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F 송도 유치 … 年 3,800억원 경제적 효과"
10월 7일, 최상의 가을 날씨였다. 이번 녹색기후기금 이사회 기간에도 최상의 가을 날씨와 환상적인 석양이 더해진다면 송도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2시 비행기로 출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3GF(Global Green Growth Forum)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덴마크는 GCF 이사국으로 독일 본과 경쟁하는 인천으로서는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10월 8일, 아침식사 후 3GF 개회식에 참석했다. 경쟁국인 멕시코 대표는 GCF 유치를 사실상 포기한 듯한 느낌이었다. 총 5번 투표를 하게 되는데 1, 2차 투표 때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1, 2차 투표는 지역별·나라별로 맨 데이트를 받아 투표하기 때문에 표가 여유가 없다. 1, 2차 투표에서 자기 지역 출신 후보국가가 탈락한 이후에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
10월 19일, 투표 전 마지막 날이다. 오찬은 필리핀 대표와 함께했다. 필리핀은 녹색기후기금 대리 이사국이다. 인도네시아가 이사국이다. 공동 상의하여 투표를 결정한다. 전폭적인 인천 송도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시정일기 곳곳에서 GCF 유치를 위한 열정과 희망이 고스란히 베어져 나왔다. 송 시장은 GCF 2차 이사회가 열린 송도 컨벤시아 인근 송도 파크호텔에 닷새 동안 묵으면서 12개국 대표를 만나 개별 면담했다. 호텔에서 묵는 동안 이사국 대표들 개인 프로필을 확인하고 저서나 칼럼까지 외우고 나서 만나는 치밀함으로 송도 유치를 이끌어 냈다.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일까. 꿈 같이 여겨졌던 인천의 GCF 사무국 유치가 현실로 이뤄졌다.
GCF 유치를 위해 종횡무진 활약한 송영길 인천시장으로부터 소감과 앞으로의 기대효과 등을 들어봤다.
-중앙정부와 함께 GCF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GCF 유치가 현실이 됐다. 먼저 소감과 의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선 한 마음으로 GCF 유치를 기원해 주신 290만 인천 시민과 이명박 대통령, 정부 기관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전력을 쏟으면서도 ‘인천이 가능할까?’라는 걱정을 지울 수 없었는데 시민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분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 주셔서 가능했다고 생각하다.
이번 GCF 유치는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이 아시아권에서 세계무대에 진입했다는 국제 사회적 의미가 크다. GCF 설립 목적인 인류 전체의 공동 목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2만1천 개의 주요 국제기구가 있지만, 국내에는 32개 국제기구가 있는 게 전부다. 게다가 대부분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에 불과하다.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국제기구 본부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GCF 사무국이 처음이다.
▲솔직히 반반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가능하다’는 주문을 스스로 걸며 죽도록 뛰었다. 유치 과정을 돌아보면 박재완 장관의 말씀처럼 천지인 삼재가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다. 인천시,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외교통상부, 환경부 모두가 힘을 합해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한 보기 드문 경우이기도 하다. 황우여 대표, 박지원 대표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유치 지원 결의안을 통과시켜 뒷받침을 해줬다. 감사하다.
녹색성장 비서관이 중간역할을 잘했다. 김성한 차관, 기재부 차관 등이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인천시 한태일 녹지국장, 정태옥 기획실장, 게일사의 스탠게일 회장 등이 모두 수고했다.
중앙정부와 역할 분담해서 이사국 대표를 만나니 송도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했다. 경쟁국인 독일 대표까지 송도와 아이타워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아이타워 빌딩을 지었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부동산 불경기에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갈등이 많았다.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읽고 적벽대전을 치렀던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GCF 유치라는 큰 결실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감사한다. 사전 만찬장까지 직접 방문할 정도로 총력으로 뛰어다니며 지원해 주셨다. 대통령이 GTX 조기 건설도 약속해줘 송도에서 여의도까지 21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GCF 인천 유치에 따른 경제적, 국제사회 입지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먼저 경제적 측면으로 본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3천8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GCF 주재원 500명 기준). 인천발전연구원(IDI)도 지역경제에 연간 1천900억원의 파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대한민국과 인천이 이번 GCF 유치로 아시아권에서 세계 국제기구의 주요 국가와 도시로 진입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GCF 사무국 유치로 GCF의 초기 3년 자금운용을 맡게 될 세계은행(WB)의 한국사무소 유치 가시화를 비롯해 비중 있는 국제기구의 추가 유치가 유력해지고 있다.
또 GCF 활동이 본격화되면 아시아권 개발도상국의 녹색사업 지원과 관련된 아시아개발은행을 비롯해 각종 GCF 펀드 운영에 따른 세계 금융기관 및 국제기구의 추가 유치, 금융기관 참여기회 가능성 등도 커진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교량역할을 수행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키울 수 있으며, 국제기구 입지로 남북관계 긴장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사회, 문화, 환경적으로 도시 브랜드 제고 및 시민의 국제적 마인드 함양과 저탄소 녹색성장 모범도시로서의 국제적 인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GCF 사무국 유치에 따른 앞으로 계획은.
▲인천은 GCF 사무국과 같은 대형 국제기구나 본부를 유치한 경험이 전혀 없다. 내실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도록 스위스나 다음 달 카타르 총회 등을 방문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벤치마킹할 생각이다.
GCF는 이미 만들어진 기구가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로 만들어가야 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계속 커 나갈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도 기후변화에 대한 공부를 더 심도 있게 하겠다.
GCF 사무국이 송도로 오기까지 숙박, 교통, 교육 등 부족한 시설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겠다. GTX는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약속한 사항인 만큼 대선과정에서도 관철되도록 하겠다.
▲GCF 출범 취지가 선진국이 모여 개발도상국의 녹색기후 관련 분야를 지원하는 것인 만큼,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며 중재 역할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점도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50년 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루고 녹색성장 경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독특한 사례인 만큼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해 개도국에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좋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개도국의 처지와 어려움을 잘 이해해 개도국-선진국 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인천 송도는 환경친화적이며 탁월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으며, 서울 소재 100개 이상의 대사관과 근거리에 있다. 또 유비쿼터스 환경과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은행 및 투자 펀드들은 녹색금융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GCF의 신속하고 원활한 출범 및 효과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송도국제도시가 최적이다.
현재 환경 관련 국제기구는 유럽과 북미에 집중돼 있고, 아프리카에도 UNEP(유엔환경계획)가 있으나 아시아에는 전혀 없다. 아시아지역 편차 해소 차원에서 이러한 점이 GCF 사무국 유치국 선정에 반영된 것 같다.
류제홍·김미경기자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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