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이슈] 환율 변동요인

김주영 환율 하락에 수출기업 비상, 환율 하락으로 고민 깊어진 해외주식 투자자 이는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2년 6개월 만에 1천100원 아래로 내려가자 언론에서 다룬 기사 제목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고, 해외주식을 매수한 국내 투자자들은 달러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들 것을 고민한 것이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에 따라 경제주체들은 이익을 보기도 하고 손실을 입기도 한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알아보고자 한다. 단기적으로 환율은 환율 방향에 대한 기대, 뉴스 등에 따라 움직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면 달러를 미리 매수해 차익을 누리고자 한다. 이러한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게 된다. 또한 뉴스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쳐 원달러 환율을 변동시킨다. 지난해 3월19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심리 확산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1천285.7원까지 상승했으나 그날 밤 한국은행과 미 연준의 통화스왑계약 체결 소식이 발표되면서 다음날 원달러 환율은 39.2원 하락했다. 환율은 이러한 경제 뉴스뿐만 아니라 정치, 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에 따라 움직인다. 중장기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대외거래, 국내외 물가수준 변화, 생산성 변화 등이 있다. 환율은 상품의 수출입, 서비스거래, 자본거래 등 대외거래의 결과에 따라 변동한다. 국제수지가 흑자를 보이면 외환의 공급이 늘어나 원달러 환율은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반면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여 외환의 수요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원화가치 하락)한다. 또한 환율은 국내외 물가수준 변화를 반영한 상대적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햄버거 가격이 1천원에서 2천원으로 오를 경우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햄버거 개수는 10개에서 5개로 줄어들어 그만큼 원화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원화의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한 나라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게 향상될 경우 해당 통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한 국가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더 싼 값에 재화를 공급할 수 있게 돼 국내 물가가 하락하거나 자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해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처럼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시계별로 매우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통화의 상대적인 값인 환율은 국가 간 여건 차이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은 손익과도 연결되는 만큼 경제주체들은 환율 변동요인을 점검해 보고 환율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주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저축의 역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안빈낙도, 안분지족을 강조하던 시대에 파격적인 경제사상을 주창했다. 무릇 재물은 우물과 같아서 퍼서 쓸수록 자꾸 가득 채워지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비단옷을 입지 않으니 나라 안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어지고, 비뚤어진 그릇을 탓하지 않으니 일에 기교가 없고, 나라에 공장과 도야가 없어지고 기술과 재주도 사라졌다. 소비를 해야 생산이 살아나고, 기술개발과 경제발전도 가능함을 간파한 것이다. 저축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1988년에는 우리나라 가계순저축률이 23.9%에 달하는 등 가계의 높은 저축은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었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저축이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까? 소비 위축으로 생산된 상품이 판매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생산을 축소하고 노동자를 줄일 것이다. 비단옷을 입지 않으니 비단 짜는 사람이 없어지는 이치다. 실업이 늘고 소득이 줄면 소비와 투자는 더욱 감소하고 고용상황도 악화된다. 케인즈는 이와 같은 대공황 이후 불황과 실업의 원인을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설명하며 저축이 개별 가계에는 바람직할 수 있으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총수요를 감소시킨다는 저축의 역설을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대비 5.0% 감소했으며 2020년 3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83조8천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조2천억원 증가했다. 최근의 소비 위축 및 저축 확대는 향후 경제성장, 고용, 임금 등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에 일부 기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는 소비보다는 저축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용대 2020)은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미래 예상소득 감소, 신용제약 증대 등으로 가계의 저축성향이 높아지는 행태 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소득 불평등도 심화되면서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되고 소비부진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올해 경제도 높은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백신 보급으로 감염병 확산세가 잡히고 그토록 염원하던 일상으로의 회복이 이뤄진다면 오랫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 위축이 소득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재난지원금을 받은 가계가 식료품, 가정용품 등 생필품 위주로 소비지출을 확대한 점, 저소득층일수록 평균소비성향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 등이 우려를 높인다. 조속한 감염병 억제와 일상적 경제활동 재개만이 우리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소비 위축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소득의 회복도, 경제의 회복도 어려워질 수 있다. 우물이 마르기 전에 물을 퍼내면 새 물이 가득차지만 우물이 말라버리면 어떠한 노력도 헛되기 때문이다. 박성경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통화량 통계의 이해

최근 신문기사를 보면 돈이 많이 풀렸다, 시중에 유동성이 많다는 말이 적잖이 들려온다. 오늘은 돈이 시중에 공급되는 과정과 우리나라의 통화량 통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통화는 거래의 지급 수단이나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지폐와 동전 등의 화폐를 뜻하고, 한 나라의 경제에서 일정 시점에 유통되고 있는 통화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만이 발권력을 가지고 화폐를 발행할 수 있으며, 한국은행이 공급한 화폐를 본원통화라고 한다. 본원통화가 공급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행에서 금융기관에 대출을 해주거나,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외환을 사고 한국은행의 원화를 내어주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을 공급한다. 금융기관은 이 중 일부만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대출을 해주거나 민간이 가지고 있는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민간에 공급된 통화 중 일부는 다시 예금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돌아온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예치된 예금 중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금액을 다시 민간에 공급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본원통화보다 훨씬 큰 규모의 통화가 생겨난다. 이렇게 창출된 통화를 누군가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금융상품에 통화를 예치해놓을 것이다. 한국은행에서는 매월 통화량 통계를 발표하고 있는데, 통화가 예치돼 있는 금융상품의 유동성을 기준으로 협의통화(M1)와 광의통화(M2)를 분류하고 있다. 