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개편 신호탄 되나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고가 자율형 사립학교(자사고) 전환을 신청해 귀추가 주목된다.정부의 외고 체제 개편정책에 대응,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사고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외고 변신의 시험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용인외고가 신청한 수업료가 경기도교육청이 규정한 기준(일반계고의 2배)보다 높은 3배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 최종 선정에 이르기까지는 상당부문 진통이 예상된다.1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10일까지 15일 동안 자사고 전환, 희망학교를 접수 받은 결과, 용인외고가 단독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용인외고는 신청서를 통해 법정 전입금을 년간 총 수업료중 25%를 납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전국단위 모집을 원했고 수업료를 도교육청 기준 금액보다 높은 일반계고의 3배 수준을 제시했다. 또 10학급 규모에 급당 인원편성은 35명에 이르고 있다.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이날 수업료가 도교육청 기준에 맞지 않아 서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학교측에 서류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이를 둘러싸고 도교육계는 최근 교과부의 외고 체제 개편과 맞물려 변신의 시험무대로 분석하고 있다.외고 체제 개편에 따라 학급당 학생수가 25명으로 줄면서 재정부담이 늘고 교육과정 운영중 전문교과 비중이 높아 기존의 입시경쟁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았기 때문이다.용인외고측은 전인적 교육과 글로벌 리더 육성을 위해 (2005년 3월) 개교 초기부터 연구하고 논의해 온 문제로,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며 모범적인 운영을 하려는 것이라며 보완이 떨어진 수업료 문제는 오는 17일 이사회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리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용인외고의 신청서 내용중 수업료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을 요구했다면서 이번의 경우 특목고인 외고가 자사고 전환 신청을 해 왔다는 점과 특히 경기도 처음으로 전국단위 모집의 시험무대가 되고 있어 관심이 높은 편이다고 밝혔다. /김동수기자 dskim@ekgib.com

교육청 학교지원사업 비리 수사

검찰 등 사법 당국이 경기도내 일선 학교의 지원사업과 관련된 비리 수사를 위한 자료수집 등 내사에 나서, 교육계가 긴장하고 있다.1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10일 도교육청에 도내 일선 초중고등학교에 보급된 천장용 냉난방기를 비롯 급식용 가스오븐기, 학교 인조잔디운동장 등의 설치 및 보급 현황 자료 3년치를 요구했다.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이날 수원교육청 등 25개 지역교육청에 공문을 시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토록 협조 요청했다.또 안산상록경찰서는 최근 안산교육청에 안산지역 내 초중학교에 지원된 교육환경개선사업 관련 예산 및 현황 등 서류 일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6일 폐교 처리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도교육청 간부공무원을 구속했다.이를 둘러싸고 도내 교육계는 단순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 수집차원이란 검찰 등 사법당국의 설명에도 불구, 도내 교육계 사정을 위한 동시다발적 수사로 받아 들이며 크게 긴장하고 있다.도내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검경의 잇따른 내사는 도내 교육계에도 사정 바람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며 당연히 비리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런 형태의 전방위적 압박은 자칫 교육사회는 물론 공직사회를 경직시킬 수 있어 우려가 앞선다고 말했다. /김동수기자 dskim@ekgib.com

