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자를 위한 사업 예산을 편성한 경기도(경기일보 2024년 7월3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가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심리·정서 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최근 경기도의료원과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운영사무 위탁계약을 했다. 앞서 도는 김용성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을 비롯해 경기도의료원 및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관계자 등과 함께 연이어 간담회를 열고, 희귀질환자 사업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향을 논의해 왔다. 그 결과 도는 희귀질환자의 정서 및 심리 치유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도는 오는 7월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 등 300명을 대상으로 ‘빛나는 당신을 위한 하루의 쉼’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부에는 희귀질환 전문가 초청 강연을 통해 질환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정서적 교감, 마음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이어지는 2부는 클래식과 팝페라 공연으로 투병과 간병으로 문화 생활을 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행사에서 경기도의료원은 무료이동진료 버스를 활용해 건강체크 부스를 운영하고,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마음건강 홍보 부스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희귀질환자와 가족은 치료 부담 외에도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어 정서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번 첫 지원사업 예산이 배정된만큼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업이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지원을 시작으로 보다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40702580281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자를 위해 사업 예산을 배정한 경기도(경기일보 2024년 7월3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가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인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만나 예산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4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김용성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과 경기도 보건건강국의 주도로 두 번째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관련 회의’가 열렸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극희귀 및 상세불명 희귀질환 진단 요양기관으로 지정돼 환자들의 산정특례 등록을 지원해 왔다. 2024년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한 제1기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 의원과 도 관계자들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지역내에 있고,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인 만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두 번째 회의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 김 의원과 도 보건건강국 관계자, 분당서울대병원, 경기도의료원 및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관계자 등이 참석해 2시간여간 진행된 회의에서는 올해 배정한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향을 논의했다. 찾아가는 희귀질환 진단지원 사업, 희귀질환 실태조사 연구 등 국가 희귀질환 관리사업 현황을 확인해 도가 지원할 수 있는 사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한 현장에 참석한 소아희귀질환자 및 성인희귀질환자 전문 의료진의 소견도 들었다. 앞서 김 의원과 도는 지난 2월10일 지역내 전문가들과 첫 회의를 연 바 있다. 김 의원은 “한정적인 예산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게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마련한 자리”라며 “도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갖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40702580281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 정부 외면 속 사각지대 놓인 '미등록 희귀질환자' 미등록 희귀질환자들이 지원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지원에는 손을 놓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관련 시스템만 구축하면 희귀질환자들을 사각지대에서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 역시 손쉬워 짐에도 아직까지 관련 논의조차 없기 때문이다. 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산정특례를 적용받는 희귀질환자의 1인당 연간 평균 총 진료비는 639만원이다. 국가관리 희귀질환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중 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0% 수준인 66만원 가량이다. 하지만 국가관리 희귀질환에 등록되지 못한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는 만큼 모든 금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에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함에도 국가 차원에서 미등록 희귀질환자를 관리할 시스템은 없다. 현재 국가관리 희귀질환 지정을 위해서는 환자 본인이나 담당 의사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질병관리청에서 ▲질환 유병률, 의료비 규모 등 자료 수집 ▲질환 특성에 대한 자료 마련 ▲전문위원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유병 인구가 극소수인 미등록 희귀질환자의 경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별도의 신청 절차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관리할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도 국내에 등록된 1천314종의 희귀질환 외에도 1천700여종의 희귀질환이 더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희귀질환자 스스로 국가관리를 위한 등록에 나서야 해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 겸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미등록 희귀질환자를 발굴하기 위해 환자 등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등록 희귀질환자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는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정확하게 파악조차 못 하면서 지원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Patient Registry(특정 상태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정보 등록 시스템)를 가장 먼저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질병청 관계자는 “희귀질환의 특성상 표본 조사나 전수 조사가 어려워 전체적인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정보 부족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25년의 상처, 절망 속 희망 얻은 희귀질환자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5580275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 ‘고액 치료’ 수십년 상처... 비용 지원 ‘희망의 빛’ “두 달에 한 번 150만원을 내야 했는데, 이제 15만원만 내면 됩니다.” 올해부터 손발바닥 농포증이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이화정(가명·74)씨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더 이상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그동안 내던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되니 이제야 마음껏 치료를 받게 됐다고 말하는 이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지난해까지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제도를 적용 받지 못했다. 고액의 치료비는 온전히 환자들이 감당해야 했고, 비용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까지 속출했다. 이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25년 전, 갑자기 발에 난 두드러기가 얼굴을 뒤덮었고 매일 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시달리면서도 도대체 어떤 병인지 알 길이 없었다. 병원을 전전해야 했고, 고통은 점점 커져갔다. 주변 사람들은 이씨에게 편견의 시선을 보내며 그를 고립시켰다. 그렇게 병원을 돌던 끝에 한 대학병원에서 손발바닥 농포증이라는 병명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러나 그때부터 또다른 고통이 이씨를 기다렸다. ‘나을 수 없는 병.’ 의사는 치료를 받아도 나을 순 없지만,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150여만원이라는 고액을 두 달에 한 번씩 지불해야 했다. 결국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씨는 5년 만에 치료를 포기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그는 처방받은 연고로 가려움을 달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연말 희소식이 전해졌다. 경기알파팀의 희귀질환 연속 보도 이후 미지정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새롭게 손발바닥 농포증이 희귀질환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날을 떠올리며 이씨는 그동안 받은 수 많은 상처 중 하나를 치유받게 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희귀질환을 앓고 난 뒤 정부의 무관심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두 가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며 “이번에 손발바닥 농포증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서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고, 정부의 무관심이라는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진료비 영수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이씨는 한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진료비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희귀질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편견이 가득하다”며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두 번째 상처를 치유받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미등록 희귀질환자 관리… 손 놓은 정부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5580277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자를 위해 사업 예산을 배정한 경기도가 예산 활용을 위한 첫 걸음을 걸었다. 