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홍사용문학관 ‘백조’ 봄호 발간…시인, 소설가 시선으로 본 화성의 자연산책

노작홍사용문학관이 발행하는 계간 ‘백조’의 봄호(통권 16호)가 출간됐다.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주도했던 문예동인지 ‘백조’를 계승해 지난 2020년 복간된 계간 ‘백조’는 지역 시인들의 참신한 기획과 작품들을 싣고 있다. ‘백조’ 봄호의 주제는 ‘화성의 장소감’이다. 특례시 출범을 앞둔 화성의 지역 정체성과 지역 이미지의 오랜 편견을 벗고, 재탄생하는 모습을 상상한 내용 등이 담겼다. 이번 특집에서 한지혜 소설가는 화성 3·1운동만세길을 산책하며 공세적 저항운동의 거점으로서 화성을 주목했다. 박정석 시인은 화성 당성을 찾아 길과 사람, 나라를 연결하는 매개로서의 화성을 보여준다. 또 휘민 시인은 비봉습지공원에서 발견한 녹색의 미학으로 자연과의 공존을 바라는 염원을 전하고, 김은상 시인은 100년이 넘은 전통한옥 옥란재에 머물며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사색한다. 이번 특집의 시 창작란엔 김경윤, 김보나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명의 시인이 함께했다. 시력(詩歷)이 오래된 시인들의 원숙한 작품과 함께 젊은 신진 시인들이 선보이는 신선한 사유의 시, 지역·국경을 넘어 전달되는 시적 언어의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설 창작란에는 이원화 소설가와 최진영 소설가의 단편소설이 실렸으며, 연속 기획 ‘잡지를 발굴하다’에선 조창규 시인의 글로 1924년 창간한 순문예지 ‘조선문단’이 문학사에 남긴 발자취를 살펴본다. 이 밖에 서평에서는 고명철 평론가가 현기영 소설가의 ‘제주도우다’ 속 신생의 언어를 분석한 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응교 시인이 노지영 평론가의 인터뷰집 ‘뒤를 보는 마음’을 소개하는 등 장르를 뛰어넘은 풍성한 읽을거리를 마련했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이 계절의 생명력에 어울리는 풍성한 봄호를 만들어준 필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올해 ‘백조’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봄호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머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등 1, 2학년 공부의 힘 문해력 수업’ [신간 소개]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힘. 넓게는 글을 읽고 이해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문해력’이라 한다. 최근 교육계에선 문해력이 화두다. 스마트폰 과의존에 유튜브와 숏폼 등 문자 대신 영상을 접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문자를 읽고 쓰고 글을 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 것. 백문식 국어학자가 문해력 저하 시대, 학교와 가정 교육에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는 학습지도 안내서 ‘초등 1, 2학년 공부의 힘 문해력 수업’(그레출판사 刊)을 펴냈다. 글을 읽고 쓰는 일은 아주 귀중한 인간 생활의 기초적인 수단이다. 초기 문해력 학습에 성공하지 못하면 학습에서 뒤처지고 학교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말한다. 저자는 “교육의 성공과 실패는 문해력에 달려있다. 곧 문해력이 공부의 열쇠로 초등 2학년 이전에 습득해야 하지만 상당수에 이르는 아이들이 읽기와 쓰기 능력이 크게 떨어져 교과 학습을 정상적으로 해내는 일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저학년 때에 한글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국어 활용 능력을 다져놓아야 학습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1, 2학년의 초등생들이 스스로 재밌게 학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어떻게 지도하는 게 좋은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에선 소리에 짝을 이루는 글자의 모양(형태)을 익히고, 여기에 뜻(의미)을 더하는 낱말 공부가 한글 깨치기의 첫걸음이라며 글자를 만든 원리를 설명한다. 자음의 이름과 발음, 쓰기, 음절표로 익히기, 음절의 끝소리 규칙,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기 등의 기초부터 종이책과 전자책은 어떻게 읽어야 효과적인지, 알맞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문학작품 이해하기, 시 감상하기 등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조언과 실행법도 풀어냈다. 