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찾아온 느와르 영화, '뜨거운 피'

모처럼 만에느와르 영화가 국내 영화관에 걸렸다. 지난 2019년 촬영을 다 끝낸 후 지난 23일 2년여만에 관객을 만난 뜨거운 피다. 영화는 손바닥만한 작은 마을 구암에 사는 마흔살 건달 희수의 쩐내나는 인생을 그렸다. 2016년 발표된 김언수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90년대 초반 부산의 변두리 마을 구암에 사는 마흔살 건달 희수(정우)가 주인공. 자신을 놔주지 않는 주변 환경으로 쉽사리 조폭 인생을 벗어날 수 없는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뻗어나간다. 희수는 구암의 왕인 손영감(김갑수)의 밑에서 일하며 20여년 동안 해결사로 살아왔다. 의리를 중시하며 선후배 건달들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지만, 정작 마흔이 되도록 이뤄놓은 성과가 없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도박판을 기웃거린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그 여인의 아들을 지키겠다는 각오도 생겨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주변 환경은 좀처럼 그를 놔주지 않는다. 영화는 그동안 조폭 영화에서 선보이던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부와 의리, 충성 등으로 똘돌 뭉쳐진 기존 조폭들과 달리 생계형 조폭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래, 고령화 가족 등을 펴낸 소설가 천명관의 영화 감독 데뷔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천 감독은 1994년 개봉한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감독 장길수) 시나리오를 쓴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영화인으로도 살아왔다. 정자연기자

‘사회를, 우리를 기록하다’…지금, 이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들

다큐멘터리 영화는 기록 영화다. 때문에 그 어느 영화보다 사실적이고 날 것이며 그래서 때론 아프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이번 주말, 잔잔하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상은 어떨까. 우리의 삶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양이들로 본 도시', 고양이들의 아파트 고양이에 진심인 정재은 감독의 영화다. 영화는 한때 최대 아파트 단지로 꼽히던 둔촌동 주공아파트가 재개발 확정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나면서 아파트는 텅 비게 됐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어 계속 머문다. 정 감독은 주민들이 이사를 가기 시작하던 지난 2017년 5월부터 2년 반 동안 단지를 드나들면서 이곳에 살던 길고양이 250여 마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단순한 교훈을 주지 않는다. 무덤덤하게 사라지는 아파트, 식물, 고양이, 주민들을 보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나는 김순악이라요, 보드랍게 지난달 23일 개봉한 박문칠 감독의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김순악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 영화다.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성인권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김순악, 김순옥, 왈패, 사다꼬, 위안부, 기생 등 18개의 이름으로 불리며 악착같이 살아야 했던 고 김 할머니. 영화 속 김 할머니는 하이구, 애 묵었다 이렇게 보드랍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어라고 말하며 광복 이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할머니가 세월을 어떻게 버텼는지,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 여성 활동가들의 낭독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여주며 위안부 피해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기타 기능공 재춘의 복직 투쟁, 재춘언니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이수정 감독의 재춘언니는 기타 공장에서 30년 일해온 재춘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복직 투쟁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는 두 딸의 아버지로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사장의 사과를 받고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고자 한다. 소심해 나서기 싫어했던 연극 무대에 서고 1인 시위도 한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투쟁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재춘은 문학,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통해 복직 투쟁을 이어간다. 영화는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예고하며 재춘언니가 의미하는 바를 궁금하게 한다. 김은진기자

