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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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마지막 판단

전투에서 지휘관의 마지막 판단은 승리와 패배 중 하나로 귀결되듯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리붙이기라는 대명제 앞에서 정부의 결단이 도마위에 올랐다. 우리보다 높은 백신 접종율을 보이며 야외에서 탈 마스크를 선언했던 이스라엘과 영국은 변이라는 변수에 발목이 잡혀 다시금 혼돈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7월1일 시행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목이 집중되는 선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20일 7월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사적모임 제한이 완화되고, 다중이용시설 이용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수도권은 사적 모임 규모를 다음 달 1일부터 2주 동안 6인까지 허용하고, 다음 달 15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 체계로 전환한다.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자정까지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비수도권은 1단계가 적용돼 사적모임 기준이 전면 해제된다. ▶영국으로 넘어가보자.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1만467명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가 신규 감염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5월부터 술집과 음식점의 실내 영업을 재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했다. 인구 80%가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음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델타 변이가 백신을 2회 접종까지 모두 완료해야 감염예방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55%가 2회차까지 접종을 마친 이스라엘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다면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달라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현재 유행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1천400만명까지 접종(1회차)하는 등 예방접종이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며 완화된 거리두기 체계의 적용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인구의 30%도 안되는 국민들이 1회차 백신을 맞은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정부의 이번 판단이 재앙의 시간이 될 지, 아니면 경제와 코로나19 두 가지를 모두 잡는 신의 한수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대한민국이 결코 델타 변이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지지대] 끝판왕을 잡아라

게임을 끝내려면 끝판왕을 잡아야 한다. 끝판왕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 나오는 캐릭터는 말 그대로 주변인일 뿐이다. 그런데 이 게이머는 주변인만 상대하고 있다. 그 사이 끝판왕의 힘은 더 강해지고 있다. 같은 게임을 하는 다른 게이머들은 끝판왕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을 세우고 실천에 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K-방역을 주창하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2017년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앤드루 워드 박사는 여러 종류의 코로나 전염병을 막으려면 미리 범용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연구 목표는 뛰어나지만 범용 코로나 백신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며 연구비 지원을 거절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 팬데믹을 막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과학계는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IAID는 지난해 11월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긴급 연구 과제를 공모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는 지난 3월 범용 코로나 백신에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와 관련, K-방역을 앞세워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대한민국은 어떤가. 근본적인 해결책인 백신 개발은 고사하고, 외국에서 개발한 백신조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에게 제대로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2차 이상의 접종을 끝내 실외에서 마스크 아웃(OUT)을 선언한 이스라엘과 영국이 부러울 따름이다. 외국의 성공사례를 부러워하는 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게임의 전략을 수정할 때다.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시대, 자가진단키트나 특수 주사기를 만들어 목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할 백신 개발은 산 넘어 산이다. 끝판왕을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진리를 깨닫길 바란다. 김규태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일상을 되찾은 그들이 부럽다!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영국 런던 로이터 통신에서 디지털이라는 아주 난해한 주제로 연수를 받던 때의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연수 프로그램 속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가며 런던 브리지와 캐나다워터, 카나리워프 인근 펍(Pub)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며 런던의 밤거리를 몸소 체험하면서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힐링 타임을 선사했던 그때가 그리운 요즘이다. 3개월의 연수 기간 동안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 벗으로 지낼 소중한 동지들도 만났고, 또 영국 현지에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멋진 선후배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후 향수병이 아닌 런던병이 걸릴 만큼 사진과 동영상을 틈틈이 보며 영국의 추억을 곱씹어왔다. 다시 한번 꼭 그때의 런던을 느껴보리라 다짐해왔는데,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향후 5년간은 자유롭게 외국을 못 다닐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나의 다짐은 점점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마음속에서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엊그제 언론매체를 통해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영국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본격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다는 얘기였다. 현재까지 1차 접종을 한 사람은 3천219만명, 2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은 76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영국 성인의 58.5%가 백신을 최소 1차례 맞은 셈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오브런던(UCL) 연구팀은 지난 12일 코로나 면역력을 지닌 영국 국민 비율이 73.4%에 달하게 된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첨부된 사진들 속 장소가 먼저 눈에 띄었다. 코벤트가든에서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 런던 최고의 번화가인 소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시민들, 트라팔가 광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4년 전 그때로 잠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반면 그 소식과 사진을 접하며 씁쓸한 생각도 함께 들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K- 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일찌감치 승리 선언을 하며 샴페인을 터트렸던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하루 확진자가 1천명이 넘어서는 일도 다반사였고, 최근 들어서는 500~600명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다가 14일 현재 97일 만에 700명이 넘어서면서 급기야 하루 확진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을 걱정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됐다. 뒤늦은 대처는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다 못해 이제는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백신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뒤로하고 점오 단계라는 터무니 없는 거리두기 단계까지 만들어가며 인원수,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1차원적이며 단기적인 대책을 만들기에 급급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의 고요한 외침이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미 47 재보선에서 그 움직임은 시작됐다. 일상을 되찾은 영국을 본보기 삼아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고 싶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말 뿐인 재난지원금

