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아시아 영화 작가들은 한계점(edge)에 도전하는 실험정신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20년간 볼 때 아시아가 할리우드에 미친 영향이 지대합니다." 세계적인 인디영화 축제 미국 선댄스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18년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제프리 길모어 위원장이 아시아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27일 개막한 2007 EBS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의 심사위원장을 맡아 내한한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도곡동 EBS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IDF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준 있는 작품들을 상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번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9월2일까지 열리는 EIDF에서 길모어 위원장은 경쟁부문 심사와 함께 28일에는 '미국 독립다큐,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마스터 클래스도 펼친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을 다시 찾은 소감이 어떤가. ▲1986년에 UCLA의 한국 시네마테크를 위해 처음으로 찾은 이후 부산영화제 참가 등으로 10번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에 관심과 열정이 많다. 사실 이번에 심사위원장 제안을 받고 도저히 시간이 안될 것 같았는데 서울이라는 도시를 매우 좋아하고 EIDF가 세계 여러 영화제 중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퀄리티와 매력을 갖고 있어 수락하게 됐다. --EIDF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EIDF는 일반 관객과 심사위원들이 함께 심사하는 방식이 독특하며 무엇보다 TV로 동시에 영화제를 진행하는 방식은 앞으로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 어느 나라에서든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만나기란 어렵다. 물론 최근 들어 마이클 무어의 작품들이나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등은 극장에서 상영할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하물며 방송을 통해 이런 영화들이 상영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 점에서 EIDF를 영화제의 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영화제가 TV와 동시에 진행되는 장점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방송과 극장이 손잡고 영화를 개봉하는 추세다. 이는 영화의 상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상영하는 플랫폼은 접근성(visibility:가시성)의 의미인데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영화를 관객이 6개월에서 10개월 후 극장에서 상영할 때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아니라, 화제가 되고 있는 바로 그때에 TV를 통해 볼 수 있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떠오르는 새로운 영화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영화를 대중에 노출시키는 플랫폼인데 TV와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영화를 최대한으로 노출하고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선댄스 영화제에 대해 설명한다면. ▲선댄스는 다큐멘터리와 일반 영화를 똑같이 취급하는 세계 유일의 영화제다. 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제경쟁부문 역시 다큐와 일반 영화를 똑같은 비중과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영화제들처럼 다큐멘터리를 구색 맞추기용으로 선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자부한다. 내 상사(Boss)인 로버트 레드퍼드도 "선댄스에서 와서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면 다큐를 보라"고 말한다. --아시아 영화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UCLA 필름스쿨 재학시절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본 영화나 초기 중국 영화를 아카이브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전형적인 유럽 영화들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지난 세기에 출현한 영화 중 가장 훌륭했던 영화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아시아라고 답하겠다. 공포, 미니멀리즘, 갱스터, 예술영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아시아 영화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 또 아시아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도 높이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나 왕자웨이 감독을 봐도 아시아 감독들은 장르나 영화 산업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만든다. 늘 실험을 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래서 때로는 '괴짜(crazy)' 소리도 듣는다. 반면 서양 감독들은 2년마다 같은 작품을 반복해서 생산하는 데 그것에 질렸다. 물론 미국 독립영화 중에도 좋은 작품이 많다. 그러나 결점도 많다. 그런데 아시아 영화는 아니다. 아시아 영화를 아주 오래 봐왔는데 이런 점이 나로 하여금 아시아 영화에 대해 열정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아시아 영화 작가들은 한계점(edge)을 넘어서는 실험정신을 발휘한다. 최근 20년간을 볼 때 아시아가 할리우드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 올해 나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거의 대부분 아시아 영화의 재창조다. 