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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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러브버그와 이상기후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러브버그’라는 이름의 벌레가 대량 출몰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러브버그들이 시민들에게 불쾌감과 불편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벌레는 떼를 지어 벽과 창문, 차량, 야외시설 등에 달라 붙는 습성이 강하다. 특히 사람의 얼굴, 팔다리, 옷 등에 붙어 혐오감을 유발하거나 사체가 수북이 쌓여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그렇다면 이 러브버그는 최근 들어 우리 앞에 왜 이렇게 출몰하는 걸까. 러브버그(Love Bug)는 학명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nearctica)’라 불리는 곤충이다. 가장 큰 특징은 암수 한 쌍이 꼬리를 맞댄 채 짝짓기를 하면서 떼를 지어 날아다녀 ‘사랑벌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남부,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주로 서식했는데 최근 몇년 사이 기후 및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수도권 일대에서 대량으로 관찰되기 시작했고 올여름에는 이른 폭염과 도심 열섬 현상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량 발생해도 보통 2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지키지 못하고 파괴한 지구는 작은 변화를 위험 신호로 바꿔 먼저 보낸다는 것을 말이다. 러브버그도 결국 진화되면서 우리 앞에 더욱더 강한 모습으로 변모해 나타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방제 대책도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우리와 지구가 공존·공생하는 길을 더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이 순간 여러분의 에어컨은 안녕한지 궁금하다. 지구는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러브버그는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지지대] 명언과 국적

‘명언과 격언’이란 과거의 위인이나 현대의 유명인이 남긴 현명하고 깊이 있는 말들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나 조언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명언과 격언을 통해 얻는 지혜와 인생 교훈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잘 활용하면 된다. 시대상을 타개할 가장 현명한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명언과 격언에 국적이 생긴 모양새다. 시대적 환경과 상황에 맞게 말한 명언이 지금은 검증 대상이 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명언이 바로 ‘흑묘백묘론(黑猫白貓論)’이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고양이는 털이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정치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성이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뜻으로 이 말을 발표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흑묘백묘’, 이 말을 쓰면 친중 세력으로 지목된다. 필자도 그동안 글을 쓰면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그럼 친중 세력으로 분류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말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하는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등의 명언을 인용하면 친미 세력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 빠져 있고 출구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갈등과 반목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내란과 탄핵’이라는 단어는 이제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에게서 해답을 찾아보자. 진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의 구분이 아닐 것이다. 쥐(경제)만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한 게 아닐까. 지지했던 기호가 1번이든 2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새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일할 기회를 줄 시간이라는 것이다.

[지지대] 어쩌다 학교가...

끔찍한 강력사건의 연속이다. 어린 초등학생이 숨졌고 교장선생님이 다쳤다. 흉기로 자행된 살인 사건에 이어 살인 미수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진 곳이 학교라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고 학생이 교사를 다치게 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 ‘백년대계’의 시작이 돼야 할 장소가 범죄의 온상이 돼 버렸다.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 이곳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인 A군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교장선생님 등 학교 관계자 등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불특정 다수를 노린 계획범죄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월10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8세 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던 이 교사는 지난해 12월 복직한 후 사건 당일 돌봄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어린 학생을 시청각실로 유인해 살해했다. 직장 부적응 등으로 인한 분노가 증폭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자인 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상동기 범죄’가 학교 내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전 국민은 분노했다. 2023년 11월15일에는 남양주 소재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주변 학생 3명이 다쳤고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에서, 12월 안산에서도 중학생이 교내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내 강력 범죄로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현실에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교사들의 두려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내 아이도, 내 부모(교사 등)도 언제든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는 이제 법·제도적 감시를 받아야 할 공간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하루빨리 학생과 교원 모두 안전한 시스템에서 백년대계를 실행하는 법 및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가 강력 사건의 현장이 되는 것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지지대] 특혜가 답이다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네요.”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실태를 듣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 한 말이다. 현실이 그렇고,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이러다가는 국가의 존립 자체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참담한 예측은 인구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세계 인구는 2024년 81억6천만명에서 2072년 102억2천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인구는 5천170만명에서 3천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줄어든 인구의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손 놓고 절망할 시간이 없다. 인천시의 사례를 보자. 2023년 인천시의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전국 평균(0.72명)보다 낮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0.76명으로 상승하며 전국 평균(0.75명)을 넘어섰다. 1년 만에 나타난 이 성과에는 인천형 저출생 정책 제1호 ‘아이(i) 플러스 1억드림’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임산부에게 교통비 50만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 △1세부터 18세까지 중단 없이 지원하는 ‘천사지원금(연 120만원·1~7세)’ △‘아이(i)꿈수당(월 5만~15만원·8~18세)’ 등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미성년 자녀를 3명 이상 둔 가족은 6월부터 인천공항 등에서 우선출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든든전세’ 입주사 선정 시 신규 출산가구에 대한 가점이 상향되는 등 출산·다자녀 가정에 대한 주거 분야 우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가 존망이 달린 중대 기로에선 출생률 향상에 선택적 복지를 통해 특혜인 것만큼 많은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00년 뒤에 대한민국이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지지대] 영통구청에서 예술을 만나다

