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뛰쳐나온 책 [신간소개]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손병석 관장이 알째배기 책만 골라 소개하는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 ‘도서관을 뛰쳐나온 책’(토담미디어 刊)은 그동안 손 관장이 무수히 접했던 많은 책 중 서른 두 권을 골라 소개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을 읽는 것이다. 각각의 문학작품은 나를 대신해서 먼 여행을 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한다”는 저자도 도서관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책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는 어릴 적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던 책 또는 요약본으로 접했거나 제대로 읽었어도 희미해진 기억 속에 잠든 책들을 소환해 독자에게 또 다른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부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인간의 대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어릴적 저자가 읽은 고전은 현재의 통찰이 어우러져 편안한 이해를 돕는다. 특히 요약 줄거리와 단상으로 꾸며져 있어 젊은 학생과 청소년이 접근하기 좋다. 저자는 이 책이 청소년들을 본격적인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마중물의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병석 관장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주머니에서, 핸드백에서 또는 여행지 어느 작은 찻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근 우리네 일상을 보면 뭔가 빠진 느낌이다. 사람들 모습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빠진 것을 채우고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삶과 예술 가로지르는 시선…‘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 & ‘디어 마이 오페라’

예술 속엔 사람이 있고 사연이 맴돌고 삶이 숨 쉰다. 미술과 음악 등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예술과 호흡하는 사람들, 또 예술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두 권의 책을 만나본다. ■ 우리가 알던 장욱진, 다시 새롭게 바라보기…‘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 미술사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정영목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가 명예교수가 그간 발표했던 장욱진 화가에 관한 글을 모아 놓은 책 ‘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소요서가 刊)이 지난 11월30일부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책에는 한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장욱진에 대한 기존의 평론이 그의 기이한 삶과 불교적이고 도가적인 세계관에 몰두한 작가론에 치우쳤다는 점에서 벗어나 장욱진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저자의 의지가 담겼다. 정 교수가 바라볼 때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는 장욱진의 이상적이며 자전적인 성격이다. 삶을 바탕으로 풀어낸 주제와 조형 측면에서의 독자성은 평생을 걸쳐 그의 세계관을 이루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그가 몸담았던 아틀리에를 기준으로 덕소, 수안보, 용인시절 등으로 구분하는 기존의 작품 세계 기술법은 그의 세계를 오롯이 기술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자는 장소 변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적인 심상 변화에 주목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자전적 향토 세계’, ‘자전적 이상 세계’, ‘종합적 이상 세계’의 세 단계로 구분해 살펴본다. 행간 곳곳에 장욱진의 그림도 수록돼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무대 위 오페라가 일상과 호흡하는 법…‘디어 마이 오페라’ ‘한국의 카르멘’으로 알려진 메조소프라노 백재은이 펴낸 ‘디어 마이 오페라’(그래도봄 刊)가 지난 11월30일 발간됐다. 열한 편의 작품에 깃든 스토리와 음악을 저자만의 관점으로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일상을 예술이 넘실대는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백재은 성악가가 그간 수많은 오페라 작품 속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이 책에 응축됐다. 예술과 맞닿은 삶, 문화, 역사로 빚어낸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만끽해볼 기회다. 책을 읽을수록 ‘무대 위에 우리의 삶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대 위 예술가가 작품 속 인물과 상황에 몰입하며 느꼈던 감정과 겪었던 에피소드, 작품을 둘러싼 창작자들의 사연, 작품이 객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등이 어우러지면서 매혹적인 입문서로 느껴진다. ‘팔스타프’, ‘아틸라’, ‘라 트라비아타’ 등 베르디가 써낸 오페라에 얽힌 사연, 매혹적인 집시와 순수한 청년의 사랑을 그린 ‘카르멘’에 녹아든 작곡 비하인드, ‘돈 조반니’의 탄생 비화, 오페라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삼각관계처럼 작품의 안팎을 감싸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백재은 성악가는 “무대 위 오페라 주인공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인물 같지만 사실 그들은 다른 시대 다른 문화의 옷을 입었을 뿐 우리와 다르지 않다”며 “절망과 사랑 등의 감정은 시대와 나라가 달라도 모두가 같다. 이런 맥락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은 오페라의 드넓은 세계에 빠져 함께 감동할 수 있는 잠재적인 오페라 팬들”이라고 전했다.