코로나19가 1년이 넘도록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조금은 미안한 이야기지만 조직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안함의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우리 소상공인들이다. 직장인들은 코로나19에도 고정 수입을 받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시로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에 걸려 제대로 된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1, 2차에 걸쳐 이미 지원이 됐고 지난 설 명절을 기점으로 집합금지 업종을 위주로 해서 3차 지원금을 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다시 소상공인들을 울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재난(災難, disaster)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태풍홍수호우폭풍폭설가뭄지진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환경오염사고 등 이와 유사한 사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을 재난으로 규정한 것이다. 말 그대로 긴급한 지원이 따르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생계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절실한 이 재난지원금이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행정 미스로 두 달이 넘게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전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적 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에서 그 의미는 더욱 배가된다. 1, 2차에 걸쳐 이미 검증받아 지원받은 소상공인에게 또다시 증빙서류 등을 요구하며 지원금을 내주지 않는 것이 더욱 큰 재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에게 현재는 막다른 골목 끝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PHOTO경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99.9%.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총 663만개의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종사자는 1천710만명으로,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은 2천662조9천억원에 달한다. 숫자가 말해주듯 중소기업은 한국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이다. 이들 중소기업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이가 있다. 바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수장인 김기문 회장이다.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갈수록 기업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인을 대표하는 김기문 회장을 만나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중소기업기본법 개정, 협동조합 체질개선 및 각종 정부 정책 효율적 강화 기대 취임 이후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기문 회장은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중소기업 협동조합 활성화를 꼽았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인들이 서로 힘을 합해 만든 조직인 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인의 경제적 지위향상 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그간 중소기업자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각종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지난해 8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으로 협동조합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각종 정부정책의 효율 강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적극적인 지역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지자체 차원의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지원조례 제정을 이끌어 내는 성과도 거뒀다. 16개 지자체중기협동조합육성 지원조례제정, R&D 사업 개발 등 공동사업 활성화 앞장 김 회장은 중앙 협동조합법과 별개로 지방에서도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16개 광역지자체가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할 수 있게 했다며 경기도에서는 R&D와 사업개발, 공동 상표개발 등 중소기업협동조합 공동사업 지원을 통해 도내 조합원사 전체의 이익 창출 및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주52시간공정경제 3법 등 산업 특성 고려한 정책보완 역량 집중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중소기업 관련 규제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중소기업계에서도 생명과 안전, 산재사고 예방의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지금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 경영의욕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산업 특성을고려한 세부실천과제들이 현장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처벌보다는 예방중심이 될 수 있는 정책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 52시간제와 공정경제 3법 등에 대해서도 현장을 반영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회장은 2021년 코로나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계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으켰던 한강의 기적,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견뎌냈던 IMF 외환위기, 지금까지 세계 모범사례로 남아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선제적 극복 등의 족적을 남겼다면서 수많은 위기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극복해온 경험과 저력을 가지고 있기에 코로나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_김규태ㆍ김태희기자 사진_윤원규기자

