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기자
불에 견디는 능력을 평가하는 난연시험 성적서를 조작했다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과 검찰의 법정공방이 약 4년 만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연구원)의 상무이사 A씨 등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58회에 걸쳐 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로 연구원 상무이사 A씨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연구원 퇴직자인 B씨의 제보를 근거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재판 과정에서 B씨의 고의에 가까운 비전문성이 드러나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1년 6개월간 난연시험 업무를 담당한 B씨의 “ISO와 FTP 방식의 차이점을 몰랐다”는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의 난연·준불연 성능시험을 수행하는콘칼로미터 기계는 하나의 시험을 통해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을 표시하는 ISO 방식과 해양선박용 방화(내화)재료의 난연성능을 표시하는 FTP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함께 기록한다. 연구원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건설자재의 난연·준불연 성능검사 시 ISO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시험성적서에 기재해왔다. 이런 가운데 B씨는 연구원이 FTP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쓰지 않았다며 시험 조작을 주장했고, 이에 A씨 등의 변호인단은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하거나 시험결과를 조작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4년간의 법정공밥은 B씨의 허위 주장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의 사건은 시험의회가 급감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B씨 등은 이 사건 제보 직후 연구원과 영업경쟁 관계에 있는 후발 업체인 평택 소재 한 연구소로 1명이 취업했다가 수사가 장기화되자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임동균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 원장은 “난연성능시험 과정을 임의조작, 부정성적서를 발행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수사와 재판이 4년이 넘도록 진행됐다”면서 “결국 허위 제보로 드러났으며, 1·2심 판결 후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만큼 국내 최고 품질시험검사기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재원·김규태·정민훈기자
일일 확진자 30만명은 이제 대수롭지도 않다.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옮겨졌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확진자가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오히려 걸린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요즘인 것 같다. 비감염자는 ‘대기자’일 뿐이다. 오늘 밤에도, 내일 아침에도 진단키트에 두 줄이 선명하게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사람 전체가 한번씩은 (코로나19에)다 걸려야 끝날 수 있다”고 말이다. ▶10명에 자정까지다. 사실상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것 같다. 마스크를 쓴 모습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어느 정도는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강제적 제한의 시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확진을 막았냐?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일일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K- 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말이다. 자영업자는? 강력한 거리두기는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늘어난 것은 빚이요. 나오는 것은 피눈물 뿐이다. 국가 경제는? 한마디로 부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고, 구성원 간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를 초래했을 뿐이다. ▶“한국은 엔데믹(종식 없이 계속적으로 발병하는 질병)으로 가는 최초의 나라가 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모니카 간디 교수의 말이다. 독감과 함께 했듯 코로나19와도 같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조처를 해제하는 쪽으로 정부는 방역조치의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엔데믹으로 가는, 새로운 체계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 하다. 코로나19가 감기가 되는 세상. 그 시작은 백신이었고, 그 마지막은 탈 마스크라 하겠다. 환하게 웃으며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그날을 꿈꿔 본다. 엔데믹은 이제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차범근, 박지성에 이어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현존 최고의 선수를 꼽는다면 당연히 손흥민 선수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타고난 축구 실력에 근면성실한 것도 모자라 엄청난 인싸력으로 함께 뛰는 팀 동료들은 물론 감독들에게도 최고의 선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 선수는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뛰며 독일 분데스리가를 접수한 뒤 잉글랜드로 넘어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특급 윙어로 활약하면서 토트넘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때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지도했던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이 아니면 누가 월드클래스인가라고 반문하며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손흥민 선수와 같은 인성을 가진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 된다고 말하면서 현지에서 평가절하된 손흥민 선수에게 엄지 세레모니를 날리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반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명분 없는 침공에 국제 사회는 경제 제재 조치 등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지만, 21세기 전쟁광이 된 푸틴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 중에도 공습을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 민간 시설과 심지어 피난을 떠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포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반인륜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친화적인 언론만을 가동하며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호도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신나치 세력으로부터 구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가짜 뉴스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압도적인 화력을 내세워 2~3일이면 우크라이나의 백기를 받아 들일 것으로 생각했던 푸틴 세력은 우크라이나의 국민성을 간과하고 있었고, 그들은 결사항전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똘똘 뭉쳐 강인한 우크라이나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초보 대통령이라고 힐난 받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있었다. 