도는 지역내 전문가들과의 첫 회의를 연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만남의 장을 마련,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경기도의회 정담회실에서는 김용성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과 경기도 보건건강국의 주도로 첫번째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관련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경기도가 올해 배정한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의 유용한 쓰임을 위해 방향을 잡는 첫 걸음이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의원과 유영철 도 보건건강국장을 비롯해 이필수 경기도의료원장, 손영배 아주대병원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 사업단장, 이희영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등 지역내 의료기관 관계자와 도 담당부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앞으로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향점 등에 대해 논의하고, 희귀질환자들이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토로하는지 등을 공유했다. 또한 도내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해 2주 뒤 재차 회의를 열고 다시 한 번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합의했다. 유영철 보건건강국장은 “첫 회의를 진행한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분당서울대병원 등 지역내 의료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지원방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려한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 배정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용성 의원은 “도에 전국 최초로 희귀질환 지원 예산이 생긴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재적소에 예산이 쓰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에 오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이를 정책에 반영할 방법을 꾸준하게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희귀질환 10명 중 3명, 정부 지원사업 ‘전무’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2580326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② 시급한 돌봄 지원 경기지역 희귀질환자들은 경기알파팀에 꼭 필요한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왔다.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도가 전국 최초로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 예산을 배정하면서 이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다. 이에 경기알파팀은 도내 희귀질환자 108명의 답변을 재구성, 도의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 A씨(성남)는 펠란맥더미드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녀의 의료비와 재활치료비에 한숨이 나온다. 한 달 평균 고정 재활치료비만 257만원에 추가로 들어가는 병원비와 교통비 등을 합치면 30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A씨는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일을 그만뒀고, 외벌이로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A씨는 “부모 중 한 명은 아이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해서 여러가지로 부담이 크다”며 “희귀질환 자녀를 둔 부모가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2. B씨(경기 광주)의 세 자녀 중 열 살인 첫째는 KIF1A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신경병증이라는 희귀질환자다. 첫째의 질환은 치료법이 없다. 현재 개발 중인 유전자세포 치료제가 유일한 희망이지만 언제 만들어질지 모른다. 주기적으로 안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곱살인 둘째는 지적장애를, 6개월 된 셋째는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B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몸뿐 아니라 마음도 지쳐갔다. B씨는 “가정 내에 아픈 아이가 많다 보니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날이 많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심리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3. C씨(부천)는 19년 전 호모시스틴 뇨증이라는 희귀질환 판정을 받았다. 몸에서 특정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아 혈관에 쌓여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식단 관리가 필수다. 매달 의료비뿐 아니라 저단백즉석밥 등 특수영양식과 의료보조용품을 구매하면 150만원이 넘게 든다. 과거 비용을 전담해 주던 부모님도 이제 나이가 들어 경제적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C씨는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보이는 기분”이라며 “경기도에서 희귀질환자를 위한 생계비를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희귀질환 10명 중 3명, 정부 지원사업 ‘전무’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2580326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② 시급한 돌봄 지원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이 95%에 달하는 현실에도 경기도내 희귀질환자들이 재활치료나 돌봄 등의 필수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희귀질환자들은 재활 치료를 위한 인프라와 지원이 확대되길 원했으며, 유전성 질환으로 인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에겐 가족 돌봄 지원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기알파팀이 전국 희귀질환자 227명(경기도민 108명)을 대상으로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을 위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구체적 비용을 적시한 217명의 응답자가 희귀질환으로 인해 월평균 지출하는 비용은 175만2천992원으로 나타났다. 답변자 중에는 월 최대 500만원의 비용을 쓰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전체 소득의 80% 이상을 희귀질환 관련 비용으로 소진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특히 이들은 현재 전무한 ‘재활치료’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95%에 달해 평생 재활치료를 받으며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희귀질환으로 인해 발달 지연을 겪는 아이들의 경우 발달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소요 비용이 월평균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탓에 최소한으로만 받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마저도 도내에는 재활치료 센터가 없어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고, 대학병원의 경우 수개월을 대기해야 해 사설 재활치료센터를 이용하더라도 시설 자체가 부족해 일대일 재활치료가 아닌 다대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돌봄’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희귀질환은 통상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해 어린시절부터 이어지고, 매일 언어·놀이치료를 받거나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해 맞벌이가 불가능함에도 돌봄 지원이 없어 경제적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희귀질환자를 돌보는 기간 간병으로 인한 우울함과 불안 등 정신적 괴로움이 동반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희귀질환자 실태조사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2일까지 8일간 연합회 소속 전국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희귀질환자 227명(남자 88명, 여자 139명·중복답변 가능)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 희귀질환 10명 중 3명, 정부 지원사업 ‘전무’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2580326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① 희귀질환 지원 첫걸음, 고통 희망으로 바꿀까 희귀질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고도 수년간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던 경기도(경기일보 2024년 7월3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가 경기알파팀의 관련 보도 이후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고, 이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첫 걸음이 나온 만큼 경기알파팀은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함께 희귀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첫 지원의 발걸음이 향해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국 희귀질환자 10명 중 3명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홍보 부족’과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이 대부분의 답변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와 세심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기알파팀이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2일까지 전국 희귀질환자 227명(경기도민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을 위한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정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통칭 ‘의료비 지원사업’) 중 어떤 것을 지원받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66명에 달했다. 