주4.5일제 근무가 생산성을 향상시켜 원래 목표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리해도 된다. 하지만 그런 제도로 생산성이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쉬는 만큼 급여를 깎으란 말인가. 만약 주4.5일 근무제로 급여가 줄어든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을 근로자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몇 년간 급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그리했다가는 난리가 나고 아예 기업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주4.5일제의 혜택은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복권 당첨이 되지 않을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주인 없는 조직 같은 공공기관이나 은행, 단체, 대기업 등의 노동자는 달콤할 것이다. 그들만의 달콤한 휴일과 고액 급여를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사기가 꺾이고 일할 기회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하고 싶은 이들의 기회도 보장해 줘야 한다. 초과근무를 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아이들 학원이라도 보낼 수 있는 사람도 많다. 주4.5일제가 그들을 ‘투잡’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 삶의 질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 주4.5일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치가 경제를 짓누르는’ 제도가 될 우려가 많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옥죄는 경영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며 일자리와 먹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함부로 주4.5일제 분위기를 띄우거나 밀어붙이는 일은 ‘인심 쓰기’의 대표적 포퓰리즘이라는 생각이다. 성경(聖經)에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라’는 말씀이 있다. 일하기 싫거든 창업하라. 내 돈으로 근로자들에게 봉급을 줘 보라. 주4.5일제는 시장경제 논리에도 안 맞고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에도 반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토, 일 휴무가 닥치기 전에 어렵게 벌어 가맹수수료, 카드수수료, 공과금, 월세, 광고비를 내고 근근이 기업을 유지해야 한다. 자본 투자의 보람은 아예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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