이제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만이 아닌 전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스포츠 대회에서의 우승 상금을 군에 전액 기부하는 선수들. 악기 대신 총을 들고, 때론 맨몸으로 장갑차와 탱크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보면서 우크라이나는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군 포로를 따뜻한 차 한 잔과 영상 통화로 부모들과 연결 시켜주는 것도 모자라 고국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선언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미 이 악의 침공에서 승리자가 됐다. 개인의 생사와 실리가 아닌 팀인 조국과 가족들을 위해 총을 든 그들은 이미 월드클래스 국민성을 보여줬다. 같은 민족의 해방이라는 멍청한 논리를 앞세워 죄없는 우크라이나 인들을 학살하고, 자신의 국민들마저 전쟁터로 보내 죽게 만드는 러시아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라도 명분 없는 침공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우크라이나의 매운맛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여! 당신들은 이미 월드클래스입니다. 김규태 사회부장
2022년 눈 뜨고 코 베이찡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혹자는 이번 올림픽을 중국 전국체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준비가 덜 됐지만 경기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다면 묻고 갈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를 처음부터 정해 놓고 경기를 진행한다면 그건 페어 플레이 문제를 떠나 스포츠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2살 된 딸 아이의 실망스러운 눈망울과 목소리가 나의 분노 게이지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오늘부터 올림픽 경기 안 볼거야, 우리나라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4년 동안 올림픽 준비를 했을텐데...너무 나쁘다라는 말을 들을 땐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이 앞서 쥐 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비단 쇼트트랙에서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반중 정서는 올림픽이 끝나도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을 듯 하다. ▶쇼트트랙 1000m 경기에서 황당한 실격을 당한 황대헌 선수의 위트 넘치는 멘트가 머릿속을 맴돈다. 극심한 편파 판정에 대한 대비책이 있냐는 질문에 황 선수는 여기에(중국)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밀입니다. 중국 쇼트트랙 감독 김선태와 기술코치인 러시아인 빅토르 안을 겨냥한 발언이다. 잘 먹고 잘 자서 이 벽을 계속 두드려 돌파할 생각이라는 말과 함께. 누구보다 성숙하고 멋진 선수를 보유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한국 스포츠가 더럽다, 한국 선수들은 반칙 없이는 경기를 못하냐라며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들. 지금 당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겠지만, 평생 거짓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끼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더러운 챔피언 보다 깨끗한 패배자가 아름답다. 누구에게 보복 심리를 적용하기에 앞서 인성과 실력을 먼저 쌓아가길 충고해 본다. 절대 한복은 입지 말고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기념한다. 부모님 생신은 기본이고 결혼일자와 크리스마스 핼러윈 등등 그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어떤 사람은 그 날짜를 기념하며 은행 계좌 비밀번호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핸드폰에 등록된 카드의 결제 번호로 등록하기도 한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그날을 기념하는 것은 삶을 영위하면서 의미와 동기부여를 하며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1월20일. 누군가에게는 생일일 수도 있고 결혼기념일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2022년을 사는 군상에게는 우한 바이러스 또는 코로나19를 떠오르게 하는 날짜일 확률이 높다고 하겠다. 2020년 1월20일 구정 연휴로 기억된다. 어머니 집에서 형과 우리 가족이 이른 저녁을 먹으며 티비를 보다가 국내 첫 우한 바이러스 환자 발생이라는 뉴스 바를 접했다. 우한 바이러스가 뭐지? 라는 반응들. 그리고 금방 잊혀질 것이라고 믿고 오랜만에 가족 간의 정을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됐다. 첫 환자 발생 6일만에 고양시 거주 50대 남성의 감염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렇게 코로나19 공포는 경기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정확하게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1월20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동안 경기도내에서 21만3천160명(누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0.9%에 해당하는 2천52명이 감염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무수히 많은 자영업자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마스크는 이제 매일매일 갈아 입는 옷과 같은 존재가 됐고 QR코드는 백신을 맞았다고 증명하는 또 하나의 신분증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 지루한 감염병과 싸우면서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제각각인 방역 지침이 내려오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적정 인원수를 지키고 있는 지를 점검하며 신고하기도 하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행여 곁에 들어오면 벌레 보듯 대하거나 아예 쫓아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불신의 시대를 가져온 날로 기념되는 날짜도 1월20일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 위기를 이겨내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왔다. 때로는 원년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의 날을 지정하기도 한다. 2022년 1월20일. 우리는 이날을 기념해야 한다. 반격의 날로 말이다. 2년간 때로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도 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반격을 위한 무기를 만들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감염병의 그늘에서 벗어날 시간이 왔다. 2차 백신까지 접종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에게 온 지도 모르고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인간은 내성의 동물이다. 싸우고 부딪히면서 강해지는 것이다. 올해 1월20일(현지 시간) 영국은 다시 마스크를 벗고 백신패스를 없애기로 했다. 자가격리도 폐지한단다.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강제한다고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김규태사회부장
