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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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쩜오의 위력과 국민성

교회발이다, 집회발이다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최근 코로나19가 무섭게 재확산하면서 정부는 오는 6일까지 경기ㆍ서울ㆍ인천 등 수도권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의 핵심 중 하나는 오후 9시까지만 일반음식점을 비롯한 알코올을 취급하는 곳에 대해 영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웃지 못할 촌극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평소 일반적으로 표현에 인색하고 무뚝뚝한 성향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들. 그런 이들이 오후 6시 이후 퇴근과 함께 음주가 시작되면 흥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과함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동력을 얻으며 집으로 향했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면서 사람 사이에 있던 장벽은 하나 둘 사라지고 형, 동생, 친구라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나간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였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단 며칠 사이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강력한 쩜오(0.5)의 위력이라고 하겠다. ▶시간에 쫓기듯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며 술을 마신다. 시간 없어, 시간 없다고라며 연신 조급한 마음에 폭음을 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제법 이를 어기면서 술기운에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업주 입장에서도 이를 반길 수 있을 듯 한데도 오후 8시50분이면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한다. 이 사회적 관습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술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모습이 난관을 극복하는 대한민국 국민성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하면서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민족이 있는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도 이런 국민들 앞에 슬슬 무릎 꿇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공급’만이 정답이 아니다

그야말로 부동산이 핫이슈다. 현 정부 들어 20번이 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이 발표됐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 건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아파트값이 전부인 모양새다. 이전에 무수한 부동산 정책은 차치하더라도 이 사달의 시발점은 뭐니 뭐니 해도 2019년 발표된 12ㆍ16 부동산 대책이 아닌가 싶다. 대표적으로는 투기 규제를 강화시켜 대출수요를 없애고 주택 보유부담을 늘려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를 기본으로 한 대책이었다. 핵심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9억원 이상 아파트에는 초과분에 대해 20%로 대출을 차등적용 시켜버렸다. 특히 9억원 이상은 사실상 대출이 힘들어졌을뿐더러 15억원 이상은 아예 대출을 금지시켜버렸다. 그런데 이 대책은 결과적으로 아파트값 상승에 있어, 발화점이 돼 버렸다. ▶12ㆍ16 대책이 발표된 직후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수도권 전역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대책 이전에 계약한 매매자와 매수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나눠졌고 싶지어 민사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일도 생겼다. 예를 들어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내 84㎡ 매매가가 한 달 반 사이 1억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치솟았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더니 정부는 다시 조정대상지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지역 내 아파트값이 미친 듯이 폭등하는 풍선효과를 가져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에게 절대 내 집 마련이 실현될 수 없다는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020년 6ㆍ17 부동산 대책. 대표적인 규제로는 갭투자 및 법인 부동산 투기 규제가 핵심이었지만 결국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제외한 이들은 세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정책이 되고 말았다.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도 대출 규제 제한에 사실상 내 집 마련 꿈은 더욱더 멀어져 갔고 임대사업자는 세금지옥을 경험케하는 무시무시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그런 사이 집값 잡기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아파트 가격은 끝 모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8ㆍ4 주택공급대책. 알고 보면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공공이 핵심이지만 같은 신도시 내에서도 민간 아파트 입주민과 공공임대 입주민이 차별되는 대한민국이다. 양적 팽창이 국민의 입맛까지 사로 잡지는 못한다. 좀 더 깊이 있는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땜질식 정책을 내놓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축구선수 모두가 메시라도 경기에 뛸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무조건적인 공급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두가 공감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모두가 편하게 수요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한 요즘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위기 다음은 기회다