기나긴 설 명절이 시작되기 전날인 1월23일 영통구청을 찾았다. 영통구민이 구청장을 만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평소 좋아하는 구청장과 명절 인사도 나누고 식사도 할 겸해서 만든 기분 좋은 일정이었다. 식사를 마친 구청장의 손에 이끌려 구청사로 들어갔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여기가 구청사야, 갤러리야.” 말로만 듣고 처음 찾게 된 ‘갤러리영통’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구청장은 어느새 ‘도슨트(Docent·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로 변신했고 그 열정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필자는 갤러리영통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행정기관에서 멋진 예술의 한 획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설 명절의 시작을 갤러리영통과 함께했다. 이달 7일까지 열리는 ‘갤러리영통’ 특별기획전은 행정기관의 유쾌한 변신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에 수원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의 생생한 기록물은 수원시민의 자부심을 높였다. 또 홍일화, 김환기, 이배 등 유명 작가 36명의 대표작품 64점은 이곳을 찾은 주민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곳에는 지난해 12월19~27일 관내 수원 매탄고 미술반 학생들의 열정을 담은 회화와 디자인, 공예 등 60여 점이 전시돼 지역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박사승 영통구청장은 “구민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 예술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문화적 풍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 예술가들의 소통과 성장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관도 이렇게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변모하는데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는 도대체 언제쯤 바뀔지. 갤러리영통이 주는 여운이 짙은 오늘이다.

[지지대] 온도차

분위기가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딱 1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매년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자동차 트렁크에서 꺼내 집 안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뒀는데 올해는 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산타할아버지가 중학생까지 챙길 시간이 없어 못 오실 것 같아 선물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럼 올해부터는 아빠가 산타할아버지 대신 필요한 선물을 나눠주는 ‘아빠 산타’가 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딸아이와 집 근처 애플스토어에 가서 그렇게도 원하던 아이패드를 사줬다. 집에 돌아와 늦은 새벽까지 아이패드를 연구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뭇 낯설었다. 1년 전만 해도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겠다며 일찍 잠들던 초등학생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뀐 것은 비단 필자의 집에서만은 아닐 것 같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덮고 있는 요즘이다. 1년 전,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고 맞았던 크리스마스는 거리마다 울리는 캐럴과 오랜만에 세상에 나와 행복해 보이는 이들의 아름다운 미소로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올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온도차는 작년과 크게 다르다. 나라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데 쓰이는 캐럴이 낯설고, 가족과 행복한 장소에서 함께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보다는 집회 현장에, 그리고 경기가 어려워 그저 방콕하는 가족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너나 탓할 것도 없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행복감을 심어 주기 위해 우리는 오늘의 차가운 이 온도를, 내년에는 온도계 최상단까지 끌어올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지지대] 마지막 선물과 확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천일을 맞았다. 대다수 사람들은 ‘도대체 전쟁의 명분이 뭐지’라는 의구심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뜬금없이 북한군이 파병돼 확전의 초석을 다지더니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결국 러시아 본토 타격을 감행, 러–우 전쟁은 확전일로에 접어들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러시아는 즉각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도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는 ‘핵카드’로 맞불을 놨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여섯 발의 미사일 중 자국의 방공시스템이 다섯 발을 격추했고 나머지 한 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격의 성패를 떠나 이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마지막 선물이 확전과 핵무기 사용까지 가능한 3차 대전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한 셈이 됐다. 본토 타격으로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에이태큼스 발사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신속한 종전’을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1월까지 러–우 전쟁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압박하는 휴전 협상에 대비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유리한 ‘고지 점령’이 절실함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러–우 전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할 명백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지대] 사람 잡는 포획 포상금

