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가이드라인이 ‘납 트랙’ 불렀다

우레탄 유해성 검사 시행만 명시
첨가되는 부수자재 안내는 없어
일부선 폐타이어·촉매제 넣기도

납 기준치를 초과한 우레탄 트랙들이 학교는 물론 시민 체육공원 등 곳곳에 깔려 있어 시민들까지 위험에 노출(본보 7일자 1면)된 가운데, 정부가 우레탄 트랙 관련 품질기준을 추상적이고 형식적으로 만든 탓에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구멍난 우레탄기준에 맞춰 일부 업자들이 제멋대로 납 성분이 가득한 폐타이어나 촉매제 등을 사용해서다.

 

7일 환경부와 교육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11년4월 교육부와 환경부의 의견을 수렴, 운동장 등 학교 내 시설과 관련한 시공가이드(KS F3888-2)를 만들었다. 당시 인조잔디운동장 등에서 유해성 물질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를 관리할 지침이 없다는 지적이 일어서다.

 

그러나 관련 지침에는 탄성섬유, 탄성고무 등을 주로 다루고, 우레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은 탓에 지침이 시공과정에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에는 우레탄의 유해성 검사를 시행하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시공 과정에 첨가되는 부수자재까지는 검사하라는 안내가 없어서다. 

이에 시공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은 다량의 폐타이어를 섞거나 트랙을 빠르게 굳히게 하려고 촉매제를 섞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타이어와 우레탄촉매제의 경우 다량의 납 성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침이 유명무실화된 방증은 납 과다검출 학교현황만 보더라도 금세 확인된다. 기준 제정 이후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학교 중 납이 과다검출 된 현황을 살펴보면 ▲용인 남사중(2015년9월) 3천387㎎/㎏ ▲광명 서면초(2013년9월) 2천537㎎/㎏ ▲시흥 서해고(2012년5월) 1천630㎎/㎏ ▲용인 상현중(2012년1월) 2천17㎎/㎏ 등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인 90㎎/㎏를 훨씬 초과한 수치다. 즉 지침이 만들어진 이후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납 성분이 과다 검출되며 사실상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지침이 학교 ‘내’에만 국한됐다는 것이다. 같은 업체가 설치함에도 시민공원 등 학교 ‘밖’에 설치하는 우레탄트랙의 경우 해당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돼, 유해성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내 한 우레탄 제조업체 관계자는 “당시 2011년에 정한 지침이 탄성섬유 등에만 대상을 한정시켰고, 사실상 우레탄에 대해 빼놓았다”며 “또 기준에 강제성이 없어 시공과정에 일부 업체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납 성분이 있는 재료를 다량으로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은 “만들어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실제 트랙을 설치하는 시공사가 감독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 조사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김동수ㆍ조철오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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