해당 문항은 중복 응답이 가능하도록 설정했고 ▲산정특례제도(응답자 중 97명 선택) ▲보조기기 구입 등 물품지원(41명) ▲특수 조제분유 및 저단백즉석밥 구입비 등 식이지원(22명) ▲간병비지원(20명) 등 현행 지원사업 모두를 나열한 질문에 기타 의견으로 ‘없다’고 답한 이가 10명 중 3명에 달한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 여겨볼 대목은 정부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응답자들의 답변이 대동소이했다는 점이다. ‘정부 의료비 지원사업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지원이 필요한 다른 영역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지원 강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4명에 달했다. 소득에 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득이 있더라도 질환에 따라 지출하는 비용이 커 일괄적인 소득기준 적용이 지원 제외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지원사업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140% 미만인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비급여 항목은 온전히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인다거나, 약값이 비싼 반면 보험 적용은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또 신청 및 선정 절차가 까다롭다(57명)거나 현행 제도가 미흡해 추가적으로 지원 제도를 신설(44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도 홍보가 부족해 사업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희귀질환자도 42명이나 나왔다. 산정특례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여러 부위 증상이 있음에도 횟수가 제한돼 검사를 포기한다거나,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진료과가 정해져 있어 연관이 있는 질병인데도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사례 등이 있었다. 특히 정부의 지원 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 제언 “치료·생계비서 정서적 안정까지… 세심한 지원 절실” “경기도가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한 첫 걸음을 걸은 만큼 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경기도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한 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희귀질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희귀’한 질병이기 때문에 각자 겪는 어려움이 다양하다”며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한 첫걸음인 만큼 도내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정부의 희귀질환자 지원사업이 ‘의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광역단체 차원의 지원은 보다 맞춤형 사업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자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의료비 지원이 가장 절실한 것은 맞지만, 치료를 받기 위해 드는 제반비용에 대한 지원은 한정적이어서 아쉬운 점이 많다”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기 위한 교통비와 숙박비, 자녀를 돌보기 위한 간병비,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필요한 생계비 등 희귀질환자를 세심하게 지원할 사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합회에서도 교통비, 간병비, 생계비, 교육비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상당하다. 지난해 교육비 지원 사업을 위해 20명을 뽑았는데, 120명이 지원했다”며 “후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가 가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경기도가 함께 한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헸다. 희귀질환의 80%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이며 환자 50%가 소아라 가족 돌봄이 필수적인데, 이로 인해 생긴 경제적 빈곤과 우울감, 불안감 등 심리적 어려움을 돌볼 프로그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경기도에 희귀질환자를 위한 재활센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는 “희귀질환자들은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재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간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고, 장애인으로 등록받지 못한 희귀질환자들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재활 시설을 이용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 희귀질환자가 가장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재활센터가 필요하다”며 “치료부터 정서적 안정까지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희귀질환자 실태조사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2일까지 8일간 연합회 소속 전국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희귀질환자 227명(남자 88명, 여자 139명·중복답변 가능)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 관련기사 : 경기도의회, 전국 첫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첫걸음…복지위 예산 확보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201580153 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02580281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를 비롯해 정부가 공식 지정하지 않은 희귀질환(미진단 희귀질환) 환자들이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경기일보 2024년 7월3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 이후 손발바닥 농포증 등이 희귀질환으로 공식 지정됐다. 2일 경기알파팀의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관리청은 최근 손발바닥 농포증을 포함해 66개 질환을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등 66개 질환자들은 안정적인 치료를 위한 지원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신규 지정 환자들은 산정특례 제도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입원·외래 진료 시 본인부담률이 10%로 줄어들게 된다. 통상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은 입원 20%, 외래 30~60%다. 앞서 경기알파팀은 희귀질환자들의 고충을 심층 보도하면서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희귀질환관리법상 유병인구가 2만명을 넘으면 희귀질환으로 지정받지 못하며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적은 경우 ▲후천성(이차성) 질환인 경우 ▲진단 및 진단기준이 불명확한 경우 등도 희귀질환으로 지정받을 수 없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손발바닥 농포증은 손과 발에 무균성 고름집과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심한 통증과 가려움을 동반한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환자들의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증상이 악화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손발바닥 농포증은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치료를 위해서는 1회당 50만~80만원에 달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8주마다 반복 투약해야 하고,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임에도 희귀질환으로 등록받지 못해 결국 경제적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비일비재했다. 한국건선협회는 경기알파팀의 보도 이후 손발바닥 농포증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됐다며 환영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성기 한국건선협회장은 “경기일보의 관심이 소외받던 희귀질환자에게 큰 힘이 됐다”며 “이번 희귀질환 지정과 지원 계획은 희귀질환 환우들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02580281
경기도가 2020년 희귀질환자 지원 조례를 만들고도 4년이 넘도록 단 한 푼의 자체 예산도 배정하지 않는 등 희귀질환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지적(경기일보 7월3일자 1·3면 등 연속보도)에 경기도의회가 나섰다. 도의회는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내년 예산안에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을 배정하면서 이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선봉에 섰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내년도 경기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상임위를 넘은 예산안에는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명목으로 5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도를 비롯, 광역자치단체가 희귀질환자를 위해 별도의 사업 예산을 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임위를 넘은 예산안은 도의회의 경기도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19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도가 희귀질환자 지원에 처음으로 나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예산은 무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앞서 경기일보 경기알파팀은 희귀질환자들이 진단을 받기 위해서만 수년간 수없이 많은 병원을 전전하고, 진단을 받은 후에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상처받고 있음에도 별다른 지원체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현재 희귀질환자를 위한 지원체계는 의료비 지원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실정인데, 이마저도 국비와 시·군비가 50%씩 투입될 뿐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이들을 지원할 조례가 있음에도 4년이 넘도록 자체 예산은 물론 관련 사업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가 희귀질환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도내 희귀질환자들의 고통 역시 커졌다. 이에 도의회 복지위 소속 김용성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은 경기일보의 지적에 공감, 제379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도를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지원 확대를 위한 사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관심으로 상임위에서 처음으로 희귀질환자 예산이 배정되면서 희귀질환자들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정말 기쁘고, 경기도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희귀질환자들에겐 희망의 씨앗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확보된 예산이 많은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용성 의원은 “경기일보 보도로 희귀질환자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고, 경기도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이분들의 고통이 정말 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에 상임위에서 의원님들이 뜻을 모아 준 만큼 이걸 계기로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 상담부터 다양한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40702580281
