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이슈] 최근 우리나라 수출동향의 이해

우리나라 수출입의 대GNI(국민총소득) 비율은 2018년 86.8%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비율은 수출과 수입 합계를 GNI로 나눈 백분율로 한 나라 경제의 무역의존도를 나타낸다. 비율이 높아지면 경제가 더 개방됐다는 의미이고, 대외 요인이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증가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출입의 대GNI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2017~2018년 동안 지속된 수출 호조와 더불어 수출용 원자재와 중간재의 수입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7~2018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은 연평균 10.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수출 품목과 대상국의 편중 현상은 심화해 왔다. 주요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각각 42.7%, 32.3%의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자동차(0.9%), 조선(-21.2%), 디스플레이(-0.9%) 등 여타 주요 업종들은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중국, 베트남 등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전체 수출증가율을 큰 폭 상회하는 등 일부 국가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은 2018년 하반기부터 둔화돼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다. 최근의 수출부진은 반도체 경기 하강, 중국 내수 위축 등으로 특정 품목 및 지역에 대한 수출이 크게 줄어든 데 기인한다. 반도체는 2018년 들어서면서 글로벌 생산능력이 확대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급속히 하락하는 가운데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구매 지연,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 글로벌 수요도 위축됐다. 이 때문에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감소로 전환된 이후 두 자리 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중국으로의 수출은 중간재와 최종재 모두 부진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줄어들었다. 중국은 국유기업 부채 누증, 부동산시장 공급과잉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입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반기로 가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 등으로 수출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 증가율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향후 반도체 경기, 중국 내수경기, 미국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국내 경기와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위기 직후의 경제 회복에 수출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수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시의성 있는 대응이 요구되는 때이다. 수출여건의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 및 다양화, 수출지역의 다변화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성원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전세시장 동향과 역전세 현상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2017년 말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전세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한 데다 전세가격 상승 누적에 따른 조정압력 등 다양한 요인이 가세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물량의 큰 폭 증가로 전세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전세가격 하락 움직임은 임차비용 감소 등을 통해 전세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세 공급이 전세 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이에 따라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 임대인(갑)은 세입자(을)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주택구매, 채무상환 등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전세계약의 만기가 도래하게 되면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병)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종전 세입자(을)에게 전세보증금을 상환하게 된다. 그런데 전세가격의 큰 폭 하락으로 임대인이 새로 받게 되는 전세보증금이 상환해야 할 전세보증금보다 적을 경우 임대인은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특히 전세 공급이 수요를 크게 상회해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병)를 구하지 못하면 이전 세입자(을)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 및 보증금 반환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앞으로 전세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주택 전세ㆍ매매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 저하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참가자들은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 확대에 대비해 임대인은 자금조달 대책을 보다 충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정기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본유출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점도표상 2019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회에서 동결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본유출은 여전히 우리에게 민감한 주제이다. 미국은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기존 0.0~0.25%에서 0.25~0.50%로 0.25%p 인상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상했고, 2018년에만 금리를 3번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는 2.25~2.50%에 이르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중 11월 한 차례 0.25%p 인상해 기준금리가 1.75%가 됐으나 미국의 기준금리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본의 유출입은 어떤 경로로 나타나는 것인지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채권자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게 된다. 즉,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게 되면 그 금리 차익만큼을 수익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아서 자본 유출 우려가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수익은 금리차뿐만 아니라 환율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때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어야 하고 이후에 자금을 회수할 때는 다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차, 환율 이외에도 자본의 유출입은 대외건전성 및 대외신인도, 국제 금융시장 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거나 국내 정세가 불안한 경우 대외건전성과 대외신인도가 낮아져 자금의 유출 우려가 확대될 것이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위험회피성향이 강해져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가 오른 뒤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취약 국가에서는 큰 폭의 자금유출이 나타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불안이 확대됐다. 이들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등 기초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금리 상승이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퍼지면서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중 오히려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자금이 늘어나는 등 외환 및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양호한 경제지표, 낮은 실업률 등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협상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최근 들어 상당히 줄어들었으나, 그 배경을 생각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전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정현석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공유경제

