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납범벅 트랙’ 달리는 아이들

도교육청, 기준치 초과한 학교에 뒤늦게 이용금지 조치
제재없이 활보하고 수십명씩 체육활동… 통제교사도 없어

과천 문원초교의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 납(Pb) 성분이 기준치를 30배 초과(본보 5월25일자 1면)한 것을 포함해 도내 183개의 학교 우레탄트랙이 ‘납 범벅 트랙’으로 드러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제의 학교명단을 공개하고 ‘이용금지’ 조치까지 취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이를 전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오후 2시께 고양시 원당중학교의 운동장은 체육활동을 하는 학생 수십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곳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은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 보다 20배 가까운 1천710㎎/㎏ 이 검출된 곳인 탓에 전날 도교육청이 ‘이용중지’ 조치를 내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은 납 검출과 관련돼 흔한 노끈과 같은 어떠한 경고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납 범벅 트랙 위에서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일부는 뛰어다니고 나뒹구는가 하면 또 일부는 털썩 주저앉아 잡담을 나눴다.

 

최근 납 과다검출로 도내 학부모들이 큰 불안에 떠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곳 학교는 전혀 문제가 없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도내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날 도교육청이 이용중지 조치를 내렸으나 이날 용인 소현중(2천803㎎/㎏), 부천 원일초(1천997㎎/㎏), 수원 영생고(1천550㎎/㎏), 성남 초림초(1천261㎎/㎏), 고양 저동중(1천40㎎/㎏), 평택 현일초(991㎎/㎏) 등 도내 대다수 학교는 넓은 우레탄트랙 곳곳에 ‘사용금지’라는 푯말이나 현수막, 노끈 등이 곳곳에 눈에 띌 뿐, 이곳 학생들은 이를 전혀 신경쓰지도 않은 채 트랙위를 활보했다. 납 범벅 트랙 위에서 체육활동을 벌이는 아이들을 두고 제대로 통제하는 교사도 찾기 어려웠다.

 

도교육청이 납범벅 트랙을 두고 통제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지만 일선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고 구색맞추기에 급급해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구리 서울삼육고의 경우 학생들에게 운동장 이용을 전면 금지시켜 운동장은 통제가 잘 이뤄졌지만 한쪽 구석에 있는 우레탄으로 만든 농구장에서는 체육활동이 이뤄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학생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일”이라며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체육 교과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트랙 사용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빠른 시일내에 이 같은 혼란이 잠식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철오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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