경기도가 희귀질환자를 위한 조례까지 만들고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경기일보 7월3일자 1·3면 등 연속보도)에 대해 경기도의회가 2024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선제적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성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은 13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도 차원의 선제적 지원 대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일 종합감사에서도 다시 얘기하려 하는데 도가 만든 희귀질환자를 위한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며 “그래서 희귀질환자들에게 고통과 힘듦이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희귀질환과 관련된 전문적인 인력이 전혀 없는데 유전 상담이나 가족에 대한 심리 치유 상담이라도 도가 선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법을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도가 우선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도청예결특위 위원이기도 한 김 의원은 이번 예결 심사 과정에서도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특별법 마련 촉구 건의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한편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희귀질환자를 위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경기알파팀은 도가 2020년 12월 희귀질환자 급증에 따른 지원 필요성에 공감해 ‘경기도 희귀질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도 4년이 넘도록 아무런 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례에는 희귀질환자 관리 및 지원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희귀질환 관리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상담, 교육 및 홍보 등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나 협회에 대한 경비 지원 내용이 담겼지만 희귀질환자에 대한 지원 사업은 국비와 시·군비 매칭 사업으로만 진행되고 있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경기도의회, 희귀질환자 지원 방안 찾을 첫 걸음 뗐다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807580184 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02580281 지원 예산 ‘싹둑’… 희귀질환 고통 ‘외면’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⑨] https://kyeonggi.com/article/20240731580230 영상출처ㅣ경기도의회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희귀질환이란 개념 자체가 늦게 도입된 우리나라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기회 보장이라는 복지 측면에서 한참을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이미 1983년부터 희귀의약법 및 희귀질환법을 제정해 희귀질환을 관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99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희귀질환과 희귀의약품 규제 및 지원을 했고, 일본은 1972년에 난병대책요강을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추진해 1993년 약사법을 근거로 희귀질환 지원을 제도화했다. 반면 국내 희귀질환 지원 사업은 한참 뒤에야 도입됐다. 지난 2006년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정보구축사업을 시작으로 부분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된 뒤에야 국가 차원의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실질적 지원 방안에 대한 무관심 속에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제도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 중단 위기 맞은 ‘희귀질환 미진단 프로그램’ 희귀질환은 특성상 유전적 원인에 의한 발병이 많으며, 개별질환의 발생빈도가 높지 않아 관련 분야의 경험 있는 임상전문의가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은 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로 여러 의료 기관을 옮겨 다니며 오랜 기간 중복된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으로 이어진다. 반면 미국은 장기적인 진단 노력에도 진단을 받지 못한 희귀질환자의 막대한 사회·경제·의료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희귀질환 미진단 프로그램(이하 UDP)을 도입했다. UDP는 다양한 분야의 임상 전문가가 희귀질환자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련된 생화학적 검사, 대사 검사, 유전체 정보, 기능연구 등 다각도의 정보를 통합해 진단에 접근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진단 확실성을 높여 치료 가능성 및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희귀질환의 유전적, 병태생리적 발병기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도 도입 이후 2015년까지 8년간의 UDP 경험을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희귀질환의 유전체 연구가 가지는 의학 연구에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2015년부터 6년간 매년 약 3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금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미진단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현재는 연구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종전 권역별 거점센터 등을 통해 진행해 오던 K-UDP를 지난 2022년, 서울대병원에 일임하면서 예산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정부가 희귀질환 진단을 도와줄 배경을 없앤 것”이라며 “의료서비스 체계로 편입되기 위해서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게 필수적인 만큼 UDP를 운영하기 위한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일부만 지원되는 ‘신생아 선별검사’…유전 상담도 한계 희귀질환의 80% 이상은 유전질환이다. 이 때문에 가족 내 재발 또는 대물림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 한해 신생아 무료 선별검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희귀질환 중 약 5% 정도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상황에서 치료제가 있는 경우 만이라도 조기에 발견해 반드시 고쳐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신생아 선별검사를 정부 지원으로 받을 수 있는 질환이 단 50여종에 그친다.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생후 28일 이하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50여개의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 검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비급여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모든 주에서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가 의무화돼 있다. 이 외에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시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희귀질환 척수성근위축증(SMA)의 경우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대만 등 선진국에서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희귀질환척수성근위축증은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이 아니다. 신경근육계희귀질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받으면 성장 과정에서 질환에 따른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희귀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해석의 어려움으로 인해 오진단 되거나 진단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유전상담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이다. 