각 장마다 익힘문제를 넣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고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저자는 “이제 초등학생이 된 손자를 보며 많은 아이들이 문해력을 키워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도록 돕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가르치고,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게 풀어서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자는 강원대학교 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을 마치고, 중·고등학교에서 36년간 우리말과 글을 가르쳤다.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아름다운 순우리말’, ‘우리말 파생어 사전’, ‘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 등을 집필했으며 현재 국어국문학, 전통문화 연구와 글쓰기 강의 등을 하고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날의 순간”…‘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外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와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목소리를 드높였던 3월 1일이 다가온다. 때로는 모르고 지나쳤던, 각자의 자리에서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엿볼 수 있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전투적 독립운동의 최선봉, ‘윤세주, 의열단·민족혁명당·조선의용대의 영혼’ “우리의 제1차 계획은 불행히도 파괴되고 무수한 동지들이 체포되어 처벌되었지만, 체포되지 않은 우리 동지들은 도처에 있으니 반드시 강도 왜적을 섬멸하고 우리의 최후 목적에 도달할 날이 있을 것이다.” (석정 윤세주, 1901~1942) 항일비밀결사 의열단에 입단하고, 조선의용대를 이끌어 일본군과 결전하다 숨진 석정 선생. 그는 경상남도 밀양의 한 마을에서 두 살 위인 약산 김원봉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나고 자라며 훗날 의열단까지 독립운동의 길을 같이 걸어갔다. 1919년 소년 시절, 지금의 서울인 경성부에서 일어난 3·1 운동 참석은 그의 저항정신에 본격적인 불을 지피고, 이를 고향인 밀양 사람들에게도 전하며 밀양시장 만세운동 개최 등 밀양의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독립운동가 열전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역사공간 刊) 윤세주 편에서는 석정의 탄생부터 소년시절, 청년기를 거쳐 마지막 순간까지 건국훈장 독립장에 빛나는 그의 일생을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차분하게 따라가며 혼란의 시대 동료들과 불굴의 의지로 쌓아올린 항일운동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 동상에 담긴 조선의 레지스탕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믹스커피 刊)는 우리가 늘 마주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모르고 지나치던 곳곳의 동상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혹은 꼭 알아야 할 29명의 독립운동가와 4명의 친일파 이야기를 담아냈다. 탑골공원에 자리잡은 손병희 선생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3월1일 수많은 청년이 운집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목소리를 드높였던 곳이란 것을 안다면, 서울역 앞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통해 그곳이 1919년 9월2일 조선 총독을 향해 망국의 한이 담긴 폭탄을 던진 장소라는 것을 안다면 그곳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현직 역사 교사인 유정호는 역사를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로서 많은 이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동상이 독립운동가의 현주소 같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심지어 친일 행적의 인물이 훌륭한 위인으로 왜곡되어 기억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되새기고, 또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역사를 녹여냈다”고 밝혔다. 책 속의 33인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에 착안해 선정한 숫자라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동상을 통해 순국선열의 정신에 감사하고 역사의 한 순간을 느껴보는 데 도움을 준다.