프로야구의 여러 속설 중 하나가 바로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직전 수비에서 만루의 위기를 잘 넘기면 다음 공격에서 점수를 내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 상황을 좀 더 분석해보면 수비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집중력을 극대화해 고비를 넘기면 고도로 집중된 운동 신경이 공격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빛을 발해 득점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프로야구로 따지자면 우리를 위기에 몰아 넣은 상대팀의 공격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7월7일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으로 번져 나갈 당시, 올해 성장에 대해 비관 또는 회의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각 국가가 전염에 대한 우려로 나라의 관문인 공항을 사실상 폐쇄하면서 비즈니스를 위한 모든 교류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기술력이 총 망라된 휴대전화를 비롯해 첨단 가전 산업은 그 나라의 현실에 맞는 타겟팅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는 그 기회가 고스란히 사라졌기에 우려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깜짝 실적을 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실적 호조로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부문은 코로나19 여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등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를 대비하면서 서버ㆍPC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준비하지 않은 자는 기회가 와도 승부수를 띄울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야구가 재미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매년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9회말 대타로 등장한 선수가 끝내기 안타 혹은 홈런을 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주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백미가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똑같은 영웅이 되지는 않는다. 그 단 한번의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서로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꾼 새로운 유형의 위기다. 하지만 그 위기 뒤에는 분명 기회가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에서 새로운 유형의 기회를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장수(將帥)의 중요성

학창시절 누구나, 특히 남학생이라면 더욱 한번쯤은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읽었을 삼국지(三國志). 책의 내용은 다시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동양권을 대표하는 고전이자 필독서다. 스토리 전개는 의미 없지만, 삼국지를 읽다보면 느껴지는 생각이 있다. 바로 장수(將帥ㆍ군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의 중요성이다. 100만 대군 등 상당히 과장된 표현이 난무하는 삼국지에서 위ㆍ촉ㆍ오나라 군졸끼리 싸움은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결국 팀의 사기와 승리를 결정 짓는 것은 장수(將帥)의 능력이었다. 후대에 삼국을 통일하는 것은 조조로 대표되는 위나라였지만, 천하를 호령하고 상대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수는 유비로 대표되는 촉나라에 있었다. 관우와 조자룡 등 유비의 장수들은 무예 뿐만 아니라 군졸을 다스리는 능력까지 겸비,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전쟁터에서 삼국 전쟁의 초ㆍ중반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양쪽 군사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적장을 5합안에 제압하는 이들의 능력은 아군의 사기를 올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9일 새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잘잘못은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 향후 법적 공방이 지나 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죄의 유무가 결정될 것이다. 그때까지 지켜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무너진 글로벌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포지션이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은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네임을 굳건히 다진 국내 굴지의 그룹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다시금 활성화시키기 위해 삼성이 가진 장수(將帥) 능력을 십분 발휘할 때다.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믿고, 또 믿어주는 것이 60억 생존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관우와 조자룡이 각 전투에서 승전보를 올리는 것을 복기하면서 이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밀어줄 때 K-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로 도출될 것이다. 일회성에 가까운 지원금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세계를 상대로 싸워 우리의 이익을 창출해야 산다. 그래야 먹거리도,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따오고 생겨난다는 것을 정부와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지금은 삼성이 대한민국의 관우이자 조자룡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준비된 일상으로 돌아가자

최대 6일간의 황금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 방역)로 전환됐다. 이제 모임과 행사는 물론 헬스, 수영 등 개인 운동도 가능해졌다.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이 동반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상 생활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생활 방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국제 사회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처럼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달리 크게 변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다시금 주목 받은 영화들(감기, 컨테이전 등)이 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상당히 유사하게 바이러스 확산을 묘사하거나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집콕족들에게 재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영화는 결국 영화다. 이들 영화의 엔딩은 그들이 상상 속에서 만든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얼마나 피해를 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언급했지만 어떻게 이겨냈고 달라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이것이 현실과 영화의 차이인 것이다. ▶코로나19가 바이러스 세상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2차 팬데믹(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더 강력한, 변종된 바이러스의 출몰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코로나19에도 제대로 된 방역체계가 가동되지 못한 미국과 유럽 등은 더 이상 의료계의 선진국을 자처하지 못한다. 코로나 사태를 국민적 공감대에서 이겨내고 있는 우리가 K-방역체계를 전세계에 모범 사례로 전파,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전세계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K-방역체계를 국제표준으로 만들 토대는 마련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도 일정 부분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화된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위생 관리, 국가적 권고 지침 따르기 등은 이제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까지. 우리는 어려움을 새로운 환경에 대한 준비책으로 승화시켜 왔다. 포스트 코로나 삶의 표준 방식도 결국 대한민국이 이끌어 나갈 것이다. 자부심을 갖고 준비된 일상 속으로 돌아가자. 김규태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황금연휴’, 2차 팬데믹 우려 속 방심은 금물

