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 섬의 생명수 지하수 고갈 대비해야’

홍남곤 전 인천 옹진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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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다. 바닷물에 둘러싸인 섬의 현실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백령도는 어업과 함께 농업 의존도가 높은 섬이다. 논 548ha, 밭이 258ha로 이뤄진 백령도의 1년 벼 생산량은 6천t이 넘는다.

 

이 정도 규모의 논밭을 일구려면 많은 물이 필요할 거라는 건 상식이다. 백령도는 이 논밭을 일구기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농업용 관정만 157개에 이른다. 식수 또한 지하 관정으로 퍼 올린 물을 사용하고 있다.

 

백령도는 지하수맥이 좋은 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십년간 지하수를 끌어올려 썼기 때문에 언제 고갈될지 늘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필자는 이 때문에 20여년 전부터 백령도의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수년 전 군의원으로 의정활동 당시 저수지 개발을 농어촌공사에 건의했고 상수도사업본부엔 소규모 댐을 건설해 식수로 사용하자고 건의했다. 또 백령공항 준공 전에 해수담수화시설과 기수담수화시설을 만들어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하수 고갈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관계당국의 움직임은커녕 ‘물을 아껴 씁시다’라는 스티커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얼마 전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는 물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전력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도 담수화 시스템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전력 효율이 우수하고 배터리가 필요 없어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지역에도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6개월 동안 뉴멕시코의 지하수 우물에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는데 여러 기상 조건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패널에서 얻은 전기에너지 가운데 평균 94% 이상을 낭비 없이 활용했다. 그렇게 얻은 물이 하루 최대 5천ℓ에 이른다. 연구팀은 전력에 대한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고 지하수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 시사점을 남겼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담수화하는 시스템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관계 당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도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물 자원은 유한하다. 더 늦기 전에 지하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더욱이 인천-i바다패스 시행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 들면 물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역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물론 예산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자연의 재앙을 막기 위한 예산 확보 및 집행은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병도 예방했을 때보다 병이 발병했을 때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재앙이 닥치고 나면 수십 배의 예산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물 부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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