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자리잡은 21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허리이자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내외적 혼란으로 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놓여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조희수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도내 중소기업 지원기관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경기중기청의 역할을 강화해 중소기업·소상공인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올해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미래의 방향을 들어봤다.
Q. 취임 1년을 맞이했는데 소회는.
A. 지난해 2월 경기중기청장으로 부임 후, 120회가 넘는 현장 방문을 통해 수많은 지역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본부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소수의 의견, 협단체장 의견을 중심으로 듣고 정책화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실제 개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정책이 의미 있게 전달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1년 경기중기청에서의 시간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밀착형 행정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하는 한편, 기업 애로 해소 정책화를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기관의 허브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
Q. 정국불안, 트럼프 취임 등 한국경제에 대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방향에 대해 알려달라.
A. 여러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은 앞으로도 녹녹하지 않을듯 하다. 이에 정부는 우선 위축된 내수경기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경기회복기가 도래하면 우리경제 도약을 이끌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예산 15조3천억원 중 50% 이상을 1분기에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산을 조기 집행해 내수 활성화의 마중물을 붓고, 동행세일 등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1분기에 예산의 50%를 집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대부분의 사업을 1분기에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반기까지는 예산의 75%까지 집행이 예정돼 있다. 조심스럽지만 추경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만큼 추경을 활용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 올해 경기지역 중소기업이 주목할 만한 지원정책이 있다면.
A. 올해도 예전과 같이 중소기업의 창업, 성장, 글로벌화에 이르는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른 지방중기청과 다르게 우리 경기지역에 특화된 몇 가지 사업을 소개하자면 우선 ‘레전드50+’ 사업을 지난해보다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레전드50+ 사업은 각 경제지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50%를 넘게 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매출, 수출 등 아직 중소기업의 비중이 50%가 되지 않는 분야에서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지역마다 주력산업을 지정해 이에 맞춘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종합적 지원 사업이다. 참여기업은 정책자금, 산학연R&D, 스마트공장 구축 등 8개 지원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경기지역은 미래차, 뿌리산업에 이어 지난해 바이오헬스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지정했으며 162개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특화 R&D 사업’도 기업들이 주목할 만 하다. 경기중기청은 지난해 반도체, AI 등 지역특화분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성장R&D 100개사(120억원) 및 기술혁신R&D 57개사(244억원) 등을 대상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역자율형 혁신바우처의 경우 올해 시작되는 사업으로 2월 중 공고를 진행, 평균 매출액 120억원 이하, 주업종이 가구제조업, 섬유제조업인 소기업을 지원한다. 선정된 기업은 기업당 정부지원금 5천만원 이내에서 컨설팅, 기술지원,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경기도·기초지자체·경제 유관기관들과 협력체계를 대폭 강화해 경기도 내 혁신가치 발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하겠다.
Q. 수출실적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시장이나 현장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A. 경기도 중소기업 수출실적은 2024년 360억달러을 달성하면서 2023년 343억달러에 비해 약 4.8%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장 체감 경기와 괴리가 있는 것은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내수 중심 기업으로 수출실적 증대를 직접적으로 체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하지만, 주로 대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중심인 것도 파급효과에 한계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출 중심의 기업들은 비교적 괜찮은 상황인 반면 내수중심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 중심의 기업들도 수출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전세계 톱 10 안에 올랐기 때문에 내수를 넘어 각 기업들은 글로벌 단위의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국내시장만 바라보기만 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Q.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기중기청의 노력은
A. 경기중기청에서는 수출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지원하고 혁신 소공인에 대한 해외인증 컨설팅 등을 통해 수출 저변 확대에 나선다. 또 수출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지정하고 수출 규모확대와 수출국 다변화를 맞춤 지원하고 있다. 수출과정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경기지역 소공인 무역기술장벽 대응 역량강화 사업’도 새로이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소공인의 수출 기업화를 위해 해외인증 획득, 전문 교육 프로그램, 맞춤 컨설팅 등을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Q. 반대로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있다. 이에 대한 지원책은
A. 수입에서 가장 큰 문제인 원자재 가격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달청의 ‘원자재비축 사업’을 활용할 방침이다. 해당 사업은 조달청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를 적정한 구매 적기에 비축해 두고 원자재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일정 물량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경기중기청은 조달청과 협력해 경기도 내 기업들에 원자재 수급을 위해 노력하겠다. 또 이미 고환율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 부담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 이에 경기중기청은 중소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저리융자로 지원하고, 소상공인에게는 특별경영안정자금을 저리로 융자를 지원한다.
Q. 자영업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대위변제율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지역 상황은 어떤가?
A. 코로나 이후 지속되는 고물가, 최근 정치·경제 변동성 확대 등에 따라 소비심리 위축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의 경영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제조업과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인상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대출 연체율은 ‘2019년 0.4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0.52% 기록했으며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2022년 0.59에서 2024년 1.01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과 폐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으로 신속한 내수활성화 및 소비심리 개선 등을 통한 소비촉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경기중기청은 정부기조에 따라 정책 예산을 1분기에 조기 집행, 내수가 조속히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2025년 동행축제’를 계획 중으로 5월 시작해 9월과 12월에 맞춰 경기지역 소상공인 판매전, 전통시장 연계 행사, 기타 이벤트 및 사은행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행축제 기간에는 소상공인의 판로확대 및 제품홍보를 위해 대형유통사와 협업한 판매전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뿐 아니라 경기중기청은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지원해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되고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당분간 대내외 경제·정치 상황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내수 회복 지연, 투자·소비 감소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한 여러 경험이 있다. IMF 외환위기를 지나 벤처IT 강국으로 만들고, 미국 부동산 금융위기에서 먼저 벗어나는 등 위기 극복의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 기업인, 소상공인 모두가 협력하고 혁신을 지속한다면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중기청은 앞으로도 내수촉진과 소비활성화를 적극추진하면서, 자금·인력·판로·수출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혁신가치를 발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제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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