"학교폭력? 모든 학교에 다 있는 문젠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납고리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교 불신과 방관자에 머무는 친구들, 여기에 사태 축소에만 급급한 교육당국까지. 최근 대전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들은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교육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폭력 연령은 낮아지고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이 되풀이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학교 폭력이요?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 있는 문제인데, 왜 하필 우리 학교만... 최근 집단 폭행이 발생한 학교들을 찾아가면 학교 관계자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내뱉는 말이다.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대전 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성장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어른들의 인식하에 폭력과 무질서의 방치가 아이들의 폭력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대부분 학교가 학교 이미지와 교사 평가 등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곧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대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과정에서 친구들에게 맞은 학생들이 사태 해결을 호소한 곳은 학교가 아닌 경찰. 피해 학생들은 학교에 얘기해봐야 소용없다거나 고민을 상담했지만 돌아온 건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폭행이었다고 말한다. 학교측은 폭력을 휘두른 학생이나 피해를 당한 학생이나 모두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진행해왔다고 했지만 폭행을 당한 학생들은 지난 1년간 상담을 받은 횟수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눈에는 학교가 더이상 자신들을 폭력에서 보호해주거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하는 곳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곳곳에서 '초보적인 수준'의 대처가 나타나고 있다. 방학 중 상납을 안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이 발생한 A학교는 지난해에도 학교 폭력 문제가 발생했었다. 당시 학교는 문제 학생을 인근 학교로 전학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학을 보냈지만 기존 학교 선.후배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상납을 받거나 혹은 자신조차 상납을 해 온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사태 축소와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으로 일관한 교육 당국의 책임이 크지만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많다보니 일일이 관리할 수 없을뿐더러 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라는 이유로 퇴학 등 강력한 조치가 어려운 것도 지도에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대전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 금품 갈취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학교가 선택한 문제 해결 방식은 문제의 학생을 다른 곳으로 전학시키는 것이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문제의 학생들이 전학가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자리를 다른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다며 결과적으로 사람만 바뀌었을 뿐 학교 폭력과 상납고리는 여전했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상담센터 관계자는 폭력을 휘두른 학생의 경우 자신이 전학을 가는 것을 어른들의 입장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피해 학생의 경우 전학이라는 절차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속적인 상담과 지도가 필수라고 말했다. 원광대 예술치료학과 오선미 교수는 지역 내 또래 아이들에게 이미 소문이 났기 때문에 같은 지역 안에서의 전학은 무의미할 뿐더러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가해피해 학생이 함께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원 관계자도 학생들을 서로 떼어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폭력을 휘두른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또 피해 학생 역시 자신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과를 받는 등 양측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같은 사과의 과정이 피해자는 물론 폭력을 휘두른 학생 역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무시했나

부정적 의견 배제 논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公聽會(공청회)가 空聽會로 전락됐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조례제정자문위가 도교육청에 제출한 최종안에는 논란을 불러왔던 초안의 쟁점 사항들이 대부분 포함된데다 특히 일부 항목의 경우 오히려 강화된 내용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는 10일 지난해 12월 발표한 초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경기학생인권조례안 결과보고서(최종안)를 경기도교육감에게 제출했다.체벌과 두발 등 7개 쟁점조항 가운데 교내 집회를 포함한 2개 조항은 복수안 형태로, 나머지 5개 조항은 초안 그대로 넘겨 이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수안으로 제출된 학내 집회 및 결사 허용과 사상의 자유 등 2개 항은 당초의 안과 함께 일부 수정 또는 삭제된 내용의 복수안을 제출, 교육감이 선택토록 했으나 사실상 초안의 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최종안은 또 초안에 없던 학생인권옹호관의 권한을 직권조사까지 넓혔고 CCTV 설치 때 학생 의견수렴, 학생청구권 행사에 대한 비밀보장, 소수학생 권리 등을 신설 또는 보강했다. 또 교내 인권교육 의무실시 조항에서 현장실습이나 아르바이트가 많은 전문계고 학생의 경우 노동권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밖에 ▲체벌금지 ▲야간학습보충수업 선택권 ▲두발복장 자유 ▲휴대전화소지 허용 ▲학교 운영 및 교육정책 참여권 등은 초안을 그대로 유지했다.최종안은 그러나 지난 1, 3차 공청회를 통해 제기됐던 쟁점사항 등에 대한 수정 또는 삭제 의견은 물론 인권조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 등은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사)선진화운동중앙회 경기교육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학생들은 아직까지 미성숙 단계로 강한 훈련이 필요하다. 인권이란 미명하에 오히려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한편 도교육청은 자문위안에 대해 내부 검토와 심의를 거쳐 공청회를 가진 뒤 3월 하순께 조례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도교육위원회 심의-도의회심의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김동수기자 dskim@ekgib.com