미국과 유럽은 1970년대 초부터 유전상담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배출, 이들이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유전상담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홍콩 및 싱가포르 등에서 유전상담사가 임상유전학 전문의와 한 팀을 이뤄 유전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가 차원의 유전상담사는 없는 상태다. ■ 전문가 제언 “국립중앙희귀질환센터 설립 절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 소속 권용진 교수는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 확대 및 정비로 희귀질환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재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가 아닌 경우 희귀질환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단 방랑을 겪는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해서 미진단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상세 불명 희귀질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권 교수는 ‘국립중앙희귀질환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환자들의 동의를 전제로 미진단상태의 환자들을 한 곳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진료하고 판단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유리하다”며 “국립 중앙희귀질환센터가 설립되면 미진단 환자들의 임상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 희귀질환 진단까지의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진단 지원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들은 미진단 질환 진단지원 프로그램(UDP)을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중단된 상태”라며 “진단지원 프로그램의 핵심은 ‘임상 연구’이기 때문에 다양한 검사와 세계 학계의 최신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희귀질환을 더 빠르게 진단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권 교수는 극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정 의사 수를 제한하거나 치료제가 고가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병원에 따라 희귀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의 수와 역량이 다른데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중복진료를 받고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병원별로 임상유전체의학의 역량과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전문의 수를 반영해 지정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가의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적용할 때는 보험회사와 협상이 필수적인데, 협상 기간이라도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게 임시 사용승인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부의 제2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2022~2026년)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지원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상당수 희귀질환자들이 고가의 치료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가 하면 산정특례 등록을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직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은 수십년째 고통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 ‘비싼 치료제’ 의료비 부담…희귀질환자에겐 ‘그림의 떡’ 희귀질환자들은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거나 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치료제들의 비용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한 조사에 따르면 희귀질환자의 30.2%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복용 또는 투약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치료가 필요하지만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서’를 꼽았다. 결국 희귀질환자 3명 중 1명은 고가의 치료제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질환이 나타난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 투병 전 생활과 투병 후 현재 생활 수준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생활 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8%에 달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2년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확대’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한 뒤에도 여전히 치료제 가격이 환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급여 적용이 안돼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희귀질환으로 ‘척수성 근위축증(SMA)’이 있다. 급여 심사에 탈락한 환자들은 치료제인 스핀라자의 가격 부담이 커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 A씨는 “스핀라자 치료를 받을 때는 호흡이 안정적이었는데 심사 탈락으로 치료가 중단된 이후에는 호흡 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어지는 등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출신인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 보건복지위원회)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약값 부담을 환자 개인에게만 지우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무한 기다림…극희귀질환 산정특례 진단요양기관 ‘허점’ 이 같은 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치료비 지원을 받는 게 절실하지만, 극희귀질환자의 경우 오히려 산정특례 적용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무조건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 속한 특정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단 가능 병원 및 의사의 제한은 극희귀질환자들에게는 무한 대기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진단의 난이도가 높고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한 극희귀질환, 상세불명 희귀질환 및 기타염색체이상질환(이하 극희귀질환 등)에 대해 지난 2016년부터 진단요양기관을 지정, 극희귀질환 등의 산정특례 등록을 전담하게 하고 있다. 희귀질환 또는 유전자 클리닉이 설치돼 있는 상급종합병원 이상 요양기관만 승인이 가능하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국내에는 47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8개 병원(지난 1월 기준)만 산정특례 진단요양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희귀질환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의 경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안산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아주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등 총 5개 병원에 그친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산정특례 등록을 하려면 새로운 의사를 만나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형평성을 이유로 산정특례 등록이 가능한 의사를 ‘해당 요양기관장이 추천하는 5인 이내’로 한정해서다. 결국 환자들은 평소 극희귀질환으로 진료를 받던 담당 전문의 대신 등록 가능 의사에게 재차 진료 예약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병원 수나 의사 수가 제한적이다보니 수개월을 기다려도 지정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게다가 해당 진료 예약이 실제 진료를 위한 게 아닌 간호사실에서 산정특례 신청서만 작성하기 위한 예약인 경우가 많아 옥상옥 성격의 제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일보가 만난 극희귀질환자 B씨는 산정특례 신청을 문의한 뒤 ‘담당 교수가 아닌 지정된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5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는 “당일 지정 교수의 진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간호사실에서 신청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나의 병을 잘 아는 담당 교수님이 산정특례 신청서를 작성해 주는 게 왜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자들이 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정특례에 등록돼 있어야 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보건복지부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위원은 “병원별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극소수의 인원만 산정특례를 지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정부는 환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전문성을 가진 의사는 전부 산정특례를 지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병명조차 없는 환자들…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미진단 희귀질환자 더 큰 문제는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미진단 희귀질환자’다. 이들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는 빠져 있다. 희귀질환관리법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려면 유병인구가 2만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적은 경우 ▲후천성(이차성) 질환인 경우 ▲진단 및 진단기준이 불명확한 경우 등도 희귀질환 지정에서 제외된다. 동일한 질환인데도 선천성인지 후천성인지에 따라 지정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차성질환’인 후천성 단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C씨는 국가지정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못해 의료비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짧아진 장 때문에 영양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그는 “정맥 영양주사, 매일 처방받는 약값, 피검사 비용 등 의료비로 한 달에 300여만원이 든다”며 “증상이 똑같은 선천성은 등록해 주면서 왜 후천성은 차별하냐”고 토로했다. 오주환 보건복지부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위원은 “병원별로 전문 분야를 나눠 증상이 나타난 환자에게 해당 병원을 이용해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종 진단을 받을 때까지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과 관계자는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희귀질환 지정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부가 올해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희귀질환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희귀질환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는 이 같은 상황에도 희귀질환자를 위한 지원 사업에 손을 놓고 있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정부와 시·군이 각각 50%씩 비용을 내 산정특례 적용을 받는 희귀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사업이다. 