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섬, 주민 17명, 그런데 자꾸만 사람이 죽는다…새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고립된 장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십여 명의 등장인물, 그 속에 살인범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계속되는 살인, 차례 차례 드러나는 등장 인물들의 비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비롯해 추리 소설과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플롯이다. 물론 같은 설정이라고 해도 어떤 장소, 어떤 인물, 그리고 어떤 반전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클리셰(반복)’라기보다는 고전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극락도 살인사건’(감독 김한민, 제작 두엔터테인먼트)도 정확하게 이 플롯을 따른다. 클리셰로 치부되거나 고전의 새로운 해석으로 보여지거나, 두 갈래의 기로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주민 17명이 사는 작은 섬 극락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김노인의 칠순 잔치로 마을 전체가 떠들썩했던 다음날 아침, 합숙소에서 화투파을 벌였던 두 명의 송전기사가 시체로 발견된 것. 사람들은 함께 화투판에 있었던 마을 잡일꾼 덕수부터 의심하지만 그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 의심은 보건소 소장 제우성(박해일), 마을 이장(최주봉), 지능이 약간 모자란 청년 춘배(성지루), 미녀 교사 귀남(박솔미) 등에게로 차례로 옮겨간다. 그런 가운데 춘배가 사건과 관련이 있는 듯한 쪽지를 발견하면서 사람들의 의심과 긴장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배경과 인물 설정 위에서 예측 불가능한 스릴러를 펼쳐보이려고 노력한다. 유심히 보면 초반부터 의심스러운 사람이 눈에 띄긴 하지만, 결말에 가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게 공들인 흔적이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펼칠 때에 비해 수습할 때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은 문제다. 다 보고 나서 곰곰히 생각하면 아귀가 얼추 들어맞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에서는 만족스러울 만큼의 설명을 얻을 수 없는 것. 영화사의 보도자료를 보면 시나리오 상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듯하다. 편집 과정에서 얼개가 엉성해진 모양인데 그렇다 해도 관객이 그 점을 참작하면서까지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12일 개봉.

‘왕의 남자’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가 1일 폐막한 제9회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도빌아시아영화제는 이탈리아의 우디네영화제와 더불어 유럽에 존재하는 2대 아시아 영화제로 아시아 영화의 유럽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유명 감독 브누아 자코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은 비평가상을 받았고, 김영준 감독의 ‘무영검’, 류승완 감독의 ‘짝패’, 조동오 감독의 ‘중천’ 등이 액션아시아 부문에서 경쟁을 벌였다. 파노라마 부문에서는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이 상영됐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특별전이 함께 열렸고 북한 실상에 관한 다큐멘터리 3편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는 작품상을 받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2000년)와 ‘공동경비구역 JSA’(2001년), ‘파이란’(2002년)을 비롯해 액션아시아상을 받은 ‘아라한 장풍대작전’(2005년), 심사위원대상의 ‘여자,정혜’(2005년) 등이 있다. 지난 해에는 ‘달콤한 인생’과 ‘피터팬의 공식’이 각각 액션아시아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정부의 국제영화제 지원 까다로워진다

정부의 국제영화제 지원금은 주제ㆍ대상 등 성격별 1개 영화제로 한정하며 지원금의 규모는 총사업비의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문화관광부는 국제영화제에 대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올해 '국제영화제 지원지침'을 처음 도입해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년도 평가 결과를 적용해 100점 만점으로 50점 이상 획득한 기존 영화제와 5일 이상 개최하고 10개국 이상 국가의 영화 50편 이상 출품되며 외국영화 출품 비율이 전체의 50% 이상인 신규 영화제에 지원한다. 정부의 올해 국제영화제 지원금 예산은 총 38억 원으로 이 지침은 올해부터 적용된다. 신규 영화제의 경우 영화제 조직 및 관리 계획의 적절성을 따져 영화관련 기관 종사 유경험자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절반 이상이어야 하며 프로그래머 2인 이상 포함 상근 직원을 4명 이상 둬야 한다. 또 광역 지자체별로 1개 영화제 지원, 영화제의 주제나 대상 등 영화제의 성격이 유사한 경우 그 중 1개 영화제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국고 보조금의 규모는 총 사업비의 규모를 참작하되 국고 지원금이 개별 영화제 총사업비의 50%를 넘지 않도록 했으며 매년 제로베이스에서 지원금액을 결정하되 직전 연도의 국고지원액보다 2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영화제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관(단체)에 의뢰하거나 서류 검사, 전문가의 현장 실사, 설문 등을 통한 평가를 하게 된다. 한편 지난해 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는 2005년도에 이어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 부설 한국영상산업정책연구소를 통해 실시했다. 8개 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 결과 전년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우수한 영화제로 평가받았으며 전주국제영화제도 그 못지않은 평가를 받았다. 전년도보다 가장 많이 향상된 영화제는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로 조사됐다. 문화부 영상산업팀은 "지금까지 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이 일정한 기준 없이 이뤄져왔으나 더욱 객관적인 지침에 따라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제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의견과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의견이 나눠져 있는데 영화제의 숫자와 적정 규모에 대한 조사도 앞으로 용역을 통해 체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새영화> 디즈니표 3D 애니 '로빈슨 가족'

