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운동장’ 알고도… 반년간 뒷짐 진 정부

우레탄트랙 유해성 “통보했다-안했다” 환경부-교육부, 논란 일자 ‘책임회피’
학생들 발암물질 속 무방비 노출 당국 늑장대응에 학부모 불안 가중

경기도교육청과 학교의 방관 속에 도내 학생들이 운동장 우레탄 트랙의 납(Pb)에 무방비로 노출(본보 31일자 6면)된 가운데 정부 부처는 납 과다검출을 알고서도 ‘네탓 공방’만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의 수도권 학교 우레탄트랙의 중금속 실태 조사결과가 올 초 나왔음에도, 환경부는 교육부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받지 못했다’고 맞서면서 학생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1일 환경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5 ~12월동안 경기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 초등학교 25곳에 대해 운동장 우레탄 트랙의 중금속 실태를 조사했고, 이듬해 지난 1월 조사한 25곳 중 13곳이 한국산업표준(KS)의 기준치 90㎎/㎏을 초과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납 과다 검출이 운동장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안전에 큰 위협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즉각적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환경부는 해당 결과를 교육부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태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당사자인 교육부에 문제의 학교들을 미리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그런 사실없다’고 맞서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환경부가 비공개 진행을 원칙으로 한 탓에 지난 3월 환경부 발표를 통해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선제조치가 시급했던 13곳의 학교를 두고 중앙 부처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해당 학교 학생들의 안전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1월 문제가 됐다고 지적된 13곳의 학교들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지지 않은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상황은 심각하지만 여전히 교육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인 S중학교 관계자는 “교육부가 공문으로 알아서 대처하란 식으로만 말했을 뿐이다. 당장 체육교육을 시켜야하는데 뭘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우레탄 트랙을 정비하는데 800만~1천만원이 드는데 예산 확보 역시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 행정 당국의 늑장대응에 학부모 측 반발도 거세다. 이민애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이번 사태는 교육행정기관의 학생들 안전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지부 차원에서 도교육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교육부가 이번 사태를 인지한 지 한참 됐음에도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무척 한심스럽다”며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헤아려 조속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4월 도내 399곳을 포함한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이 있는 전국의 일선 학교에 유해성 검사를 시행, 6월말까지 취합하라고 각 지방교육청에 통보했다.

조철오·구윤모·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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