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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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도전에 때가 늦음은 없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고, 모든 것이 기쁘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104세’라는 세계 최고령으로 스카이다이빙을 성공한 도로시 호프너의 소감이다. 그리고 호프너는 도전 이후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빙’의 기네스협회 공식 인증을 기다리던 중 이달 9일(현지시간) 영면에 들었다. 105세가 되는 오는 12월 생애 첫 열기구를 타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을 뒤로한 채 말이다. ‘스카이다이브 시카고·미국 낙하산협회’ 대변인은 호프너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호프너는 인생의 스릴을 만끽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독신으로 살며 평소 보조 보행기에 의지해 생활했던 호프너는 4년 전인 100세 때 스카이다이빙에 처음 도전했고 결국 두 번째 도전한 스카이다이빙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새 역사와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모든 일에 있어 늦은 때는 없다’는 소중한 사실 하나를 남겼다.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사회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촉발된 신(新)중동전쟁까지 더해져 세계는 급속도로 얼어 붙고 있다. 전 세계는 그야말로 각자가 놓인 패닉 상태에 불안정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들고 있다. 국내 정세는 어떤가. 정쟁만 남은 정치에 매일 치솟는 물가, ‘빚’ 그늘에 누워 있는 청춘들까지. 기존의 것을 방어하기에도 벅차다는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어찌 보면 사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처럼 도전의 시발점은 바로 지금이 적기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정쟁을 끝내고 민심을 아우르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하는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 새로운 도전에 때가 늦음은 없기 때문이다. 호프너가 전한 교훈처럼 말이다.

[지지대] 주장의 품격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 축구의 레전드 길을 걷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팀 토트넘 홋스퍼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는 토트넘이 141년 만에 맞이한 비(非)유럽인 주장이다. 그리고 다음 날 토트넘의 2023-2024 리그 개막전이 벌어진 영국 런던 브렌트퍼드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손흥민 선수는 ‘캡틴(captain)’이라고 선명하게 쓰여진 완장을 차고 브렌트퍼드와의 경기에 임했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 공격 선봉에 나섰다. 캡틴은 선수들과 코치진의 가교이면서 팀의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래서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모범이 되는 고참 선수가 주로 맡는 게 전통이다. 이미 주장 완장을 차기 전의 손흥민 선수는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팀원들과 각각의 세리머니를 하는 등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한 지 오래다. 그래서 새로운 선수가 영입되면 가장 먼저 친해지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리고 포체티노 전 감독부터 최근에 부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까지 모든 감독들이 사랑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해리 케인이 떠난 뒤 토트넘의 주장 자리는 어쩌면 손흥민 선수가 ‘찜’했는지도 모르겠다. 브렌트퍼드와의 개막전은 아쉽게 비기긴 했지만 레스터시티에서 영입된 토트넘의 새로운 미드필더 제임스 메디슨은 경기가 끝난 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원정 온 홈팬들 앞까지 가서 인사를 하자고 주장 손흥민이 제안했다는 것. ‘팬이 있어야 팀이 있다’는 프로 세계의 아주 당연한 이치를 주장 손흥민이 새삼 깨우쳐 준 것이다. 이것이 손흥민 선수가 축구 선수로서 존경 받는 이유가 아닐까. 당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각 주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고,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품격을 잃은 주장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 그 당연한 이치를 되새겨 보자.

[데스크 칼럼] 당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

#“유해물질이 발견된 국제우편물이 신고되어 조사 중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우편물은 열어보지 마시고 112나 119에 즉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원시청.” 지난주 금요일, 장대비를 헤치며 운전 중인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 한 통을 받았다. 워낙 최근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당연히 안전문자라고 생각하고 확인했는데, 위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부랴부랴 후배들에게 주지시키며 취재에 나섰고 주말 동안에만 전국적으로 2천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수상한 우편물’로 인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은 그렇게 시작됐다. #같은 날. 고시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조모씨(33).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그리고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문명의 이기(利器). 기술 발달이 가져다 준 산물인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익명자들의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 타인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그들이 준 상처는 누구가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고, 또는 철저히 그 이기와 작별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그 SNS를 통해 본 세상을, 나의 현실과 빗대어 세상을 원망하게 만들어 결국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해를 가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친구이고, 사랑하는 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이 이제는 우편물까지 동원돼 국제적으로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직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불특정 다수의 핵심인 일반 시민들이 그로 인한 고통에 힘겨워한다는 점이다. 산업 발달에 무게추를 둬 익명의 공간에서의 교육이 뒷전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익명은 특정, 불특정을 넘나들면서 또 다른 사회악으로 자리잡았지만 현행 체제는 이를 근절하기에 너무 무기력한 시스템이 돼 버렸다. 이제라도 자기 정화를 통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며, 국가적으로도 그 서비스가 ‘악의 도구’가 아닌 ‘선함의 이기’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책임이 수반된 정비에 나서야 할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지대] 국민정서 게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지난 1994년부터 행해지고 있다. 95학년도와 96학년도 두 차례에 걸쳐 200점 만점, 전·후반기로 나눠 진행됐으나 97학년도부터 400점 만점에 한 차례 실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그해(1997학년도)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불수능’으로 치러졌고, 290점대 후반이면 서울대 일부 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수능이 치러지기 전에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말이 있다.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고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고. 2024학년도 수능을 150여일 앞두고 대한민국이 뜨겁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및 군대 문제는 법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정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에서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하라는 발언을 했고, 이는 대한민국을 혼돈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강남 대치동과 노량진 등은 사교육 카르텔의 중심이 됐고, 교육과정 밖 킬러 문제는 연일 뜨거운 감자로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언급한 사항인지라, 수능 출제위원들 역시 올해 수능을 어떻게 출제할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말은 아니다. 공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 문제는 시기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초·중·고교를 보낸 예비 수험생들에게 작금의 상황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과연 공교육만으로 변별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혹은 상향이 아닌 하향 평준화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백년지대계 교육은 국민정서와의 합일점이 우선이다.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지대] 더 센 놈이 온다

