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관 쥬디 알키마 초대전

주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이용해 인간의 이중성과 여성의 억압심리, 생명경시풍조 등을 풍자하면서 인간성 회복을 염원하는 전시회가 24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용인의 한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캐나다 출신 영어강사인 쥬디 알키마의 전시회인 ‘WOM(B)ANDROS(S)’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접할 수 있는 폐품을 재료로 마스크(탈) 시리즈의 평면과 입체, 설치작품을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 얼핏 보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WOM(B)ANDROS(S)’란 제목은 4개의 의미있는 단어로 구성돼 있는데 여성을 뜻하는 WOMAN과 자궁을 뜻하는 WOMB, 인류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ANDROS, 쓰레기를 의미하는 DROSS이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그녀는 이번 전시회에서 마스크 작품과 조각, 그림, 꼴라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여러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가운데 마스크는 가면 안에 숨겨진 억압이나 거짓 혹은 가면을 벗는 자유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면은 결국 인간의 이중성과 여성문제를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쥬디는 또한 한국 사람들의 남아선호사상을 풍자하는 작품 ‘우리는 남아를 원한다’를 선보이고 있는데 여러장면의 조합을 통해 여자아이를 잉태했다는 이유만으로 낙태하는 것에 대한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또 깡통과 전선줄 등의 쓰레기를 통해 동공이 풀린 인간을 만들어 TV앞 또는 기계문명 앞에 상실된 인간성을 표현하고 노트북컴퓨터와 은박지를 통해 사이버인간의 기계적 차가움을 상징하고 있다. 그밖에 핑크 시리즈를 통해 고유의 얼굴과 정체성을 상실하고 획일화돼 가는 인간상을 풍자하기도 했다. (031)283-6418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이성산성서 고구려 '褥薩' 목간 발굴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면서 축조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하남시 춘궁동 소재 이성산성에서 신라 이전 고구려가 한동안 사용했음을 명확히 알려주는 욕살(褥薩)이란 지방관 벼슬이름이 적힌 목간과 고구려의 자(尺)가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장고보다 크기가 작은 악기인 요고(腰鼓)도 출토돼 고대 악기 연구에 획기적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도 유적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86년부터 이곳을 발굴중인 한양대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지난 7월부터 제8차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24일 현장설명회를 통해 이성산 정상 부근 저수지에서 ‘욕살(褥薩)’이란 글자가 적힌 목간과 고구려자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신라와 백제 목간(글자를 새긴 나무)은 간간이 출토되고 있으나 고구려 목간은 이번이 처음이며, 고구려가 파견한 최고위 지방관인 욕살의 벼슬 이름이 실제 확인된 것도 최초다. 발굴된 목간에서는 욕살(褥薩)이라는 고구려 관직 이름과 함께 ‘전고…’(前 高…)라는 글자도 확인됐다. ‘전고…’(前 高)라는 묵글씨 중 ‘前’은 고구려 5부로 조직된 행정구역 중 전부(前部)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며 ‘高’는 고구려 성씨로 추정된다. 이는 이성산성 위치가 원래 백제 영토인 한강 이남이라는 점에서 고구려가 정복지를 어떻게 통치했는지 알려주는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로써 고구려 지방통치사 연구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또한 ‘일본서기’같은 일본 고대문헌에만 전해오는 고구려 자(尺) 또한 실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고구려자 유무를 둘러싼 지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됐다. 저수지에서 ‘욕살’명 목간과 같은 문화층에서 발견된 이 고구려자는 일부가 파손되기는 했으나 현재 약 35cm 길이가 남아 있다. 고구려자는 일찍이 고구려에서 사용하던 용척(用尺)으로, 길이가 35.6cm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역시 저수지에서 나온 요고(腰鼓)는 전체 길이 42cm로 양 측면의 지름이 16cm이고, 가운데 잘록한 부분은 7cm로 측정됐다. 요고는 고구려에서 만들어 사용하던 북으로, 왼쪽은 채로 치고 오른쪽은 손바닥으로 쳐서 소리를 내도록 만들어 사용했다고 발굴단은 말했다. 고구려 요고는 오늘날 사용되는 장고의 원형으로 장고처럼 허리가 잘록한 모습이나 그 크기는 현재의 장고보다 작다. 발굴단은 “이번 발굴결과 이성산성이 그동안 신라가 한강유역을 점유하고 553년에 처음 축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구려 목간과 고구려자가 출토됨으로서 고구려시대에 욕살을 파견하는 대성급(大城級) 산성이었음이 밝혀졌으며, 고구려의 장수왕 이래 한반도 중부의 새로운 정복지를 통치하기 위한 진성(鎭城)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이연섭·최원류기자 yslee@kgib.co.kr

