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기자
‘나라(國)를 위한 단 감(枾)은 없었다.’ 국정감사 얘기다. 예상대로 경기도민과 경기교육 가족, 경기경찰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는 도지사도 아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단일 국감’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오죽하면 지난 14일 국토교통위원회에 이어 18일 진행된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을 ‘李차 대전’이라고 명명했을까. 또 행안위 국감에서 김동연 도지사는 “왜 자꾸 이재명 얘기만 하냐. 난 김동연이다”라고 외쳤을까. 예상은 한 번쯤 어긋나서 경기도의 발전과 안전, 교육의 초석을 삼는 공론화의 장이 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답답할 노릇이다 ▶무엇인가, 상황 파악도 못한 채 대화를 이어 가다 보면 “쟤는 왜 이렇게 감이 없냐”라는 말을 하곤 한다. 시대적 흐름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각 정당의 논리만 내세우는 ‘감 떨어지는’ 의원들의 수준은 현장에 있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감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것도 모자라 짜증만 유발할 뿐이었다. 수원지검 국감을 지켜보던 후배 기자가 계속 어이없는 웃음을 짓길래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 프로 같다”였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라면 예의라도 지켰어야 했다. 맹탕 국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국감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감사 시작 20분 만에 감사 중지를 띄우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논리만 내세우다 언성을 높이면 정회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감 기관이 바뀌었는데 이전 기관에서의 위원장 발언에 항의하며 시작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다 퇴장해 버렸다는 것이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 안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교육은 다시 바로잡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를 공론화하라고 세금 줘 가며 일하라고 선출했더니 정쟁만 난무하는 감 떨어지는 판만 만들고 떠났다. 그걸 알아야 할 것 같다. 1년5개월 후 국민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최초’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처음을 이룬 사람 또는 단체 등을 기리기 위한 한 줄은 곧 ‘역사’가 된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Percival Hillary)는 뉴질랜드의 등산가이자 탐험가다. 1953년 영국의 에베레스트산 원정대원으로 선발돼 그해 5월29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산을 처음으로 올랐다. 그 공로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세계 최고봉 ‘최초’ 등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탐험가 중 한 사람으로도 선정됐다. 이후 전 세계의 무수한 탐험가 및 산악인들은 그들만의 ‘단독’ 원정대를 꾸려 세계 최고봉에 올랐지만 네팔 정부 또는 중국 정부의 공식 등정서를 받을 뿐 역사에 길이 남는 영광을 누리진 못했다. 역사가 알아주는 그것이 ‘최초’와 ‘단독’의 차이다. ▶10년 차 이상 된 기자들은 사실 젊음과 바꾼 인맥으로 하루 하루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 대신 출입처 사람들, 정보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분을 맺어 기사의 토대가 되는 첩보 또는 정보를 알게 된다. 그리고 팩트 체크를 해 기사를 완성한다. 숟가락만 얹어 가져갈 수 없는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사건 기자를 했을 때만 해도 타 언론사의 최초 보도는 소위 ‘물 먹었다’라는 표현으로 대변돼 선배들에게 깨지며 단련된 뒤 또 다른 최초 보도를 하기 위한 초석이 됐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사람의 노력의 결실을 인터셉트(intercept·가로채기)해 마치 자기들 것인 양 포장하는 기술자들이 많이 늘었다. ▶‘수원 세 모녀’ 비극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경기일보의 기자들이 ‘최초’ 보도했다. ‘최초’ 보도가 없어 그냥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됐다면 이들의 어려움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사각지대에 선 또 다른 이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초’는 인정받아야 한다. 경쟁에도 상도덕은 있다. 김규태 사회부장
40대 이상 수원 출신 토박이에게 ‘광교호수공원=원천유원지’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더욱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원천유원지에서 식당을 하셨기에 필자에게 그곳은 특별한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원천저수지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오리배와 2인용 노 젓는 배는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였고, 당시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의 바이킹 보다 100배는 더 짜릿함을 더해 주는 원천유원지의 바이킹은 배짱 좋은 청소년들에게는 용감함을 증명하는 도전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랬던 원천유원지는 광교신도시 개발과 함께 역사 속으로 그 명칭이 사라졌고, 지난 2013년 광교호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광교신도시 주민 뿐만 아니라 수원특례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바뀐 광교호수공원에서 최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후 1시14분께 광교호수공원에서 “아이가 호수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수중 수색에 나선 소방 당국은 오후 2시29분께 A군을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 장소가 광교호수공원 설계 당시부터 보트 등의 접안을 위해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구역이었다는 것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해당 지점은 공원 조성 때부터 자연관찰용으로 만들어진 곳이며, 보트 등의 접안과 다목적 시설 이용 목적으로 펜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사고 장소엔 개폐식 펜스 설치로 2차 사고 방지에 힘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은 뒤에 약방문(藥方文)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사망사고가 난 지점에 대한 안전 관리에 대한 지적은 분명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고정식 펜스가 아니더라도 보트 접안 등의 사안이 아닐 경우 개폐형 펜스 설치 등의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광교호수공원 사망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원천유원지 시절. 