몸·마음 건강해지는 ‘리듬체조 소도구’ 이용한 요가…‘리드믹 요가’ 시리즈 [신간소개]

요가에 리듬체조 소도구를 접목한 ‘리드믹요가’를 제대로 배워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박성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체육 겸임교수는 리드믹요가의 자세, 효과, 주의사항 등을 세밀하게 담은 ‘리드믹요가_볼’, ‘리드믹요가_로프’, ‘리드믹요가_후프’ 책을 펴냈다. 리드믹요가는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박 교수가 최초로 만든 요가의 한 종류다. 박 교수는 출산 뒤 어깨, 허리, 고관절 통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중 요가를 접했다. 요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힐링요가·빈야사요가·포레스트요가·아쉬탕가요가 등 다양한 요가 수련에 몰입하던 그는 의자 등을 이용하는 요가의 대가 ‘아헹가’의 책을 접한 뒤 도구를 활용한 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 교수가 출간한 ‘리드믹요가’ 시리즈는 다양한 그래픽과 박 교수의 사진을 실어 나이와 신체에 따른 소도구 크기부터 각 소도구를 붙잡는 방법과 머무르는 위치 등에 대해 자세하게 짚어준다. 특히 리드믹요가의 기본원리와 핵심사항, 워 밍업 자세와 동작의 순서를 세세하게 나열했다. 리드믹요가는 볼, 로프, 후프의 소도구가 머무르는 곳에 따라 신체의 자각과 집중력을 높여주고, 전통요가 수련자와 현대요가 수련자가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소도구를 활용하면 뇌 기능이 향상하고, 말초신경이 발달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어린이, 노인이 배우기에도 좋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리드믹요가는 현대인의 잘못된 자세에서 오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호흡, 순환, 생활 리듬을 되찾아준다. 박 겸임교수는 “리드믹요가를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활용하고 있어 올바르고 자세한 동작을 알리기 위해 책을 냈다”며 “리드믹요가가 신체 교정을 위한 뉴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될 때까지 열심히 보급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삶의 종착역에서의 우리는… ‘끝까지 꽃을 피우는 것은…’外 [신간소개]

행복과 불행, 기쁨과 고통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듯 삶과 죽음 또한 함께 붙어 있는 존재 방식이다. 이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혹은 나이듦으로 어떤 이에겐 마지막일지 모르는 공간. 그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이 자신들이 직접 부딪히며 담아낸 삶에 대한 시선이 글로 옮겨졌다. 요양원에서 써내려 간 요양보호사의 이야기와 대학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순간들이다. ■ 끝까지 꽃을 피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요양보호사 업무를 시작한 최보이씨가 어르신을 모시며 살아온 7년의 세월을 수필집으로 꾹꾹 눌러담았다. 신간 ‘끝까지 꽃을 피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문학과 사람 刊)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종착지인 곳, 세상과는 동떨어졌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희로애락이 펼쳐지고 또 다른 인생의 나날들이 펼쳐지는 요양원에서의 매일을 담은 기록이다. 20대부터 수원에서 거주해 온 그는 ‘수원문학아카데미’에서 문예창작을 수학하고 요양원에서 일하며 만난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글로 썼다. 그 공간이 자칫 두렵고 때론 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이 밀려올 법도 하지만 그는 그 7년의 세월을 “마치 천국 속의 길을 걷는 것 처럼 꿈길 같았다”고 표현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삶 속에서 어르신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는 날들은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많은 삶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었다”며 “애틋하기도 하고 아리기도 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멈추지 않고 그 느낌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받고 이틀 만에 출근한 그는 먹는 치매에 걸린 어르신, 요양원을 찾은 아들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다리를 놓지 않는 어르신을 달래기도 한다. 