애니메이션 전시회 ‘놀자! 만화영화박물관’

‘황금박쥐’에서 ‘피카츄’까지 국내외 희귀 애니메이션 사료(史料)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전시회 ‘놀자! 만화영화박물관’이 과천시 서울랜드 이벤트홀에서 오는 11월 12일까지 열린다. ‘추억박물관’과 ‘장난감 나라’로 나뉘어 진행되는 ‘놀자!…’에는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 일본, 한국 등의 희귀 애니메이션 포스터 150여점과 애니메이션 관련 용품 2천500여점 등이 전시되고 있다. ‘추억박물관’에서는 ‘호피와 차돌바위(1967)’기획서, ‘로보트 태권V(1976)’오리지널 시나리오 등과 ‘은하특공대(1979)’, ‘황금박쥐(1967)’, ‘타이거마스크(1967) ’, ‘둘리(1988)’ 등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작품들의 관련 사료를 한자리에 모았다. 또한 북한의 ‘불가사리’ 캐릭터 인형을 비롯해 북한 만화와 완구가 소개되며, 1970년대 만화방을 재현한 ‘고바우 만화방’도 설치됐다. 이와 함께 일본의 세계적인 양철 완구회사인 ‘오사카틴토이’의 희귀 양철 완구도 선보이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꾸며진 ‘장난감 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장면을 실제 모델로 재현한 ‘디오라마 전시회’와 네츠고 프라모델 동호회의 창작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어린이 2천원. 문의 (02)541-1613 /이동희기자 dhlee@kgib.co.kr

방학 아이들과 어떤책 읽을까

“여름방학동안 아이들과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한국출판인회의의 월간 도서정보지 ‘책과 사람’ 7월호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어린이 권장도서와 좋은 책 선정방법 등을 특집으로 꾸몄다. 먼저 어린이책 기획자 김중철씨는 먼저 어린이들이 야외에 나갈 기회가 많은 계절인 만큼 자연에 관한 책들을 권장한다. 즉 도시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힘든 자연의 숨결을 머리 뿐만 아니라 눈과 손, 코, 온몸으로 느끼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이같은 뜻에서 그는 갯벌 이야기를 담은 ‘갯벌이 좋아요’(유애로 그림)와 농촌 풍경을 그린 ‘심심해서 그랬어’(이태수), ‘숲은 누가 만들었나’(제니퍼슨) 같은 책들을 추천한다. 그는 또 ‘별자리’ 또는 ‘우주여행’에 관한 책들이나 ‘트리갭의 샘물’(나탈리배비트)과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필리퍼 피어스)를 비롯한 판타지책, ‘구렁덩덩 신선비’(김중철)와 ‘이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김장성)같은 옛이야기, 그리고 북한동화 ‘친구없이는 못살아’(이재복)같이 북한에 대해 올바로 알려줄 수 있는 책들도 함께 권한다. 또 인터넷 사이트 ‘오른발왼발’ 운영자인 오진원씨는 “독서지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책을 읽으면 따라 읽게 마련이며, 게다가 부모가 읽는 책이 바로 자기가 읽는 책이라면 아이는 책을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는 게 그 이유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오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읽기 ▲어린이 책에 관한 인터넷 정보사이트 활용 ▲아이와 함께 도서관 방문 ▲신문이나 어린이 전문잡지 활용 ▲어린이 전문서점 나들이 등을 조언하고 있다. /신현상기자 hsshin kgib.co.kr