지금보다 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타이트하지 않았기에 음주 후 배를 타다가 익사하는 사고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광교호수공원으로 탈바꿈 한 이후에도 이곳에선 2014년부터 총 21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6건은 사망 사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천유원지의 ‘악몽’이 재현되면 안된다. 사람이 반갑고 우선인 수원특례시에선 더더욱 안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에 추모객이 두고 간 꽃다발 등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광교호수공원의 안전시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수원특례시, 반드시 이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최근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시국은 참 많은 제도를, 조직 문화를, 다양한 단어를 양산해냈다. 그 중 아마도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바로 언택트(비대면)일 것이다. 비대면 사회는 조직에서 회식 문화를 지워 버렸고, 직장인이라면 당연시 여기던 출·퇴근 문화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겠지만, 암튼 사회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것에는 두말의 여지가 없겠다. 그런데 참 씁쓸한 사회 현상도 만들었으니, 바로 ‘디지털 고려장’이다. ▶‘고려장’은 고려시대에 나이 든 부모를 다른 곳에 버려 두고 오던 풍습이 있었다는 도시 전설이다. 고려장이라는 단어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일제의 역사 왜곡설이나 단순한 루머가 확산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설이 돌고 있긴 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만든 비대면 세상에서 무인판매기인 키오스크가 보편화되면서 ‘늙는 것도 서러운’ 노인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소외감을 안기고 있다. 디지털 생활권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는 노인들에게 키오스크는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영업장, 심지어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서류를 떼어야 할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에서도 노인들의 이같은 어려움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은 ‘디지털 격차’에 따른 소외감이 사회 전체와의 단절감과 맞먹는 탓에 ‘자식에게 버림받는 것 이상’이라는 의미로, ‘디지털 고려장’이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시국 이후 일상 전반에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었지만, 가파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디지털이 바꾼 사회지만 노인들도 조직의 구성원일 수 밖에 없다. 새롭게 시작한 정부와 민선 8기 지자체에서는 지금이라도 이들이 더욱 소외 받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 7월 도시 전설인 고려장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 축구대회 뿐 아니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및 유럽의 각국 개별 리그에서도 각 대회별 혹은 시즌별 득점왕에게 수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골든 부트(Golden Boot)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 선수가 2021-2022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골든 부트를 수상했다.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동시대 ‘최고의 골잡이’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통틀어도 최초다. 전례가 없는 위대한 기록을 쓴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이 같은 업적이 더욱 빛나는 것은 공동 수상자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5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은 반면 손흥민 선수는 오로지 23골 전체를 필드골로만 채워 득점 순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필드골로만 골든 부트를 수상한 선수는 EPL에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010-2011), 루이스 수아레스(2013-2014), 사디오 마네(2018-2019) 그리고 손흥민 선수까지 4명 뿐이어서 그 가치는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콘버지(콘테+아버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국내 축구팬들이 부르는 말이다.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손흥민 선수는 동료 뿐 아니라 감독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콘테 감독 역시 손흥민 선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는 사실은 축구를 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빠른데다가 양발 사용이 능숙하고 공격수이지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선수를 싫어할 감독은 당연코 없다. 거기에 인성까지 갖춰으니 예뻐 죽을 수밖에 없겠다. ▶‘해리 케인’. 잉글랜드 축구팀의 주장이자 토트넘 홋스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더욱이 손흥민 선수와의 케미는 절정에 달해 있다. 영국 현지 인터뷰에서 케인은 “손흥민과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 아내가 질투할 지경”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손흥민 선수는 지난 2월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케인과 37번째 합작골을 터트리며 ‘EPL 최다 합작골’ 기록을 뛰어넘었다. 눈빛만 봐도 아니 보지 않아도 서로가 어디에 있는 지 아는 경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노리치시티와의 마지막 경기를 보면 동료들이 손흥민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본인이 좋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손흥민 선수에게 패스를 하려다 넘어지기도 하고(클루셉스키), 손흥민 선수가 22·23호 골을 연이어 터트리자 손흥민 선수보다 더 좋아하는 동료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 차범근, 박지성에 이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구선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 선수.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 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을 맘껏 자랑스러워해도 되겠다. ‘골든 부트’의 최고 골잡이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 상상만해도 행복하다. 우리 모두 자긍심을 갖고 살자! 김규태 사회부장