최대 6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이미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는 만석이었고, 전국 유명 관광지를 비롯한 핫 플레이스 내 호텔과 펜션 등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갇힌 우리 국민들은 석달이라는 치열한 전투 기간을 잘 버텨왔다. 이같은 시점에 찾아온 황금연휴는 그동안 스스로 지킨 방역에 대한 달콤한 보상이기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 지독한 바이러스의 끝을 아직 만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황금연휴가 변종 바이러스 확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황금연휴가 끝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바이러스 쓰나미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황금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동전의 양면이 된 황금연휴 코로나19가 가져온 수많은 변화와 여파 중 가장 큰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파괴됐다는 점이다. IMF 및 리먼 사태를 버텨낸 우리 국민이지만, 코로나19에 견줄 바가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이전 사태들은 영(0)을 기준점으로 삼고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무조건 마이너스 게임부터 시작한다면서 이제 견딜 때까지 견뎠고, 기간이 더 늘어나면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황금연휴는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항공업계, 여행업계 등 관광산업은 황금연휴의 특수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고, 그에 따른 요식업과 기타 산업 전반에도 가뭄 속 단비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철저한 생활방역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의 황금연휴는 전세계의 찬사 속에 코로나19를 대응해온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재앙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철저한 생활방역 모두가 윈윈하는 삶의 재충전 시간 국가 봉쇄, 특정 도시 봉쇄 없이도 코로나19를 핸들링하는 대한민국이다. 전세계 유례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준비된 의료체계는 이미 찬사의 대상을 넘어 존경의 대상이 됐다. 세계가 포기했던 총선도 유일하게 큰 문제 없이 치러낸 우리들이다. 황금연휴가 또 한번 전세계를 놀라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일상을 즐기고 싶은 국민들이 철저한 생활방역 속에서 가족과 연인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도 큰 감염 전파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위상은 전세계에 속보로 타전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하면 역시 다르다. 세계의 흐름을 선도한다. 그 시발점은 결국 철저한 생활방역과 높은 수준의 국민 의식이 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2차 팬데믹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될 것이고, 그렇게 선호하고 동경했던 미국과 유럽에 대한 환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대한민국이 표준이다. 코로나19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 수준 높은 위생 환경과 철저한 방역은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과 함께 하는 수식어가 됐다. 황금연휴 기간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우리 국민성을 뛰어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완벽한 생활방역과 함께 하는 황금연휴는 오히려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재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방심의 끈은 놓지 말자. 대한민국에 더 이상 바이러스 팬데믹은 없어야 하기에. 그 시작은 철저한 생활방역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자. 김규태경제부장