웹소설 불법공유로 수억 챙긴 사이트 운영자 적발

국내에서 웹소설 2만7천부를 불법적으로 공유해 광고 등 수익 3억4천만원을 취득한 사이트 운영자가 붙잡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저작권보호원과 공조 수사를 통해 ‘쉼터ㅇㅇ’ 사이트 운영자를 체포, 사이트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19일 밝혔다. 수사 결과, 올 한해 약 2천170만 명(시밀러웹 기준)이 방문한 ‘쉼터ㅇㅇ’ 사이트의 운영자는 3억4천만 원에 달하는 광고 수입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체부는 웹소설 불법 공유로 인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RIDI) 등 웹소설업계 업계 피해액을 접속자 수와 웹소설 평균 단가 등을 고려해 최소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검거 전까지 해당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소설 비평(리뷰), 정보소개 게시판 등을 통해 적법한 사이트로 위장한 후 은밀하게 웹소설 콘텐츠를 불법 공유해와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문체부 수사대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의 적극적인 국제공조와 협력을 통해 국내 특정 공간에서의 접속을 확인, 이를 기반으로 ‘쉼터ㅇㅇ’ 사이트의 운영자를 특정해 검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붙잡힌 운영자는 ‘쉼터ㅇㅇ’ 외에도 ‘ㅇㅇ블루’ 등 유사 웹소설 공유사이트를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임성환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최근 피의자를 압수수색하고 여죄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웹소설과 웹툰 산업이 불법 저작물 유통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도록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도 쉽게 이해하는 SDGs… ‘SDGs에 다가서기’ [신간소개]

대한민국 최고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 ESG 전문가인 이창언 경주대 대학원 교수가 신간을 발간했다. ‘SDGs에 다가서기-인간·지구·번영을 위한 행동계획’(선인 刊)은 SDGs 17개 목표를 시민과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장에 개관, 학습 목표, 주요 용어와 요약, 참고문헌 등을 담아 독자 혼자서 SDGs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총론과 종합에는 SDGs의 구조, 철학과 가치관, SDGs와 민주주의,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시행령 공포 이후 지역사회에서의 활동 방향을 종합한 제언을 담았다. SDGs는 2030년까지 빈곤, 성별 불평등, 환경 등 전 지구적 과제를 포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동계획이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빈곤 퇴치와, 세계적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보호, 지속가능한 도시화, 평화롭고 포용적인 지역사회와 통치 기관의 성장 촉진 등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이 교수는 “SDGs는 전 세계인의 공동과제인 빈곤, 기아 종식, 성평등,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과 빈부 격차 해소 등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라며 “이번 신간은 시민과 청소년이 쉽게 이해하고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다양한 SDGs 실천 활동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부 이전 시작된다”…상속·증여 절세 위한 이론서 출간 [신간소개]

신간 ‘상속·증여세 이론과 실무’는 실무자에게 꼭 필요한 상속·증여세법의 기초 실무를 알려주는 이론서다. 자산가에게는 상속·증여 절세를 위한 대응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국세청 출신의 이일화, 마숙룡 세무사다. 이 세무사는 1988년 서울신학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원(회계학) 경영학 및 도시과학대학원(교통관리) 도시계획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강남세무서 운영지원과장·체납징세과장, 도봉세무서 재산법인세과장, 국세청 법인납세국 원천세과 사무관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 창업 장수하는 기업 만들기’(공저), ‘부자의 습관부터 배워라’ 등이 있다. 마 세무사는 지난 1986년 국립세무대 내국세학과를 졸업하고 약 20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과세품질혁신위원회 위원, 중부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2021년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지주택 가구의 약 70% 이상을 50대 이후 세대가 소유하고 있다. 60대 이상으로 한정하면 약 50%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 세대 집중이 심한 상황이다. 저자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부터가 부의 이전이 시작되는 시기”라며 “상속과 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알고 있는 것이 절세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상속·증여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은 ▲완전포괄주의 증여 ▲상속·증여재산의 평가 ▲상속세편 ▲증여세 ▲상속·증여세 신고납부와 결정 등 총 5편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실생활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일들은 증여와 관련된 세금 문제이기 때문에, 상속세 관련 법조문보다는 증여세 법조문이 훨씬 많은 조항을 할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양도, 상속, 증여,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세액계산이 조금만 잘못돼도 가산세 부담액이 적지 않아 세법의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저자는 “세법에 대한 무지를 핑계로 과세를 회피할 수는 없기에 올바른 부의 이전을 위해서도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 항목과 그 내용을 개괄적으로라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공감과 소통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With You’ [신간소개]

인천지역에서 20여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역할을 해온 윤대기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이 ‘크리스마스 캐럴 With You-윤변의 공감과 소통이야기’(명문미디어刊)를 펴냈다. 인천시 인권위원장 및 공정경제위원장, 민변 인천지부장, 인천변호사회 상임이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 천주교 정의평와위원, 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대책 변호사, 공무원노조 및 전교조 법률자문,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감사. 그가 거쳐온 이력이다.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윤 작가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문학, 역사, 철학을 비롯해 경제, 과학, 종교, 일반상식까지 깊이와 넓이를 조금씩 확장했다. 책을 읽다 보니 정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정리하면서 표현하고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읽기에 그쳤지만 어느 순간 쓰기 위해 읽고, 읽기 위해 썼다. 그러면서 읽고 쓰는 일의 거룩함을 알게 됐다. 이번 ‘크리스마스 캐럴 With You’는 윤 작가가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비롯해 10여년 동안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고, 깨달은 점들을 용기 내 글로 정리한 책이다. 가족과 지인, 동료들과 함께하면 좋을 쉽고 재미있는 내용들로 구성했다. 윤 작가는 “가능하면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용을 구성했다”며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과 호응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는 30㎝도 안 되지만,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공감하며 실천하는 과정은 너무나 멀고 어렵다”며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기, ‘크리스마스 캐럴 With You’를 외치며 서로를 위한 실천을 함께 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3 한국시학상 ‘권숙월’·‘이경렬’, 경기시인상 ‘한인철’·‘송유나’