[데스크 칼럼] 자정도 괜찮다… 자영업자가 살 수 있다면

코로나19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된 만큼 단지 한 국가가 종식 선언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어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이다. 국내 상황도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이다. 1천명대를 넘나들다가 300명, 400명, 500명대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하루 잠 못 이루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이달 15일 자정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오후 9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한 시간 늘었다. 이 한 시간에도 감사하며 행복해 하는 게 우리 자영업자들이다. 그런데 아직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자영업자에게 영업시간 제한은 곧 생계를 걱정하는 문제이기 전에 삶을 지속적으로 사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까지로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벌이는 없는데 고정 비용은 발생하고 결국 은행 대출, 사채까지 손을 대는 악순환의 고리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으로 할 수 있는 건 은행 대출 이자 정도 갚는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영업자에게 이제 선별이냐 보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느끼기에는 모두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다리 하나가 부러진 식탁에 계속 음식을 쌓아 올리면 결국 식탁은 주저 앉게 된다. 제대로 된 수리를 하든지, 아님 새 식탁으로 교체해야 위험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제한에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만으로 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판이다. K-방역을 외치는 정부가 그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면 영업시간 제한만큼은 충분히 풀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전국 550여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영업시간 제한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오후 6~9시까지 다닥다닥 붙어서 음식을, 술을 마시는 것이 더 위험 인지를 높인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사회적 시간 두기로 자정까지 영업시간을 늘려 준다면, 수조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도 큰 짐을 덜 수 있을텐데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려울 때 그 힘을 배가 하는 민족이다. 땜질식 제한 조치가 아닌 현실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국민 550여만명을 살릴 수 있다. 시간에 갇힌 그들이 성난 군중으로 돌변해 정부를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단순히 시나리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철저한 방역과 위생 수칙을 영업시간 제한을 푸는 대원칙으로 내세운다면 자영업자들은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코로나19와 싸워 나갈 것이다. 내 자식, 내 부모의 생계를 위하기 때문이다. 한시간의 행복으로 충분치 않다. 최소한 자정까지 풀어주자.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무너진다. 빚의 무게를 언제까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세금을 감면하는 것도 좋고, 감염병 확대를 예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국민들이 생겨난다면 모두 무의미할 뿐이다. 자영업자만 살 수 있다면 내가 갖는 불편함쯤은 상관없다. 이제 사회적 시간 두기는 현실이 돼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국민과의 거리두기?

외국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국민성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 바로 빨리빨리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것도,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삼성 및 현대기아자동차 등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 낸 것 역시 빨리빨리 국민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그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체로 급하고, 계획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맞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렇게 되자 유흥업소 등 집합금지 시설 외에도 헬스장과 필라테스,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의 영업이 중단됐다. 참다참다 참지 못한 해당 시설 자영업자들이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생계 앞에선 보살도 성인군자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됐다. 오후 6~9시까지 음주를 사랑하는 이들은 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신다. 다닥다닥 붙어서 마시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시간과의 싸움일 뿐. 그 전투의 현장에 코로나는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헬스와 필라테스 등 상당수의 실내체육이 개인 운동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 역시 일반음식점 수준을 넘어선다. 지속적인 거리두기는 내 삶과 가족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쯤되면 국민과의 거리두기라고 할 수 있겠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가난과 굶주림 앞에서 모두가 장발장이 될 수 있다. 이제 숨통을 트여줘야 할 시간이 왔다. 빨리빨리의 국민성을 가진 이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계속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정부는 이제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에게 형식적인 거리두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빨리빨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난 민심이 항상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네번째 악몽과 눈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2단계로 격상됐다. 다시 평범한 일상은 제한이라는 이름에 갇혔고, 상인들의 깊은 한숨과 눈물을 마주하게 될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삶만으로도 힘든데, 정부의 지침에 따라 내 장사 마저도 통제를 받는 그들의 심정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올해 들어 벌써 네번째 제한 조치다. 첫 번째는 올해 2월 말 대구 종교단체발 코로나19 확산이었고, 당시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다. 두 번째는 지난 9월 초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높아졌을 때며, 세번째는 추석연휴기간(9월28일~10월4일) 정부가 추석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을 때였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제한의 시간.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가장 많은 피눈물을 흘리는 대상은 바로 소상공인들이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강화될 때마다 이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매출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그래서 이번 강화 조치로 인한 4번째 악몽은 자칫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포함하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한해가 가기전 ~회로 통칭되는 모임을 갖는 것이 특징인데, 올해는 이마저도 사실상 끝나면서 장사로 먹고 사는 상인들의 기반은 비극으로 마무리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역 경제는 임계점에 달해 결국 붕괴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 더 많이 먹고 마실 생각이다. 시간을 제한한다면, 그 시간 안에서 충실히 먹고 마시겠다. 이제는 마스크로 가려졌지만, 십수년을 함께 한 회사 근처 상인들의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다. 그것을 지켜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 밖에 없기에. 나부터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철저한 방역 속에서 조심하겠다. 오후 9시라는 시간 제약을 1~2시간만이라도 늘려줄 정부의 유연함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지역 경제의 기반이 그들임을 잊지 말자. 김규태 경제부 부장

