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안방피서때 볼만한 비디오

올 여름 휴가때 무슨 비디오를 보면 ‘안방 피서’에 도움이 될까. 아쉽게도 올 여름에는 더위를 단박에 식혀줄 화끈한 액션 대작이 많지 않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007 언리미티드’가 눈에 띄는 정도. 세계석유 산업을 독점하려는 거대 재벌과의 한판 승부를 다이내믹하게 그렸다. 국내 영화로는 1920년대 초 ‘의열단’을 소재로 한 영화 ‘아나키스트’와 박신양이 1인 2역을 맡아 열연한 ‘막장인생’들의 이야기 ‘킬리만자로’가 액션의 갈증을 달래준다. 홍콩의 차세대 스타 4인방이 자유분방한 X세대 경찰로 나오는 ‘젠 엑스 캅’도 볼만하다. 대형 폭파 장면, 스카이다이빙, 고공낙하 등 기존의 홍콩영화와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호러·스릴러물로는 팀 버튼 감독의 ‘슬로피 할로우’가 꼽힌다. 미국의 유명한 민담인 워싱턴 어빙의 18세기 고전 ‘슬로피 할로우의 전설’을 영화화한 작품. ‘가위손’의 조니 뎁이 출연했다. ‘스크림’ 시리즈 전작들의 비밀을 풀어주는 완결편 스크림3’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 ‘쌍생아’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또 맷 데이먼이 신분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힌 이중인격자로 출연한 ‘리플리’도 추천 작품에 들 수 있다. 원작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로빈 윌리엄스가 로봇 분장을 하고 나오는 ‘바이센테니얼 맨’과 거대한 고릴라를 등장시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마이티 조 영’은 가족영화로 제격이다. 이밖에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모은 임권택 감독의 ‘츈향뎐’과 중년세대들의 사교 댄스 바람을 몰고 온 일본 영화 ‘쉘위댄스’, 다양한 직업을 가진 6명의 여인들의 사랑과 성, 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등이 기대할 만하다./연합

북한 SF영화 불가사리 22일 개봉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1985년 만든 SF영화 ‘불가사리’가 북한 영화로는 처음으로 22일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북한영화가 대학 등 한정된 공간에서 상영된 적은 있으나 일반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 말기, 유명한 늙은 대장장이 탁쇠는 농기구를 녹여서 무기를 만들라는 관가의 압력에 쇠를 먹는 불가사리에게 빼앗겼다는 거짓말을 하고 옥에 갇힌다. 탁쇠는 옥안에서 탈 아미가 건네준 쌀밥을 뭉쳐 인형을 만든 뒤 목숨을 잃는다. 그 인형을 바느질함에 두고 바느질을 하던 아미는 그만 바늘에 찔리게 되고, 피가 인형이 담긴 바느질함에 떨어지면서 불가사리가 탄생한다. 동원된 엑스트라만도 1만3천명에 이르는 역작으로 광활한 대지에서 관군과 농민 반란군 사이의 전투씬과 성과 산에서 벌어지는 전투씬은 이 영화의 압권으로 꼽힌다. 감독을 맡은 신상옥 감독의 서방 탈출로 미완성으로 있던 ‘불가사리’는 정건조 감독에 의해 완성됐다. 정감독은 ‘광주는 부르고 있다’등 32편의 작품을 만든 북한 영화계의 거장. ‘임꺽정’의 시나리오를 쓴 김세륜이 각본을 맡았고 인민배우 장선희와 류경애, 리인권이 출연하는 등 북한 최고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참여했다. 불가사리역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영화 ‘고질라’역을 맡았던 사쓰마 겐하치로가 열연했다. 상영시간 95분.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문호개방 일본영화 충무로에 속속 상륙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으로 문호가 넓어진 일본 영화가 충무로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일본에서 1998년 개봉해 무려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춤추는 대수사선’을 비롯해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혀온 ‘링’ 시리즈물 ‘링 2’등이 잇따라 개봉한다. ▲춤추는 대수사선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일본형 블록버스터로 개봉후 1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린 형사수사물. 