점심 약속을 잡았던 공무원 한분이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을 못 맞아 혼밥해야 하는 신세니, 식사 약속은 기약할 수 없는 그날 다시 하세라고. 전화를 끊고 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씁쓸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 안았다. 이젠 급기야 정부가 혼밥을 강제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구나. 이건 백신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또 다른 인권 탄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이상이 있어 불가피하게 백신을 못 맞는 이들을 자칫 방역 미아라는 범주에 가둬 낙인 찍는 것은 아닌가. 세월이 지나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세상이 종식되면 혼밥을 강제 당한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걸지 않을까 말이다. ▶한때 혼밥, 혼술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트렌드였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혼밥과 혼술에, 관련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혼밥족과 혼술족을 위한 맛집 베스트는 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 12월18일 이후 혼밥은 방역패스에서 낙오된 이들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는 식당에서 쫓겨난 억울한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결국 혼밥은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야기되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한 친구는 직장 후배를 생각하면 밥 먹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같은 부서원이 4명인데 그 후배가 백신을 맞지 못해 외부 식당에서 밥도 같이 못 먹는다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는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이 모양, 이 꼴을 만들어 놓고 백신 미접종자를 마치 사회 부적응자를 만드냐고하면서 말이다. ▶본인이 스스로 하는 혼밥은 트렌드일 수 있다. 하지만 혼밥을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인권 탄압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백신 미접종자를 방역 미아라는 범주에서 빼내야 한다. 아니면 반드시 부메랑이 돼 그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지난해 구정 연휴였다. 어머니 집에서 형님네 가족과 우리 가족은 뉴스를 보며 늦은 점심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메인 뉴스도 아니었다. 하단 바(bar)에 우한 바이러스 국내 첫 확인이라는 짤막한 한 줄짜리 제목이 흘러 지나갔다. 우리 가족은 우한 바이러스는 또 뭐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코로나19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7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하루 1만명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여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까지 더해져 코로나19 제2의 공포는 다시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다. ▶한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패싱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누가 누구를 패싱했다는 말은 한마디로 그 대상을 무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패싱이 코로나19에도 적용됐다. 2~3천명에 육박하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슬그머니 5천명대를 기록하더니 6천이라는 수치를 패싱하고, 7천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다시 통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8일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신규 확진자수를 의식하면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 및 유흥업소 집합금지를 검토하는 등 어느 시점에 비상계획을 발동할지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순 기준으로 대한민국 18세 이상 성인의 91%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위드 코로나 역시 이 같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시행됐고, 고령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필부필녀(匹夫匹婦)는 그것이 돌파감염이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든 감기와 같은 느낌으로 코로나19를 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무력화하거나 잡을 수 없다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 한달 남짓한 상황에서 슬그머니 통제 카드라니. ▶자영업자의 눈물은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삶은 엉망진창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이 위드 코로나였다. 그것이 부스터샷이든, 먹는 치료제든 뭐든 좋다. 확진자가 늘지만 경상자가 대다수이고,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한 경험 후 종료된다는 식의 정부 발표가 우선돼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다. 충분히 인지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또 한 번의 통제는 마지막 잡은 지푸라기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이다. 희망은 함께할 때 피어나는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마지막 당부의 말이다. 김규태사회부장