저는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후 수없이 많은 학부모와 학생, 교육현장에 계신 분들을 만났다. 많은 분들께서 “지난 13년간 전교조 교육감들이 교육의 다양성을 평등교육이란 이름으로 억압하고, 개인별 수준에 맞는 교육을 차별 교육으로 매도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습결손 학생을 방치해왔다”고 지적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그동안 전교조 교육감들이 받은 ‘학력 저하’, ‘기회 박탈’이라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임태희가 바꿔놓겠다. 학생들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누구나 미래사회 인재로 손색없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 수많은 선생님들께서 느끼셨던 박탈감을 깨끗이 털어내고, 전교조에게만 열려있던 편향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없애겠다. 선생님들께선 오직 학생 가르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대폭 줄이겠다. 교육청은 지원과 서비스를 하는 기관으로 역할 정립을 다시 하겠다. 학부모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초등학생 아침급식 전면 실시’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걱정 없는 ‘책임돌봄제’를 실천하겠다. 경기도의 학생, 경기도의 선생님, 경기도의 학부모 모든 분들이 최고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임태희는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 큰 감사 인사를 드리며, 임태희를 선택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 김규태기자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4천700개 유·초·중·고교와 170만 학생을 책임지는, 그래서 500만 학부모와 가정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막중한 선거이다. 그러므로 도교육감은 아이들의 눈물과 땀을 닦아주고,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진정한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경기교육은 2009년 주민직선 교육감을 처음 선출한 이래 무상급식, 혁신교육을 시행하면서 ‘교육은 경기도’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존경하는 경기도 유권자 여러분께서 자랑스러운 경기교육을 만들어내셨다. 하지만 저 성기선과 함께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임태희 후보는 여러분께서 선택해 주신 경기교육을 부정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판단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판단만 내리고 있다.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임태희 후보는 교육전문가가 아닌, 정치전문가이다. 임 후보는 안타깝게도 교육을 다시 정치판으로 몰아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교육주체에 정치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겨주시고, 임 후보는 정치인답게 정치로 돌아가십시오. 분통 터지는 부모 찬스 몰아내고 공교육 찬스로 모든 학생이 공정하게 성장하도록 경기교육 대전환을 이루겠다. 한국교육평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수학능력시험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능력과 고등학교 국어교사,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제자와 함께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경기교육을 더 풍요롭게 만들겠다. 김규태기자
정부는 118일만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현 상황을 안정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23일부터 국내 귀국 전 시행하는 검사가 PCR 검사 외에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까지 허용됐고, 애초 전날까지였던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대면 접촉의 면회 기간이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실내 마스크 착용 외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우린 2년이 넘는 시간을 동행한 바이러스와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새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 발생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숭이두창’ 얘기다. ▶원숭이두창은 발열·오한·두통·림프절부종과 함께 전신, 특히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퍼지는 것이 특징인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천연두와 유사한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피부에 상처를 유발해 2차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으로 85%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주간 증상이 지속되고 대부분 자연 회복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최근 치명률은 3∼6%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정부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질병청은 “진단검사 체계 구축을 통해 원숭이두창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신속히 환자를 감별할 수 있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생각도 같을까.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이 더디게 진행됐을 때도, 정부가 내세운 K-방역만 믿고 그 수칙을 따랐을 뿐인데 대한민국은 하루 코로나19 발생 최대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앞으로 원숭이두창을 넘어 무수히 많은 새로운 변종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바이러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고선 더 큰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상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말자. 