물론 그 반대도 있지만 지금 할리우드에서는 장르의 재발명(reinvention)이 아시아 영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구체적인 예가 있나. ▲어떤 작품이 어떤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콕 집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특수효과, 무술 장면, 카메라 워킹 등을 볼 때 총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이나 '매트릭스'를 보면 홍콩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지 않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점차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혼합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역시 아시아 영화의 영향이다. 아시아 영화는 장르를 갖고 논다. 쿠엔틴 타란티노도 아시아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훔쳐왔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가. 할리우드 영화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톰 크루즈는 더 이상 세계 최고의 스타가 아니다. 그는 구세대의 아이콘이다. 우리는 새로운 스타와 이야기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EIDF 초청작 중 지난해 선댄스에서 상영된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추천할 작품이 있다면. ▲'영혼의 병 거식증' '어느 미군 병사의 짧은 삶' '빅 할아버지와 수녀' '행복의 적들' '당신의 생선은 어떻습니까' '블랙 골드' 등 많은 작품이 지난해 선댄스에 소개됐다. 모두 수작이다. 특히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인 닉 브룸필드의 작품이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연합뉴스)10월 4일 개막되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유일한 장편 경쟁부문으로 아시아 신인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새로운 물결(뉴 커런츠)'의 심사위원장에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다리우스 메흐르지(Dariush MEHRJUI) 감독이 위촉됐다고 PIFF 조직위가 27일 밝혔다. 심사위원으로는 우리나라의 이창동 감독과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쥬(Cristian MUNGIU) 감독, 세르비아공화국의 고란 파스칼레비치(Goran PASKALJEVIC) 감독, 중국 배우 위 난(Nan YU)이 선정됐다.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은 1939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출생으로 두 번째 작품인 '소(The Cow)'로 1971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들 심사위원은 영화제 기간에 '최우수 아시아 신인 작가상' 3편을 선정하게 되는데 수상작에는 3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PIFF 조직위는 또 우리나라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우수작 1편씩을 선정, 각각 1천만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선재상'의 심사위원으로 최하동하 감독과 김일권 프로듀서, 이송희일 감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15회 춘사대상영화제'가 다음달 6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다. 24일 이천시에 따르면 춘사대상영화제를 공동주최하는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협회와 이천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영화제 공개 시사회와 전야제, 시상식 등 주요 행사를 이천시 설봉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기로 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42편이 참가해 지난 22일부터 예선심사가 시작됐으며 본선심사는 9월3일부터 7일까지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예정돼 있다. 9월6일부터 12일까지 본선진출작에 대한 공개 시사회가, 시상식 전날인 13일에는 전야제 특별공연이 각각 이천에서 펼쳐진다. 전야제와 시상식은 YTN스타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영화제 홍보대사에는 배우 조한선과 유인영이 위촉됐다. 춘사대상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올해는 춘사 나운규 선생이 타계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영화제 개최도시인 이천에 영화인 거리를 만들어 춘사 선생의 동상을 세우고 설봉공원 호수에 배를 띄우는 등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선구자인 춘사(春史) 나운규(1902-1937) 선생의 영화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부터 한국영화감독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 영화제는 지난해 '춘사나운규영화예술제'라는 명칭을 '춘사대상영화제'로 변경해 처음으로 이천에서 열렸다.
한불일 합작영화 '도쿄'(가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에피소드 '흔들리는 도쿄'에 일본의 청춘스타 아오이 유(蒼井優)가 출연한다고 영화제작사 스폰지가 23일 밝혔다. '도쿄'는 한국의 스폰지와 프랑스의 콤 데 시네마, 일본의 비터스 엔드 등 3개국 영화제작사가 공동 제작하는 영화 프로젝트로, 한국의 봉준호 감독과 프랑스의 레오 카락스, 미셸 공드리 감독이 한 개씩의 에피소드를 맡는다. 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에피소드 '흔들리는 도쿄'에는 아오이 유와 함께 가가와 데루유키(香川照之), 다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 등의 일본 배우가 출연하며 내년 개봉을 목표로 이달부터 촬영에 들어간다./연합뉴스