100%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로 세계 애니메이션계 판도를 바꿔놓았던 디즈니와 픽사스튜디오가 선보이는 또하나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로빈슨 가족'은 미래형 3D 애니메이션을 표방한다. '슈렉' '마다가스카'의 드림웍스와 불꽃 튀는 애니메이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디즈니는 픽사스튜디오와의 합병 이후 첫 작품인 '로빈슨 가족'을 통해 SF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1991년 출간된 윌리엄 조이스의 단편동화 '윌버 로빈슨과의 하루'를 원작으로 한 '로빈슨 가족'은 고아인 12살의 천재 소년 발명가 루이스가 미래에서 온 소년 윌버 로빈슨을 만나 미래세계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어릴 적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루이스는 아이디어 넘치는 발명품을 만드는 취미를 가진 12살 소년. 발명밖에 모르는 그는 입양 기회가 주어져도 입양 부모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엉뚱한 발명품만 자랑하는 탓에 매번 입양을 거절당한다. 낙담하던 루이스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기 위해 기억 재생 장치인 '메모리 스캐너'를 발명해 교내 과학경시대회에 출전한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악당 모자맨이 '메모리 스캐너'를 훔쳐가고 루이스는 과학경시대회에서 만난 또래 소년 윌버 로빈슨을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게 된다. 처음 디즈니는 윌리엄 조이스의 단편 원작을 실사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판권을 사들였으나 애니메이션부의 스티븐 J. 앤더슨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된다. 본인이 입양된 경험이 있는 앤더슨 감독은 비교적 단순했던 원작의 줄거리에 주인공 루이스의 이름과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설정, 악당 모자맨의 캐릭터 등을 새롭게 추가했고 더 나아가 고아로 자란 한 소년의 꿈과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담아냈다. 관심을 끄는 미래세계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1930~40년대를 풍미했던 산업디자인의 미래지향적인 트렌드를 차용해 창조했다. '로빈슨 가족'에서 표현된 미래세계의 움직이는 길, 이동 튜브, 모노레일 등은 완만한 곡선 형태의 건축양식이 반영된 디자인이며 색채 측면에서 보면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밝은 파스텔톤이 주를 이뤄 루이스가 살고 있는 어둡고 칙칙한 무채색의 고아원과 대조를 이룬다. 우중충하고 뾰족뾰족한 현실과 달리 알록달록하고 둥글둥글한 미래 도시에서 루이스가 만난 로빈슨 가족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개구리들을 노래 연습시켜 빅밴드를 꾸린 윌버네 엄마, 옷을 뒤집어 입고 자기 뒤통수에 눈코입을 그려 세상을 거꾸로 사는 할아버지, 디스코 댄스에 취한 할머니, 대포알 대신 대포 속에 자기 몸을 집어넣고 공중으로 솟는 삼촌 등이 커다란 집에 모여 시끌벅적하면서도 조화로운 일상을 꾸린다. 루이스는 고아로서 냉대당했던 현실과 달리 엉뚱하면서도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로빈슨 가족에게서 진정한 가족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이들 가족과 로빈슨의 관계는 나중에 밝혀진다. 픽사의 미래지향적인 캐릭터들로 줄곧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던 디즈니는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 전 수차례 강조하는 '쉬지 말고 정진하라(Keep moving forward)'라는 구절을 통해 전통적인 가족주의로 회귀한다. 디즈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생전에 남긴 이 문구는 기술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듯하던 애니메이션에 자못 교훈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1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책으로 보는 영화인들의 생생한 육성