주로 의료비와 간병비, 특수식이 구입비 등을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의 정부 예산이 올해 약 10%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62억9천만원이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327억5천만원으로 줄었다.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자 증가세와 고가의 약값 등을 이유로 종전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전년 대비 10%를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10%를 삭감한 것이다. 희귀질환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사업 예산이 크게 줄었다. 경기도가 자체 예산을 들여 희귀질환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없어 국비 감소의 영향이 희귀질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게다가 도는 희귀질환자수가 지속해 증가함에 따라 4년 전, 관련 조례를 만들고도 예산 확보는 물론 사업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도내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 수는 2021년 4천400명, 2022년 4천673명, 2023년 5천400명으로 증가세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국 희귀질환 산정특례자 2만6천690명 중 20%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올해 도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국비 50%+시·군비 50%)은 149억여원으로 지난해(약 180억원) 대비 18%가 감소했다. 희귀질환자 수는 늘고, 예산은 줄면서 저소득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미지급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지만, 법적 근거도 있는 도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는 2020년 12월, 희귀질환자 급증에 따른 지원 필요성에 공감해 ‘경기도 희귀질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해당 조례는 희귀질환자 관리 및 지원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희귀질환 관리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상담, 교육 및 홍보 등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나 협회에 대한 경비 지원도 명문화 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된 지 4년이 지나도록 희귀질환자를 위해 도가 세운 자체 예산은 ‘0원’, 관련 사업 역시 전무하다. 도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비가 내려와서 희귀질환자들에게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워 진행하는 사업은 없다”면서도 “희귀질환자를 위한 지원 조례가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 수립 과정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경기일보가 만난 희귀질환자들은 몸에서 오는 고통보다 마음에서 오는 고통이 크다고 했다. 어렵게 자신의 병명을 알아낸 이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자들은 가까이에 있는 친구, 이웃의 냉대에 힘들어했다. 또한 어린시절 희귀질환으로 인해 겪은 상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네가 아프다고?’... 몸도 마음도 병든 희귀질환자와 가족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은 평생 낯선 병마와 싸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일상을 공유하는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 모두에게 사회의 시선은 상처로 작용했다. 특히 질환의 특수성으로 인한 정보의 제한과 낮은 인식 때문에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지난 2022년 희귀난치환아와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분석한 결과 5점 만점에 1.76점으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매우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삶의 질 평균도 5점 만점에 2.53점으로 보통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삶의 질 수준을 살펴보면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정도는 5점 만점에 2.98점이었다. 이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와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느끼는 정도’는 각 2.83점, ‘대인관계 만족’ 2.63점, ‘일상생활에서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정도’와 ‘경제상황 만족’ 2.42점, ‘건강상태 만족’ 2.39점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여가활동과 수면상태의 경우 만족도가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활동 기회만족’ 2.15점, ‘수면상태 만족’ 2.12점으로, 여가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고 수면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첫 다인생활 이뤄지는 교육현장서도 외면받는 희귀질환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적, 선천적 질환으로 가족 내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이거나 생애 초기 연령대에 희귀난치성 질환이 발병한 영유아 및 아동들의 경우 생애주기별 성장 과정에서 각종 발달과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다인 생활이 이뤄지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교육 현장들에서도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교육하면서 경험한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자녀의 질병을 막기 위한 지원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교육 현장에서의 인식이 떨어져 느끼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질병으로 인한 건강 상태 악화 방지를 위한 지원 부족’이 22.2%, ‘교육 현장에서 질병에 대한 인식 부족’이 19.8%를 차지했다. 결국 희귀질환 환아 10명 중 4명 이상은 교육이 어려워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됨에도 이를 막기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기관에 가더라도 질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주위의 냉대를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경기도교육청은 희귀질환 아이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 없이 이를 장애 아동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특수교사 수급이 희귀질환 아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특수학급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 교육이 있긴 하지만 희귀질환에 대한 교육은 없는 상태다. 수원의 한 학교에서 근무 중인 특수교사는 “특수교사 혼자서 아이들을 다 돌보기 힘든데도 보조교사마저 인력이 부족해 배치받기 힘들다”며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개별 수준에 맞게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기본 교육과정 교과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아이들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장난으로 괴롭히거나 아무렇지 않게 ‘장애인이다’, ‘장애인 반이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식 교육을 매년 하고 있지만 특수교사가 직접 준비하고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희귀질환 학생을 위한 별도의 사업은 없다”며 “다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특수학급과 특수교사 등을 통해 희귀질환 학생들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희귀질환 학생의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학급의 환경적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특수교사의 인력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일보가 만난 희귀질환자들은 몸에서 오는 고통보다 마음에서 오는 고통이 크다고 했다. 어렵게 자신의 병명을 알아낸 이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자들은 가까이에 있는 친구, 이웃의 냉대에 힘들어했다. 또 어린시절 희귀질환으로 인해 겪은 상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 제언 “사회 잘못된 시선 개선… 교육·홍보 필요” 전문가들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받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일반 사람들은 희귀질환자를 단순히 ‘정신이 이상한 사람, 미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도 희귀질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무슨 병인지 알지만 희귀질환의 경우 단순히 정신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병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하기도 한다”며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인식 개선 교육을, 정부나 지자체는 홍보 활동 및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기에 걸리듯 희귀질환 역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이상한 사람, 더러운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인 시선의 어려움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사회의 잘못된 시선으로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사회의 안 좋은 시선이 그들을 더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질환자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사회적으로도 희귀질환자들이 직업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적인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희귀질환자는 기피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라며 “사회적인 인식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희귀질환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고충을 겪어야 했다. 