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현장] 경기도 ‘대북사업 현주소’

경기發 협력ㆍ교류 ‘훈풍’… 얼어붙은 한반도 녹이다

경기도는 남북교류협력조례(2001년)를 제정해 기금 조성과 함께 남ㆍ북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을 13년째 추진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협력기금 조성과 다양한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추진(18개 사업, 210억원)해 규모나 성과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과(課)단위 남북협력담당관실 신설도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다. 호혜와 협력, 인프라 지원, 공개성ㆍ투명성 등 3대 기본원칙하에 북한과의 신뢰를 구축하며 ‘통일 대박’의 단추를 끼우고 있는 경기도는 민선 6기 들어 그동안 진행해 온 남북교류 협력사업 재평가를 통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동포애적 진정성을 토대로 새로운 남북협력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 인도적ㆍ호혜적 사업

북측에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이익이 되는 호혜적인 사업인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은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사업은 남북 접경지역에 공동으로 발생하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최초의 공동 방역으로 매년 6~9월 경기북부지역과 북측 개성 및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경기북부지역 말라리아 환자 발생은 2010년 634명에서 2013년 159명으로 감소했으며 궁극적으로 남북의 말라리아 전염병 퇴치까지 기대하고 있다. 또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지원을 벌여 북한 내 결핵환자 감소에 기여했다. 이밖에 룡천역 폭발사고에 따른 의약품 지원과 수해로 인한 긴급 식량ㆍ물자, 겨울철 연탄, 영ㆍ유아 지원 사업에도 앞장섰다.

■ 농ㆍ축ㆍ산림 협력 새장을 열다

농ㆍ축ㆍ산림 협력 사업 및 농촌 현대화 사업은 교류사업의 기반이다. 북한 오지인 양강도 지역 주민을 위해 지붕개량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경운기 지원 등을 통한 농업 현대화를 모색했다.

보통강구역 운하동 공장지대(2천314㎡)에 건립한 평양 식품가공공장 지원 사업은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지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곳은 매년 냉면 1천800t, 당면 700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경기도 최초의 남북공동협력인 이 사업은 대북사업의 초석이 됐다. 북 농업기반을 세우는 벼농사 시범사업도 큰 성과다.

평양시 룡성구역 농지 3㏊를 시범적으로 경작해 분단 이후 최초로 남ㆍ북측이 한데 어우러져 벼를 수확하는 등 남북농업협력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양 당곡리 농경지 100㏊(30만평) 경작과 함께 도정공장, 농기계 수리센터 등 농업기반시설을 조성, 북한주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킨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자원 순환형 축산지원사업은 혁신이다.

이 사업은 현대화 시설의 양돈장을 조성해 이 곳에서 발생한 축분을 시설채소재배시설의 거름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축분발전으로 활용, 주민 실생활에 접목한 것으로 그동안의 개발지원사업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시도다.

여기에 북한의 황폐화 된 산림 복원사업으로 개성시 개풍 양묘장(연면적 2천250㎡)을 조성했다. 도는 2007년부터 4년동안 6㏊에 연간 150만본을 조림, 북한 자체 묘목생산 기반 조성을 통한 산림 녹화사업의 전초 기지를 구축했다.

■ 사회ㆍ문화 넘어 국제협력으로

경기도는 농업, 보건의료, 인도적 지원분야에서 형성된 북측과의 신뢰는 문화ㆍ예술, 스포츠 교류로 발전했다. 분단 전 경기권역인 개성의 옛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한옥 보존사업이 대표적이다.

민족 공동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남북공동사업으로서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도는 개성한옥 보존을 위한 국제공동학술회의, 학술조사, 복원 시범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5·24 조치 이후 침체한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물꼬를 트는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화통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 남북 유소년 축구대회도 열었다.

특히 2002 월드컵 대회기간 중에는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의 상징 평화의 축구공 2002개를 동시 지원해 국내ㆍ외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8년 10월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열린 대회는 북한 4·25체육단 축구대표팀이 참가, 경수 유소년축구클럽과 친선 경기를 치렀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 및 통일정책, 북한의 사회경제 발전과 국제협력, 경기도 남북교류 10년 평가 등 7차례에 걸쳐 국제회의도 했다. 도는 이 같은 다양한 국제회의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국제적 협력방안 모색, 효과적인 북한 개발지원 방안 및 대북 지원 전략 등을 모색하고 있다.

■ 경기도 남북교류 청사진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발전해 왔다.

도는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긴급구호 차원의 물자지원 사업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북한과 민족 간의 신뢰 형성을 통해 개발지원 성격의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도는 접경지역 지자체로서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추진 동기가 있다. 따라서 도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 제도적, 사업적, 협력체계 등 3대 측면의 발전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으로는 지자체의 독자적 지위확보, 정부의 지자체를 포함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조항 포함 등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 대북지원 사업의 지역적 선택과 집중화, 재난관리를 중심으로 한 긴급구호지원과 개발지원의 연계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협력체계 측면에서의 도와 NGOㆍ지자체 협력체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협력관계를 지속해야 한다.

김창학기자


[Interview]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 사무국장

상호존중 ‘신뢰’ 큰 결실 인도적 대북지원 허용을

Q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 10년을 평가한다면.

A 경기도가 남북교류사업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금조성, 과단위의 조직을 신설했다는 것은 사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도는 민선 2기 때 교류사업을 추진하면서 준비기, 모색기, 실험기를 거쳐 이젠 정착기에 들어섰다. 북한과의 교류사업이 정착기에 들어선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524조치로 대북사업이 중단돼 그동안 쌓아온 경기도와 북한 간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어 안타깝다.

Q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성과는.

A 북한의 신뢰다. 경기도의 남북교류사업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나름의 개별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도의 일회성, 행사성, 일방적 지원보다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상호존중의 협력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북한의 신뢰를 얻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북한은 지금도 경기도와의 사업에는 토를 달지 않는다. 도의 계획적인 준비, 인도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접근과 제도적 뒷받침이 바탕이 됐다. 북측과의 신뢰기반을 구축하고 지원사업에서 주고받는 관례를 만들어 내 지자체 남북교류사업의 모범으로 꼽을 수 있다.

Q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교류사업이 좌우된다. 견해는.

A 우선 남북교류사업은 왜 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교류사업은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이다. 결국 다양한 현장에서 남과 북이 만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싸움도 일어나지만 화해와 용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 관계가 형성된다.

궁극적으로는 통일은 상호존중, 신뢰노력의 과정이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도적 개선 등 폭을 넓혀야 한다. 미국은 전략물자를 정해놓고 그 외의 물자에 대해 대북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가 (전략 물자를) 정해 놓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허락해야 한다.

김창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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