현장의 목소리가 어떤 이론보다 강렬할 때가 많다. 직접 만드는 이들의 목소리에 현재를 관통하는 흐름이 실려 있으며, 그 흐름은 또 다른 이론을 창출해내기도 한다. 책 '시네마공장의 희망-한국영화 길을 나서다'(한길사 펴냄)는 감독, 배우, 스태프, 제작자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한국 영화계의 맥을 짚어본다. 인디컴 시네마의 김영석, 조진, 조태영, 이미진 씨가 2년 여에 걸쳐 다큐멘터리로 담았던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책으로 엮은 것. 총 47명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영화의 상업적, 비평적 성과를 정리하는 한편 획일화된 상업영화 체제, 몰락한 부가판권 시장 등 한국영화의 위기도 지적하고 있다. 1부 '영화에 꿈을 싣다'에서는 박찬욱 봉준호 임상수 이명세 허진호 홍상수 류승완 김태용 정윤철 장준환 감독과 음악감독 조성우, 무술감독 정두홍, 촬영감독 김형구ㆍ정정훈, 미술감독 류성희 씨가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목표와 소망을 담았다. 2부 '영화에 표정을 그리다'에는 배우의 과거와 현재가 표출돼 있다. 안성기 최민식 백윤식 나문희 황정민 이병헌 박중훈 김수미 류승범 김태유 이준기 등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들이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의미를 풀어낸다. 영화에 삶을 담는 영화인의 의지는 3부 '영화에 인생을 담다'에 실려 있다. 임권택 강우석 이준익 최동훈 강제규 곽경택 박광수 배창호 감독 등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한국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인터뷰를 토대로 한 만큼 각양각색의 표정이 담긴 사진은 또 하나의 볼거리이며, 수록된 포스터는 한국영화의 약사를 짐작하게 한다. 606쪽. 2만5천 원. /연합뉴스

인디영화관으로 변화 모색하는 중앙극장

서울 중구 저동에 위치한 중앙시네마(www.joongangcinema.co.kr)를 여전히 중앙극장으로 아는 관객이 많다. 1998년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1개관을 3개관으로 증축하면서 중앙시네마로 이름을 바꿨지만 10년이 지난 현재(5개관)도 관객에게는 여전히 중앙극장으로 불린다. 55년 역사를 가진 한국의 대표극장 중앙시네마는 멀티플렉스 출현 이후 단성사ㆍ대한극장ㆍ서울극장ㆍ피카디리 등 기존 극장들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8년 증축 이후 단편영화 상영회(2002~2004년), 애니메이션 정기 상영회(2005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가능성만을 확인했을 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시네마가 다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인디영화로 통칭되는 '작은 영화'로 극장의 색깔을 바꾸려는 것. 5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중앙시네마는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인디영화 상영에 들어갔다.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을 시작으로 '우리 학교' '플루토에서 아침을' '하나' 등이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하는 월례 애니메이션 영화제 '애니충격전'과 지난달부터 '어게인 2006'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목ㆍ금요일 열리는 2006년 개봉작 재상영회 등도 중앙시네마의 색깔 바꾸기 프로그램의 일환. 중앙시네마의 이런 움직임은 멀티플렉스에 빼앗긴 관객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극장 차별화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 강기명(35) 홍보팀장은 "하드웨어 면에서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따라갈 수가 없어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시네마의 최종 목표는 씨네큐브ㆍ스폰지하우스 같은 인디영화 전문 상영관으로 탈바꿈하는 것. 상업영화와 함께 인디영화를 지속적으로 상영하면서 인디영화 상영관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장기상영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인디영화의 속성상 5개 스크린을 보유한 중앙시네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변신을 위한 주변 여건도 성숙했다. 지난해 6월 인근 시네코아가 폐관하면서 중앙시네마가 인디영화 상영관으로 변모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인디영화를 상당수 상영했던 시네코아 때문에 중앙시네마는 인디영화 수급 자체도 쉽지 않았고 유사한 영화를 상영해도 시네코아만큼 좋은 흥행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사 스폰지가 시네코아를 임대해 극장 스폰지하우스의 문을 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강 팀장은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스폰지가 수입ㆍ배급하는 영화를 주로 상영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차별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CQN명동을 제외하면 시너스명동ㆍCGV명동ㆍ롯데시네마 에비뉴엘 등 주변 극장들이 모두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이기 때문에 여건도 양호한 편. 강 팀장은 "현재 CQN명동과 유사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지만 일본 영화 전문상영관을 표방하는 CQN명동과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차별화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지속적으로 인디영화를 상영하면서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중앙시네마만의 색깔을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