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 고려… 국가적 손실 계산해야 韓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 급등 등 감안 긴밀한 협의 관찰 대상, 불안할 필요 없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주한미군 4천500명 감축설은 예상대로 한국 사회에 상당한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 감축설이 나오면 안보 공백 상황이 발생한다는 불안감이 한국 사회를 휘감았다. 이번에도 다수 평론가는 안보 불안을 중심으로 논평과 해설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안보 불안 개념을 중심으로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단지 관성적이고 기계적인 반응일 뿐이다. 이런 접근법은 외교안보 개념의 근본 특성과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외교안보 문제는 국가 이익을 보전하고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항상 국가적 차원에서 손익 계산을 수반해야 한다. 그리고 국익의 주요 변수인 국제 환경과 국내 정치 여건은 항상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국익 손실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관성적이고 기계적인 대응을 한다면 낭패를 면할 수 없다.
2025년 상황에서는 어떤 계산이 필요한가. 우선 국제 환경을 점검해보자.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북 분단 구조와 북한의 선제 핵무기 타격 위협이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역량은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고 북한과의 대화 단절로 평화적 문제 해결 가능성은 훨씬 작아졌다. 다만 핵무기 외에 재래식 군사력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대북 군사적 억제 역량이 상당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구체적으로 말하면 패권국가 미국이 잠재적 도전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양상도 중대한 관찰 요소다. 한국에 미국은 군사동맹국이고, 중국은 바로 옆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정면 충돌은 극도로 불편한 시나리오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감축설이 나온 배경이나 전략적 함의를 분석하면 모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목표라면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의 이익과 반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말대로 주한미군은 중국의 심리적 내부 공간에 주둔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견제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주변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 동북지역과 동부 지역을 방어하는 인민해방군 병력의 주요 경계 대상이 주한미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략적으로 모순 요소가 내재한다.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면 중국은 동부지역에 주둔하는 병력을 대만 방면에 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이 넓어진다. 모순적인 요소를 정리하면 주한미군 감축설은 미군 예산 절감에 초점을 맞춘 일반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섣부른 대응은 경솔하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설사 미국이 주한미군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해도 우리가 안보 불안감에 빠져 허둥댈 필요는 없다.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3천명 전후 병력을 감축하는 것은 지난 20여년간 주한미군 병력 운용을 고려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라 3천명 정도의 병력을 수시로 순환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또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최근 세계 5위 수준으로 급등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 동맹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북한 핵무기 대응과 관련한 확장억제 프로그램을 견실하게 운용하는 것이고 재래식 군사력 분야에서는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한 외교안보 현황 분석과 전략적 함의 분석을 정리해보면 주한미군 감축설 보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진지한 정책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추정할 수 있고, 진지한 검토가 진행된다 해도 확장억제 분야에서 신뢰성을 높이는 조치와 병행한다면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커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의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선진 강대국이 됐는데 과거처럼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말만 나오면 무조건 경기를 일으키는 행태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그런 태도는 미국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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