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기회경제, 경제 위기 돌파구가 될 것인가

유영성 경기연구원 북부자치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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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하려 하거나 무엇이 되려 할 때 ‘기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기회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당장에 좋은 직장을 잡고,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도 직장, 학교, 배우자에 접근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은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는지 알 것이다.

 

기회는 경제적 영역에서 활용되면 경제적 자원이 되고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면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가 풍성하고, 두루 펼쳐져 있고 또 양질의 것이 제공될 수 있는 사회는 안정되고 활력이 넘치며 희망으로 가득찬 세상이라 할 것이다.

 

올해 들어 경제에서 기회가 강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회경제’가 세간의 화두로 부각된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8월22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한 기회경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연유한다.

 

이와 다르게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다. 이 문구는 기회경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 특히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도록 하기 위한 기회를 다시 만들겠다는 걸 암시한다. 그 기회를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고관세 부과나 방위비 부담 증가 등에서 찾겠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국가급 지도자들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경제의 활로를 찾는 데 기회가 중요하다는 어떤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 무역적자, 인플레이션, 제조업의 붕괴, 일자리 부족 등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고용률이 올라가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이는 중남미 쪽 비합법 이민자 등의 일자리 차지라는 점에서 백인 중심의 중하층 미국인들에겐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가. 최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통계청 등이 발표한 경제지표는 줄줄이 빨간불이다. 물가 상승률은 6%를 넘나들다가 최근 약간 진정되는 듯하나 이것이 내수 위축으로 해석되듯 생산, 소비, 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는 서민, 특히 중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기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떨어뜨리고 한국 경제가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과 전망을 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신호다.

 

그런데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여기서 기회는 하나의 찬스로서의 기회라기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중요한 자원, 자본으로서의 기회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흥미롭고 고무적인 것은 10월24~25일 개최된 2024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에서 기회경제가 언급되면서 한국에서도 기회경제를 들고 나와 경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언급된 기회경제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믹스(인간 배려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해 여기서 기회경제는 기회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이나 자본으로 다루는 접근을 보여주고 있진 않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회경제 개념이 현재 미완성이고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정책 개념이라는 것이다. 듣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의 경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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