때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했다는 기록, 요양원에서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목격했다는 이야기 등 요양원에서 또 다른 매일을 살아가는 자신과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한 인간의 삶이 다하면 그와 함께 한 역사도 사라진다고 했던가. 오랜 세월 각각 자신만의 역사를 쌓아 올린 어르신들이 삶의 종착지인 요양원이란 곳에서 또 다른 일상을 살아내는 이야기. 또 작가가 직접 이들을 보살피고 마주하며 느낀 감정과 소통법, 다짐 등은 지금 우리의 가족이, 혹은 언젠가 내가 마주할 일이기에 더 눈을 뗄 수 없다.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서울대 암 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과 함께 하며 틈틈이 남긴 기록을 엮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 刊). 지난 2021년 발간 후 시간이 흐른 현재도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고 있다. 책에 언급되는 암 환자들은 진단을 받은 이후 “앞으로 남은 날이 ○○ 정도 됩니다”라는 기대여명을 듣지만 그 남은 시간을 채워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끊어진 혈육의 정을 회복하기보다 빌려준 돈 “2억 갚아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음 직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10년만 더 살기만을 바라기도 한다. 칠순의 한 노인 환자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다른 노인 환자는 의사도 모르게 ‘사후 뇌 기증’을 신청해놓고 떠난다. 환자 곁의 가족들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책은 암 환자와 가족, 의사인 저자의 선택과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죽음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자유롭고 우아한 노년을 위한 인생조언…‘나답게 나이드는 즐거움’ 外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나는 사람이 있다. 자유롭고 우아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은 무엇이 다를까. 스물, 서른, 마흔이 된 이들에게 각기 다른 삶의 조언이 필요하듯 노년을 맞은 이들에게도 걸맞은 인생 조언이 필요하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인생 후반을 즐기기 위한 조언서들을 모아봤다. ■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더퀘스트 刊) “당신처럼 나이 들고 싶습니다.”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의 저자 류슈즈가 대만 40대, 50대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할머니 의사’로 불리는 저자는 59세에 병원에서 퇴직한 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삶을 즐기면서 대만 중년들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신경과 의사이자 의대 교수로, 치매 치료의 권위자로 30년 넘게 일해온 그는 노년에 접어들자 허리, 백내장, 유방암 수술을 받으며 노화를 온몸으로 경험한다. 이후 의사 시절 40년 가까이 임한 치매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신체와 정신 건강을 높이고 노화를 늦추는지 세심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특히 노년에 지나치기 쉬운 마음 건강에 대한 지식과 조언, 나이 듦의 가치와 성찰을 덧붙여 책으로 펴냈다. 책은 전문의로서 쌓아온 의학 지식과 70대 인생 선배로서의 연륜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표현했다. 할머니 의사에게 듣는 노년의 삶은 지루하거나 우울하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롭다. 노년의 건강을 지키는 하루 루틴부터 하루하루를 귀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 (날 刊) 현대사의 변화를 주도해 온 베이비부머는 노년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멸감’, ‘돈의 인문학’ 등을 펴내며 한국 사회를 분석해온 사회학자 김찬호가 ‘60세’인 삶의 전환점을 지나면서 첫 노년 에세이를 출간했다. 저자는 베이비부머가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았지만 번영의 결실을 누렸고, IMF 금융위기로 위기를 맞으면서도 정보화와 벤처 열풍의 주역으로 거듭났다고 말한다. 이제 그들이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속에 참고할 만한 모델은 마땅치 않아 전인미답의 길찾기를 해나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생의 후반전을 지켜주는 열쇳말로 ‘스토리텔링, 눈물, 망상, 응시, 줏대, 경청, 탐구, 복지, 유산, 후회’ 등 마흔 개의 단어를 선택했다.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단어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점검하고 손질하는 수행의 방향을 제시한다.