협의통화는 현금통화와 현금이나 다를 바 없는 금융상품인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의미하며, 광의통화는 협의통화에 더해 MMF,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증권금융 예수금, 2년 미만의 금융채 및 금전신탁 등 즉시 현금화하기 다소 어려운 상품들까지 포함한다. 대개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통화량은 광의통화를 의미한다. 2020년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광의통화는 3천190조 7천967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9.4% 증가했다. 광의통화가 2018년 중 6.7%, 2019년 중 7.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통화량의 증가세가 가팔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한국은행이 1.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0.75%, 0.5%로 인하했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고채 단순매입 등 시중의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요인에 대응해 소비, 투자, 고용 등으로 통화가 흘러갈 수 있게끔 정책당국이 통화량을 늘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듯 통화량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은 존재이다. 몸속의 혈액이 잘 순환돼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듯, 시중에 통화가 원활하게 돌아야 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통화량 통계를 이해하는 것은 아침마다 혈압계로 혈압을 확인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오지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탄소중립과 경제

파리기후변화협약(2016년 발효)과 UN기후정상회의(2019년)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대두됐다. 탄소중립이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순(net)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국제사회는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으나, 세계기상기구는 202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 높을 것이며 2024년까지 적어도 한 해는 1.5℃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EU의 경우 2019년 12월 발표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서 에너지, 산업, 건축, 수송 분야에서의 탄소 저감조치를 발표했으며, 2030년까지 최소 1조 유로를 투자하기 위한 재원마련 계획을 제시했다.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도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취임으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EU와 마찬가지로 탄소국경조정(탄소세) 도입을 시사해왔으며, G20 국가들에게 해외 고탄소 발생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국제질서 전환에 발맞춰 지난해 10월28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경제구조의 저탄소화와 저탄소 신산업 육성, 취약산업과 계층에 대한 지원 등의 정책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같은 해 12월7일 발표했다. 우리 경제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28.4%)은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8.4%)을 중심으로 주요국(EU 16.4%, 미국 11.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제규모(명목 GDP)와 동조화하면서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G20 평균의 2배에 이르고, 배출량 예상 감소폭은 G20 하위 5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속도는 하위 2위에 머무르고 있다.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부담이 따른다. 화력발전이나 내연차 등 기존 산업의 기반이 약화되면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고 EU, 미국 등이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할 경우 석유화학,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배터리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0년, 우리나라 인구가 60% 증가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는 열 배, 화석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사회경제구조의 대전환 등 더 늦출 수 없는 변화들에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가계부채 평가지표

언론에서 영끌, 빚투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영끌, 빚투는 주택매매, 주식투자 등을 위해 개인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대출을 받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통계상으로도 경기지역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 중 3조4천억원, 2분기 중 4조1천억원, 3분기 중 6조4천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 규모가 점차 확대됐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수준과 증가 속도가 적절한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 전체나 가계 차원에서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국가 전체와 개별 가계 차원으로 나눠 가계부채를 평가하는 지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국가 전체의 부채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등으로 가늠할 수 있다. 또한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장기 추세치에서 떨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신용갭도 이용된다. 이와 같은 총량지표는 우리나라의 채무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평가하는 데 유용한 반면, 가계부채의 분포와 가구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 전체적인 가계부채를 평가함에 있어 총량지표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분포 등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개별 가계 차원에서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할 때는 담보가치와 소득이 주로 활용된다. 담보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LTV)은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 대출을 받을 때 주택가격대비 대출이 가능한 최대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LTV가 40%일 경우 5억원 주택에는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지표에는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DSR) 등이 있다. 이들은 연간 소득에서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비율이 낮을수록 부채상환능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DTI는 상환부담액을 계산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이자만 상환 부담으로 산정하고 있으며, DSR은 상환부담액에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기타대출도 원금과 이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자산시장 투자 확대,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감소 등 다양한 이유로 가계는 빠르게 대출을 늘려왔다. 가계대출은 부족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가계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는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채무상환능력에 적절한 대출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도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김주영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제조업의 서비스화