[지지대] 사회적 경제두기

한국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 기관들이 지난 두달간 내놓은 지표는 실로 암울하기 짝이 없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심지어 외국의 한 경제 전문 기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마이너스(-) 6% 이상 한국 경제가 역(逆)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경제를 그렇게 급속히 냉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2m 이상 거리를 두거나 외출, 모임 자제 등을 통해 언제, 어떻게 전파될지 모르는 바이러스 균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골자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앞다퉈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하면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를 지키기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현상을 빚고 말았다. 바이러스 전파는 어느 정도 방어하며, 급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사회적 경제는 외면하고 말았다. 골목 경제를 비롯한 현장 경제가 급속도로 침몰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상할 정도로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IMF 사태 당시 옷장 속에 고이 모셔 두었던 금붙이를 모았던 점, 리먼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질 때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견뎌냈다. 메르스 사태 역시 굳건히 이겨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위한 예방 기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위기에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시발점이 사회적 경제두기가 돼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IMF 사태 때가 오히려 더 나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상가에는 급 임대라는 현수막이 하나 둘씩 걸리기 시작했고, 하루에 1만원도 못 번다는 식당 주인들의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회적 경제가 죽으면 결국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혼밥, 혼술 족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더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골목 경제가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집회를 하고 종교활동을 하고자 거리로 나오라는 말이 아니다. 음식점들은 철저한 방역을 통해 손님 맞이 채비를 갖춰야 하고, 우리는 그 식당을 믿고 경제 활동에 나서야 한다. 금액에 한계가 있는 긴급 재난 기금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발성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우리 모두 사회적 경제두기에 동참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 김규태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행복은 마스크 순이 아니잖아요

연일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출근길 약국 앞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십명의 시민들이 3월의 마지막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 가지고 말이다.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어서 더 가슴이 아프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고, 자율 주행차가 도로를 활보하는 첨단 시대를 살고 있다고 믿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마스크 한장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촌극 치고는 너무 뼈아프고 낯 뜨거운 삶의 현장이 아닌가 싶다. 어디서부터 실타래가 잘못 꼬인 것일까. 요즘 우스갯소리 가운데 하나로 건물주 보다 마스크를 많이 보유한 사람이 갑(甲)이라는 말이 나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에서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닌, 마스크 순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곧 종식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뒤로 한 채 세계보건기구(WHO)는 결국 코로나 사태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다. 팬데믹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미 코로나19는 이 기준에 들어맞는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독일의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밝힌 점이다. 그는 연방 하원에서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됐다면서 분명한 것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사태는 심각성의 최대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정책은 한탄스럽기 그지 없다. 공적 물량 투입을 출생연도로 끊어 배급(?)하는 것도 모자라 1인당 2장만 판다는 것이 21세기 자유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니 정말 황당할 뿐이다. 사실상 일회용 마스크 2장으로 일주일을 버티라는 것 아닌가. 일회용 마스크는 빨아서 말렸을 때 60% 정도의 효과 밖에 볼 수 없다는 실험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증명됐는데도 말이다. 현재까지의 감염병 대책이 종합적으로 부실했다면 빨리 인정하자. 그리고 집단 지성을 가동해 대한민국 형 새로운 감염병 대처 능력을 메뉴얼화 하는 것도 늦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팬데믹이 된 코로나19의 최대치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에 더 큰 재난으로 확산될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 컨트롤타워의 책임이자 의무다. 하염없이 출생연도만 기억한 채 나를 위한 그날(요일)을 기다리는 것은 궁여지책(窮餘之策, 막다른 골목에서 그 국면을 타개하려고 생각다 못해 짜낸 꾀)일 뿐이다. 그 마저도 정해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이 더 많다. 이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 체계다. 확산일로가 된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는 자유를 되찾아 주는 방식에서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감기, 컨테이전(Contagion) 등 국내외 바이러스 감염 관련 영화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영화처럼 아주 드라마틱 하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스나 메르스 사태와는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더 큰 재앙은 준비되지 않을 때 카운트 어택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시장경제 논리에 맞는 방식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우리의 성장 근간인 시장경제를 무시한다면, 공급자ㆍ수요자 어느 쪽도 수혜를 볼 수 없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결말이다. 늦지 않았다. 어떠한 난관에서도 더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왔던 저력이 우리에겐 있다. 행복이 마스크 순이 되어선 안된다. 국민들 모두가 행복의 무게감을 스스로 판단하고 느낄 수 있는 자유, 그것이 행복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선을 넘었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드라마로, 야구 마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적은 말수, 냉철한 판단력, 동물적인 직감 그리고 빠른 실행력 등을 무기로 만년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백승수 단장(배우 남궁민)과 야구단 최초 여성 운영팀장(배우 박은빈)의 저돌적인 면모 등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스포츠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흥행이라는 신화를 썼다. 그런데 왜 우리는 백승수 단장이라는 캐릭터에 열광했을까. ▶돈 밖에 모르는 구단 경영진과 타협하지 않고 원팀을 만들기 위해 보여준 실천력, 뛰어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팀 재건 능력, 그리고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를 통한 미친(?) 보강력 등은 백 단장이 가진 엄청난 무기였다. 또 매너리즘에 빠진 직원들의 능력치를 다시금 끌어내 구단을 정상화 시킨 점도 수장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팀을 위한다는 진실성을 토대로 한 하나됨은 꼴찌팀 드림즈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냉철한 판단력도, 동물적인 직감도, 빠른 실행력 등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국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말만 듣고 조기 종식이 가능하다는 헛다리를 짚은 채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는 비난과 마주해야 했다. 오스카 4관왕이라는 신화도 좋고, 영화 속에 등장한 짜파구리로 만든 만찬도 좋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괴리감만 안겼을 뿐이다. 청와대에서 웃음 꽃이 만개한 뒤 첫 사망자가 나오고 기하급수적인 확진자가 발병하면서 정부의 대응책을 힐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왜 우리 정부에는 백승수 단장과 같은 인물이 없었을까. ▶드림즈의 여성 운영팀장은 무례한 태도를 보이며 터무니 없는 계약 조건을 내세운 팀 포수에게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건넨다. 선은 이미 넘었다. 두번째 선 만큼은 지켜줄 수 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 그 선이 무너지면 경제도, 국민도, 대한민국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단일화는 경기도의 시대적 목소리이자 요구다

