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책읽기 열풍이 일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루해진 사람들이 책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바야흐로 ‘혼공’(혼자 공부하기)의 시대를 살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이용한 원격수업을 하면서 바깥 활동이 줄어든 데다 운동 시설 출입도 힘든 요즘 학생들이 책을 통해 내면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 코로나19로 답답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있는 가운데 실내 취미활동 중에서도 으뜸인 ‘독서’로 코로나블루를 극복하고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고 있는 학생들의 코로나시대 독서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침묵의 봄’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
‘화학살충제’ 위험성 파헤쳐
우리는 생활 속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화학 약품을 사용한다. 인간은 환경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변화시키기 위해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살포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곤충들은 모두 박멸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간이 뿌린 살충제가 그대로 인간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achel Carson)의 책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著ㆍ에코리브르 刊)은 살충제로 인한 피해들을 낱낱히 밝힌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화학 약품을 이용해 곤충들을 죽였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캘리포니아에 있던 클리어 호수의 사례다. 클리어 호수에서 낚시를 하던 낚시꾼들은 ‘각다귀’라는 곤충을 없애기 위해 호수에 0.02ppm의 맹독성 살충제 성분인 DDD(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를 투입했다. 호수에 살던 농병아리가 죽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 농병아리의 몸속에서는 무려 1천600ppm의 DDD가 검출됐다. 각다귀만 죽이기 위해 아주 적은 양의 살충제만 투입했을 뿐인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연결돼 있다. 물고기는 플랑크톤을, 농병아리는 물고기를 먹고 살아간다. 이 호수에 투입됐던 DDD의 양도 먹이사슬이 진행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던 것이다. 플랑크톤에서는 5ppm의 DDD가, 메기에서는 2천500ppm이나 되는 DDD가 검출됐다. 이 메기가 낚시꾼을 통해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다면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개미에게도 살충제는 예외 없이 적용됐다. 미국에서 불개미는 단 2개 주에서만 주요 해충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불개미가 인간에게 굉장히 큰 해를 입히는 곤충이라고 포장한 후 대대적인 박멸에 들어갔다. 피해는 단순히 동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침묵의 봄’ 속 사람들은 생명에 위협이 되지도 않는 생물들을 오로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온갖 살충제를 사용해 죽인다.
살충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화석 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생태계를 점점 죽음으로 몰아가는 주범이다. 우리는 아직도 ‘불필요한 파괴’를 일삼고 있다.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는 건 동식물들이겠지만 그 다음은 인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한 것들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50여 년 전 카슨의 호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재윤(오산 운암고)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절절한 고백·용기 있는 외침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직업
최근 코로나19로 의료진들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언론 매체, 캠페인 활동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누군가는 의료진들을 전사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이 저승사자와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중에서도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가?
나도 꿈이 간호사지만 뭉뚱그려 생각하고 제대로 알아보진 않았다. 드라마나 영상 매체에서는 항상 의사의 일상, 결정 과정이 더 주목받았으니 병원에서 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생각했다. 그런 내가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김현아 著ㆍ 쌤앤파커스 刊)라는 책을 우연히 읽고 나서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많은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강도 높은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과 처우도 모자라 많은 병원에서 간호사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었다. 병원 내 간호사들의 대우는 심각했다. 간호사들은 화장실에 가지 못해 방광염이 걸릴 수도 있고, 한 달에 보름을 12시간 넘는 밤 근무를 하며, 쉬는 날 갑자기 자리를 비운 간호사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 잠 한숨 못 잔 지친 몸으로 또다시 밤 근무에 나설 수도 있다. 때론 자신이 해야 할 일까지 간호사들에게 미루는 의사가 있을 수도 있으며, 그런 의사에게만 호의적인 환자와 가족들에게 멱살도 잡힐 수 있다. 지금처럼 예고도 없는 전염병이 전국, 세계를 뒤덮어 백신 없이 버텨야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에선 ‘삶과 죽음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내 환자를 삶으로 끌어오는 일을 하고 싶었다’라고 답을 말한다.
책이 나왔을 당시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간호사들의 인권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엔 메르스가 종식하고 난 후였는데 그때 힘쓴 작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코로나 최전선에서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현아 간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 매체에서 말하듯이 많은 의료진이 의료지원을 신청했다. 덕분에 지금은 완치율도 높아졌으며, 세계 각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대처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선뜻 지원한 의료진분들의 도움이 코로나19 대처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의사 뒤에서 묵묵히 환자들을 보살펴주고 치료해주고 있었다. 물론 의사들도 큰 도움을 우리에게 주고 있지만 아직까진 우리 사회에서 간호사에 대한 복지, 사회적 인식이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기에 앞으로 간호사의 인권 수호와 처우 개선에 진전이 있길 바란다. 우리도 간호사를 단지 의사의 보조가 아닌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로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서가형(파주 봉일천고)
‘페인트’
만약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부모·자녀의 ‘좋은 관계’ 길잡이
책 ‘페인트’(이희영 著ㆍ창비 刊)는 대한민국이 초저출산 시대에 이르렀을 때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거기에 더해 아이들을 버리는 부모들까지 등장한다. 결국 국가가 내놓은 정책은 ‘nation‘s children’ 즉, 국가가 아이를 보살핀다는 것. 이곳을 줄여서 ‘NC’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6살부터 부모 면접을 본다. NC 아이들 말로는 페인트, Parent’s interview를 말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6살 이상의 아이들은 페인트를 통해 부모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책은 우리에게 단지 ‘부모님이 있는 건 좋은 것이고 감사해야 한다’라는 일차원적인 교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좋은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리고 완벽한 자식도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좋은 관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지 않을 수가 없다. 하물며 사람이 아닌 동식물, 곤충과도 관계를 맺는다. 우리는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한 사람이라도 같은 사람은 전혀 없다. 그런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우리의 ‘다름’이 만나는 것이다. 우리의 그런 곳들이 만나서 부딪히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좋은 관계가 맺어질 것이다. 우리가 가족과 부딪히든, 친구와 부딪히든 그것은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인트처럼 각기 다른 색이 섞여 아름다운 색을 만들듯이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좋은 관계란 결국 ‘사랑’이 전부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사랑하면 부딪힌다. 하지만 부딪힘으로 끝나지 않고 나의 모난 곳을 ‘너’를 위해 다듬는다. 그리고 다시 부딪힌다. 다시 모난 곳을 다듬는다. 이것이 반복되며 결국 서로는 좋은 관계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나와 좋은 관계에 놓이게 된 사람은 누구일까?
나쁜 관계의 사람들만큼이나 많으니 딱 한 명만 이야기를 하겠다. 바로 내 친구 지빈이다. 지빈이와는 정말 많이 부딪혔고, 또 지금까지도 부딪히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지빈이를 위해, 지빈이는 나를 위해 행동한다. 정말 좋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난 더욱 확신하게 됐다. 요즘 세상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의 눈초리가 존재한다. 겉으로는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나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나와 같은 청소년들은 이런 관계에 더 신경 쓰고 더 예민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우리가 힘쓰고, 좋은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민경(양평 새이레 기독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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