김규태 사회부장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핵심 방역 수단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8일 종료됐다.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보름간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지난 2020년 3월22일을 시작 시점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은 757일, 약 2년 1개월 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끝난 당일 저녁, 시내 곳곳에서 ‘활기차다’라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영업 시간 제한에 눈치보던 식당 사장님, 시간에 쫓겨 물 마시듯 술 마시는 손님의 모습 대신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끼는 필부필녀(匹夫匹婦)의 행복 가득한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다시 찾은 일상이 생소하기도, 낯설기도 하지만 온전하게 견뎌온 이들의 작은 보상 같은 느낌이랄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5일 오미크론 이후의 대응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함께’라는 말로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를 규정지었다. 정 청장은 “이번 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방역 완화가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확진자를 ‘0’으로 만드는 감염병 종식이 아니라 계절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동거’를 선언한 것이다. ‘엔데믹(풍토병)’ 체제로의 전환. 정부는 이참에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실외 마스크 탈의 등 모든 조치를 풀어 버리겠다는 입장이다. 2년이 넘게 집 나갈 때 꼭 챙기는 휴대전화처럼 일상이 돼 버린 마스크와의 작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빠, 선생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눈 밑의 모습이 어떤 지 그냥 상상해봐요”라는 아이의 말도 하나의 추억으로 저장될 것이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코로나19와의 악연도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활력을 선사하던 회식 문화가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조직원으로서 동질감을 부여하고, (간혹 아닐 때도 있지만)선·후배간 소통의 시간을 제공하는 회식은 직장인들에겐 상징과도 같았다. 모든 세대가 그 문화를 선호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흘러 강산이 변한 만큼 음주 문화는 개취에 맞게 변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회식은 하루간, 일주일간, 한달간 받은 프레스를 감압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뭉쳤을 때 더 강한 대한민국이 다시 시동을 거는 셈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뼈 저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시장이 반찬. 기다린 후에 맛보는 음식이 최고인 것처럼 지루했던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사람들에게 해방감은 보상인 셈이다. 대출에 허덕이며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리를 지킨 자영업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제 돈쭐 맞을 일만 남았으니 행복한 시간을 즐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코로나19는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김규태 사회부장
불에 견디는 능력을 평가하는 난연시험 성적서를 조작했다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과 검찰의 법정공방이 약 4년 만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연구원)의 상무이사 A씨 등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58회에 걸쳐 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로 연구원 상무이사 A씨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연구원 퇴직자인 B씨의 제보를 근거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재판 과정에서 B씨의 고의에 가까운 비전문성이 드러나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1년 6개월간 난연시험 업무를 담당한 B씨의 “ISO와 FTP 방식의 차이점을 몰랐다”는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의 난연·준불연 성능시험을 수행하는콘칼로미터 기계는 하나의 시험을 통해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을 표시하는 ISO 방식과 해양선박용 방화(내화)재료의 난연성능을 표시하는 FTP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함께 기록한다. 연구원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건설자재의 난연·준불연 성능검사 시 ISO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시험성적서에 기재해왔다. 이런 가운데 B씨는 연구원이 FTP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쓰지 않았다며 시험 조작을 주장했고, 이에 A씨 등의 변호인단은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하거나 시험결과를 조작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4년간의 법정공밥은 B씨의 허위 주장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의 사건은 시험의회가 급감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B씨 등은 이 사건 제보 직후 연구원과 영업경쟁 관계에 있는 후발 업체인 평택 소재 한 연구소로 1명이 취업했다가 수사가 장기화되자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임동균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 원장은 “난연성능시험 과정을 임의조작, 부정성적서를 발행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수사와 재판이 4년이 넘도록 진행됐다”면서 “결국 허위 제보로 드러났으며, 1·2심 판결 후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만큼 국내 최고 품질시험검사기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재원·김규태·정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