계간 ‘한국시학’과 ㈔한국경기시인협회가 29일 2023 한국시학상과 경기시인상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대상엔 권숙월 시인, 본상엔 이경렬 시인이 선정됐다. 대상 수상자인 권숙월 시인은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뒤 김천문화원과 백수문학관에서 후학양성을 위해 헌신하는 향토시인이다. 그는 열다섯 번째 시집 ‘오래 가까운 사이’를 통해 생명의 정화(精華)에 대한 발견의 미학을 담아냈다. 선정위원 측은 “신화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권 시인이 구현한 환상적 모멘트는 황막한 현대인의 가슴 속에 넉넉한 위안의 향기를 피워 올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본상의 이경렬 시인은 1990년 ‘우리문학’으로 등단했고 현재 경기시조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시집 ‘산객’을 발간해 문단의 주목을 받은 그는 인간의 모습과 행태들을 ‘자연 순리’의 원형 이미지로 형상화해 작품의 행간을 꽉 채워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경기시인상’에는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으로서 국내 문단에서 존재감을 내비치는 한인철 시인과 송유나 시인이 선정됐다. 2007년 ‘현대시선’으로 등단한 한인철 시인은 시집 ‘비익조의 꿈’, ‘달콤한 인연’ 등을 냈고 여러 문학단체 등을 통한 시 창작을 이어오고 있다. 송유나 시인은 200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며 문단의 유망주로 이목을 끌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경기시인협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2일 오후 4시 수원화성박물관 영상교육실에서 열린다.

동시대 향한 작가들의 시선…‘오픈 시티’ & ‘낮은 해상도로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를 응시하는 작가들의 내면과 사유가 두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먼저 지난 2011년 출간된 테주 콜의 ‘오픈 시티’(창비 刊) 국내 초역판이 지난 1일부터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분명 장편 소설이지만, 일상을 포착한 에세이를 읽고 있는 건지 도심 속 여행기를 마주하는 건지 쉽게 분간이 되지 않는다. 뉴욕 곳곳을 산책하는 화자의 발걸음처럼, 경로와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은 채 흐르듯 옮겨가는 묘사와 행간을 넘나드는 디테일한 단어들의 리듬이 책을 감싼다.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의학과 전임의 과정에 몸담은 줄리어스는 계속해서 산책을 하러 거리로 나선다. 무작정 걷다가 극장과 콘서트홀에 들어가고, 은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공원과 해변가에 들리기도 한다. 저자는 일인칭 화자인 줄리어스가 주변의 인물들과 맺는 관계나 갈등의 세부 사항을 모호하게 처리하거나 매듭짓지 않은 채 여백으로 남겨둔다. 이로 인해 소설은 삶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대하는 데 있어 독자들을 열린 판단의 장으로 이끈다. 날카로운 비평 의식을 지닌 작가의 면모 때문인지, 화자는 계속해서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간다. 작가는 예술, 문화, 윤리 영역을 향한 비평을 서사와 접목하고 출신 배경·성별·계층 등 동시대 화두를 끌고 오는데,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모두 이민자·난민, 동성애자와 장애인 등 소수자 이슈로 모여들어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이에 관해 한기욱 역자는 “테주 콜의 이야기들은 주로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난민의 삶을 쌍방향의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며 “파리를 모델로 했던 보들레르와 베냐민의 플라뇌르(Flâneur·현대적 도시의 고독한 산책자)가 자본주의체제를 환기하는 미적·정서적 감각에 민감하다면, 뉴욕을 활보하는 테주 콜의 화자는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흑인 노예화, 9·11 참사 현장 등 역사의 상흔을 조명하면서 미국의 폭력성으로 얽힌 과거와 현재를 탐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서이제 작가는 단편소설집 ‘낮은 해상도로부터’(문학동네 刊)를 펴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무의식에서 퍼져나가는 욕구, 넘실대는 감정을 응시하고 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볼 때, 9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로 엮어내긴 어렵다. SNS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이 서사의 전개를 지탱하고, 이모티콘과 한자나 알파벳 등의 다양한 문자가 행간 사이로 불쑥 끼어든다. 파편화된 개체들이 무작위로 접속과 단절을 반복하는 세상. 이 책 자체가 사람과 대상의 연결 방식을 손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동시대의 속성들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책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존재들,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맺는 관계의 형태, 디지털 정보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유롭게 굴려보고 또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대신, 나열하고 전시하면서 독자들 각자에게 어떤 세계로 번역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려고 든다. 서이제 작가는 책을 닫는 곳에서 “디지털은 재현된 세계가 아니라, 촬영되는 동시에 눈앞에 존재하는 세계다. 조작과 변형이 가능하고, 허상이 또하나의 진실로 이해되는 세계다. 현재 내가 그런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나는 흐릿한, 불투명한, 명확하지 않은 상을 좇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매혹되었다. 소설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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