2019년 말 재밌는(?) 포상금제도가 도입됐다. 멧돼지를 잡으면 정부가 마리당 20만원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자 ‘엽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농작물 피해의 주범인 멧돼지의 출몰이 잦아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오인 사격으로 인해 애먼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것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아무튼 존엄한 생명을 앗아가기에 멧돼지와 엽사의 활동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6일 밤 연천군에서 40대 남성 엽사 A씨가 동료 엽사의 총에 맞아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엽사들은 어두운 밤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했다. 카메라가 작동하자 엽사들이 차에서 내려 방아쇠를 당겼지만 멧돼지가 아닌 A씨가 맞은 것.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가 실수로 사람을 총격한 사고는 올해 7월 경북 영주시와 강원 횡성군에서도 발생했다. 영주에서는 밭일하던 50대 여성이 숨졌고 횡성에서는 엽사인 5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오인 사격으로 결국 사람을 잡고만 엽사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 “멧돼지로 오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렵용 총기 사고는 2018∼2022년 5년 동안 40건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58건)의 69%를 차지했다. 수렵용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15명이나 됐다. 총기 오인 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 대해 업계에선 포상금제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되기 1년 전인 2018년 1만5천여명이던 수렵면허 1종 소지자는 지난해 말 3만1천337명으로 증가했다.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지자체들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별도 포상금을 주고 있어 이제 멧돼지 잡는 엽사는 하나의 직업이 된 셈이다. 그런데 사람도 잡을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있어도 페널티는 없다. 오인 사격이 아닌 정밀 사격이 될 수 있도록 자율보다는 강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데스크칼럼] 앙꼬 없는 찐빵

20년 전. 당시 잘나가던 한 연예인이 던진 전설의 발언이 있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무엇이 문제냐고? 배경을 살펴보자. 이런 괴이한 발언이 나온 이유에 대해 그 연예인에 따르자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긴 했지만 취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도였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본인은 제정신이었고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말도 안 되는 변명이기에 지금도 정황상 확실한 사안을 모순되는 말로 부인할 때 비유로 번번이 쓰이고 있다. 참고로 그 연예인은 그 사건 이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에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사실상 재기도 하지 못한 채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 5월 또 하나의 음주망언이 나왔다. 경찰과 JTBC 등에 따르면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는 김호중씨는 사건 초기 “유흥업소를 방문한 뒤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는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랬던 김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가 사고 열흘 만에 당시 소속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음주망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시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그리고 결국 터질게 터졌다. 지난 18일 검찰은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김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정황상 언론에 수천번 나온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대다수의 국민들은 음주운전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운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하며 김씨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가 됐는데, 음주운전 혐의는 온데간데없다. 검찰은 “김씨 아파트와 유흥주점 등의 CCTV를 분석해 김씨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당시 김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번 사례를 통해 조직적인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의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앙꼬 없는 찐빵’.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이나 생각 등에서 중요한 것이 빠졌을 때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찐빵에 숨어 사는 무수한 법꾸라지들이 있다. 일반인은 (그럴 능력이 없어) 법의 심판을 그대로 받아야 하고, 그들은 비웃듯 법망을 피해 나간다. 국민들이 이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이 김씨도 살리고, 법의 권위도 드높일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