이른 아침 수원이는 잠에서 깨어 스마트워치로 간밤의 수면패턴을 확인했다. 스마트워치는 수면 습관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이고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취침 시간과 수면 목표를 제시해준다. 게다가 혈압, 심전도, 혈액 내 산소포화도까지 측정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에 가기 꺼려지는 요즘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원이는 아침 운동에 나섰다. 음악을 들으며 화서공원을 돌다가 서장대까지 오르는 코스다. 새로 산 운동화는 사람마다 다른 발 모양과 걷는 습관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3차원 프린터로 인솔, 미드솔, 아웃솔 등을 맞춤 제작한 것이라 발이 편하고 오래 신을 수 있다.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다운받는다. 수원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회사는 음악 재생기기를 출시했다가 디지털 음원 판매 서비스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영화, 게임, 교육용 콘텐츠까지 이용하느라 적지 않은 금액을 납부하고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타사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생각이 없다. 집에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하던 수원이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차 시동을 걸고 새벽공기에 차가워진 차 온도를 따뜻하게 조절했다. 이렇게 하면 승차전 차내 온도가 최적화돼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출근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수원이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운동화, 자동차 등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ICT기술 발전의 효익을 누리고 있다. 이때 수원이의 효용증대는 제품 소비에서 온 것일까, 서비스 소비에서 온 것일까. 과거 제조업체는 단순히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집중했다. 여기에 굳이 서비스를 더하자면 판매한 제품의 유지ㆍ보수 정도에 국한됐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의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 활동만으로는 경쟁력 유지와 부가가치 증대가 어려워졌다. 시장에 출시된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됐고 소비자는 제품 자체보다는 사용할 때의 경험가치를 더 중시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제조업체가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제조ㆍ판매를 넘어서 제품과 관련한 서비스를 개발해 함께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tization)가 제조업체의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전략이 됐다. 그렇다면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의 제조업 서비스화는 어느 수준일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연구(장병열, 2015)에 따르면 해외 유수의 제조기업들이 제품의 연구개발, 생산, 판매, 사용, 폐기단계 등 전 가치사슬 단계에 걸쳐 제조업 서비스화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아직 판매와 사용단계에 집중돼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단계라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 있는 산업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IT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서비스 융복합을 통해 제조업을 혁신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의 기술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나라 제조업이 또다시 놀라운 혁신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길 기대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박성경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경기북부지역 경제현황 및 과제

최근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균형 발전이란 통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 해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좀 더 섬세히 살펴보면 수도권인 경기도 북부와 남부 사이에도 현격한 경제력 격차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경기 북부는 한강과 북한강의 북쪽에 위치한 의정부시, 고양시, 파주시 등 10개 시ㆍ군으로 구성되며 면적(4천267.3㎢)은 경기도의 41.9%, 인구(337만6천명, 2019년)는 경기도의 25.4%를 차지한다. 경기 북부의 인구 규모는 경기도를 북부와 남부로 분리하여 전국의 여타 16개 광역 시ㆍ도와 비교할 경우 경기 남부(992만5천명)와 서울(964만명)에 이어 3위에 이를 정도로 크다.(이하 전국 순위는 경기 북부 및 남부와 여타 16개 광역 시ㆍ도 총 18개 중 순위) 하지만 경기 북부의 경제력은 면적과 인구 규모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경기 북부의 지역내총생산(GRDP, 2017년)은 79조5천억원으로 경기도 GRDP(451조4천억원)의 17.6%에 불과하고, 전국 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전국 8위에 그친다. 또한 경기 북부의 1인당 GRDP는 2천401만원으로 경기 남부 3천969만원의 60.5%이고, 전국 순위는 17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다음으로 경기 북부의 2018년 기준 제조업 생산(10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 기준)은 19조1천억원으로 경기도(197조원)의 9.7%에 불과하고, 전국 순위는 9위에 그친다. 또한 경기 북부의 제조업 사업체당 생산은 39억6천만원으로 경기 남부(89억6천만원)의 44.0% 수준이고, 전국 순위는 14위로 상당히 낮다. 이와 같이 경기 북부의 경제 여건이 낙후된 이유는 경기 북부에 군사시설보호, 환경보호 등을 위한 규제가 많아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9년 경기도 규제지도에 따르면 행정구역 면적 중 군사시설보호구역의 비중은 경기 북부가 42.0%, 경기 남부가 7.5%이고, 개발제한구역의 비중은 경기 북부가 43.3%, 경기 남부가 17.6%였다. 규제로 인한 개발 제한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부진도 야기해 경기 북부의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2019년)은 1.09로 전국 평균 1.54 및 경기 남부 1.30에 미치지 못하며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국가 안보를 위한 경기 북부의 특별한 희생에 대해 특별한 보상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경기 북부의 지역 발전을 위해 경기 남부ㆍ북부 산업단지 결합개발, 산하 공공기관의 경기 북부 이전,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 북부로의 리쇼어링 활성화 논의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더해 열악한 교통망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더욱 과감한 투자도 필요해 보인다. 향후 경기 북부가 견실하게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이재영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코로나19와 노동시장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노동시장 환경도 마찬가지다. 가이라이너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더 이상 보건 위기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경제의 위기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국경과 지역, 거리를 봉쇄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됐고, 이는 직장폐쇄와 휴직, 실직으로 이어졌다. 한편 재택근무와 원격회의 등의 근로형태가 보편화되면서 그동안 막연히 예상만 했던 언택트, 자동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앞에 한층 가까워졌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유례없는 고용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초기 고용감소 현상은 주로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부문과 영세사업장, 저임금 및 불안정 일자리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2분기 이후로는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제조업부문의 고용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은 남성보다 여성,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이와 같은 고용 충격의 장기화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재택근무가 단기간에 확대되는 등 근무형태가 다양화됐다. 잡코리아 설문결과, 직장인 62.3%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한 대기업(120개사)의 75%인 90개 업체에서 재택 및 원격근무 등 유연근로제를 실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러한 근무형태는 근무 장소에 제약이 있거나 소비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 대면 서비스업에서는 채택이 불가능하여 직종과 산업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프리에이전트(Free Agent),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같은 새로운 고용 환경을 촉진시키는데 기여했다. 