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의식·시대정신 키워드 설정 기본이 선 사회 만드는 것 중요해 성장·역량 제고 균형점 찾기 필요
다음 달 3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분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서 중간중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각각 차별화된 이름의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지만 공통분모는 딱 하나로 집약된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 물론 각자의 이념적 지향과 정당의 입장을 깔고 있어 그 좋다는 것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겠다는 것만큼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각종 공약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인간의 기저 심리에 깔린 근원적 욕망과 바람, 그리고 도덕 기준이 뒤섞여 작동하는 메카니즘의 작동 결과가 투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언어 프레임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 다시 말해 이슈 담론의 핵심 키워드를 누가 잘 설정하느냐와 긴밀히 연결된다.
그렇다면 현 대통령선거에서 사람들의 심층에 자리한 문제 의식과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키워드가 무엇일지 살펴보자.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 버팀목이 되는 기본이 제대로 서 있는 사회인가.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더 나아가 이러한 기본 토대 위에 더 성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기회를 키워 가고 있는가. 그것이 중심이 돼 돌아가는 사회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 속 핵심 키워드는 기본, 성장, 역량, 기회라 할 것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 분배, 복지, 통합, 균형 등의 키워드도 중요하지만 이는 기본, 성장, 역량, 기회의 이면에 반드시 따라붙는 주제인 만큼 일단 뒤로 미뤄 두자.
무엇이든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뒤로 갈수록 흔들리고 결국 무너지고 마는 법이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더 크게 성장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기본이 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구성원 대다수가 적자생존을 해야만 하는 현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기본이 탄탄한 사회도 여러 모습이 있을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자원이 그것을 제대로 이뤄 내기에 역부족일 수도 있는 만큼 현실에서의 유연한 적응은 필요한 법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가 기본이 안 되고서는 그 위에 세운 그 무엇도 사상누각이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 아무리 기본이 바로 선 사회라 해도 기본에 안주하려는 순간 단지 하향 평준화한 사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힘을 쏟는다고 해서 세상의 생존 질서가 이를 허용하고 보조를 맞춰 주는 것도 아니다. 어느 분야든 경쟁이 치열하고 심지어 패권을 놓고 싸워서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 짓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더 성장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8%로 전망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경제가 곤두박질 칠 지경이란 얘기다. 이것만 봐도 당장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의 실현은 우리의 역량이 충분히 커야 가능한 일이다. 역량 제고는 인재 양성에도 있고 기술 혁신에도 있다. 거국적인 사회 대전환을 이뤄내야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엇인가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수많은 다양한 기회가 고르게 분포되고 이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기본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상 경영의 극점은 이들 간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는 데 있고 거기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는 새로운 대통령의 몫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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