[지지대] 금추와 코로나

그야말로 배추가 아니라 금(金)추다. 올해는 54일이라는 역대 가장 긴 장마와 3차례나 한반도를 덮친 A급 태풍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배추는 최근 한때 포기당 1만2천원을 넘나든 귀하신 몸값을 자랑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내수 경제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배추의 금(金)추화는 서민들의 가슴을 더욱 후벼파는 역할을 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고,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치솟는 배추 가격을 맞추지 못해 포기김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한 대형마트는 어렵게 마련한 한정판 배추(포기당 2천원)를 마치 배식하듯이 1인당 2포기로 판매를 제한했는데, 이마저도 반나절 만에 동나는 일마저 벌어졌다. 그렇게 배추의 상한가는 한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김치는 최고의 밥상 친구다. 밥에도, 라면에도, 심지어 치킨이나 스파게티를 먹으면서도 김치를 찾는다. 그런데 최근 발효시킨 배추와 관련된 재밌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적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장 부스케 명예교수는 발효된 배추를 먹는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와 한국, 대만이 코로나19 사망률이 낮다면서 발효된 배추의 유효 성분이 효소 ACE2(안지오텐신 전환 효소2)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치 추출물이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김치는 2003년 사스가 유행했을 때에도 국내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큰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런 배춧값이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가을배추 출하도 한몫해 김포족이 상당수 돌아서 김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치의 효능도 중요하지만, 안정세에 접어든 배춧값이 한없이 부러운 요즘이다.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배춧값처럼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 코로나19도 안정세에 접어들어, 결국에 종식 선언이 발표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대한민국 대표 음식 김치와 함께 하면서 말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연휴생활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 연휴가 눈앞에 다가왔다. 올해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기 이전에 보낸 구정 연휴 이후 사실상 처음 맞게 되는 명절이기 때문인지 왠지 모를 뒤숭숭함만 남는다. 작년 이맘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또 한번 확대될 수 있는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우려에 이례적으로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촌극마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수도권을 벗어난 많은 고향 마을에는 불효자만 옵니다, 얘들아,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마라 등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어찌 자식을 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으며, 부모님을 보고 싶지 않은 자식이 있겠는가. 그래도 전 세계적 재앙인 코로나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려는 그 마음에, 이 슬픈 현실은 잠시 잊고 지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오는 28일과 29일 이틀간 휴가를 내는 직장인이라면 최대 9일간의 연휴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고향 가는 길을 포기한 많은 이들이 휴양지로, 관광지로, 골프장으로 붐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족간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권장한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이 자칫 무분별한 여행에 발목 잡혀 의미가 퇴색되는 것도 모자라 강력한 폭발력을 발현해 코로나19의 재차 유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의 경우 이번 연휴 기간 최대 30만명이 넘는 인파가 입도할 것이라는 분석과 강원도 역시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호텔 등 숙박업소의 예약율이 100%에 가깝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골프장들의 부킹은 하늘에서 별따기 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가족간 감염 차단을 막으려다가 자칫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서의 2차, 3차 대유행이 벌어질까 두려운 요즘이다. 슬기로운~ 시리즈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한 민족이기도 하다. IMF 사태때도, 리먼 사태때도, 메르스 사태때도 우리는 정말 세계적인 이목과 찬사 속에 슬기롭게 어려움을 이겨냈다. 코로나19 역시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철저한 방역 수칙과 높은 국민성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어떤 형식을 빌어 종식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슬기롭게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이제 우리 국민 상당수는 알고 있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와 몸에 밴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외출 자제는 그 힘을 배가해 감염 예방에 결정적인 한 수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번의 고통이 다음의 행복이 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나 하나 쯤이야 대신 우리 모두를 위해가 우선이 되도록 슬기롭고, 현명한 연휴 생활을 기대해 본다. 김규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