'납치피해' SAT 강사도 시험지 유출 정황 포착

서울 수서경찰서는 10일 재계약을 거부해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납치를 당한 유명 SAT 강사 손 모(39) 씨가 시험지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지난 8일 출국금지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손 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비밀 카페를 만든 뒤 자신이 직접 시험을 본 SAT 문제들을 정리해 올린 글을 확보했으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손 씨가 시험지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씨는 특히 지난 2007년 1월 카페에 "1월 시험 문제가 2005년 12월 시험과 똑같이 출제됐다"며 "카페후기를 읽은 뒤 시험을 보라"고 미국에서 시험이 시작되기 전 알리기도 했다. 손 씨는 지난해 1월 태국에서 SAT 시험지를 빼돌려 시차를 이용해 미국 유학생들에게 건넸다가 불구속 입건된 강사 김 모 씨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해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SAT 주관사인 ETS는 일부 한국 학생들이 2007년 1월 문제와 답을 미리 알고 시험을 본 것으로 드러나 국내 응시생 900여 명의 성적이 모두 취소했다. 경찰은 손 씨가 직접 시험지 유출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하는 한편 카페회원 가운데 손 씨에게 금품을 받고 대리시험을 봐주거나 유출된 시험지를 이용해 시험을 본 학생들이 있을 경우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AT 작문 분야의 스타 강사로 알려진 손 씨는 지난해 12월 학원 측의 재계약 요구를 거부하자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경기도의 한 별장으로 납치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나만 아니면 돼"…학교폭력에 방관자 된 친구들

선생님께 알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걸 빌미로 나를 때릴까봐 알리지 못했어요. 지난 1일 동급생 한 명이 교실에서 집단 폭행당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지켜본 A군은 폭행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리지 못했다. 보복 폭행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9일 오후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몰려다니는 무리들에게 찍히면 그 때부터 집단 괴롭힘이 시작된다며 돈 상납도 또 다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찍히기 싫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괴롭힘 당하고, 맞고 있는데도 반 친구 누구도 나서주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 같고, 말을 거는 것조차 껄끄러워 마치 내가 왕따가 된 기분이었어요. 지난 3일 같은 반 여중생에게 5시간 동안 폭행을 당한 B양의 말이다. B양은 지난 1년여 동안 교실 등에서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친구는 없었다. 학생들이 주변 친구가 맞는 것을 모른체하는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 친구가 눈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해도, 또 1년 동안 괴롭힘을 당해도 학생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자신도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전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성환재 소장은 폭력에 상시 노출된 아이들이 친구의 고통을 그만의 고통으로 치부하는데서 비롯된다며 이처럼 폭력에 둔감해지거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방관자 그룹에서 가해자 그룹으로 넘어가는 학생도 있다. B양은 C양과 D양 등에게 폭력을 당했는데 이 가운데 C양은 당초 B양과 친한 친구였다. B양은 처음에는 D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하던 C양이었지만 내가 도망치겠다고 했을 때 나를 잡은 건 다름 아닌 C양이었다고 말했다. 방관자에서 가해자로 학생들이 빠르게 폭력에 물들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 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자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 폭력을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절대 근본 원인을 치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다수 방관하는 아이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학교 폭력이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방관자에 그치고 있는 아이들을 방어자로 참여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환재 소장 역시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용인은 결국 가해.피해를 넘어 모든 아이들의 폭력성향을 키우는 꼴이라며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물론 교육청과 학부모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민감한 반응이 아이들에게 폭력의 부당성을 몸으로 인식하게끔 할 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학교 이미지와 교사 평가 등 외부적인 환경에 따라 학교 폭력 문제를 처리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결국 학교 폭력을 근절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맞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했어요"