자율출퇴근제, 비대면 업무의 확산 등으로 조직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는 프리에이전트들이 빠르게 늘고, 다양한 성격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쿠팡 플렉스나 배민 커넥트 등 긱 이코노미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노동시장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실직의 장기화, 재택근무 등 근무형태 변화, 비대면 및 플랫폼 경제의 진전 등 새로운 노동시장 환경과 관련한 중요한 이슈를 제기했다. 먼저 실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업종별 맞춤형 고용유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등 추세적 변화를 고려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비대면ㆍ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진행 등 코로나19 이후의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인 고민을 함께해야 할 때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코로나19는 바이러스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다시금 확인케 했다. 더욱이 우리는 코로나19의 충격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 메가트렌드 변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전환을 함께 겪고 있어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돌봄 경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성과 뒤에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집단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에 나서는 돌봄 종사자들과 가정 내 돌봄을 온전히 떠맡게 된 가족 구성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돌봄은 비대면, 비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영역이자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이 삶을 지속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비공식적 영역에서 가정 내 여성이 주로 전담해오던 돌봄 노동을 공식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이 돌봄 경제(Care economy)다. 해외에서는 주로 여성이 남성과 직장에서 평등한 기회를 갖기 위한 대안 차원에서 논의됐으며, 현재 영국, 덴마크,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돌봄 경제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고령화 등에 따른 돌봄 수요 급증에 발맞춰 2019년 2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년)에 돌봄 경제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돌봄 경제의 개념을 노인, 장애인 등의 돌봄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책 전략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통합 돌봄 분야의 서비스와 인력을 확충하고, 케어안심주택, 주민건강센터 등 지역 밀착형 생활 SOC를 활성화하는 한편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돌봄 기술(Care technology)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우리 사회 돌봄 경제의 현주소를 보면 낮은 급여와 복리후생, 열악한 노동조건 등으로 돌봄 종사자들의 이탈ㆍ이직률이 높아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요자가 돌봄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고 공급자가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돌봄 종사자의 자격이 향상돼야 하고, 그 전제조건으로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보상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역사학자 이반 일리치는 돌봄 노동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산업 사회의 작동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저서 그림자 노동(Shadow work)에서 임금 노동의 필수적 보완물인 가사 노동(그림자 노동)을 여성에게 배정하고, 노동이 생산적 노동(임금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그림자 노동ㆍ무급 노동)으로 분화되면서 가사 노동의 지위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저서 보이지 않는 가슴(The invisible heart)을 통해 돌봄이라는 인간 활동이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결정해온 만큼 그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고 사회ㆍ경제적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경제활동이 무임 또는 저임의 돌봄 노동 위에서 가능했음을 새삼 상기시켰다. 돌봄 노동의 지위와 보상을 개선함과 동시에 돌봄 경제의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분류 체계를 정비하고 통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최근 자산시장 동향으로 살펴본 행동경제학 이론

오지윤 조사역 지난 여름, 서울과 세종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최근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과 8월 각각 전월대비 2.1% 올랐다(이하 KB국민은행 통계 기준). 주식시장도 뜨거웠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됐던 지난 3월 1,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5개월 만인 8월에 2,400선을 넘어섰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이 온전히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예시로 들며, 몇 가지 행동경제학 이론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주식과 부동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가, 최근 들어 누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부동산이 많이 오른다더라 등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것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행동감염이라고 일컫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기인 올해 4~5월에는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집을 보러 다닐 수 없었고,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실물경제가 휘청거리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이에 작년 10월 이후로 매월 전월대비 0.5% 이상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월 0.2% 상승에 그쳤고, 5월에는 보합을 보였다. 그러나 6월부터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고,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06년 11월 이후 최대치인 1만6천2건(한국감정원 발표)을 기록했다. 필자의 지인인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조정되는 시기에는 아무도 중개사 사무실에 방문하지 않다가, 어느 날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집을 매수하고 집값이 오른다라고 평했다. 전형적인 행동감염의 사례이다. 