“행복이 담긴 사진을 인화합니다”…다시 돌아온 힐링 판타지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신간소개]

“보고 싶은 미래가 있나요?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마음 사진관으로 오세요.” 만약 마음을 찍어주는 사진관이 있다면 인생의 어느 순간이 필름에 펼쳐지길 바랄까. 마음의 상처를 살펴주는 언덕 위 신비로운 마을 ‘메리골드’ 시리즈가 동화 같은 사진관 이야기로 돌아왔다. 조용한 마을, 어느 한밤 중 생겨난 언덕 위 수상하고 신비로운 세탁소에 변화가 생겼다. 마음의 얼룩을 마법처럼 지워주던 이곳 1층에 읽고 싶은 마음이나 보고 싶은 미래를 사진으로 찍어주는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이 문을 연 것이다. 운명처럼 사진관에 도착한 이들은 따뜻한 위로의 차 한 잔을 마시며 각자의 사연을 풀어낸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삶을 끝내려는 부부, 남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를 갖고도 엄마로 인한 상처에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꿈을 찾지 못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하루살이 취급받는 20대 청년 등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 앞엔 알 수 없는 미래를 찍어주는 카메라가 놓여 있다. 인화된 사진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 있을까? 소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북로망스 刊)은 지난해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20여개 영미권으로 수출되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윤정은 작가의 한국형 힐링 판타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정성 어린 기도로 손님들의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지워주던 ‘마음 세탁소’를 통해 건넨 위로의 메시지는 어쩌면 행복과 불행은 이어져 있다는 삶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을 바꿔준다는’ 사진관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란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사진관을 찾은 손님들에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연초 서점가 인기 끄는 ‘자기계발서’ 주목…‘세이노의 가르침’ 外

새해가 되면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이루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래서인지 연초가 되면 삶의 방식과 신념, 철학을 풀어낸 인생 조언서들이 서점가를 달군다. 불확실한 미래에 삶의 지혜와 위로를 얻고, 인간관계·습관·성공 등에 관해 조언을 건네는 자기계발서들을 모아봤다. ■ 세이노의 가르침 (데이원 刊) 자신을 ‘1천억원대 자산가’라고 소개한 저자 ‘세이노(Say No·필명)’의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도 알려졌다. 저자의 필명 ‘세이노’는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에 ‘NO!’를 외치고 제대로 살아가라”는 뜻으로, 1955년생 자수성가 자산가라는 것 외에 저자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없다. 저자는 고교 시절부터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자 결국 “피보다 진하게 살자”라는 생각으로 일과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부와 성공에 대한 지혜, 체험적 지식을 책에 담았다. 책은 저자가 20여년 전에 발표한 신문 칼럼과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힘든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르침부터 ‘사기꾼 판별법’ 등 부자가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까지 저자의 경험을 간접체험 할 수 있다. ■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포레스트북스 刊) 수십 년간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 한스 할터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돌보며 수많은 이들의 ‘죽어감’을 통해 ‘살아감’을 배우게 됐다고 말한다. 먼저 떠난 이들처럼 언젠가는 죽음이 반드시 나의 몫이 되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 오스카 와일드, 빈센트 반 고흐 등 철학자, 작가, 예술가, 정치가 등 세계적인 현자들의 생애와 유언을 엮었다. 찰스 다윈은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구나”라는 담담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전했다. 84가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는 생의 유한함을 깨닫게 될 때 삶에서 군더더기와 욕심을 비우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최전방 농민의 목소리로 풀어낸 기후위기…‘모두를 살리는 농사를 생각한다’

매년 치솟는 과일값에 우리는 혀를 내두르고 깜짝 놀라지만 정작 과일값이 왜 이렇게 치솟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또 다른 한쪽에선 이상기후와 급변하는 날씨로 재난에 가까운 뉴스가 흘러 나온다. ‘모두를 살리는 농사를 생각한다’(목수책방 刊)는 땅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계절 365일 하늘을 들여다보며, 그래서 누구보다 지구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는 농민의 목소리를 담았다. 기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농민에겐 공포 그 자체다. 농업의 생태계가 흔들린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식탁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잦아지는 폭우와 더이상 춥지 않은 겨울. 바이러스로 인한 가축질병과 병충해는 그해 농사에 직격탄이 되고 가격은 널뛴다. 하지만 정작 생산자이자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고군분투하는 농부의 이야기는 소외되고 배제됐다.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경기 파주, 충북 제천, 경북 상주, 전남 곡성과 제주까지 전국의 과수·축산·시설·노지 등 각 분야 농민 17인을 만나 농업과 농촌이 처한 기후위기의 현실과 대안을 들어봤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 농민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 대처방식과 해결책 등을 다뤘다. 전반부에선 농부들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물었다. 후반부는 농민들이 현장에서 느낀 괴리감을 대담 형식으로 풀었고, 이어 정부의 ‘2050 농식품 탄소 중립 추진 전략’ 정책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당사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로 진단했다. 이들은 현장에 맞는 기후위기의 대안을 모색하고, 기후위기는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농민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로 묘사되지만, 결국 친환경적인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엔 최종 소비자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말한다. 무엇보다 농업이 처한 현실에 한번쯤은 궁금증을 갖고 이를 직시하는 것이 대안의 작은 출발점이라고.