그러나 민첩하고 날쌘 민완형사들의 액션이 아니라 경찰답지 않은 경찰들의 인간적인 애환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완간경찰서 강력계 형사팀인 아오시마(오다 유지)와 여형사 스미레(후카츠 에리) 등이 변사체 위속에서 곰인형이 발견돼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서내에서 도난사건이 뒤따른데 이어 경시청 부국장마저 납치돼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는 등 온통 경황이 없다. 이런 가운데 순조롭게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전형적인 경찰관료 무로이(야나기바 토시로)가 이 특별수사본부의 책임자로 내려와 현장상황을 무시하는 윗선과 갈등을 거듭한다. 샐러리맨에서 경찰로 전직한 청년 아오시마와 일류대 출신이 득세하는 경찰조직내에서 지방대출신이란 핸디캡을 안고 있는 무로이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않고 우정을 나눈다. 22일 개봉. ▲링 2 일본 공포영화의 1인자로 꼽히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 2탄. 한번 본 사람을 일주일후에 죽게 만드는 비디오테이프에 얽힌 수수께끼를 쫓아가는 공포물이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류지 교수의 조교이자 연인이었던 마이(나카타니 미키)가 사인을 추적하기 위해 그의 전부인 레이코(마츠시마 나나코)가 일하던 방송국과 집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레이코가 살던 집에는 불에 타 녹아있는 비디오 테이프만 남아있고, 그녀와 아들 요이치는 행방이 묘연하다. 이처럼 갈수록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드는 사이 저주의 비디오 테이프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사돼 퍼져 나간다. 할리우드 호러무비와 달리 스크린에 넘쳐나는 흥건한 피도, 끔찍한 살인장면도 없다. 비명소리를 지르게 만들 것 같은 거친 호흡도 담겨 있지 않다. 이보다는 무의식속을 비집고 들어가는 섬뜩한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9일 개봉.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즐거운 여름방학 신나는 만화영화여행

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을 맞아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한 3D 애니메이션 가족용 극장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5일 개봉한 ‘다이너소어’를 시작으로 ‘타이탄 A.E’‘신밧드 2000’‘환타지아 2000’‘고질라 2000’ 등 3D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플린스톤’이 방학과 휴가를 맞는 가족관객을 끌어들일 채비를 끝내고 흥행몰이에 들어갔다. ▲타이탄 A.E 에이리언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젊은이의 모험을 그린 공상과학영화. 서기 3028년, 지구는 외계 종족 드레지의 공격을 받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지구를 탈출한 소수의 사람들이 지구를 복원하기 위해 마지막 희망인 우주선 ‘타이탄’을 찾아 나선다. 주인공 ‘케일’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에게 ‘타이탄’의 비밀이 담긴 반지를 남겨준 것을 알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장대한 모험을 떠난다. 반투명 모습의 드레지 종족과 각양각색의 외계인, 유리와 ‘수소열매’로 뒤덮인 행성의 모습 등 상상력이 총 동원된 화려한 영상이 볼거리다. 29일 개봉. ▲신밧드2000 -안개의 장막너머 미국의 게임 전문회사인 펜타포사에서 제작한 모션캡처 3D 애니메이션. ‘모션캡처’ 방식은 배우들의 몸에 특수한 선을 연결해서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낸 뒤, 이 포착된 움직임을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영화 ‘타이타닉’에서 처음 선보였다. 신밧드는 마법에 걸린 왕을 구출하기 위해 세레나 공주와 함께 수중세계로 항해를 떠난다. 거대한 바닷속 버섯 농장, 신기하게 생긴 수중 인간, 물방울 엘리베이터, 거꾸로 흐르는 물기둥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29일 개봉. ▲플린스톤 석기 시대 N세대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돌자동차, 애완공룡, 공룡기중기, 리모컨 등을 석기시대에 맞춰 바꾼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주인공 프레드 플린스톤과 그의 친구 바니는 인간들이 나누는 사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들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이 영화를 찍기위해 정글과 락 베가스, 카지노 등 거대한 세트가 설치됐으며 이 세트를 조명하는데 만도 150만 와트의 전기가 동원됐다. 