"맞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했어요"피해학생 인터뷰 5일 오후 기자를 만난 A 양은 "아이들에게 맞을 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은 들었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무조건 때리기만 했어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그 날도 내가 뭘 잘못했냐고 따져 물어도 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정말 당시 맞은 것을 생각하면.."이라며 A 양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1학년 때부터 B 양 등의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도 없어지고, 제가 왕따 당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괴롭힘 당하고 맞는데도 친구들은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모른 척 하는 것이 참 많이 힘들었어요." A 양은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화가 나고 학교도 가기 싫고, 학교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는데 아빠가 학교는 끝까지 다니라고 해서 다니고 있어요. 가고 싶은 학교이긴 하지만 또 가기 싫은 학교이기도 해요. 선생님들은 제가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전 당당하지 못해요"라며 울먹였다. "그 날도 오빠들이 있는데서 진짜 하기 싫었는데 계속 협박을 하는 거예요. 옷을 벗든지 아니면 여기서 계속 맞을거냐고요. 노래방에서 애들이 한 눈 파는 사이 도망쳐 나오기는 했는데, 나와보니까 거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울다가 집에 전화해서 택시타고 돌아갔는데... 휴, 정말 할 말이 없어요. 지금 이 상태에서는." 중학교 2학년인 A 양은 인터뷰 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일 대전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이번에는 대전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 여중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5시간 동안 도심 속을 끌고 다니며 집단 폭행하고 옷까지 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폭행이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1년간이나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도심에서 집단 폭행옷벗기 게임 강요까지 대전 모 중학교 2학년 A 양은 지난 3일 같은 반 친구들의 호출을 받았다. A 양을 불러낸 B 양과 C 양 등은 A 양을 대전 도심 한복판인 대전시청 인근의 한 구석진 주차장으로 끌고가 무릎을 꿇린 채 A 양의 머리와 가슴 등을 수차례 폭행했고, 근처 공원 화장실로 데려가 폭행을 했다. B 양 등은 A 양을 끌고 또 다시 대전 유성의 한 노래방을 찾아 게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A 양의 옷을 벗도록 강요했다. 노래방에는 B 양 등이 평소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남학생 등 4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양 등은 A 양을 무릎 꿇린 채 '신고하지 않겠다'는 말을 강요했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A 양은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정신없이 맞아 몇 대를 맞았는지도 모르겠다"며 "머리가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심지어 바닥에 있던 유리에도 부딪혀 유리가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 오빠들 앞에서 게임이라며 나에게만 옷 벗기를 강요했는데, 처음에는 싫다고 반항했지만 '죽고 싶냐'는 협박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대전 대덕경찰서에 폭행 피해를 신고하면서 A 양이 작성한 자술서에는 "주먹 5대, 발 50대 이상, 뺨 100대"를 맞았다고 쓰여 있다. ◈폭력에서 지켜주지 못한 학교 A 양은 지난해 5월 학교 폭력으로 입원까지 하는 등 1년 이상 폭력에 시달려 왔는데, 교육청과 학교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폭력에서 해당 여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당시 A 양의 아버지가 학교를 찾아가 강하게 항의까지 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학부모 합의선에서 폭행사태를 마무리했다. 학교 관계자는 "오늘 폭행에 가담한 학생으로부터 B 양을 폭행한 것이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동안 B 양은 물론 A 양에 대한 관찰을 지속했지만, 학교가 파악하고 있던 것보다 사태가 더욱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교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경찰서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A 양은 "작년에 선생님한테 알린 뒤 보복 폭행을 당해 이후에는 속으로 혼자 앓기만 했다"며 "선생님들은 원만한 합의만을 강조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폭행당할까 무서워 버스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노래방에서 폭행과 강제로 옷을 벗을때도 업주는 모른체했다"고 말했다. A 양의 가족들은 "A 양이 이번 일로 정신적 충격을 입어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일이 세상에 알려져 또 다른 보복 폭행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