3년4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지긋지긋하게 옭아맸던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조치가 해제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코로나19 비상사태의 종식을 알리고 완전한 일상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3년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을 알린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7일)와 의원, 약국에 남아 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특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현재 2급에서 4급으로 낮아지는 오는 7월께부터는 코로나19도 일반의료체계로 편입돼 감기와 같이 관리된다. 공포의 대상이던 코로나19가 우리와 공생하는 바이러스가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도 진화한다. 그동안 바이러스계의 맹주를 자처하던 감기는 코로나19에 밀려 찬밥(?) 신세가 돼 왔다. 그런 감기 바이러스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독해졌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 최근 두 달간 연속 증가세인 것도 모자라 강력한 인후통과 몸살기를 동반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간 환자들을 몸서리치게 한다. 여기에 감기 환자도 늘어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필수 마스크 착용’이라는 방어막에 차단돼 노출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이제 그 빈틈을 노려 더욱 강력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비단 바이러스만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사회도 진화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나쁜 놈은 더 나쁘게,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노려 시스템을 붕괴시키거나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쪽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더 센 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통제하는 수단 중 가장 센 방법은 국민 모두가 방어기제로 작용할 때였다. 나쁜 쪽으로 더 센 놈을 색출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지대] 철기둥의 충격 발언과 구설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수장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부임 후 두 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전술을 정비할 시간도 없이 본인이 지닌 세계적인 공격수의 DNA를 이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을 가진 채 콜롬비아와 우루과이 등 전통의 남미 강호들을 상대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일단 공격력에선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문제는 수비였다. 이탈리아 세리에A를 종횡무진 누비며 월드클래스 수비수의 반열에 오른 ‘철기둥’ 김민재 선수만이 후방을 책임지며 고군분투하고, 때론 부족한 경기력에 답답해하는 모습이 자주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이어진 충격 발언. 김민재 선수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의 A매치 친선전 후 인터뷰에서 “당분간이 아니라 일단 소속 팀에서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축구적으로 힘들고 몸도 힘들다”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이어 “멘털적으로 무너진 상태”라며 “대표팀보다는 소속 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충격 발언으로 국내 축구팬들을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 ‘27세. 대한민국 괴물 수비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축구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특히 개인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공격수와 달리 수비수들은 유기적인 전술을 통해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런데 소속 팀, 유럽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던 김민재 선수는 대표팀에서 한계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계속되는 수많은 이적설도 젊은 선수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줬을지도. 어느 사회나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은 아주 작은 ‘크랙(Crack)’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크랙을 빠른 시간에 봉합해 더욱 단단해지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만약 그 크랙을 방치하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게 돼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김민재 선수가 지닌 지금의 크랙을 축구협회와 대표팀 코치진이 어떻게 슬기롭게 봉합하는지에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아울러 우리가 가진 크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기인터뷰] 이성호 한림대동탄성심병원장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가속화된 가운데 의료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스마트시스템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연계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들의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아과 등 일부 진료과의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로 개원 12년 차를 맞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고자 타 병원과 차별화된 전략을 구축하며 전국에서 손꼽히는 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이후에는 경기도 최초로 인공심장수술을 성공하는 등 중증환자들을 치료하며 그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코로나19로 지역 의료기관의 역할과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이성호 한림대동탄성심병원장을 만나 향후 의료계의 발전 방향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혁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소아과 등 일부 진료과와 지방 병원 기피 현상이 의료계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원인과 해결 방안은 어떤 게 있다고 보는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나. A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일부 진료과와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2019년부터는 서산의료원에 순환기내과 교수를 파견해 환자들을 진료하고 긴급한 시술이 필요한 환자는 동탄성심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하고 있다. 서산의료원은 지역의 유일한 공공병원이지만 순환기내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 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원격협진 시스템 인증기준 검증 및 서비스 시범운영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5G 기반 원격협진 시범사업 실증기관’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 서산의료원,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안성병원과 원격협진 사업을 수행하며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의료기관 간 이상적인 협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동탄성심병원은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진의뢰 병원에 환자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가상네트워크를 설치했다. 방대한 데이터 이동 없이 타 병원의 환자 정보를 의료진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격협진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일부 지역이나 진료과의 의료 공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Q 스마트(Smart)병원을 넘어 스마터(Smarter)병원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스마트병실도 오픈했는데. A 기존에 스마트병실이라 하면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일부 편리성 개선 정도였으며, 병원에서 정해놓은 틀에 맞춰 제한된 항목에 대해서만 정보가 제공됐다. 더욱이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료정보의 경우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로 폐쇄적이고, 제한이 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병실을 오픈했다. 스마트병실은 환자가 실제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도록 설계됐으며, 치료와 관련된 정보, 환자의 스케줄과 관련 세부정보 등을 화상 및 비대면 면담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하고 이를 추가적인 인력 투입 없이 시스템만으로 가능케 했다. 간단히 말하면 의사가 병실에서 스마트모니터를 통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이미지를 비롯해 수치로 나타나는 여러 검사결과를 보여주며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병실이다. 환자들은 진료실에서뿐만 아니라 병실에서도 치료 경과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자신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등 신뢰성 있는 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병실 내에서 △의료정보시스템(EMR)을 통한 검사결과 확인 △의료진과 원격 상담 △환자 맞춤형 일정관리 △음성인식 병실 제어 및 응급콜 등이 가능하다. 현재 10개 병실, 25개 병상에 스마트병실 시스템이 적용됐고, 앞으로 전 병상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Q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화성지역 유일한 대학병원이며 지역 거점 병원이다.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개원 이후부터 교직원 봉사단인 ‘사나래봉사단’을 통해 찾아가는 의료봉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과 소외가정을 위한 다양한 후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술실에서 교직원 바자회를 개최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 ESG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지난해 ‘한림헬스프렌즈(Hallym Health Friends)’를 설립하고 지역 곳곳에 의료진이 방문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병원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하반기에 7곳, 올해 벌써 2곳의 아파트단지를 방문해 총 500여명의 주민들에게 건강상담을 제공했다. 건강상담 전 과정을 디지털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제공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진료과를 기존 안과, 정형외과, 물리치료팀에서 치과, 이비인후과, 소화기내과 등으로 확대하고 진료 대상도 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교육청 연계 초중고교 학생들까지 넓힐 예정이다. 또 인근 지역뿐만 아닌 오산, 평택, 안성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많은 경기도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Q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계가 전반적으로 혁신을 꾀하면서 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인력과 장비는 일정 부분 평준화됐다. 여기서 더 차별성을 둘 수 있는 것은 환자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늘면서 스마트병원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진료 절차도 간소화됐고, 인공지능(AI) 분석이 적시적소에 쓰이고 안정성도 굉장히 높아졌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이를 발판 삼아 다양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Smart)에 그치지 않고 더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스마터(Smarter)병원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

