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대세다]전통시장 화려한 부활이 시작됐다

상인들의 정겨운 이야기와 ICT의 만남

대형마트와 SSM에는 없지만 전통시장만이 갖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 바로 이야기다. 전통시장에는 대형마트와 SSM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네 삶의 정겨운 이야기와 일상이 오간다. 최근 대형마트와 SSM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자신들만의 이야기에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ㆍ정보통신)옷을 입고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오래된 이야기만 가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NS, 블로그, QR코드 등 첨단 ICT를 만나 스마트한 시장으로 전통시장의 새 이야기와 역사를 써내려갈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살맛납니다. 몇 년 간 장사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요즘엔 나이 먹는 게 아까울 정도랍니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 시범길 먹자골목에서 10년간 닭백숙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숙씨(59ㆍ 파주식당)는 요즘 말그대로 신바람이 났다. 스마트폰으로 고객들과 직접 대화하고 이를 홍보에 활용하면서 잃었던 상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되찾고 있다.

이씨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이번 주 가게를 등록한 손님 수를 확인하고 고객 분석 페이지를 보면서 어떤 메뉴가 호응이 좋은지 살펴본다. 스마트폰으로 쿠폰도 종종 발행해 손님들에게 효과적인 마케팅도 하고 있다. 예순을 바라보는 이씨는 SNS나 IT에는 ‘젬병’이었다. 가게 홍보는 전단지를 돌리고 간판을 제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시장에 구축된 ICT기술 스마일로(Smilero)앱을 활용하면서 문 닫을 날만 기다리던 가게는 다시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씨는 최근 블로그를 운영해 손님에게 닭을 배달하는 시스템 구축도 계획 중이다. 스마일로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가게를 홍보하다보니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파주식당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성남시 수정로 일대 상권이 ICT기술을 만나 모처럼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중앙시장을 비롯한 성남시 수정구 태평역부터 숯골사거리까지 30만5천㎡에 이르는 일대에는 현대시장, 중앙시장, 신흥시장 등 3개 시장과 각종 상점가 등 2천여곳의 점포가 밀접해 지역문화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 곳은 지난 2011년까지만해도 죽어가던 상권이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불황을 이어가던 중 지난 2009년 시청사 이전, 2010년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1년 2천153개의 점포 중 253개가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 입점과 시청사가 이전한 지 불과 2년만이었다.

성남상권활성화재단은 침체에 빠지고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성남시 수정로 일대 상권을 살리고 더불어 지역주민이 스스로 참여해 만들어가는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기에 착수했다. ICT 기술을 전통시장에 구축하는 스마트워크 사업이 진행됐다. 그 첫 번째 탄생물은 지난 2012년 개발한 소비자와 상인이 소통하고 함께 만드는 지역상권정보 앱 스마일로(Smilero)다. 고객들은 점포정보 검색과 점포별 할인쿠폰 확인, 포인트 적립까지 앱을 통해 할 수 있다.

상인들은 단골고객을 확인하고 무료 메시지 발송, 모바일 쿠폰 발행 등 다양한 타깃 마케팅을 시작했다. 현재 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점은 총 2천200개로 이 중 30%인 750개 점포가 모바일 앱을 내려받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디지털케이블 텔레비전형 스마일로도 시행됐다. 기존 스마일로 앱 정보 내에 수록된 전체 점포들이 디지털케이블 방송으로 송출돼 성남시민 모두가 집에서 상권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변화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젊은층이 관심을 나타내며 시장으로 하나 둘 찾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주요 고객층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점포에 반영했다.

성남 중앙시장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배화자씨(50ㆍ강원반찬)는 스마일로를 활용한 후 매출이 20%가량 늘었다. 손님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고객 시선에 맞춰 점포 인테리어도 바꿨다. 지난해 명절에는 특정 시간대에 제수용 음식을 50% 할인하는 타임세일, 반짝세일 쿠폰을 발행해 한 시간여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최근에는 ‘경기도 명품점포’로 선정됐다.

변한 것은 매출 뿐만이 아니었다. 침체로 활기를 잃었던 상인들은 상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기 시작했다. 상인대학을 만들어 3개월 씩 교육을 받고, 찾아가는 스마트 아카데미 교육, 선진시장 견학 등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 총무성과 후생노동성 공무원으로 꾸려진 방문단이 찾아와 상권활성화 사업과 스마트워크사업을 배우고 갔다. 불과 2년 만에 실패사례에서 모범사례가 됐다.

배씨는 “그동안 고객 분석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ICT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고객과 대화하고 반응을 살펴보며 대형마트 못지 않게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ICT활용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이 일대 신흥1동 풍물길 상인회 거리에 상권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스마일카페가 문을 열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대형 화면에 실시간으로 뜨는 상권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상권데이터를 분석해 상인들의 마케팅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다시 활기를 되찾는 성남시 수정로 일대는 상권활성화를 넘어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꿈을 꾸고 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상인들의 이야기와 ICT의 만남. 이들의 융합은 분명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홍보ㆍ데이터관리 매출 분석ㆍ고객 마케팅 한번에… 

시장의 스마트한 변신은 ‘현재진행형’

 지난해 10월 ‘2013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는 기상천외한 미래의 전통시장 모습이 구현됐다. 참가자들은 근거리무선통신 NFC를 활용해 모바일상품권을 내려받고 스마트폰으로 카드 결제는 물론 현금영수증도 발행했다. 즉시 사용이 가능한 모바일 쿠폰도 팡팡 쏟아져 각종 특산물을 최대 50% 싸게 구입했다. 시장의 스마트한 변화는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소비자가 더욱 편리하게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통시장 자체 커뮤니티 생성을 꾀하기 위해 전통시장에 ICT를 적용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홍보부터 데이터관리로 매출 분석, 고객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정보 시스템이 전통시장에 구축될 전망이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130곳에 ICT 기술을 접목시키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전통시장에는 스마트폰으로 상품 검색부터 배송까지 한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구축되며, 고객센터에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가 설치된 ICT카페도 생긴다.

시장의 데이터베이스화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이용 패턴과 관련된 7억4천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업종별 매출 추이와 전망, 임대 시세 등을 소상공인들에게 제공한다.

경기지역에는 문화관광육성형 시장으로 선정된 구리전통시장, 화성 발안시장, 양평시장에 와이파이(Wi-Fi)존, QR코드 게시판이 설치돼 앞으로 고객이 스마트폰 등으로 편리한 장보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 못골시장은 지난 2012년 KT에서 못골시장 앱을 개발, 앱에 시장 점포를 소개하고 할인행사 정보를 올리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라 활성화는 되지 않았지만 상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IT활용 교육 등으로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강헌수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은 “ICT가 전통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 본부장은 “전통시장은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마켓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장소의 경계와 접근성은 한계가 없다”며 “전통시장이 가진 장소의 매력적 가치를 콘텐츠로 삼아 온라인 중심의 세상을 빠르게 접목하면 인정미 넘치는 전통시장의 매력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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