또한, 많은 사람은 최근의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최근성 편견을 가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최저점을 기록한 2012년의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이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다, 하우스푸어 등 주택 매매에 부정적인 기사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산다는 의미로,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서 집을 매수하는 행위)해서 패닉바잉(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것)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일 같이 보도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역시 최근성 편견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월 코스피가 1,400선까지 폭락했을 때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가가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주가가 2,400선을 넘은 지난달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내년에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은 자산가격이 오를 때는 영원히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할 때는 영원히 하락할까 걱정하는 최근성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행동감염, 최근성 편견 외에도 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다양한 행동경제학 이론들이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행하는 비합리적인 행동 양식을 공부한다면, 시장으로부터 본인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지윤한국은행 경기본부 김획금융팀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개인채무자 구제제도의 이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업황 부진, 일자리 불안 등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경제주체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소득이 크게 줄어든 채무자의 채무상환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의 대출에 대해 원금상환 유예 등을 통해 채무상환부담을 줄여주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워진 개인채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는 정상적인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진 채무자의 상환내용 조정, 채무감면 등 상환조건 변경을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의미하며, 채무조정제도와 개인파산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채무조정제도는 원금, 이자, 상환일정 등 채무내용을 조정해 채무자의 미래 소득으로 일정기간 동안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파산제도는 최종 단계의 채무자 구제제도로서 채무자의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경우 채무자의 재산은 정리 절차를 거쳐 채권자들에게 배분하고 잔여 채무에 대한 상환의무는 소멸해주는 제도이다. 또한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 개별 금융기관 등을 통한 채무조정인 사적구제제도와 법원이 운영하는 공적구제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신속채무조정(연체전 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이자율 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 등을 통해 채무자가 처한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개별 금융기관 자체적으로도 연체 우려가 있거나 연체 중인 채무자에 대해 채무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공적구제제도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이 운영하는 제도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적 채무조정, 공적 채무조정, 개인파산 순서로 채무자의 총변제액이 감소하는 반면, 채무자가 받게 되는 신용상ㆍ신분상 불이익은 커지게 된다. 이와 같은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과도한 채무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채무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를 통해 과다채무자도 노동시장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생산력 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및 파산 남용을 유발할 수 있고 채무자의 상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채무자를 과도하게 보호할 경우 성실채무자의 대출비용을 상승시키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채무자의 실질적인 회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어 운영될 필요가 있다. 김주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김획금융팀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정부의 재정건전성과 중앙은행의 재무건전성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한국판 뉴딜정책 등을 추진하며 3차에 걸친 추경 편성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과 무제한 RP매입을 통해 달러 및 원화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확대하고 비은행 금융기관과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전례 없는 조치들을 단행했다. 이와 같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은 과도한 실물경제 위축과 시장 불안심리 확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동시에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중앙은행의 재무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1~6월 중 정부의 총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20조1천억원 감소한 반면 총지출은 31조4천억원 증가함에 따라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0조5천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 말 대비 65조1천억원 증가했다. 향후 3차 추경 집행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반면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 등 국세 수입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 적자는 심화되고 국가채무는 더욱 확대돼 2020년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Fitch는 올해 2월 우리나라 정부가 단기 재정확대를 위한 재정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확장 재정에 따른 생산성성장률 제고 여부에 따라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방압력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 진전으로 복지관련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성성장률 제고가 담보되지 않은 무절제한 재정지출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한편 한국은행은 위기 대응과정에서 보유 위험자산의 증가로 재무위험이 확대됐으며 거래기관 혹은 담보증권의 신용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손실을 회피(bad gain)하기 위해 위기 대처에 소극적이기보다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실을 감수(good loss)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인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야기하는 등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책 결정을 제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거친 비바람을 맞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게 정부와 중앙은행이 든든한 우산이 돼줘야 할 시기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통제하기 위한 재정준칙과 중앙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재무위험 수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우산을 치워서는 안 되겠지만 향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금융안정을 지키려면 정부의 재정건전성과 중앙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박성경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기본소득