[이날e북]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外

늦겨울과 초봄의 사이에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 넷째주다. 전자책 플랫폼에는 故이어령 선생의 도서와 경제서의학서 등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주, 독자의 선택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은 신간 도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교보eBook에선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가 눈에 띈다. 이 책은 하루 평균 1만 명의 독자들이 찾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브런치 시작 3개월 만에 30만 조회를 기록한 이혜림 작가의 신작이다. 누구보다 맥시멀리스트였던 이 작가는 어느 날 무너진 행거 앞에서 물건의 무게감을 느끼고 비워내기를 시작한다. 가득 채워본 경험, 왕창 비워본 경험을 모두 해본 이 작가는 가득 채우고 왕창 버리기를 반복하는 일회성 미니멀리즘이 아닌 처음부터 진짜 중요한 것들로만 채워야 함을 깨닫는다. '건강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삶의 태도를 담은 책이다. 예스24에선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에 노미네이트(2022년)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돋보인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전한다. 한국 호러 SF판타지의 대표작가답게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알라딘 전자책은 돈의 공식: 상위 1% 억만장자들이 부를 얻는 방법을 메인에 내세웠다. 뉴욕 타임스, 포브스 등 굴지의 언론사 기자로 활동한 이 책의 저자 윌리엄 그린(William Green)이 25년간 세계적 투자자 40인을 독점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 안에는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 경, 워런 버핏, 찰스 멍거를 비롯해 새로운 투자 역사를 쓰고 있는 조엘 그린블라트, 가이 스파이어 등 금융계 아웃라이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저자는 그들을 세계 최고의 게임 플레이어로 칭하며, 그들이 어떻게 부와 성공을 거머쥐었는지 그 비밀을 8가지로 압축해 이 책에 담았다. 이연우기자

[백 스테이지 인터뷰] 2. "무대 위 조율사"…김봉곤 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언제나 똑같이 정해진 큐(cue)는 없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 오르는, 무대를 만드는, 무대를 이끄는 모두가 예민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공연은 1초의 싸움이다. 음향이건 조명이건 제 시간에 맞춰 정확히 가동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때 객석과 무대의 시그널을 정리하는 역할이 무대감독의 일이다. 올해로 18년째 경기아트센터에 몸 담고 있는 김봉곤 무대감독은 “관객은 라이브(live)이기 때문”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공연이 1초 이상 지연되면 호흡이 끊기기 때문에 관객들의 박수가 많이 나오는 순간을 끌어준다는 등의 순발력이 필요하다”던 김 감독은 “항상 백지 위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초심을 갖고 임한다”고 제 소개를 했다. 긴 세월 동안 무대감독으로 지내왔지만 여전히 공연을 올릴 때마다 선잠을 잔다는 김 감독은 ‘무대 위 조율사’를 자칭한다. 그는 “머리로 끊임 없이 리허설을 하고 돌발상황 등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며 “큐시트 없이 진행해도 될 때쯤이면 공연이 다다른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최근 준비 중인 공연은 경기도무용단의 <순수-더 클래식>이다. 동양의 춤과 서양의 클래식을 녹여 과거에 갇히지 않고 현대를 품어내는 창작 무대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이 3년여 이어지는 지금 ‘순수함’을 기반으로 문화적 치유를 희망하면서 “우리의 한(恨) 섞인 몸짓과 서양 악기 특유의 쓸쓸한 소리를 어떻게 풀어내 시너지를 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는데, 바야흐로 2019년 수원 화성행궁에서 진행된 레퍼토리 공연 때 일이다. 음향 쪽 신호가 맞지 않아 공연 일부를 들어내야 했을 때 그 찰나가 100초와 같았단다. 김 감독은 “사물놀이팀의 오색 의상이 갖춰지기도 전에 바로 상모만 돌릴 수 있게끔 내보냈던 공연”이라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서늘하다. 어떤 공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저 같은 무대감독들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리퍼·줄자 등을 소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코로나 여파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 펼쳐지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엔 배우나 무용수들이 무대 전석을 활용하며 관객과 하나하나 눈을 맞출 수 있었지만 이젠 ‘빨간 불’이 들어온 카메라에만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김봉곤 감독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당당했던 무대 위 예술인들의 시선과 앵글이 좁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4월15~17일까지 약 2주간 <순수-더 클래식> 공연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오리지널 전통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아름답고 기품스러운 우리 무용과, 포근하면서 여백의 미가 있는 우리 국악을 소재로 큰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무대감독은 연출가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제2의 연출가다. 눈을 감고 소리를 보면서 잘 체크하고 셋업하는 무대감독이 돼 언젠가 크게 한 번 ‘전통 판’을 벌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연우기자

