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느는데… 요양보호사는 ‘태부족’ 노인이 노인 돌보며 강력사건 등 비극도 홀로 부담 ‘고통의 굴레’… 대책 필요
벼랑 끝 내모는 노인 간병
부모 부양이 자녀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노노(老老)케어’. 간단히 말해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의미다. 경기도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덜 아픈 노인이 더 아픈 노인을 돌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노인들이 타인을 케어하게 되면서 노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선택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일보는 노노(老老)케어로 인해 도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원 대책 방안에 대해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1. 지난 10월2일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주거지에서 A씨(70대)가 자고 있던 아내 B씨(60대)를 목졸라 살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A씨는 수년간 말기 암 투병 중인 B씨를 간병해 왔으나 더이상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후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 날 끝내 숨졌다.
#2. 수원특례시 장안구 주거지에서 C씨(80대)는 아내 D씨(70대)에게 독성이 있는 약을 먹여 살해했다. C씨는 2020년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 D씨를 돌봐왔다. 2022년 3월, 자식들의 도움 없이 힘겹게 아내를 간병해 오던 C씨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지난 9월 법원은 C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경기도내 노인 수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인이 노인을 돌보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강력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노인 인구 수(65세 이상)는 2019년 165만1천341명, 2020년 177만5천315명, 2021년 188만1천464명, 2022년 199만2천807명, 2023년 212만2천718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내에 종사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수는 지난해 기준 13만6천514명으로 확인됐다.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 인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요양보호사 수는 높은 요양비로 이어지고 있다. 핵가족화·가족해체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를 꺼려하는 노인들은 결국 스스로 간병인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수년간 노인이 홀로 노인을 간병하게 되면서 심리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공감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 개념을 확대해 단순 돈으로 보장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이 잠시 간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간병 서비스와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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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12758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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