(연합뉴스) 정려원ㆍ봉태규 주연의 코믹멜로물 '두 얼굴의 여친'(감독 이석훈, 제작 화인웍스)은 여러모로 6년 전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케 한다. 겉으론 얌전하고 여려 보이는 여자친구가 실은 실연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다중인격'이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 시도때도 없이 여자깡패 같은 성격으로 돌변해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하지만 6년 전에 선보였던 영화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2007년의 진화된 관객이 어떻게 보아줄지는 의문이다. 대학 7학년 '백수'에 누나집에 얹혀사는 구창(봉태규)은 돈 몇 천 원이 없어 남들이 먹다 남긴 과자부스러기를 주워먹고 사는 한심하고 '찌질한'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학교 식당에서 주인 잃은 지갑을 발견하고 배가 고픈 나머지 지갑에서 3천 원을 꺼내 밥을 사먹다가 지갑주인인 아니(정려원)에게 들켜버린다. 그날부터 계속 구창 앞에 나타나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아니.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와 키스 한번 못해본 구창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귀여운 아니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난생 처음으로 애인을 사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구창은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슬퍼하는 아니를 위로한답시고 짐짓 남자스러운 척하며 달래주다가 적당히 분위기가 조성되자 키스를 시도한다. 한참 키스에 몰입하려던 찰나, 갑자기 눈을 번쩍 뜬 아니는 키스 도중 구창의 혀를 물고 늘어지더니 순식간에 태도를 180도 돌변해 구창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다. 아니의 몸속에 있던 또 다른 인격인 하니가 된 것. 하니는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아니와는 정반대로 껄렁껄렁한 말투와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면서 불량배들과 1대4로 붙어도 거뜬히 해치우는 선머슴 같은 여자다. 시도때도 없이 돌변해 나타나는 하니 때문에 구창의 얼굴엔 멍이 가실 날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니는 구창의 멍든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어디서 다쳤느냐고 되물어 구창을 당혹스럽게 한다. 영화는 안봐도 뻔한 스토리대로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약간의 반전과 감동 모드를 거친 뒤 예상 가능한 해피엔드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추석 시즌용으로 기획된 코미디물이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겠다는 예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독창성이라든가 참신한 영화적 상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6년 전 선보인 영화의 아류작 같은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다. 남녀 주인공이 지하철에서 처음 조우한다든가 여주인공의 엽기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다 대고 토사물을 게워낸다는 설정도 참신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듯하다. 영화의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는 정려원이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의 매력을 따라갈 수 있느냐 하는 부분도 관심거리지만 '엽기적인…'에서 보여준 전지현의 매력이 워낙 강렬해 정려원 또한 나름대로 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산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9월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김지수가 탁재훈과 함께 10년지기 친구로 호흡을 맞춘다. 김지수와 탁재훈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젯밤에 생긴 일'(감독 윤여창, 제작 KM컬쳐)의 남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주로 멜로물에 출연하며 단아한 이미지를 자랑해온 김지수는 술만 마시만 '필름이 끊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고뭉치 유진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최근 영화배우로 맹활약하고 있는 탁재훈은 유진의 사고 처리를 담당하는 친구 철진 역을 맡았다. 염정아와 공연한 '내 생애 최악의 남자'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영화 '어린 왕자'를 촬영 중이다. '어젯밤에 생긴 일'은 올 가을 크랭크 인해 내년 상반기 개봉할 예정.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최근 타계한 대만 영화감독 에드워드 양이 선정됐다고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이 22일 밝혔다. 올해 6월 향년 60세로 타계한 에드워드 양 감독은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끈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독창적인 미학으로 아시아영화의 위상을 격상시킨 주역이었다고 부산영화제 사무국은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영화제 기간에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추모전과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시아 영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2003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시작됐으며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대만의 허우샤오셴, 일본의 NHK, 홍콩의 류더화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뉴욕을 사랑하고 뉴요커들의 삶을 동경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성감독인 마리아 매겐티의 로맨틱 코미디 '푸치니 초급과정'(원제 Puccini for Beginners)은 뉴욕을 위한, 뉴욕에 의한, 뉴욕의 영화라 할 만하다. 다양한 유형의 사랑에 번민하고 방황하는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사랑 이야기가 지극히 뉴욕적인 영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인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레즈비언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헤어진 두 명의 레즈비언 애인과 헤어지기 일보 직전인 레즈비언 애인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 알레그라와 달리 그녀의 전ㆍ현 레즈비언 애인들은 오페라에 별로 흥미가 없다. 결국 사귀고 있던 애인마저 평생을 함께 보낼 남자와 결혼하겠다며 알레그라를 떠나버리자 알레그라는 깊은 외로움과 허전함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필립(저스틴 커크)은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오페라를 따분하게 생각했던 그녀의 레즈비언 애인들과는 달리 컬럼비아대 철학과 조교수인 필립은 오페라를 좋아할 뿐 아니라 좋아하는 책까지 알레그라와 취향이 닮아있다. 