기본소득(Basic Income)은 국가가 나이, 소득 수준, 근로 여부 등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최저소득을 일컫는다. 기본소득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와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로봇,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이 가져올 대량실업과 정치사회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안으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나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불안정 노동자 등 기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은 가계의 소득안정성이 보장되면 기술발전에 대한 반발이나 경제적 불안이 완화되고, 기술개발과 경제성장, 사회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본소득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기본소득 도입 시 사회 전반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범죄율 또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복잡다단한 복지제도를 관리집행하는 행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사회보험 미가입자 등 기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구성원에게도 지원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재원의 한계로 이 제도가 실현 가능하지 않거나, 시행하더라도 기대한 효과들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고령화, 경제 양극화 등으로 기존 사회복지 예산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복지제도의 개편이나 증세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폐지할 경우 저소득층의 소득 보장 등 소득재분배가 후퇴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재정부담과 복지제도의 비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견해다. 재원 조달을 위해 국토보유세나 탄소세 등의 세금 신설, 비과세혜택 폐지, 기본소득을 위한 목적세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각각의 세수확보 규모나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취약한 사회안전망, 경제 양극화 심화 등으로 사회적 긴장이 높은 상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기본소득 제도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수혜계층과 비수혜계층이 나뉘고,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정책목적 달성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혜계층과 비수혜계층을 모두 고려해 주도면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기술과 경제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분배체계의 큰 틀을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하에서 제도의 실현가능성과 효과에 대해 정책입안자와 국민 모두가 세심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임정희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최근 이슈를 바탕으로 살펴본 채권시장의 이해

지난 3월 24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먼저 채권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채권이란 정부, 공공기관 또는 민간기업 등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정 시기에 정해진 원금과 이자의 지급을 약속하면서 발행한 증서이다. 채권을 매수한다는 것은 돈을 빌려주고 이 증서를 받는 것이며, 채권을 매도한다는 것은 일정 기간(만기) 뒤에 받을 수 있는 이익(원금과 이자)에 대한 증서를 파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받는 증서이며 채권시장은 이러한 채권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채권은 발행 주체, 보증유무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발행주체를 기준으로 보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방채, 은행ㆍ증권회사ㆍ신용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금융채, 일반적인 주식회사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으로 구분된다. 또한 원리금에 대한 제3자의 지급보증 여부에 따라 보증채와 무보증채로 나뉜다. 한편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하게 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된다. 기업들은 적자를 버텨내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투자받거나,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시도한다. 이 중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경우 기업은 자금을 조달받는 대신, 특정 기간 이후 원금과 이자의 지급을 약속하게 될 것이다. 이때 만약 기업의 영업실적이 양호하고 신용도가 높다면 보다 낮은 이자를 받더라도 돈을 빌려줄 것이다. 반면 기업의 도산 위험이 커지고 경제 상황이 위축되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회사채 매입을 포기하거나 보다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많은 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고 회사채 금리도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금융당국이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은 자금흐름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우량 채권을 펀드를 통해 매입해 주는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80%를 인수해 그 대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은 상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은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문제로 도산하는 것을 막고, 충분한 자금 공급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정현석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현황과 과제

1980년대 반도체 선두그룹은 미국과 일본이었고, 당시 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나라였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메모리 반도체 선두그룹으로 성장했다. 주변국들의 상황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중국은 2014년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도체 굴기 추진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진속도는 둔화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IT 제품의 임시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RAM과 데이터 저장을 위한 낸드플래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와 개별소자로 구분되는데 그 중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의 연산, 제어 등 정보처리 역할을 수행하며 8천여종의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이용되는 이미지센서(CIS:Cmos Image Sensor)가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1995년 25.8%에서 2020년 4월 기준 약 59%(매출액 기준)로 크게 확대됐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상승 추세를 지속해왔으나 2018년 4분기 이후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의 초과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세 지속으로 크게 감소했다. 미ㆍ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있어 유동적이었지만 2020년 상반기 이후 2019년 부진했던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회복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정상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이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은 다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산업의 성장은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및 소비심리 위축의 장기화는 반도체산업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장기거래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아직까지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을 타개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R&D 및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은 공정 전환을 통한 원가절감이기 때문에 관련 기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5Gㆍ인공지능ㆍ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시스템반도체 유망 품목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 중인 반도체특화 클러스터와 같이 대기업ㆍ중견ㆍ중소기업과 관련 산업을 연계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육성해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자체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강선영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최근 개인투자자의 원유 상장지수상품 투자와 리스크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함에 따라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와 더불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코스피지수가 1월 2,200포인트 중반에서 3월 1,500포인트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상당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규모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견인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3월 8일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29% 폭락했고, 이날 이후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제유가가 저점이라는 판단하에 국제유가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상품(ETFETN)에 투자를 확대했다. 