미국 UCLA 도시계획과 교수인 도널드 쇼프에 따르면 자동차는 평균 95%가량의 시간을 주차된 채로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 총무성은 2013년 실시한 주택조사 결과 일본 내 전체주택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13.5%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와 같은 유휴자산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거나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서 사용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경제활동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하버드 대학교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재화를 여러 사람이 공유해 소비하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언급하며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공유경제 산업은 우버(차량공유),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실 책을 빌리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교환하고, 집의 유휴공간을 하숙이나 민박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공유경제 영역이 크게 확장하는 원인으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자산 보유자와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을 찾는 것이 용이해져 거래비용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소득감소로 이어지며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기존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던지며 소유보다는 나누고 빌려 사용하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것도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공유경제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소비자의 경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더 낮은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생산자는 소비감소 등으로 일부 후생이 감소할 수 있으나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줄임으로써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배분 및 환경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고양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효과로 언급된다. 다만 공유경제는 기존 산업 및 제도와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허가를 받은 자들만 영업행위를 할 수 있는 업종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수익과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휴자산 보유자들이 제도의 공백을 이용해 규제차익을 누리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공유경제를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이처럼 공유경제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으나 그 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각국은 이를 혁신의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유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제도를 정비해 혁신과 활력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정승기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아마존 효과’와 통화정책

1995년 7월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Amazon)은 2018년 9월 기준 시가총액이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1조 달러에 이르게 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전문 기업이다. 2018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이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 매출액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거대 글로벌 기업은 중간상을 거칠 필요가 없는 온라인 거래를 통해 제품을 여타 오프라인 판매점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세계 각국의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았다. 아마존 효과는 바로 이 기업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협의로는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인해 제품의 판매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광의로는 이에 따른 기업이익 감소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하고 고용도 감소하는 효과까지 포괄하기도 한다. 아마존 효과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행 시 고민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기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물가가 오름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에 따른 물가상승률 목표를 맞추고 경기가 안정되도록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아마존 효과 등으로 인해 경기상승기임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금리를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8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개최된 잭슨홀 미팅(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경제전문가 등의 연례 모임)에서 아마존 효과가 현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때 알베르토 카발로(Alberto Cavallo) 하버드대 교수는 온라인 소매업체의 출현으로 가격변동 주기가 빨라지고 단일화되었음을 실증분석한 More Amazon effects: Online competition and pricing behaviors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에서도 최근 온라인 거래 확대의 파급 효과 및 시사점(2018.12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고용이 부진하고 물가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요인으로 아마존 효과가 작용하고 있음을 실증분석 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 간편결제시스템 활성화 등으로 온라인 거래가 2014년 이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20142017년 중 근원인플레이션율에 연평균 0.2%p 내외의 하방압력을, 도소매업 부문 취업자 수에는 연평균 약 1.6만 명의 감소 효과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PC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는 결제의 편의성 증대에 따라 계속 확대될 것이며 특히, 온라인 거래 중 해외직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아마존 효과가 고용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고려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근형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GDP와 삶의 질