‘시민과 예술인을 위한 무대’…'수원야외음악당 활성화 방안을 위한 세미나' 현장

수원야외음악당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공연 기획과 콘텐츠 개발,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거버넌스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원시음악협회는 지난 22일 오후 2시 수원시의회 세미나실에서 수원야외음악당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수원제12야외음악당의 활성화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마련됐다. 송창준 수원시음악협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열린 세미나는 김종섭 한국오페라인협회 이사와 김희정 춘천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선영 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의 발표 후 김성주 경인일보 문화체육팀장, 장정희 수원시의회 의원, 최용진 수원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종섭 이사는 코로나 이후는 야외음악당 시대, 야외음악당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전국의 야외공연장음악당이문화회관보다 더 많지만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수원시와 민간이 함께 운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및 민간 위탁 운영을 제안하며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춘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예술섬을 꿈꾸다, 공지천의 공연재생 등 춘천의 야외음악당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야외음악당은 시민들에게 추억이 되는 곳, 공간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원 속 공연장이라는 수원야외음악당의 특성을 이야기하며 계절별 프로그램을 루틴화해 수원야외음악당이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시민과 예술인, 전문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지속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정기적으로 야외음악당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정희 의원은 그동안 시민, 예술인의 야외공연장 활성화에 대한 요청이 많았었다며 이제는 전문적인 공연 기획과 콘텐츠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 의원은 세미나, 토론회로 시민, 전문가, 시, 의회, 문화재단 등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용진 부장 역시 수동적인 사고와 기획에서 벗어나 모두가 주최자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야 할 때라며 수원시가 가진 문화적 인프라를 잘 활용해 실용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현 시대에 읽는 회월 박영희 '조선현대문학사'

“얻은 것은 이데올리기요, 잃은 것은 예술 자신이었다.” 기구했던 현대 조선역사와 더불어 기구한 문단생활을 한 회월 박영희의 <조선현대문학사>(그례 刊)가 단행본으로 정리돼 출판됐다.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 <우리말 어원사전> 등을 펴낸 백문식씨가 편집과 교주를 작업을 거쳐 가독성을 높였다. 회월 박영희는 현대문학 현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중심인물로 수많은 작품을 쓴 작가이자 비평가다. 휘몰아치는 사상의 소용돌이 안에서 문학으로 자신을 탐구하고 민족을 읽었다. 카프(KAPF)의 핵심멤버로 활약하다가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문학이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탈퇴한 후, 자의반 타의반 친일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민족반역자 명단에 오르고, 1950년에 납북됐다. <조선현대문학사>는 회월이 해방공간에서 문학현장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했지만, 시대 상황상 출간이 어렵게 되고 원고 뭉치는 수난 당한다. 책을 엮은 백문식 편집자는 40여년 전부터 <조선현대문학사>를 찾아내 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현대문학사 김윤식 교수의 강의를 들은 후 헌책방에서 <조선현대문학사>의 후반부를 찾게 된다. 지난 3년 전부터는 이 작업에 몰두하며 『사상계』에 연재된 현대한국문학사 전반부와 <박영희 연구>(김윤식 저)의 부록에 실린 현대조선문학사 후반부를 합본해 원문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만들었다. 현대인들이 읽기 쉬운 박영희의 <조선현대문학사>로 태어난 것이다. 책에는 현대 조선문학의 성격, 청춘 조선의 정열과 이상, 조선적 현실의 성장과 문예운동, 수난기의 조선문학 등을 살펴본다. 특히 각 장마다 시대 문학을 탐독하며 이광수, 염상섭, 김동인 등 당시 문인들의 평가를 반영하고 문예잡지에 대한 기록 등이 남아있어 당시 문학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백 씨는 “가독성 높이기 위해 한자어 등을 배제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도록에 논문을 실어놨다. 시대가 흐른 만큼 고대 비평을 연구한 전문가 의견, 연구 성과물을 주를 달았다”고 밝혔다. 왜 지금, 이 시대에 박영희의 조선현대문학사일까. 백 씨는 “근대사의 압축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책은 자주독립국가가 아닌 국권을 잃은 일제강점기에 쏟아져 나온 모든 사상과 그 시대를 살아간 문학가들의 혼돈, 우익과 좌익, 민족문학, 계급문학 할 것 없이 나라 독립을 향했던 주장 등 당시의 모든 상황을 집약했다. 편집자는 “카프 활동과 좌익, 친일, 반민특위의 이미지 등으로 박영희를 피상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데 남긴 업적은 현대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며 “민족의 수난사와 걸어온 길이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문학 속에 다 들어가있는 만큼 민족의 역사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자유의지만으로는 길을 갈 수 없었던 그 시대 문학인의 방대한 지식과 시대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정자연기자