경기일보가 만난 희귀질환자들은 평생을 가져가야 할 몸의 고통보다 주변의 냉혹한 시선이 주는 고통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일일이 설명하지 못한 채 쌓여가는 오해는 이들을 더욱 고립시켰다. 매일 병마보다 무서웠던 시선과의 사투, 그 과정이 담긴 일기장의 한 부분이다. ■ 임지영(가명·12·평택)양 어머니의 일기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와 똑같아요” 오늘 오랜만에 지영이와 워터파크에 다녀왔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싱글벙글 웃기 바빴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자주 데려와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우리 지영이는 엔젤만증후군을 앓고 있다. 간단한 단어 몇 개만 내뱉을 수 있고 가끔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제어하기 힘들어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도 어렵다. 무의식중에 돌발행동을 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갑자기 내 손을 뿌리친 지영이가 뒤에서 걸어오던 아이의 손을 쳤다. 아이 아빠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놀란 마음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이가 몸을 제어할 수 없어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그 아이 아빠는 지영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왜 이런 아이를 여기 데리고 왔어요. 다른 사람한테 민폐잖아요” 소리친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지영이의 손을 붙들고 죄송하다고 고개만 숙였다. 혹시 지영이가 알아듣는 건 아닐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려다 상처만 준 건 아닐지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처음도 아닌 이런 상황이 매번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한다. 어느 날 지영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다가 다른 아이와 부딪치게 됐다. 그 아이 엄마는 “장애를 가진 애를 데리고 마트에 오면 어떻게 해요. 집에나 있을 것이지”라며 소리쳤다. 화가 났지만 “아이가 아파서 그런 거니 이해해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화를 내봤자 돌아오는 건 더 큰 냉대였기 때문이다. 바닷가 근처 식당에 갔던 어느 날, 지영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증상이 발현된 것.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한 아저씨가 지영이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다.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날 선 말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따졌지만 “저런 애를 데리고 온 당신 잘못이지”라는 더 큰 면박이 돌아왔다. 지영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곳에서 언쟁을 벌이는 건 지영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것 같았다. ‘우리 지영이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아요. 조금 특별합니다’라고 말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다. ■ 설윤경(가명·27·여주)씨의 일기 “주변의 오해로 일상이 망가졌어요” 오늘 회사를 그만뒀다. 몇 번의 도전 끝에 입사한 지 8개월 만이다. 매번 졸다가 지각하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지박약’이라고 했다. 긴장하면 나타나는 발작 증세 때문에 중요한 발표는 번번이 망쳐버렸다. 직장 상사의 쓴소리에도 꾹 참고 버텼지만 한계가 왔다. 더 이상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더 이상 내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이곳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시작은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늘 피곤했다. 잠을 아무리 많이 자도 수업 시간이면 잠이 쏟아졌다. 친구랑 대화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잠에 들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잠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번번이 어기게 됐다. 그렇게 친구들은 하나둘 내 곁을 떠났다. 학창 시절 내내 ‘친구의 말을 무시하는 이상한 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가장 친했던 친구도 잃었다. 그 친구는 내게 “너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게 맞냐. 실망이다”라고 말했다. 억울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내가 답답했다. 나는 자책만 하면서 지냈다.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다. 학창 시절의 경험은 대학에서도 이어졌다.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주변의 시선이 무서워서, 다시 또 사랑했던 친구를 잃을까 봐 나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 무기력했다. 아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20대를 이렇게 방 안에서만 보낼 수 없어 몇 번의 도전 끝에 나선 사회였는데....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았다. 기면증이라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기면증이 희귀질환이라는 걸, 갑자기 쓰러져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잠이 조금 많은 병 정도로 생각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졸음으로 인해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내 고통을 알아줄 사람이 있을까. 이해해 줄 사람은 있을까. ■ 김종규(가명·52·용인)씨의 일기 “더러운 사람 아닙니다... 옮지도 않아요” 일기장을 편 게 얼마 만인지. 그동안 추억하고 싶은 날이 없어 일기를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동안 손발바닥농포증, 판상형 건선으로 힘들었던 지난날이 스쳐 일기장을 폈다. 온몸을 뒤덮은 염증, 1~2㎜ 정도의 작고 투명한 수포, 시간이 지나 노란 고름까지 들어찬 몸. 처음 증상이 나타난 일곱 살 때부터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나는 진단을 받은 후로 한 번도 반바지와 반팔을 입은 적이 없다. 그래서 내게 가장 괴로웠던 건 학창 시절 80명에 달하는 반 친구들이 속옷만 남기고 옷을 홀딱 벗은 채,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신체검사였다. 그날이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부모님은 선생님께 친구들이 없을 때 검사해 달라고 부탁하셨지만, 그때는 그런 부탁이 통하지 않을 때였다. 80명의 친구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다. 내 몸을 본 친구들이 웅성거리던 모습, 한 친구가 “너 이거 옮기는 거 아니야?”라고 묻던 그 말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어찌 학창 시절뿐이랴. 사회에 나와서도 서류전형을 통과했다가 면접에서 떨어지길 반복했다. 면접관들은 “마케팅이나 영업에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어디에서도 나의 겉모습을 편견 없이 봐주는 곳은 없었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전히 내게는 차별적인 시선이 따라다닌다. 식당이나 미용실에서 각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적도 있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이 더러워 하기 때문에 우리 가게는 이용할 수 없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고립된 나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존감은 떨어졌다. 하루하루 불안했고 우울했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45년이다.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았던 세월. 지금 내가 바라는 건 한 가지다. 나를 포함한 희귀질환자들이 왜곡된 시선 속에 살지 않는 것,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 당당히 세상에 나와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정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진 후 전국을 떠돌다가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요.” 경기도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배수정(가명·2)양을 돌봐주고 있는 사회복지사 지은성(가명·30대)씨는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두 살이 된 수정이는 희귀질환인 뇌량무형성증을 앓고 있다. 뇌량이 완전히 생성되지 않아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웨스트 증후군, 아이카디-구티에레스 증후군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일상의 매 순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수정이는 급격하게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지내야 한다. 게다가 하루에 네다섯 번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응급 상황이 생겨 병원을 가는 일은 부지기수다. 게다가 수정이는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어 콧줄을 통해 겨우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 콧줄을 끼면 가래가 많아지기 때문에 폐렴이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지씨는 수정이를 처음 만난 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태어난 지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겪어야 했던 잔인한 이별의 순간 때문이다. 수정이의 부모는 임신했을 때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래도 낳아서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출산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그렇게 수정이는 부모의 그늘을 떠나 한 달 만에 영아원에 보내졌다. 영아원도 수정이를 오래 품어주진 못했다. 장애 영아에 대한, 특히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수정이에 대한 양육 경험이 없던 영아원은 하루에도 여러 번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정이는 대학병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대학병원들도 수정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보육이 아닌 치료를 전담하는 대학병원들은 전국 곳곳의 다른 병원으로 수정이를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떠돌던 수정이는 지금의 장애인복지시설에 오기까지 수많은 이별을 겪어야 했다. 지씨는 “수정이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수없이 버려졌다”며 “작고 소중한 아이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며 울먹였다. 