또 모든 배우들과 수백명의 엑스트라들이 석기시대 분장을 하기위해 사용된 가발만 해도 700개가 넘는다고 한다. 29일 개봉. ▲판타지아 2000 월트디즈니가 1940년에 애니메이션과 클래식을 접목시켜 만들었던 ‘판타지아’를 컴퓨터 그래픽과 최신 디지털 기술로 새로 만든 작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조지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등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진 7편의 애니메이션과 1940년 원작 ‘판타지아’에 삽입됐던 작품을 새로 각색한 ‘마법의 도제’를 포함해 모두 여덟 편의 시퀀스로 이루어졌다. 8월5일 개봉. ▲고질라 2000 일본 ‘고질라’시리즈의 최신판. 환경파괴를 일삼는 인류에게 분노를 느낀 고질라가 도시에 상륙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20억원의 제작비가 든 이 영화는 실사와 구분되지 않는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한다. 신장 55m에 2만5천톤의 무게가 나가는 고질라가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도시를 파괴하는 장면이나 거대한 에이리언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마지막 10분간은 이 영화의 압권. 8월12일 개봉.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여름방학 어린이 위한 권장도서 선정

“여름방학동안 아이들과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한국출판인회의의 월간 도서정보지 ‘책과 사람’ 7월호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어린이 권장도서와 좋은 책 선정방법 등을 특집으로 꾸몄다. 먼저 어린이책 기획자 김중철씨는 먼저 어린이들이 야외에 나갈 기회가 많은 계절인 만큼 자연에 관한 책들을 권장한다. 즉 도시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힘든 자연의 숨결을 머리 뿐만 아니라 눈과 손, 코, 온몸으로 느끼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이같은 뜻에서 그는 갯벌 이야기를 담은 ‘갯벌이 좋아요’(유애로 그림)와 농촌 풍경을 그린 ‘심심해서 그랬어’(이태수), ‘숲은 누가 만들었나’(제니퍼슨) 같은 책들을 추천한다. 그는 또 ‘별자리’ 또는 ‘우주여행’에 관한 책들이나 ‘트리갭의 샘물’(나탈리배비트)과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필리퍼 피어스)를 비롯한 판타지책, ‘구렁덩덩 신선비’(김중철)와 ‘이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김장성)같은 옛이야기, 그리고 북한동화 ‘친구없이는 못살아’(이재복)같이 북한에 대해 올바로 알려줄 수 있는 책들도 함께 권한다. 또 인터넷 사이트 ‘오른발왼발’ 운영자인 오진원씨는 “독서지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책을 읽으면 따라 읽게 마련이며, 게다가 부모가 읽는 책이 바로 자기가 읽는 책이라면 아이는 책을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는 게 그 이유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오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읽기 ▲어린이 책에 관한 인터넷 정보사이트 활용 ▲아이와 함께 도서관 방문 ▲신문이나 어린이 전문잡지 활용 ▲어린이 전문서점 나들이 등을 조언하고 있다./연합

용인 쌍령산서 특이한 형태 목판 발견