화성국제연극제 부대행사 다양

‘자연·城·인간’을 주제로 오는 29일부터 9일동안 열리는 ‘수원 華城 국제연극제’는 본행사 이외에 각종 부대행사가 마련돼 흥미를 더해준다. 우선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국제연극제의 명장면과 이모저모, 화성의 모습을 담아온 이용창씨(수원시청)의 기록사진전이 장안공원에서 행사기간동안 열리고, 되살아난 수원천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장성근 변호사의 수원천 사진전이 수원시청에서 같은 기간동안 개최된다. 만석공원옆에 위치한 수원미술관 1층에서는 섬유미술가 장혜홍씨를 비롯해 김석환·원경환·김 중·황민수씨 등 국내 유명작가 5명이 참여, ‘자연·성·인간’을 주제로 한 개성있는 설치미술전을 다음달 6일까지 선보인다. 또 2층 전시관에서는 오는 27일부터 8월5일까지 ‘세계인의 얼굴’이란 테마로 탈전시회가 열리는데 동국대 김홍우교수가 소장해온 한국 전통탈과 전세계의 탈들을 비교·전시, 각국의 문화와 생활풍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와함께 30일부터 5일까지는 독립예술제에 참가해 호평을 받은 작품들과 풍물, 무용, 합창, 판소리, 록그룹 등의 기획공연이 장안공원과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열린다. 장안공원에서(오후6∼7시)는 ▲해모수, 허벅지 밴드(30일) ▲김현철, 신영숙판소리(31일) ▲김봉석, 무사의 춤(8월1일) ▲황련, 신영숙판소리(2일) ▲가릉빈가소년소녀합창단, 국선도(3일) ▲문재선, 무사의 춤(4일) ▲수원농생명고, 국선도(5일)가 공연을 하고, 갤러리아백화점에서(오후 5∼6시)는 ▲김봉석 마임, 무용(8월3일) ▲황련과 문재선의 퍼포먼스(4일) ▲김현철 저글링(5일) 등이 펼쳐진다. 이밖에 학술세미나와 워크숍 등이 준비돼 있는데 25일 오후7시30분 화서문에서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이란 주제로 야외세미나가 개최되는 한편 정조서거 200주년을 기념하는 ‘화성 바로알기’ 학술세미나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또 31일부터 2일까지 연극배우 및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캐나다, 독일, 러시아 등의 팀들이 교대로 참여, 오후 1∼4시까지 하루 3시간씩 워크숍을 갖는다. (031)243-7329, 245-0413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서거 200주년 정조 재조명 활발