"나쁜 선택은 없어." 어른에게 전하는 위로 ‘힘내, 두더지야’ [지금, 이 그림책]

우리가 살아가며 늘 자신과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지, 어떤 게 나을까, 뭐가 나을까. 길을 걷다가도 식당을 선택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도 무수히 많은 고민과 그에 따른 선택과 결과를 수용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삶은 선택과 그에 따른 길을 걸어가는 그 속에 펼쳐지는 지도 모른다. 이소영 작가의 ‘힘내, 두더지야’(글로연 刊)는 왠지 속상하고 힘 빠지는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우연’의 응원을 보내는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숲속 마을에서 아주 큰 당근을 키우길 바라는 두더지와 상담가인 사슴벌레다. 그 둘은 제각각의 일상에서 좌절을 맛본다. 두더지는 수확한 당근이 너무 작아 하나도 팔지 못해 힘이 빠져 그만 눈물을 흘리고, 사슴벌레는 상담에 만족하지 못한 친구들이 돌을 던져 턱이 부러진 채로 기운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 둘은 우연히 만나고, 사슴 벌레는 두더지의 당근 주스를 마시며 훌륭한 맛에 감탄한다. 늘 계획에 맞춰 일하는 두더지에게 사슴벌레는 나뭇가지를 돌려 우연의 결정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가고, 사슴벌레와 함께 걸으며 진정한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된다. 사슴벌레 역시 달라진 두더지를 보며 힘을 얻는다. “내가 선 길이 편한 길이든 어려운 길이든,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선택하게 돼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나의 선택이고, 그 과정이 힘들지라도 결과는 결국 이로울거다. 힘내자!” 이야기는 프랑스에 머물다 귀국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여러 고민을 안고 있던 작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작가가 오랫동안 태어나고 자라온 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그에겐 익숙했지만, 아이들은 처음 한국살이를 하는 곳이었다. “이길로 가면 뭐가 나오지? 저기로 뭐가 나올까?, 어디로 가야하지?” 아이들의 대화와 고민을 듣자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인간의 경로를 알고 있는 신이 있다면 ‘쟤는 저기로 가네’ 하며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어느 길로 갈지 모르고 어떤 목적지에 따라 나올 결과를 두려워 하기도, 설레어 하기도 하는 데 이런 우연의 선택에서 종착지엔 어떤 길에 닿을지 운명의 장난같은 이야기를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사슴벌레와 두더지. 두 친구는 우연히 만나 새로운 길을 걷는다. 때론 어렵고 고난도 만나지만 결국 자기 안의 힘이나 에너지를 끝까지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지금 자신만의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어른이 있다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왠지 모를 힘을 얻게 한다. 강렬한 색을 사용하는 이 작가는 이번 신간엔 파랑을 상징 색채로 사용해 글과 그림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림 그림을 모노프린트로 완성한 푸른 밤의 숲은 불안한 둘의 마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짜릿하게 떠나는 밤 산책은 더 설레게 느껴진다. 작가의 전작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2022년 刊)에서 친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두꺼비로 등장했던 ‘빨강이’를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은 그림과 글이 ‘따로’ 논다. 작가는 두 친구의 대화만 텍스트로 제시하고, 설명은 그림으로 표현하는 편집을 사용해 두더지와 사슴벌레가 산책하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생각과 마음을 꺼내놓는 과정을 드러냈다. 그 둘의 여정은 어렵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 누군가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힘내, 괜찮아, 그건 최고의 선택이었고, 잘 될거야. 잘하고 있어.” 값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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