알레그라는 '레즈비언인 내가 이래서는 안돼지'라고 자신을 추스르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여자들보다도 마음이 잘 통하는 필립에게 점점 끌리는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한편 필립과 데이트를 시작할 무렵 오래된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해하는 그레이스(그레첸 몰)를 우연히 알게 된 알레그라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레이스 역시 비슷한 상처가 있는 알레그라에게 남자친구에게선 느낄 수 없던 다정다감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본격적인 레즈비언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귀게 된 알레그라의 이상한 연애생활은 점점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는데…. 영화는 여류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을 바탕으로 동성애와 이성애, 혹은 양성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뉴욕적인 배경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라든가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파티모습, 뉴요커들이 이성에게 접근하는 방식, 뉴욕의 거리와 고풍스런 고서점, 뉴욕에 있는 일식당, 센트럴파크에서의 한가로운 휴식 등은 오늘날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미드족, 혹은 뉴욕 동경론자들을 위한 덤이다. 자칫 알맹이가 없는 하급 코미디로 전락하기 십상인 소재를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9월6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에든버러=연합뉴스) 영국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영국을 방문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복수 3부작으로 잘 알려진 박 감독은 19, 22일 두 차례 에든버러 카메오 극장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선보이고,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 감독은 "5년 간 복수 3부작을 만들면서 마음이 황폐해진 느낌이 들어 기분 전환차 만든 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고 소개하면서 "12살 난 딸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한 박 감독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무 데나 사용되고, 무의미해져가고 있다"며 "그래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동정심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가수 비에 대해 박 감독은 본인이 찾아와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해 쉽게 캐스팅했다며 "비는 어떤 연기를 주문하든지 겁을 내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잘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의 에든버러 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4년 '올드보이'로 이미 에든버러를 찾았었다. 박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더 타임스, 가디언, 메트로 등 영국 신문과 잡지 10여개와 빽빽하게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로 영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올드보이'는 관객들로부터 열광을 받았지만, 그만큼 혐오도 받았다"는 박 감독은 "젊은 시절 영화인 '올드보이'는 미숙한 대신 에너지와 흥분이 있다면, 싸이보그는 영화적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를 영국에 소개하고 있는 영화배급사인 타탄은 복수 3부작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영국 시장에 소개했고, 올 12월이나 내년 1월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영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특히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관객 반응이 매우 좋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원래 영국 문학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으며, 조셉 콘래드를 특히 좋아한다"는 박 감독은 "펑크와 고딕 문학 전통 탓인지 영국인들이 제 영화를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올 11월 영국 런던, 옥스퍼드, 워릭 3개 도시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제인 '코리아 필름 2007'의 초청을 받아 다시 영국을 방문한다. 이 영화제에서는 다른 한국 영화들과 함께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박 감독 작품 3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15∼26일 열린 올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는 이 영화와 함께 김기덕 감독의 '숨', 임상수 감독의 '오래 된 정원',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등 4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에든버러 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국에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가장 큰 행사의 하나인 뉴욕한국영화제가 21일 개막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뉴욕한국영화제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주관, 헬리오의 주최로 뉴욕의 시네마빌리지, IFC센터, 뱀로즈시네마텍 등에서 9월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미녀는 괴로워', '왕의 남자', '사생결단' 등 16편의 일반영화와 공포영화 8편, 독립영화 15편 등이 상영된다. 또한 임권택 감독의 회고전도 열려 '장군의 아들', '축제' 등 임 감독의 영화 4편이 선보인다. 이 기간에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 등은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한편 토론회 등에도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