조선 제22대 정조는 재위 24년째인 경신년, 서기로 꼭 1800년이 되는 해 음력 6월28일(양력 7월29일) 승하했다. 당시 나이 49세. 이를 전하는 ‘조선왕조실록’을 들춰보면 그렇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으나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정상적인 죽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를 반대하는 당파가 독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역사학계에서 이미 오래 전에 내놓았다. 올해 정조 서거 200주년을 즈음해 그를 재조명하는 학술작업이 활발하다. 특히 30∼40대 소장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문학계는 움직임이 기민하다. 출신 학교와 상관없이 한문학, 국문학, 역사학, 서지학계의 쓸 만한 동량들은 다모였다는 학술지 겸 학술단체인 ‘문헌과 해석’. 지난 96년 결성 이후 이듬해 9월호를 시작으로 1년에 네번 ‘문헌과 해석’을 발행하고 있는데 창간호 이래 지금까지 정조 특집을 마련해 왔다. 이 잡지 각 호는 정조의 문예정책과 관련된 논문 4∼5편 가량을 꼬박꼬박 싣곤했는데 최근 이를 4권짜리 단행본으로 정리했다. 정조에 대한 이처럼 방대하고 조직적인 연구성과는 한국학계 처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조 시기 학술연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모자란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 4권짜리 단행본은 각각 정조(시대)의 ▲경학과 주자학 ▲시문집 편찬 ▲예술과 과학 ▲한글문헌을 다루고 있다. 정조가 직접 지은 시문을 모아 놓은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음악서·병서·의서에 이르기까지 이들 단행본이 손을 댄 분야는 방대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 연구를 주도한 이들이 국문학이나 한문학, 국사학 등 각 학문 분야에서 아주 촉망받는 소장학자들이라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발행하는 국학전문잡지로 최근에 나온 ‘장서각’ 제3호는 ‘‘홍재전서’와 정조대의 문화’라는 특집호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몇달 전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 교수는 서거 200주년이 되는 정조가 남긴 수상록인 ‘일득록’에 대한 연구서를 출판한 바 있다. 이밖에 정조가 세운 조선왕조 국립도서관 후신인 서울대 규장각은 올 연말 정조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조가 신도시로 건설한 화성이 있는 수원지역에서도 다채로운 정조 서거 2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

박물관 가기전에 읽어야할 책 두권

방학을 맞은 박물관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전시실을 둘러보거나 진열장 앞에서 공책을 꺼내놓고 열심히 메모하는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박물관에 들르는 것 자체가 훌륭한 현장체험 학습이기는 하지만 전문 안내자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진열장 아래 붙어 있는 짤막한 설명만 보고는 문화재에 대해 깊은 이해를 얻기가 어렵다. 이내옥 국립진주박물관장이 쓴 ‘박물관 알고 가면 재미있다’(한겨레신문사)는 ‘진열장에서 꺼내온 우리 유물 이야기’란 부제가 달려 있듯이 유물이 간직한 갖가지 사연들과 유물이 후손들에게 말하려는 역사의 의미를 풀이한 책이다. 쌍영총 기마인물 벽화에 담긴 고구려인의 기상과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을 알고 나면 역사에 대한 안목이 자연스레 넓어지고, 청자거북모양 주전자가 일제 때 도굴돼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1965년에 우리 품에 돌아왔다는 사연을 들은 뒤에는 애틋한 마음이 우러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진열장에서 엿본 문화재’ ‘문화재에 숨은 역사’ ‘박물관에서 문화를 생각한다’ ‘박물관 뒤안길’이란 제목 아래 단군시대 동검, 잔무늬동경, 백제금동대향로, 중흥쌍사자석등, 하회탈 백정, 백자 달항아리, 여름산수도, 나전상자, 대동여지도 등 전국의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주요 문화재 58점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책 말미에 전국의 국립 및 공·사립 박물관 명단과 전화번호, 주요 소장품 등을 표로 정리해 놓았다. ‘알짜배기 견학 숙제-박물관에 간 아이들’(그루터기 엮음·세손교육)은 박물관 견학이 더이상 지겨운 숙제가 아니라 알차고도 즐거운 소풍길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다.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박물관 견학 기록문 가운데 우수한 것을 가려뽑아 싣는 동시에 박물관 견학 준비에서부터 기록문 작성까지의 모든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또한 어린이들이 ‘박물관 특공대’를 조직해 여름방학 숙제를 멋지게 해결하는 이야기를 동화로 꾸며 곁들였으며 전국 박물관 및 전시관의 관람 정보와 전국 대학박물관 안내도 덧붙였다. 사진이나 만화를 곁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인천 가정여중의 임수정양은 덕포진교육박물관장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는가 하면, 울산 무거초등학생들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본 문화재 가운데 ‘최고의 문화재 베스트 5’를 뽑았다. /연합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