[데스크 칼럼] 가족과 함께한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2023년 계묘년(癸卯年) 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보낸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모든 것을 차치하고 동장군(冬將軍)의 맹위도 녹일 만큼의 따스함이 마음속 한 편에 자리 잡았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물리적으로 가족 구성원 간 인원이 제한돼 차례를 지내기도 했고,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시나브로 늘어나는 시간의 먹먹함을 채워주는 어묵과 핫바, 우동 등 별미를 맛볼 수 없게 휴게소를 통제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행복하게 그 순간을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영원히 내 편인 가족들에게 달려간다는 행복함과 즐거움이 동반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가 1년간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하향세를 거듭하며 아무런 제재 없이 온 가족이 모인 올해 설 명절에 가정폭력은 되레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2020년 907건에서 2021년 934건, 지난해 1천75건 등 설 연휴 기간에 발생한 가정폭력이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이번 설 명절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연휴인 만큼 가족 간 대면 증가로 인해 가정폭력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스함을 더 느끼고, 새로운 한 해에 쏟아부을 원동력을 갖기보다 정초부터 불화의 주홍글씨가 새겨져 버렸으니 우리가 원하는 하루가 주는 희망의 시발점은 무참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올해 본보는 ‘당신의 하루가 미래’라는 대주제를 정했다. 우리가 묵묵히 보내는 하루가 대한민국의 희망 찬 내일을 채워 간다는 의미에서다. 그 하루.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는 출발선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행복이 오늘에 이어 내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아픔의 시간을 딛고 희망을 꿈꾸는 시간도 모두 우리가 보내는 하루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시간은 자아 실현 같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데우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가족이다. 새로운 것에 직면하기 전에 느끼는 근심과 공포, 낯선 도전에 대한 불안감도 가족이 주는 따스함으로 이겨내며 우리의 하루를 빛내게 한다. 올해는 IMF 시기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는 서민뿐만 아니라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 작용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옥죄는 등 모두가 힘든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땀과 눈물로 만드는 하루가 희망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 원천은 바로 가족이며, 가족의 힘이 배가될 때 암울한 전망은 반전의 부메랑이 돼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올 설 명절, 가족과 함께 보낸 행복한 하루 하루가 힘의 원천이 돼 계묘년 한 해를 당당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지지대] 맞불의 시간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각국의 중국발(發)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첫 보복 조치다.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 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의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이 막힌 셈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주한 중국대사관이 이러한 보복 조치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는 것이다. 엄연히 한국과 중국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수교국이기에, 엄중한 상황에 대해서는 문서 및 방문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데 위챗 공식 계정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해버린 것이다. 아직도 ‘중국=대국, 한국=소국’이라는 사대주의 발상에 함몰돼 있음에 틀림없다. ▶역사적으로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동북공정(東北工程)’. 지난 2002년 중국이 ‘동북부 만주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국가사업’으로 추진한 연구 계획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고조선사, 고구려사, 발해사 등을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이른바 역사 왜곡이 핵심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허공을 향한 메아리인 양 중국은 무시로 일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0년부터 중국은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를 한국이 훔쳐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김치공정’에 혈안이 돼 있다. 또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소수민족을 소개하며 한복을 입힌 ‘한복공정’의 만행까지 자행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힘의 논리는 중요하다. 중국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과 맞물려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맞짱을 뜨는’ 리투아니아의 배짱이 부럽다. 중국의 안하무인식 정치적 요구는 그들이 원하던 세상이 아니라며, 유럽의 변방 소국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아픈 손가락’인 대만 대표부를 수도 빌뉴스에 정식 출범시킨 나라.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고구려 역사를 무서워하는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더 이상 ‘소국’도 ‘속국’도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강경하게 맞불을 놓을 시간이 오고 있다.