우리는 방송과 신문에서 여러 나라의 경제력을 비교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을 인용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기간 동안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것으로 국가의 생산능력을 측정하는 데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현대적인 의미의 GDP는 1937년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미 의회에 GDP통계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대공황에 직면한 미국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이후 정책결정의 기초로 유용함을 인정받아 국제적인 체계인 국민계정체계(SNA: System of National Accounts)로 완성됐다. SNA는 경제여건이 변하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계속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인 2008 SNA에서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오락ㆍ문학작품, 예술품 원본 등의 무형 지식재산생산물까지 포괄범위를 넓혔다.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보기 위해서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을 사용한다. GNI는 GDP에서 임금, 이자, 배당 등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을 가감해 산출하며 국가의 경제영역 내에서 국민이 벌어들이는 소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2000년 1만 1천865달러에서 2017년 2만 9천745달러로 2.5배 정도 증가했다. 그렇다면 1인당 GNI가 증가한 만큼 우리 삶의 질도 개선된 것일까?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은 부유한 국가의 행복지수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며,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로 불리는 이 주장은 GDP(1인당 GNI)가 삶의 질을 대변한다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GDP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있어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주부의 가사서비스, 여가 등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포괄하지 못할 뿐 더러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도 제외한다. 또한 계층 간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지 못해 소득불평 등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스털린의 역설 이후 삶의 질이 소득뿐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 등 다차원으로 파악돼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해 여러 지표가 개발됐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구성된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GDP의 개념을 확장한 위 지수들은 삶의 만족도 같이 주관적인 항목을 포함하고 있기에 통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예외적인 현상에도 소득이 행복의 가장 주요한 결정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최근의 추세는 GDP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지표를 활용해 보완하려는 쪽이다. 거시통계인 GDP에 다양한 종류의 미시통계를 연계해 가계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년 10월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통계청)을 통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처음으로 평가하는 등 GDP를 보완하여 개인 삶의 질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는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문성원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최근 무역환경에 대한 이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ㆍ중간 무역분쟁, 유럽연합(EU)과 캐나다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계획 발표 등이 관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현지시) 신년 국정연설에서 무역적자를 줄일 실질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의 입법화를 촉구하는 등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기조가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혜무역법이란 미국산 수출품이 불공정하게 다뤄진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특정 수입품의 관세를 올리거나 해당 국가의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협상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글로벌 무역정책 기조는 크게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나눌 수 있는데, 자유무역주의란 무역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배제한 자유로운 대외 거래를 주장하는 것이고, 보호무역주의는 국가가 관세 및 수입할당제 등 보호무역조치를 통해 외국무역에 간섭해 국내 산업이나 고용을 보호하려고 하는 주장을 말한다. 여기서 보호무역조치는 크게 수입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조치와 수입품의 수량 등을 제한하는 비관세 조치로 구분되는데, 관세조치는 다시 수입품에 통상적으로 부과하는 일반관세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특별히 부과되는 무역구제조치로 나눌 수 있으며 비관세 조치는 관세 이외에 교역을 제한하는 각종 조치들을 포괄한다. 글로벌 무역정책 기조는 시기별로 변화해 왔다. 1920년대 말 대공황을 겪으면서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보호무역정책을 확산시켰으나 그 후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합의가 이뤄지면서 다자무역 안정화 등을 토대로 자유무역정책이 유지됐다. 그러다 1970년대 1ㆍ2차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불황이 지속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나타났고, 1990년대 WTO 출범 등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완화되면서 자유무역이 글로벌 무역정책의 기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세계무역의 증가세는 급속히 둔화되었고,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현재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확산과 같은 국제교역환경의 변화에 시의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즉 국제교역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와 글로벌 기준 적합성 제고, 수출지역 다변화 등 보호무역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 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강선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반복되는 신흥국 위기

우리나라 기업,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은 수입대금 지급, 단기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외화 자금을 필요로 한다. 평상시에는 외화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거나 우리나라의 국가위험도가 높아져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총신용공여 규모(exposure)를 급격히 축소할 경우 국내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금 차환(roll-over)이 어려워지고 차입 가산금리가 일시에 급등해 차입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전반적인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말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로 많은 관객을 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외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1990년대 중반 무렵 우리나라의 해외 단기 외화차입 규모가 증가했고 경상수지 적자도 누증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기존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급격히 유출되면서 결국 우리나라는 높은 금리 등을 조건으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 그 뒤 2008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극심한 신용경색이 발생해 해외 금융기관의 자금회수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이 크게 악화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금융위기의 사례에서 보면, 단기외채가 많거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대외부문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역거래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거나 금융시장이 개방돼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의 비중이 큰 경우에도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나타낸다. 자본 유출에 대한 취약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이 큰 폭 절하되고 자본이 급격히 유출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긴장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아시아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면서 취약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견고히 유지하고 대외불균형이 누적되지 않도록 대외건전성 지표를 관리해 국제시장에서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보라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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