이들은 그 중에서도 기초자산 변동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4월 20일 종가 기준 ?37.63달러라는 역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37.63달러라는 것은 원유를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도리어 37달러의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원유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많은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의 기초자산인 원유 선물계약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선물계약이란 장래의 일정 시점에 일정한 품질과 수량의 어떤 물품 또는 금융상품을 정한 가격에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계약은 지금 하지만 물품은 미래의 약속된 시점에 주고받는다. 원유 실물이 필요한 기업들은 주로 정유사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요가 줄어 정유사의 원유 수요가 큰 폭 감소했다. 원유 수요가 없어 저장고에 이미 원유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 지속되며 웃돈을 얹어줄 테니 제발 내 원유를 가져가 주시오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하는 원유 관련 상품이 어떤 기초자산을 추종하는지, 그 기초자산의 리스크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지금 원유가 싸다는데, 관련 상품을 사서 묻어두면 언젠가는 수익을 보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금융상품 투자에 앞서 상품 구조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오지윤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공매도의 의미와 장단점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고, 3월 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됐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 정지 조치-선물가격이 전일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할 때 발동)와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 정지 제도-주식거래 중단제도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갑자기 급락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발동)가 동시적으로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주가지수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주식시장에 공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투매 현상이 우리나라로 파급될 것을 우려해 시장안정조치로서 6개월간 코스피ㆍ코스닥ㆍ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지난달 13일자로 금지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거래자가 주식보유자에게 주식을 빌려 대신 팔고 차후에 이를 되갚는 거래형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신용융자제도가 도입되면서 공매도가 가능해졌고, 이후 1996년 상장 종목에 대한 금융기관 간 유가증권 대차제도가 허용되면서 활발해졌다. 공매도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주식시장에 대한 공매도의 순기능을 보면, 먼저 공매도는 주식의 기대가치보다 주가가 낮을 때 투자자들의 기대는 매수를 통해 반영될 수 있고, 반대로 주식의 기대가치보다 주가가 높을 때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통해 기대를 실현시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공매도는 적정한 가치에서 벗어난 종목에 대한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등 유동성을 높여주는 순기능이 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늘려주어 투자의 위험성을 분산시키는 장점도 존재한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주식이 하락했을 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늘어나면 주식가격이 내려간다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을 들 수 있다. 또한 손실의 하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높은 거래방식이고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개인이 거래하는 방식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불공정한 측면도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세와 더불어 공매도 거래대금이 지난해 일평균 3천180억 원에서 지난달 11일과 12일에는 각각 일평균 6천633억 원, 8천722억 원으로 과도하게 증가했다. 정부가 주식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금융시장의 투매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인 공매도 금지를 취한 것은 필요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주식시장이 안정화되면 공매도 금지조치에 대해서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코스피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공매도의 순기능을 취하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보완한다면 공매도 거래는 국내 주식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이수민 조사역

[알기 쉬운 경제이슈] 신용보증제도의 이해 및 현황

A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문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센서 개발회사를 창업했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끝에 자동차의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A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효익이 기대되는 사업이라 대출이 거절될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B는 시중은행에서 기업대출 심사업무를 맡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심사서류를 검토하는 중에 A가 찾아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엄청난 기술을 개발했으며 상용화될 경우 미래 수익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B는 서류를 검토하고 설명을 들어도 동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었다. 또한 업력도 짧고 매출 기록이 전무한 데다 담보할 만한 자산도 없는 기업이라 대출이 회수되지 않으면 은행이 입게 될 손실과 자신의 실적이 염려됐다. 결국, B는 A의 대출을 거절하기로 했다. 가상의 사례이지만 금융거래 실적이 충분치 않고 담보물건도 부족한 중소기업은 제3자의 보증 없이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중소기업 대출은 기업의 신용파악이 곤란하고 건당 대출 규모는 작은 반면 건수가 많아 대출 심사 및 관리 등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기능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 금융은 공적기능에 의해 보완됐다. 