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FBI의 사우디 수사극 '킹덤'

(서울=연합뉴스)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킹덤'은 '히트' '콜래트럴'로 유명한 감독 겸 제작자인 마이클 만이 제작하고 '베리 배드 씽'으로 감독 데뷔한 피터 버그가 연출한 영화다. 또 제이미 폭스와 제니퍼 가너, 크리스 쿠퍼 등 성실함과 재능을 인정받아 온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대로 삼아 중동 사막의 열기를 화면에 담는 한편 이슬람 무장조직 테러리즘 문제에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폭발과 총격전, 추격 장면에서는 대규모 액션을 보여주지만 그저 때리고 부수는 오락물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점을 과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서양인 주거지에서 아이들과 여자들이 한가로이 소풍이나 소프트볼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절친한 동료를 잃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 롤랜드 플러리(제이미 폭스)와 법의학 조사관 재닛 메이슨(제니퍼 가너)은 크게 상심한다. 이들은 사건 현장에서 직접 범인을 잡고 싶어하지만 상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플러리는 사우디 대사 등을 설득해 입국을 허락받는다. 플러리와 메이슨은 폭발물 전문가 그랜트 사익스(크리스 쿠퍼), 분석 전문가 애덤 레빗(제이슨 제이트먼) 등 다른 동료와 함께 사우디에 도착한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이들의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고 단 5일의 기한을 준다. 또 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 대비해 자국 경찰관 알 가지 경위(아샤라프 바롬)를 붙여 준다. 이들은 현장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발화점과 기폭제 등을 파악하고 테러범들의 뒤를 추적해 나간다. 이 과정에 플러리와 알 가지 경위 사이에는 우정이 싹튼다. 영화에는 수사 과정과 액션에서 사실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성조기가 나부끼는 미국식 영웅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듯 느릿한 전개부터 무거운 대사, 거친 화면까지 영화의 표현 방식은 가볍지 않다. 다만 오락성과 사회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의도는 분명히 전해지지만 전반부의 전개가 늘어져 지루한 느낌이 크다는 점이 액션 블록버스터로서는 큰 흠이 되고 있다. 또 정의로운 FBI 요원들이 중동 국가에 잠입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을 척결한다는 기본 줄거리에서 오는 껄끄러운 맛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길게 남는다. 한 사우디 경관이 FBI 요원들과 갖는 우정도 선악 구도에 진부함을 더한다. 그나마 엔딩에서 주인공 플러리와 단역의 이슬람 소녀가 잇따라 내뱉는 마지막 대사만이 영화의 태생적 결점을 덮어 준다. 내달 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대구서 단편영화에 푹 빠져보세요>

(대구=연합뉴스)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CGV대구에서 열린다. 대구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고 대구시, 영화진흥위원회, 독일베를린국제단편영화제가 후원하는 대구단편영화제는 영상제작을 활성화하고 국내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 영화제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영화제측의 개입 없이 경쟁작에 오른 작가들의 회의와 투표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며 수상작에는 모두 2천여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올해는 모두 488편이 출품됐으며 본선 경쟁작과 대구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플시네마, 국내 우수단편 영화 초청작, 제22회 독일베를린국제단편영화제 우수작 등 모두 38편이 8개 섹션으로 나눠 이번에 선보인다. 영화제는 제7회 대구단편영화제 대상작인 정다미의 '참! 잘했어요'의 상영으로 개막해 본선 4개 섹션에서 극영화 '능곡'(감독 좌성한), 'S#1. 당신 감독이에요?'(명영호), 애니메이션 'Coffee & Cookies'(이효정), 'The Bird'(김성길) 등 16편이 상영된다. 또 애플시네마에서는 '스쿠터'(최윤태)를 비롯한 5편, 초청부문 2개 섹션에서는 '쥐덫'(한운) 등 12편이 각각 선보이고 독일 단편작품으로는 '유령(phantom)' 등 5편이 소개된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들은 다음 달부터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등의 예술영화전용관을 순회하며 전국의 관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문의는 ☎053-629-4424

