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 의결한 사무 중 절반...법제화 요청 단계에 머물러 특례시 지원 전담기구 설치...지방시대위원회 구속력 강화
원활한 특례시 권한 이양을 위해 ‘개별법령 제·개정’이 시급하다.
그러나 법 개정 여부는 각 부처의 의지에 달려 있어 자치분권위원회의 의결이 있더라도 권한 이양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실제 자치분권위원회가 이양을 의결한 18개 사무 중 9개는 아직 법제화 요청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양이 결정된 9개 사무는 △물류단지의 개발 및 운영 △지방관리 무역항의 항만시설 개발 및 운영 △지방관리 무역항 항만구역 안에서의 공유수면관리 △산지전용 허가 등 △환경개선부담금에 관한 사무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구성 운영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등 △관광특구 지정 및 관리 권한 △신기술 창업집적지역 지정 협의 등이다.
특례시 지정 1년이 넘어가지만 항만 관련 사무 2건을 제외하면 7개의 실질적인 권한만 넘겨 받은 것에 불과하다.
특례시 관련 ‘지방시대위원회’가 구성 단계에 머물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활발히 이뤄져야 할 권한 이양 심의는 전면 중단됐다. 단위 사무가 많은 만큼 심의 과정에서 각 부처와 광역지자체, 특례시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면서 심의 자체가 지연돼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7~12월 운영된 ‘특례시지원협의회’ 같은 전담기구를 즉각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분명 누군가는 특례시 활성화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게 붕 떠 있는 실정”이라며 “특례시 권한 이양이 늦어지는 원인이다. 특례시 지원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앙정부의 확고한 자치분권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치분권위원회를 대신할 지방시대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그간 자치분권위원회가 권한 이양을 의결해도 부처 간 이견 탓에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자치분권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곧 구성될 지방시대위원회에는 충분한 구속력이 주어져야 한다”면서도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해 좋은 결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권한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소 회장은 “권한이 가면 돈도 따라가야 하는데, 돈이 안 가면 특례시는 일만 떠안게 되는 셈”이라며 “결국 특례시의 재정자립도는 더욱 낮아지고 업무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 연구원 역시 “특례시 입장에선 분명 그에 준하는 권한과 지위, 그리고 재정이 필요하다. 재정이 있어야 특례시민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시정 또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상일 “특례시지원특별법안 마련 최선”
“특례시 출범 1년, 특례권한을 확보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인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특별법 제정과 특례시 지원기구 설치 등 특례시의 실질적인 특례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특례시가 공식 출범했지만 ‘특례시’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다른 기초자치단체와의 차별적 권한 확보가 미진해서다.
4개 특례시(용인, 수원, 고양, 창원)는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시 진해해양공원에서 ‘2022년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비롯해 전국 4개 특례시 시장들은 이날 전국대도시연구원협의회가 수행한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 기초연구’ 최종 보고를 경청하고 특별법이 담아야 할 핵심 사안과 입법 추진을 위한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상일 회장은 “4개 특례시 시정연구원은 공동연구를 통해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선례와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 관련 기초연구를 완료했다”며 “추가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특례시지원특별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례시지원특별법에는 특례시의 법적 지위 규정, 조직·재정 등 포괄적 특례권한 명시, ‘특례시지원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는다. 특례시를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으로 명확히 분류해 법적 지위와 실질적 권한 확보 및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특례시지원특별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특례시 권한 확보에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간담회’에 참석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 특례시장 대표를 지방시대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시켜 특례시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특례시가 이미 얻은 특례 권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같은 달 6일에도 특례시 시장들과 이 장관의 간담회를 마련해 특례시 권한 강화에 대한 다섯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 네 가지의 수용안을 적극 지원받기로 했다.
이상일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장은 “정부의 6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에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등을 따로 보지 않는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특례시 출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행정력을 강화하고 특례시지원특별법의 조기 제정으로 특례권한을 확보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특례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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