[데스크 칼럼] 집념의 라스트 댄스

중동에서 열린 사상 첫 겨울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이 36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딘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은 단연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1987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36세다. 전 경기 풀타임 출장도 놀랍고, 그 나이에 최우수 선수인 골든볼을 수상한 것도 대단하다. 그리고 축구 역사상 발롱도르 수상, 챔피언스리그 우승, 올림픽 우승에 월드컵까지 품에 안은 쿼드러플(quadruple)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선수가 됐다. 그동안 축구의 신계를 양분했던 브라질의 펠레와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도 달성하지 못했던 업적으로, 살아 있는 ‘축구의 신’인 메시의 피치 위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역사가 된다. 전 세계가 메시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집념’이다. ▶홍수환 선수(72). 60대에 접어든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모두 그를 기억할 것이다. 김기수 선수에 이어 한국 복싱 사상 두 번째 세계 챔피언인 홍 선수는 1977년 11월27일 WBA에서 신설한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 파나마의 헥토르 카라스키야에게 2라운드에만 네 번 다운을 당하고도, 이어진 3라운드에서 역전 KO승을 거둬 ‘사전오기(四顚五起)’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엄마, 나 참피언 먹었어!”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을 써 내려가던 대한민국에서 홍 선수는 ‘할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몸으로 직접 보여줬다. ▶메시. 프로축구 리그에서의 명성과는 달리 네 번의 월드컵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단연 메시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의 커리어에서 ‘과연 월드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행보를 라스트 댄스로 명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해 조별 리그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아르헨티나. 하지만 그 팀에는 ‘집념의 사나이’ 메시가 있었고, 리더로서 팀을 빠르게 추슬렀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솔선수범한 메시는 전 경기에 풀타임 출장했고, 7골 3도움으로 대회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마라도나 시대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을 자국으로 가져갔다. ▶3년간의 코로나19, 정쟁만이 난무한 정치,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갇힌 대한민국이다. 이제 우리도 집념을 갖고 팀(나라)을 빠르게 추슬러 이끌어갈 집념의 리더(공격수)가 각 분야에서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IMF 사태도, 금융위기도 빠르게, 슬기롭게 이겨낸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다. 방향타만 제대로 잡아준다면 모두가 어려운 시기, 우리는 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벤투와 함께 대한민국의 호랑이들이 16강의 기적을 쓴 것처럼 말이다. 위기의 월드컵이 메시의 대관식이 된 것과 같이, 우리도 어렵고 힘든 환경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집념을 보여줄 때가 됐다. ‘할 수 있다’,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