<영화 감독들이여, TV에서 웃기고 울려라>

심형래 곽경택 이어 장진도 '무릎팍 도사' 출연 (서울=연합뉴스) 배우뿐만 아니다. 이제는 감독까지 나서서 웃기고 울려야 한다. 영화감독들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심형래 감독이 '디 워' 개봉 전 물꼬를 트더니 '사랑'의 곽경택 감독에 이어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바르게 살자'의 기획ㆍ각본ㆍ제작을 맡은 장진 감독이 개봉 직전인 17일 MBC TV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다. 장진 감독이 강호동이 분한 무릎팍 도사에게 의뢰한 고민은 '직접 연출한 작품은 왜 대박이 안날까요?'라고 한다. 영화계의 재주꾼으로 소문난 장 감독이지만 자신이 직접 연출한 작품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아들'의 흥행 기록을 모두 합한 것보다 각본과 제작에만 참여한 '웰컴 투 동막골'(800만8천622명) 단 한 편의 흥행 기록이 더 좋았다. '바르게 살자'가 감독은 맡지 않은 채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경우여서 누가 봐도 이 작품이 지금 상태에서는 징크스를 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는 고민이다. 영화의 주요 출연진이 개봉을 앞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개인기를 선보인 건 이미 오래 전에 자리잡은 일이 돼버렸다. 방송계 안팎에서 '예능은 영화의 홍보도구'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아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손쉽게(?) 스크린에서만 주로 활동하는 톱스타들을 '모실' 수 있고, 스타들은 영화 홍보와 함께 자신의 인기를 다지고 이미지를 다양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무릎팍 도사'의 적극적인 출연진 섭외가 올 여름 '대형사고'를 쳤다. '디 워' 개봉일이었던 8월1일 심형래 감독 출연분이 방송돼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것. 심 감독이 '디 워'를 만들기까지 고생스러웠던 경험담과 세계적인 영화감독에의 의지를 눈물과 함께 강변하며 말그대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물론 심 감독 개인에 대한 지지만은 아니었지만 심 감독은 '디 워' 개봉과 함께 감독 스스로를 화제로 급부상시키며 흥행 성공에 큰 역할을 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많은 영화인들은 이 같은 마케팅 기법에 대해 "심형래 감독만이, '디 워'만이 할 수 있는 홍보 방법"이라고 말했으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지난달 20일에는 '사랑' 개봉을 앞둔 곽경택 감독이 출연하며 영화계의 허를 찔렀다. 추석 시즌 대란을 앞두고 방송에 출연한 곽 감독은 겉으로는 어눌해 보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과 영화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이며 방송 다음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급부상하기도 했다. '친구' 이후 고생담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소탈한 모습이 어필했던 것. '사랑' 역시 개봉 4주차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감독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이번 장진 감독의 출연은 주연배우인 정재영과 함께 이뤄질 뻔했으나 정재영이 영화 '신기전' 촬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작사인 필름있수다 마케팅팀 관계자는 "반드시 홍보 때문이라기보다는 두 분 모두 '무릎팍 도사'에는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출연한 것"이라며 "정재영 씨는 평소 홍보를 위해 TV에는 출연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한데도 이 프로그램에는 출연하려 했으나 일정 때문에 감독님만 출연했다. 정재영 씨는 전화로 연결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영화감독들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하는 것에 대해 최근 '감독의 스타화'가 급속히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세 감독 외에도 강우석 강제규 박찬욱 이준익 봉준호 최동훈 박진표 허진호 등등 감독 자신이 이름을 알리며 티켓파워까지 발휘하는 감독들이 꽤 늘어난 것. 이 때문에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 대열에 감독들도 빠지지 않는다. 인기 많고 '끼' 많은 감독이 늘어나고, 영화감독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이 늘어나고, 또 동원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써서라도 영화를 홍보해야만 하는 영화계 현실에서 "감독은 작품으로 말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