그중 하나가 신용보증제도로서 신용보증기관이 담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의 신용도를 심사하고 신용보증서를 제공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16개 시도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신용보증기관이 개별 기관의 설립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 및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보증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2008년 말 50조 3천억 원 규모였던 이들 기관의 보증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및 지역 소상공인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보증공급을 확대한 영향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2018년 말 93조 4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특별히 영세기업, 소상공인은 매출 급감, 임대료 및 인건비 지출 부담 등으로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보증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보증의 신규공급, 만기연장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특례보증을 실시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대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서도 신용보증기관을 통한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특례보증, 영세 소상공인의 신속ㆍ전액보증 지원을 발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소기업은 국내 사업체 수의 99.9%를 차지하며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89.8%에 달한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중소기업, 서민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들이 적기에 신용보증지원을 받음으로써 위기를 극복해나갈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박성경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콘텐츠 산업 현황 및 발전방향

대한민국은 방탄소년단 보유국에 이어 봉준호 보유국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정규 4집 앨범을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올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갔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르며 세계인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콘텐츠 산업이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 또는 이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제작ㆍ유통ㆍ이용 등과 관련된 산업을 말한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약 2조 3천억 달러에 달하고 2023년까지 연평균 약 4.17%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매출은 2014년부터 연평균 5.8% 성장해 2018년 119조 1천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 종사자(2018년)는 약 65만 3천 명이고, 청년종사자 비중(2016년)은 30.6%로 타 업종 평균인 14.8%보다 2배 이상 높다. 또한 콘텐츠 산업의 생산유발계수(2015년)는 1.95로 전 산업의 생산유발계수 1.8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은 성장성이 높고 고용과 소비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서 우리나라 미래 혁신 성장의 주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렇다면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까. 먼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한다. 최근 콘텐츠 시장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오버더톱(OTT, Over-The-Top)서비스 부문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또한 5G 상용화 등에 따라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현실 등 실감콘텐츠 시장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의 취약한 인프라 및 전문 인력 등을 확충하여 매력적인 실감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 둘째,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한다. 콘텐츠 상품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만 완성 후에는 추가 복제 비용이 매우 적어 불법 복제에 대한 유혹이 강한 특징이 있다. 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불법 복제물로 인한 국내 합법저작물시장 침해 규모는 2조 4천916억 원(2018년)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따라서 정부는 콘텐츠 생산자의 창작 의지를 제고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콘텐츠 제작 기업에 대한 적절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 초기 단계에서 자금조달 갭은 연간 9천378억 원에서 2조 1천90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망한 콘텐츠 제작 기업이라 할지라도 민간 부문에서 원활히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콘텐츠 산업은 향후 지속적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민간의 창조적 열정과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조화를 이뤄 콘텐츠 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제2의, 제3의 방탄소년단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이재영 과장

[알기 쉬운 경제이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올해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용률은 60%, 실업률은 4.1%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수치를 보여줬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전체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25~29세)이 차지하는 비중은 7년째 OECD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더욱이 청년들의 체감 고용상황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2019년 기준 22.9%로,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높은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음에도 이들의 임금, 근속기간 등 근로조건이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열악하며 그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들은 구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며, 또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은 실정이다. 즉,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무(無)노조로 대변되는 2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피하고, 대기업, 정규직, 유(有)노조로 대변되는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직업 탐색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두 시장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고 보호가 잘 되는 대기업, 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의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의 근속연수 2.3년에 비해 약 6배가 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월평균 임금은 1차 노동시장이 2차 노동시장보다 약 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한 배경에는 대기업이 핵심공정만 남기고 생산과정의 많은 부분을 도급화한 것과 불공정한 하도급 관계, 기업단위 노조활동 등이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하청기업들에 대한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가격인하를 압박하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2차 노동시장은 임금상승이 억제되고 비정규직화됐다. 또한,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기업별로 노사협상을 하기 때문에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는 강화됐으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은 2차 노동시장의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는 결국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불평등 심화, 내수성장 기반 약화 등 고용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현재 중소기업은 낮은 고용안정성으로 인해 근로자의 숙련 향상 및 업무몰입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 근로자 능력개발 및 동기부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소기업 일자리 개선에 필요한 환경 조성 역시 중요하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등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확립이 필요하며 노동시장 간 이동을 촉진하는 제도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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