전국 230만 농민 대표를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본 후보 등록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이번에 처음 도입된 예비후보 등록(13명)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혼전의 양상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후보가 난립한 데다가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폭 물갈이됐기 때문에 표심의 향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기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직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더욱이 어느 지역 출신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있지만, 해당 지역농협의 예산 확보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경기지역은 이 같은 혜택을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경기지역 출신 회장 당선이 그만큼 더 간절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연말 지역본부장이 인(IN) 서울을 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임하는 모습을 보인데다가, 이후 진행된 인사에서도 경기지역은 철저히 배제됐다. 억울해서라도 경기도 회장을 만들어야겠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도 회장 당선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단일 후보가 아닌 2인 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쳐도 승산이 있을까 말까 한 상황에서 2인 후보 등록은 자칫 어부지리 타지역 회장 배출에 일조할 수도 있다. 예비후보자들을 면밀히 살펴보자. △강성채 전남 순천 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 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 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 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천호진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야 조합장 △홍성주 충북 제천 봉양 조합장(이상 가나다순). 이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 후보에 등록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선거에서 경기지역 회장 배출이 그 어느 때보다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충북 이남의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것도 경기지역 입장에선 반가운 상황이기도 하다. 더욱이 대의원이 과거 대다수 3선 이상 조합장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약 70%가 초재선으로 달라진 것도 경기지역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갈수록 악화하는 농업 현실에 초재선 위주의 대의원이 기존의 지역구도 대신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투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간선제 방식에 다수 후보가 난립하면서 물밑 거래와 지역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순 없다. 지난 선거에서 이미 경기지역은 이 같은 합종연횡의 희생양이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입신양명도 좋다. 선거에 나가라 말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의명분을 먼저 생각하는 경기도 후보가 돼야 한다. 경기도의 위상과 경기농협의 구성원, 경기도 농민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시 올 수 없는 호기에 2인 후보 등록이라는 악재로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원망에 대한 책임은 영원히 주홍글씨로 새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희, 여원구 후보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김규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