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교육을 만나다

같은 사안도 지역·위원회마다 편차 커
가해자 조치 양정기준 등 세분화 필요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연구소 변호사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연구소 변호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교육부는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5~2029년)을 통해 심의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운영 제도 개선으로 심의 지연을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를 개정, 지역별·위원회별 심의 결과의 편차를 감소시키겠다는 것인데 현재 동일한 비중의 다섯 가지 기본 판단 요소(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중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요소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같은 사안을 두고도 지역별 소위원회별로 심의 결과가 다른 것인가. 애석하게도 사실이다. 지난 12일 에듀로 교육법률연구소와 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교육을 만나다’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와 심의위원들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나의 학교폭력 사례를 두고 본인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이라면 어떤 조치를 내릴지 투표하는 순서도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각자가 갖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따라 제1호 서면 사과 조치부터 제5호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까지 심의 결과의 편차가 무척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이지만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에 따라 가해 학생 조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사안이고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가 동일함에도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는지,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어느 소위원회에 배정됐는지에 따라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 할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가해 학생 조치가 대학 입시에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보태 생각해 본다면 교육부가 제5차 기본계획에서 ‘심의 객관성 확보’를 주요한 추진 과제로 삼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번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네 명의 토커들(교원위원, 학부모위원, 변호사위원, 장학사)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중 심의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소속 양형위원회에서 정하는 양형기준처럼 교육지원청별 사례를 취합, 가해 학생 조치의 양정 기준과 판단의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청중의 주의를 끌었다. 심의 자료 및 가해 학생 조치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가해 학생 조치의 구체적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면 참으로 반가운 일이겠지만 형사재판보다는 소년보호재판에 훨씬 더 닮아 있는 현행 학교폭력 사안처리 시스템 아래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타당할지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할 듯하다.

 

교육과 사법 사이에 놓여 있는 학교폭력이 교육적으로 해결되길 그 누구보다 바라는 필자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무조건 가해 학생에게 온정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야 한다. 신고된 사항 중 어디까지를 사실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하게 확인하고 인정된 행위 중 어디까지를 학생들 간 일상적인 갈등이나 다툼으로, 어디부터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할지 분명하게 구별해야 하며 다섯 가지 기본판단 요소에 대해 형평성 있는 판정을 통해 가해 학생의 교육·선도 효과 및 피해 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을 제고할 수 있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부가 제5차 기본계획을 통해 발표한 것처럼 가해 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에 따른 판단 요소별 판정 점수와 가중치 조정과 더불어 현행 깜깜이 심의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교육지원청별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교급별·유형별 대표적인 사례와 그에 따른 조치 결과를 심의위원별 맞춤형 교육을 하는 자료로 활용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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