송창준 수원시음악협회장 "예술인 재능, 시민에게 나눠주는 기틀 마련"

수원이 다시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예술이 넘치는 도시가 되도록 수원시음악협회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19일 수원시음악협회장에 송창준 회장이 취임하자 지역 음악계에선 역시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송 회장은 그동안 수원시음악협회장=전공자의 공식을 깼다. 비전공자이지만 누구보다 수원음악협회장의 적임자로 꼽혀왔다. 1994년 수원시음악협회 사무차장을 시작으로 사무국장, 부지부장, 감사 등 20여년간 수원시음악협회의 역사를 함께 했다. 특히 지난 6년간 협회 TF팀장을 맡으며 예산 조달과 후원금 마련 등 수원향토음악제 부활에 힘 쏟았다. 지난 1월 21일엔 한국음악협회에서 한국음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음악상을 수상했다. 취임 한 달째 맞은 송 회장은 협회의 위상을 재정립해 지역 연주자들이 연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면서 음악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고 시민들과 호흡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제 막 취임 한 달째를 맞았지만 그는 지난 15일 수원향토음악제, 22일 수원야외음악당 활성화 방안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특히 수원특례시 출범을 기념하고자 지난 15일 열린 수원향토음악제는 수원 출신의 성악가 40명으로 구성된 수원음협 솔리스트앙상블, 수원 일월초 출신의 세계적인 첼리스트 문태국이 무대에 올라 향토제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에게 수원향토음악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중단됐던 수원향토음악제를 발로 뛰어 후원금을 만들어 다시 부활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남다른 의미만큼, 그동안 성정문화재단 상임이사 등 30년간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경영과 홍보, 대외협력 등을 맡아온 강점을 십분 발휘해 후원금을 받아 더 풍성한 음악회를 만들었다. 그는 현재 재정 건전성, 회원 간 교류 회복 등 할 일이 수두룩하다면서 지역과 단체, 예술인들과 소통을 통해 협회 내파트별 불균형을 균형있게 맞추고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음악회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이 설 공간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전문 음악인들이 아이디어를 내 수원 야외음악당을 세계적인 메카로 만드는 꿈도 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 수원합창제와 향토음악제 등을 축전으로 선보이고, 사라진 수원가곡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등 줄어든 음악회를 늘려 산하단체가 연주할 토대를 구상 중이다. 송 회장은 협회가 60년이 되는 내년을 계기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협회가 탄생하도록 작업을 마칠 것이라며 연주자들이 행복해 하는 협회는 물론 예술인들의 재능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잇는데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경기실학 콘텐츠·플랫폼화 본격 추진…실학원정 함께 떠나요

