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블루칼라 열풍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image

일자리 시장에서 때 아닌 색깔론이 불고 있다. 정치적 표현의 색깔이 아닌 육체 노동직을 뜻하는 ‘블루칼라 열풍’ 얘기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젊은 세대의 블루칼라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발전소 엔지니어, 방사선 치료사 등 고임금의 생산·기능 직군에 젊은 세대들이 몰려 스스로를 공구벨트 세대라 부를 정도라고 한다.

 

블루칼라 열풍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고령화에 따른 육체노동 인구의 절대 감소에 기인한다. 챗GPT 등 고도화된 AI 기술이 점점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먼 미래에 아예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AI가 침범 못 할 직종이 우위에 서고 있다. 블루칼라 일자리가 화이트칼라보다 고용안정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그러나 첨단 기술력은 물론이고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은 이미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만 봐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유가 뭘까. 지금 급부상하는 블루칼라는 과거의 육체노동이 아닌 새로운 직업 계층을 뜻하는 ‘뉴칼라’ 직종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칼라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중간 개념으로,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지식을 갖춘 생산직 노동자를 일컫는다. 개인의 발전 가능성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 나은 선택’이란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를 보자. 높은 업무강도로 악명이 자자하지만 매년 수천 명이 채용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대만 내 최고 연봉과 전 세계 1위라는 소속감을 보장한 덕분이다. TSM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평균 연봉은 250만 대만달러(1억420만원)로 대만 평균보다 2~3배 높았다.

 

비단 높은 임금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 가능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산업단지는 제조업의 근간이자 중소기업의 요람으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스마트 자동화 등에 뒤처지면서 상당수 영세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근본적인 산업구조의 변화가 절실하다. 현장 수요에 맞는 직업교육을 통해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더불어 퇴직 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 간 매칭도 고령화 시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선 블루칼라 직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칼라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먼저가 돼야 한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공구벨트 세대를 자처하는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뿌리산업을 육성하고 산업단지에 젊은 인재가 찾아오게 할 방법은 더 나은 선택을 제시하는 길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