주부들은 하루하루 밥상을 차리기가 두렵고,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들은 자가용을 몰고 나가기가 힘겨운 요즘이다. 이상 기후 등으로 흉작이 이어지면서 채솟값 폭등 등에 따른 식자재 비용이 상승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에서의 가격 상승은 이미 예고된 상태다. 원자재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 역시 제조업을 필두로 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대다수의 산업 현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1년 10월을 사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 안정 목표치(2%)를 넘어선 가운데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은 이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이달 27일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은은 물가상승압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덩달아 경제고통지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실업률은 2.7%로 전년 동월(3.6%)보다 낮아진 반면, 9월 기준 물가는 2019년 -0.4%에서 2020년 1.0%로 오른 뒤 올해 2.5%로 연이어 상승했다.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는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률이 오르거나 물가가 상승해 지갑이 얇아지면 경제고통지수는 올라가게 된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2년 가까이 강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쓰러져 나가고, 서민들은 은행 대출마저 막히며 오늘 밤 당장 내일 오전을 걱정하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절을 살고 있다. 여기에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물가는 걷기 조차 힘든 이에게서 지팡이까지 빼앗은 격이 되고 말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대한민국이다. 초나라의 패왕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다투던 때 항우에게 마지막 운명의 날이 다가왔고, 사방에서 울려퍼지던 구슬픈 노래는 결국 시대의 영웅호걸이던 항우와 최후를 함께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방에도 구슬픈 노래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영업자들이, 직장인들이, 주부들이, 사업가들이 부르는 탄식의 노래말이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31세에 끝내 천하를 얻지 못하고 쓰러진 항우가 될 것인가, 아님 새로운 왕조를 세우며 천하를 차지한 유방이 될 것인가는 그야말로 마지막 선택에서 갈리는 것이다. 이번 만큼은 그들의 안위와 정쟁에서 벗어나 위민(爲民ㆍ백성을 위하는 것) 사상에 기반을 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니면 그 구슬픈 노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김규태 사회부장
사회는 구성원의 집합체다. 구성원 하나 하나가 시스템으로 작동돼야 하고, 작동된 시스템이 평균값 이상이냐 이하냐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계를 넘나 들게 든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돌아 가겠지?라고 생각하는 멍청한 꼰대는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도태되며, 나 하나쯤 빠져도 조직이 잘 돌아갈거야라고 생각하는 회색 분자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함께(WITH) 할 때 그 조직의 힘은 배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속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구성원들의 함께(WITH)는 모두의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속도의 사회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 속도의 최선봉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이, 허리를 받쳐 주는 역할은 중견ㆍ중소기업들이 해주었고, 또 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감압 장치 역할은 자영업자들이 도맡아, 한잔의 술과 맛난 음식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또 다른 새로운 날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자영업자의 눈 밑에는 엄청난 크기의 다크서클이, 어깨에는 하루하루 늘어나는 빚이 짓누르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 사회의 함께(WITH)는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가?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밤과 낮에 다르게 출몰하게 만들었고, 필부필녀(匹夫匹婦)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방역대책이 되고 말았다. 거기까지도 그렇다 치지만 우리 사회의 굳건한 초석이던 자영업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 것이 문제다. 언제까지 우리는 그들을 시스템에서 배제하고 살 것인가? ▶코로나19도 감기처럼 예방하면서 함께 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매일 매일 양산되는 확진자 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함께(WITH)가 동반된 대안이 나와야 할 때다. 이제 시간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생계의 높은 장벽에 쓰러져 나가는 이들이 더 많이 늘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도쿄올림픽 2020이 한창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탓에 역사상 가장 주목 받지도, 사랑받지도 못한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함께 안고 말이다. 통상 4년의 준비라고 하지만 올해 올림픽은 리우에 이어 5년만에 열리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의 스포츠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위해 피ㆍ땀ㆍ눈물을 흘려왔다. 환희의 순간도, 좌절과 절망의 순간도 느끼겠지만 그래도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자부심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만 빼고 말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7월29일, 태극기를 앞세워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첫 출전했다. 이후 대한민국 선수단은 국가의 명예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성과를 얻고자 올림픽에서 처절하게 싸워왔다. 하지만 메달을 따는 환희의 시간보다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더 오래 보내왔다. 그러던 중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 등 총 33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구 소련과 동독,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사고를 제대로 친 이후 대한민국에게 올림픽은 경직과 소심함이라는 명제와 함께 공공의 적을 만들어왔다. ▶유력 금메달 후보가 은메달을 땄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시상대에 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간의 그 선수가 흘린 피ㆍ땀ㆍ눈물은 없고 5천만 국민에게 대역죄인이 돼 버린 것이다. 입상 조차 하지 못한 선수들 얘기는 할 필요도 없다. 왜일까? 중압감이 문제인가? 아니다.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유독 아름다운 3, 4위가 많다. 육상 필드 종목(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 다이빙 우하람 선수에다 올림픽사에 길이 남을 부녀 메달리스트 체조 여서정 선수까지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달 색깔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스포츠 자체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여준 유연함과 대범함이 앞으로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모토가 되길 바란다. 태극마크의 자부심만 느끼면서. 김규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