실사구시·경세치용 같은 ‘실학 정신’이 MZ세대 마음을 끄는 콘텐츠·플랫폼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실학을 키우기 위해 법고창신(法古創新)하는 다양한 시도에 돌입한다. 실학연구 및 자료를 발굴해 ‘경기실학’을 경기도의 정신적 가치로 삼고, 실학 문화를 현대화 하며 본격적인 진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0년 1월 경기도에선 실학연구 및 진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도와 실학박물관은 올 한해 4억8천여만원을 들여 ‘경기도 실학연구 및 진흥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수탁수행기관에는 ㈔다산연구소가 선정됐다. 다산연구소 안에 경기실학연구센터가 들어서 ‘도민과 함께 하고, 도민으로부터 동력을 얻어, 도민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실학의 본고장이 경기도라는 토대 아래 ▲실학문화 원천자료 확보를 위한 콘텐츠 개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통한 실학의 대중화 추구 ▲국내·외 학술대회 및 교류협력 활성화 등 세 골자의 사업을 시행한다. 이 안에는 실학자의 공부법을 바탕으로 교육 현실을 반영한 교안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다는 내용, 실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이 시·군 도서관과 박물관을 찾아 동네 실학자를 소개하는 강좌를 펼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관건은 이러한 실학 프로그램이 얼마나 젊은 층에게 와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론의 실학을 넘어 체험의 실학이 대두돼야 한다. 실학박물관은 그 일환으로 ‘실학개념사전’이나 ‘스트레스 실학 파이터’ 등 동영상을 제작해 5월 이후 상시 시청 가능한 플랫폼으로 공급되는 방안, 2박3일 일정의 ‘방구석 실학원정대’를 구성해 실학자 유적지를 탐방하는 방안 등을 꺼냈다. 김진균 경기실학연구센터 연구실장은 “실학자 지도를 그려보면 대부분 경기도에 머문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도가 실학의 본고장임은 분명하다”며 “그러한 가치를 경기도가 확보하고 전유해 플랫폼화 하면서 대중적 허브로서 경기도와 실학 정신을 동시에 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역시 “실학이 경기도의 전통적 자산으로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지를 알릴 것”이라며 “현 1차년도에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향후 2차년도 이후의 장기적 연구를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경기도의 역할을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경기인터뷰]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던 고(故) 최고은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생활고에 시달린 예술가의 현실에 세상은 충격에 빠졌고 이듬해 예술인복지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탄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팬데믹은 문화예술인들을 더욱 위기로 내몰았다. 예술인과 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이에 대한 해답을 듣고자 지난 15일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61)를 만났다. 박 대표는 예술인복지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 재단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재단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10년 전 출범 시기와 달리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예술인의 위기가 심화되었고, 그에 따라 재단에 대한 예술계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한 고민 속에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Q.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다. 어깨가 여러모로 무겁겠다. A. 지난해엔 코로나로 추가경정예산이 긴급 편성되면서 그야말로 긴급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위기에 놓인 예술가들을 위한 복지재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고 크게 요구됐다.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일단 재단이 문을 닫지 않는 것, 멈추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급하게 재단을 찾는 예술인들이 하루에 100명에 이르기도 했다.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 해 문을 닫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새로 편성된 사업을 빈틈없이 운영해 나가려 애썼던 것 같다. Q. 오는 11월이면 재단이 설립된 지도 10년을 맞는다. ‘불완전’이라는 평을 받으며 문을 열었는데, 지난날을 평가한다면. A. 지난 10년은 ‘예술인 복지 정책의 주춧돌을 마련한 시기’다. 10년 전만 해도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예술계 내에서는 예술인복지법에 고용보험제도가 빠져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다. 어쨌든 2012년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재단이 출범했다. 이때만 해도 예술계 내에서 조차 ‘아주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복지하는 곳’, ‘나와 상관없는 곳’으로 인식했다. 기대치도 낮았다. 그런데 팬데믹은 모든 예술가를 위기에 놓이게 했다. 최소한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예술인 복지법이, 재단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대응이 쉽지 않았을 거다. 최소한의 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확대편성을 하면서 예술인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는 예술인창작준비금,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등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재단 설립 이후 예술인의 복지와 관련된 이슈와 권리 등이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됐는데. A. 예술인복지법 제정 당시 주요 이슈였던 예술인 복지금고(예술인 생활안정자금)와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10년에 걸쳐 마련됐다. 