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연구소 변호사
소년보호사건에서 흔한 비행 사실은 ‘절도’다. 지난 2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보호사건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학생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훔쳐서 왔다며 큰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얘야, 단돈 천원짜리라도 다른 사람 물건을 훔치는 건 범죄란다”. 금액과 상관없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은 큰 잘못인데 그 학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아마 이런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해당 건이 수사기관에 신고가 되고 보호사건으로 송치까지 된 것이리라.
절도와 관련해 상담할 때 가장 많이 하는 해명은 계산을 한 줄 알았다는 것인데 정작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보이는 태도를 보면 변호사(보조인)인 필자조차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은 티가 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경찰서에 신고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범죄소년(14~19세 미만)의 경우에는 절도 금액과 재범, 반성 및 합의 여부 등에 따라 조건부로 기소유예가 되거나 즉결심판 벌금 등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며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이기는 하나 소액 절도로는 잘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촉법소년(10~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서 기소유예나 즉결심판 등이 어렵기에 혐의가 인정되는 한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보호처분은 소년법상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어 범죄경력회보서에 기재되지는 않는다.
최근 경찰청은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해 범죄소년의 경우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이나 즉결심판청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예상되거나 소년부 송치되더라도 1호 처분(보호자 감호위탁) 또는 2호 처분(수강명령), 3호 처분(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사안의 경우로 보인다. 그런데 범죄소년에 대한 이러한 훈방 등이 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일이다. 소년보호사건의 보조인(변호사)으로서 학생들의 비행 사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소년보호사건 심리기일 전에 통상 받게 되는 결정전 조사나 생활환경조사서 작성 등을 통해 보호소년 본인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들이 비행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는데 이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호자들은 본인의 양육 태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자녀에 대한 지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게 되므로 보호사건 처리 과정은 비행 억제에 꽤 긍정적이다.
이렇듯 소년보호사건은 잘못에 대해 충분히 깨닫게 하고 비행의 반복을 멈추는 데 목표가 있다. 학생들이 바른 어른으로 커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의 인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보호사건 처리 과정은 형사사건 처리 과정보다 이에 부합한다. 소년법에 따라 10세부터 13세까지를 촉법소년이라 지칭하고 이들을 보호처분이라도 받게 한 것은 14세가 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형법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것이지 이들을 봐주고자 함이 아닌 것이다. 소년법을 폐지하면 그나마 이뤄지던 보호처분도 불가능해지므로 폐지 논의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고 다만 비행을 일삼는 미성년자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선도를 위해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14세에서 12세나 13세로 낮추자는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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