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이하 납도 위험… 성장기 인지발달에 악영향”

전문가들 ‘납 범벅 학교 우레탄 트랙’ 위험성 경고
“장시간 노출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유발”
“공기중 떠다니는데 바닥만 조사… 실효성 의문”

▲ 구리시의 한 고등학교가 납성분이 과다 검출된 우레탄 트랙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학생들을 운동장 한켠에 설치된 농구장 등에서 체육 활동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우레탄으로 만든 것으로 밝혀지면서 난감해 하고 있다. 여승구기자
학교 운동장 내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과다 검출된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상의 납이 인체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 이들은 교육 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에 이뤄진 전수조사 방식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했다.

 

정진용 동아대학교 중금속노출 환경보건센터 사무국장은 특히 성장기 학생들의 인지능력 발달을 크게 위협한다고 했다.

 

정 사무국장은 “환경보건학적으로 학교 내 아이들을 ‘민간취약계층’으로 분류한다”며 “성인의 경우 인지능력 발달이 끝났지만 어린이·청소년 같이 성장기 학생들의 경우 인지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혈중 납 농도 수치와 인지능력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납 농도가 짙을수록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이를 수치화 하면 혈중 납 농도 10ug/dL마다 IQ가 평균 2~3점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미미한 농도라도 체내에 존재하면 건강에 큰 위해성을 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연달아 발표되는 등 기준치 이하의 납까지도 인체에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안연순 동국대 일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도 납이 아이들에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납이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유럽 지역의 연구를 살펴보면 납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IQ가 낮다는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납이 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교육 당국이 일선학교에 내놓은 대책들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납 중독은 공기와 섞여 분진으로 떠다니는 탓에 호흡기를 통해 이뤄지는데 교육당국은 △트랙 위에 앉지 않기 △트랙에서 돌아오면 손씻기 △우레탄 트랙 파손 부위와 접촉하지 않기 등 피부 접촉에 예방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나마 교육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납 자체에 노출 된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납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탓에 분진측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재범 아주대학교 산업의학과 교수는 “납 성분은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닌다”며 “이번 조사는 대기 중 포함된 중금속 성분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바닥만 검사해 제대로 된 조사로 보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박교수는 납에 장기간 노출됐을 시 보통 혈액 조혈기 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빈혈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중추 및 말초신경계 등 다양한 곳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철오ㆍ한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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