특히 오는 9월 시행될 예술인권리보장법 만들어지면서, 협의의 예술인 복지개념이 적극적인 의미의 권리보장으로 구축됐다. 아직 결과는 그 의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정책을 만들었다는 제도적 측면에서 10년 사이에 상당히 진보한 거라 생각한다. Q.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각 지자체, 광역, 기초 단위에서도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조례와 여러 지원 사업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지점인 듯 하다. A. 이는 코로나로 가속화 됐다. 광역문화재단에는 복지센터 팀이 생겼다. 과거에는 없던 예술인의 삶에 직접 대응하는 지원체계가 법이나 사업, 조직체로 지역에 다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분명 새로운 환경이다. 10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된 상황과 지역 단위에서 예술인 복지정책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 협력체계를 어떻게 만들지 비중 있게 고민하고 있다. 지역에서 예술인 복지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재단과 지역문화재단의 협력 방안을 촘촘히 잡아나갈 계획이다. Q. 사실 자유업인 예술인과 제도 안에 있는 복지, 이 두 가지 키워드를 한 데 묶기가 참 어렵다. 이렇다 보니 재단의 역할과 사업을 풀기도 어렵고 예술계에서도 아쉬움과 비판이 따른다. A. 맞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자유롭고 규제도 안팎으로 자율적인 영역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복지는 제도 안에서 설계 해야 한다. 아무리 사회보장제도를 두텁게 한다 해도 ‘어디까지 예술인으로 볼 수 있느냐’가 또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고용보험도 미뤄진 거다. 지금은 계약서를 기반으로 해서 나름대로 제도 안에 포섭된 성과를 이뤄냈다. 예술활동증명제도는 자유로운 예술을 제도의 틀로 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재단의 주요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증명해주는 제도다. Q. 말씀하신대로, 예술활동증명제도에 대해 얘기해 보자. 최근 코로나로 수요가 급증했고, 말도 많다. 예술인의 활동을 어디까지 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느냐이다. A. 오해가 조금 있다. 예술활동증명제도가 있지만 등록제도는 없다. 현재 대한민국 안에서 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예술활동증명을 발급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다른 직업군보다 열악하기에 최소한 권리 보호, 복지를 해나가기 위해서다. 분명한 것은 ‘활동 증명 밖’에 있어도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을 더욱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점을 알고 있다. 이를 반영해 올해 예술활동증명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하반기에는 발전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 본다. Q. 코로나로 예술가들의 어려움이 커진 만큼, 재단의 역할도 상당히 커지고 업무도 늘었을텐데. A. 단적으로 예술활동증명은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했다. 신청이 폭증하다보니 재단에서 예술가들이 원하는 시간 내에 제때 발급하기가 어렵다. 예술인들은 신청을 하면 곧바로 증명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정된 인력에서 하다 보니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예술인은 2019년 6만 8천564명에서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9만 8천582명, 지난해 12만 9천540명을 기록했다. 한정된 인력에서 물리적으로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각 지역에서 예술인 복지와 관련한 여러 사업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활동증명 수요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한 안정화 되도록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 Q. 출범 10년, 성인이 되는 시기를 맞았다. 재단의 고민과 비전이 궁금하다. A. 올해 키워드는 ‘회복과 전환’이다. 예술 생태계 회복을 돕는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코로나로 예술가들의 사회적 취약성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술인의 복지 권리는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사회가 나서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는 걸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증명해줬다. 재단 내에서는 기존 10년 전 관점에서 설계됐던 재단의 사업과 각종 기준을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예술인 수요자들의 니즈에 맞게 발전시키려 한다. Q. 미래를 위한 비전,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 A. 투 트랙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10년은 예술인 복지지원에서 권리보장으로 확장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문체부에서 예술인정책 기본계획을 올해 발표할 예정인데, 1차 5개년 계획에 앞으로 5년 간 정책 방향과 비전이 들어있다. 재단에서도 역시 이에 발맞춰 업그레이드 된 사업을 할 예정이다. 권리보장 부문은 재단에서 그동안 신문고 사업 등을 해왔지만, 수단과 기능, 역할 등에 한계가 있었다. 9월 법 시행 이후 법률 지원 등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 등이 본격화 될 거라 본다. 내년에 문체부와 재단의 역할이 서로 적절하게 잘 맞물려지면 복지지원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권리보장 3가지 트랙이 체계화 되어 가지 않을까. 또 예술인활동증명에 관한 용역이 나오면 그것을 현 시대에 맞게 예술인 수요를 반영한 기준, 또 효율적으로 발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여기에 최선을 다해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예술인들의 ‘친구’에서 예술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잘 써먹을 수 있는 재단이 되기 위해 사업에 맞는 내외부 지원과 예술인들의 관심, 지지도 필요하다. 정자연기자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