용인시 원삼면 학원리 쌍령산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 초안을 만든 백운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보이는 쌍운암(雙雲庵) 절터와 특이한 형태의 목판이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있다. 청주시민회 직지찾기운동본부(공동대표 김광식·장병순)는 주성대 학술지원팀(팀장 이세열)과 함께 최근 이 일대에서 발견된 절터와 목판 등에 대한 고증작업을 벌인 결과 절터는 백운선사가 창건한 쌍운암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쌍운암 터는 쌍령산 정상에서 200여m 가량 떨어진 남쪽 능선에 위치한 1천200여㎡ 규모로 주로 사찰에 사용되는 당초(唐草) 문양의 암막새 기와를 비롯, 청자 조각과 주춧돌로 추정되는 유물들도 함께 발견됐다. 또 이 마을 오시준씨(66)가 소장하고 있는 ‘佛說金剛頂요(王+兪)伽最勝秘密成佛隨求卽得神變加持成就陀羅尼’ 목판은 현존 목판으로는 드물게 서명(書名)과 간기(刊期)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순수 범어로 판각돼 있다. 특히 간기(丁亥潤四月)를 통해 판각 시기가 1407∼1587년으로 추정되는 이 목판은 아래와 윗부분이 한 판으로 연결된 모양으로 ‘雙雲庵 藏板’이라는 글귀가 판각돼 있어 이 목판이 이 절에 보관돼 있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운동본부는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번에 발견된 유물과 유적지는 직지 초안을 작성한 백운선사가 창건한 쌍운암과 직지가 제작된 청주 흥덕사와의 관계 및 금속활자의 발명 등에 새로운 사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84년에 발간된 화성 용주사 본말사지에는 ‘600여년 전 백운경한이 창건한 쌍운암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고 전하고 있다./연합

호암갤러리서 '백남준의 세계展 ' 특별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세계’전이 오는 21일부터 10월29일까지 서울의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에서 열린다. 삼성미술관과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회는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창조적인 매체로 활용하면서 작품과 관객간의 상호 소통성을 이룩한 백남준의 40년 예술적 업적을 기념하고 새 천년 신작으로 마련한 레이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특별 기획전. 늘 혁명성을 구가하며 미술사의 전면에서 활약했던 백남준의 작품을 비디오 전사(前史), 비디오 시기, 후기 비디오 시기(레이저 작품)로 나누어 전시한다. 100점의 전시품 가운데 레이저 작품은 로댕갤러리에서, 비디오 작품은 호암갤러리에서 각각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실물 감상의 기회가 없었던 초기 플럭서스(전통을 파기하고 예술과 삶의 접목을 시도한 급진적 미술운동) 시대의 귀한 자료를 전시함으로써 백남준의 예술적 사상의 근원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비디오 아트 전개과정의 매 시기마다 인간화된 테크놀로지의 성공적인 예들을 보여 주는 걸작들을 엄선한 것이 이번 전시회의 관람 포인트. 1962년 독일에서 열렸던 백남준 최초의 개인전 ‘음악전람회 - 전자 텔레비전’에 선보인 ‘조정된 피아노’가 국내 최초로 호암갤러리에서 특별 공개된다. 또 백남준 자신도 손꼽는 걸작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모짜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며’도 선보이며 테크놀로지와 자연이 결합한 ‘TV정원’, 촛불프로젝션’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작품 창조에 동참할 수 있는 인터렉트 아트 ‘참여 TV’와 ‘임의적 접근’등이 국내 최초로 보여진다. 이밖에 비디오 아트의 걸작으로 꼽히는 ‘비디오 물고기’‘TV시계’‘TV왕관’‘ 로봇 가족’ 등과 백남준 사상의 원류를 알 수 있는 기록 필름과 오디오 테이프, 사진, 포스터 등이 함께 전시된다. 백남준의 현대 미술사적 의의와 그의 예술활동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 수 있는 강연회도 3차례에 걸쳐 마련된다. 문의 호암갤러리 (02)771-2381∼2, 로댕갤러리 (02)2259-7781∼2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바흐 서거 250주년 다채로운 행사 마련

