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마주한 남북정상, 시종 여유와 배려…감성레토릭 화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날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65년 분단의 세월로 인한 긴장감도 감지됐지만 대화는 시종 배려와 여유가 서려 있었다. 특히 거침없는 행보 사이사이에 한반도의 봄을 체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레토릭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군사분계선을 걸어 내려오는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예정에 없던 깜짝 월경이 이뤄졌다.
또한 문 대통령이 호위하는 전통 의장대를 소개하며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곧바로 화답,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회담장소인 평화의집에서도 세심한 대화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1층 로비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며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 물었고,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 환담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뒷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림에 있는) 서로 ‘사맛다’라는 말은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면서 “사맛다의 ‘ㅁ’은 문재인의 ‘ㅁ’, 맹가노니의 ‘ㄱ’은 김 위원장의 ‘ㄱ’”이라며 해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두 정상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지만 대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우리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며 농담을 건넸고, 문 대통령은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며 부드럽게 맞받았다.
김 위원장은 또한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고 속내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와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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