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담배소송 10년. 국민건강지킴이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김재석 건강보험공단 용인서부지사 보험급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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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4월14일 흡연의 폐해를 은폐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흡연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담배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0년 11월20일 1심 판결에서는 흡연과 폐암 발병과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공단이 패소 판결을 받았다. 공단은 2020년 12월10일 항소심을 제기했으며, 2024년 9월11일 9차 변론에 이어 오는 11월6일 10차 변론이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약 3,330원의 제세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841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담배회사는 실제 흡연자가 담배구매 시에 지불하는 돈을 모아서 그대로 지자체에 신고․납부하는 구조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흡연폐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담배 위해성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해외 담배소송에서도 담배회사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어 거액의 배상책임을 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8년 46개 주정부들이 4개 담배회사와 25년 간의 소송을 통해 2,060억불(260조원)의 배상액 합의를 이루어냈으며, 캐나다의 경우에도 퀘백주에서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156억불(약 14조원)의 집단소송을 제기해 2019년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와 같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담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담배 회사의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피해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흡연으로 인해 연간(‘19년 기준) 사망자가 5만8천36명 발생하고,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의 발생 원인이 돼 이로 인해 지출되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3조8천억원(‘23년 기준)에 이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직접 체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간접흡연으로 인해 50여종 이상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최소 250여종 이상의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간접흡연 노출은 하루 5~10개비 정도를 흡연하는 수준과 같아 폐 기능이 저하되는 등 건강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 또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다행히도 담배소송을 진행 중이던 지난 10년간 흡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많이 변화됐다는 것을 사회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 2015년 담배 값이 대폭 올랐으며, 2016년부터는 담뱃갑에 흡연의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성 그림이 부착되는 등 규제가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025년 1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담배의 유해성을 공개할 수 있게 됐고, 향후 담배소송에도 유리하게 적용할 것이라 믿어 본다.

 

이제는 1심 판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국내외 연구논문 확보를 통해 법리 보강을 충실히 하고 내외부 인프라를 활용한 전방위적 홍보추진을 통해 대국민 관심도를 높여 재판부의 인식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흡연폐해로 인한 담배소송의 당위성을 전파함과 동시에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기고도 자유로웠던 담배회사의 사회·경제적 책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전략적 홍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담배소송 10년의 문턱을 넘었다. 어떻게 보면 지칠 수도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인 법리보강을 통해 항소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승리하여 국민건강지킴이로서 국민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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