올해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 서거 25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해 독일 라이프치히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선 그를 기리는 갖가지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공연 및 연주단체나 음악가들이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무대를 마련중이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도 지난 2월 바흐의 작품을 주제로 한 ‘BACH 2000’이란 축제를 꾸몄다. 이 앙상블이 오는 27∼30일 오후7시30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대강당에서 공연하는 ‘나흘간의 여름축제-우리들의 바흐’는 바흐 서거 250주기를 기념하는 또 다른 무대. 각기 다른 주제에 따라 바흐의 작품을 현대적인 감각에서 재해석하고 그의 음악세계를 새로운 안목으로 들여다 본다는게 취지다. 첫날 ‘신나는 바흐’에선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중 ‘제1번 전주곡’과 ‘미뉴에트’, ‘G선상의 아리아’ 등을 재즈풍으로 편곡, 피아니스트 신관웅과 드러머 임헌수, 보컬리스트 장정미 등의 연주로 들려준다. 28일의 주제는 ‘엉터리 바흐’. 바로크음악을 풍자하고 바흐의 천재성을 찬미하고자 작곡가 피터 쉬클리가 만든 가상 인물 ‘P.D.Q 바흐’의 작품들로 꾸며진다. ‘메짜닌 소프라노, 이상한 악기들,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짜증나는 민요’나 ‘싸구려 카운터 테너, 첼로, 키보드를 위한 지저분한 생각으로 만든 노래들’같이 우스꽝스런 제목의 곡들이 그 작품. 연주는 피아니스트 김주영, 소프라노 이춘혜, 테너 강무림 등이 맡는다. 이어 29일은 바흐의 명곡들을 선보이는 ‘소문난 바흐’ 무대로, ‘안나 막달레나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과 ‘무반주 첼로모음곡 제3번 다장조’를 비롯한 작품들을 바이올린의 정준수, 첼로의 배일환 등이 연주한다. 마지막날에는 ‘마태수난곡 작품 244’중 ‘참으라’, ‘칸타타 제39번’중 ‘신이시여, 내가 가진 것은’, ‘요한수난곡 작품 245’중 ‘다 이루었다’ 등 바흐의 경건한 작품들을 이춘혜와 강무림, 베이스 김인수 등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문의 (02)501-8477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청소년 대상 연극교실 개설 잇따라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실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경기도연극협회(회장 이재인)는 8월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동안 용인 청소년자연수련원에서 ‘청소년 연극교실’을 연다. 도내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극의 이론부터 연기, 화술, 마임, 탈춤, 재즈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마지막 날에는 촌극경연대회 및 장기자랑을 개최, 행사기간중 배웠던 내용을 평가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와함께 중·고교 교사들을 상대로 ‘지도교사 워크샵 및 세미나’도 개최한다. 청소년 연그교실의 참가비는 개인 4만원, 단체(15인 이상) 3만원. 문의 (031)286-2211 인천시립극단도 24일부터 28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시립극단 연습실에서 ‘어린이 교육연극교실과 청소년 교육연극교실’을 개설한다. 어린이 교육연극교실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청소년 교육연극교실은 중고생을 상대로 박은희 시립극단 예술감독 등 시립극단원들이 지도교사로 나온다. 선착순 45명 마감이며, 참가비는 무료. 문의 (032)438-7775 사단법인 연극배우협회(회장 최종원)는 8월1일부터 4박5일간 강원도 망상해수욕장에서 ‘청소년 여름연극워크숍’을 개최한다. 청소년들의 연극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열리는 워크숍은 연극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몸의 느낌을 찾고, 인성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연출가 오순한씨가 감각훈련, 상상력훈련, 즉흥극훈련 등을 통해 놀이연극을 지도하고, 최종원, 이정섭, 윤석화씨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해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연극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준다. 중고생과 연극영화과 지망생이 대상이며 참가비는 10만원. 문의 (02)764-5087 나우리 연극학교(교장 전무송)는 오는 25일부터 3박 4일간 강화 유스호스텔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제8회 나우리 연극캠프’를 연다. 연극배우 전무송씨를 비롯해 연극연출가 박상철씨, 뮤지컬 배우 이정미씨, 극작가 박장렬씨, 구연동화강사 도영희씨 등이 강사로 나와 상상력과 표현력 지도, 탈춤, 연극실기 등을 지도하며 참가자들이 실제로 연극공연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김포 애기봉에서 북녁 땅을 구경하고, 갯벌을 체험하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참가비는 15만원, 초등학생 100명에 한해 선착순 모집한다. 문의 (02)381-5520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경기에세이>소록도에 심은 꿈, 어린이연극

소록도에 심은 꿈, 어린이연극 소록도.현대인은 누구나 아우슈비츠를 하나쯤 품고 산다던가. 어찌 아우슈비츠뿐일까. 소록도도 우리 가슴 한켠에 잘잡은 아픈 섬, 막연히 마음의 빛을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리라. <꿈꾸는 어린이극장>의 소록도 공연 동행 제안에 선뜻 응하며, 나는 자꾸 한하운 시인의 시를 되삭였다. 나병이라는 천형 속에서 이 나라 산하를 떠돌며 시를 쓴 한 시인의 영상 위로 어둑한 섬이, 고통스런 사람들 모습이 겹쳐왔다. 지금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이들은 그 섬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 7월 10일 저녁 8시 30분, 극단의 식구들과 버스에 오르자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태풍 예보 속에 점점 굵어지는 빗발이 걱정을 물고 왔지만 새벽 녹동항에 도착하니 비도 바람도 그쳐 있었다. 출렁이는 바다에 나란히 정박한 배들. 그 너머로 섬 같지 않은 섬이 한 보였는데, 그게 바로 소록도란다. 아니,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소록도가 있었단 말인가. 배를 타고 어쩐지 묵직해지는 마음을 한참 추스려야만 닿을 섬이려니 했는데 가까운 거리가 더 아리게 찍혀 왔다. 지척이 천리라더니… 배를 타고 5분쯤 갔을까. 금방 섬에 내려 깨끗한 길을 맑은 새소리와 더불어 가니 예상대로 작고 아담한 학교, 소록도 분교가 바다를 바라보며 하모니카처럼 앉아있었다. 운동장 끝이 바다인 학교,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바다를 만지고 올 수 있겠다. 섬은 평화로워 보였고 아이들도 밝아서 난, 밖에서 품었던 감상을 슬며시 문질러버렸다. 짐을 풀자 바다로 달려나가 한껏 마음을 담근 뒤, 단원들은 연습을 시작했다. 연극 무대는 학교와 바다 사이 소나무 모래밭. 전교생이 34명인 소록도 분교 어린이에게 누가 이렇게 찾아와서 연극을 보여준 적이 있을까.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아이들이 오밀조밀 둘러앉은 뒤로 선생님 세 분,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유모차를 끌고 와 앉았다. 연극 ‘아리랑’(연출:표수훈)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숨소리도 죽여가며 몰입했다. 배우들은 소나무 뒤 여기저기에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고 퇴장하며, 열린 무대의 장점을 십분 살려 열연을 했다. 가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도 ‘액션!’을 같이 외치고 탄성으로 하나가 됐지만, 좀더 적극적인 아리랑 춤에는 얼른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소박한 모습이 더 좋았다. 배우들이 한결같이 뜨겁게 몸을 던져 일제 치하 우리 민족의 아픔을 보여줄 때, 아이들에겐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살풋 스쳤다. 그러나 아이들의 감동어린 얼굴에서 ‘아리랑’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먼 유형의 섬 소록도에, 나직하지만 절절하게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멀리서 파도가 흰 손을 흔들면서 줄지어 달려왔다. 목이 멘 듯 솔방울이 툭 떨어지고, 바람이 내내 푸르른 박수를 쳤다. 이 모두가 한편 삶이라는, 꿈이라는 감명 깊은 연극이었다. 풍경과 하나가 되어 펼친 바닷가 분교 모래밭의 연극. 아이들은 새로운 꿈을 한 만났다. 그 꿈은 제 나름의 길을 새로이 열어가리라.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은 세상 무엇을 주는 것보다 값지다. 우리 모두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말기를!그래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또 꿈꾸어 가기를! /정수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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