이곳에는 수정이 말고도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있다. 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시설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다. 지씨는 “아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받고 싶은 한 명의 어린아이일 뿐”이라며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남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계적 수준이라는 현대의 첨단 의료시스템 속에서도 희귀질환자 중 상당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많은 오진을 경험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여러 병원을 떠돌고 있다. 이 기간이 길수록 의료비 부담은 물론이고 신체적·정신적 고통까지 극심해지지만, 이를 보상받을 길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 오진에 13년간 휠체어 신세...“의사 과실로 보기 어려워” 희귀질환자들은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장기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상받기는 힘들다. 희귀질환의 특성상 다른 질환으로 오진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서다. 지난 2017년 오진으로 13년간 걷지 못한 희귀질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상액이 너무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A씨는 10년 넘게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다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희귀질환인 ‘세가와병’ 진단을 받았고, 약물 치료를 통해 일주일 만에 걸을 수 있게 됐다. A씨의 가족은 처음 오진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상액은 1억원뿐이었다. 당시 의료 기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인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희귀질환의 경우 선천적이거나 유전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의 오진을 귀책사유로 특정하기 힘들다”며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알아내기 힘든 경우도 많아 판례를 보더라도 오진으로 인한 배상을 받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 오진과 진단 지연의 반복... 보상도, 대안도 없다 이처럼 의사가 정당한 진료 과정을 거쳤음에도 오진을 했다면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물론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 자칫 희귀질환에 대한 진료 자체를 꺼리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귀질환자들의 진단 방랑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건 분명한 문제다. 경제적 부담과 심적 고통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희귀질환자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의 대안과 관련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희귀질환자 치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춰주는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 사회·경제적 수준 저하가 우려되는 희귀질환자에 대해 의료비 지원도 하고 있다. 기준에 따라 월 30만원의 간병비, 보조기기 구입비, 특수식이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지원을 받는 제도기 때문에 오진을 거치며 허비한 시간을 보상받진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귀질환의 진단 시기를 앞당겨 오진을 줄이는 일이다. 희귀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적이거나 선천성 질환이다. 조기 진단을 통해 가족 내 대물림을 예방하고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희귀질환 진료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등 17개 병원을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경기지역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 두 곳에서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거점센터에 대해 모르고 있는 희귀질환자들이 많아 정작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거점센터에 대해 몰랐다고 응답한 비율이 57.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1.6%)은 거점센터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알았다면 이용했을 것이란 얘기기도 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내 희귀질환 오진을 막을 대안으로 꼽히는 ‘유전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희귀질환의 유전상담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80%에 달했다. 희귀질환 진단을 위한 유전자상담을 위한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65%로 나타났다. 전문가 제언 아주대의대 의학유전학과 김현주 명예교수 “정확한 진단·조기대응 해결책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시급”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명예교수이자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인 김현주 교수는 오진과 진단지연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전상담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오진을 막기 힘들다. 의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면 희귀질환 진단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국가는 환자들이 더 이상 진단 방랑을 겪지 않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전상담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과 조기대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2006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센터 Helpline’ 홈페이지를 통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전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의료 현장에서 유전상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유전상담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의료진의 시간적 여유, 비용, 전문성 등을 꼽았다. 그는 “국내는 아직 유전상담이 의료행위로 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유전학팀으로서 전문적인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래 진료 역시 한 환자에게 10분 이상 할애하기 어렵다 보니 최소 30분 이상이 필요한 유전상담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전문 유전상담 교육과 수련 경험이 없는 의사들도 많다 보니 유전상담 제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의료보험 급여도 받지 않는 유전상담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 희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에게 유전상담 서비스를 지원한 결과 환자와 가족들이 질환 극복에 도움이 됐다거나 유전상담 서비스의 지속적인 지원을 원한다고 답하기도 했다”며 “보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첫아이의 특별함. 그 벅찬 마음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올해로 14세가 된 이찬영(가명·양주)군도 정수현(가명·43)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첫아이였다. 그런데 찬영군은 태어났을 때부터 울지 않았다. 엄마 품에 한 번도 제대로 안겨보지 못한 채 각종 의료기기 위에 뉘어지며 검사에 검사를 거듭했다.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알려주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정씨는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뛰어다녔다. 스스로 의사가 돼야 했다. 그렇게 2년. ‘펠란-맥더미드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알아냈다. 국내 유병인구가 200명도 안 되는 극희귀질환이다. 찬영이가 아프기 시작해 진단을 받기까지 치열하고도 애절했던, 그때의 기록이다. 2011년 7월19일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났다. 3.1kg, 정상 체중이다. 이름은 이찬영으로 지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우리 찬영이는 울지를 않는다. 혹시 어디가 아픈가. 걱정만 늘어간다. 2011년 8월1일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찬영이에게서 황달, 강직, 우심증, 우측 귀 청력 소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제 막 태어났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 걸까. 2011년 11월28일 저 작은 몸으로 MRI를 찍고 피검사를 했다. 제발 별일없기를 바랐는데, 뇌 병변이라고 했다. 심각한 지적장애와 사지강직으로 인한 보행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소뇌 이상이 있어 만약 진행성일 경우 근육 소실뿐 아니라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11년 12월20일 찬영이가 몹시 아프다. 병원에 가니 RSV폐렴이라고 했다. 뉴스에서 폐섬유화로 아이들이 많이 죽는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제발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 기도했다. 2012년 3월2일 처음 진단받았던 RSV폐렴은 폐쇄성폐질환이 됐다가 기도폐쇄성폐질환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은 만성기도폐쇄성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에는 우리 아이가 나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병명은 맞는 걸까. 2012년 5월6일 찬영이가 입원했다. 찬영이의 시력에도 이상이 있었다. 사시 진단을 받았고 시력이 -3.65가 나왔다. 작고 소중한 우리 아이.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2012년 5월20일 의사가 추가 검사를 하자고 했다. 부동시, 입체감 이상이 새로 나타났다. 그래서 걷지도 못하고, 뒤집기도 못 한다고 했다. 몇 달 사이 여기저기 진료를 받으니 우리 아이가 꼭 실험체가 된 것 같다. 2012년 6월20일 치료비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찬영이를 치료하려면 매달 1천만원 이상의 의료비가 필요하다. 남편과 상의 끝에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직장이 먼 남편은 자취방을 구해 혼자 살기로 했고 나는 찬영이와 병원에서 지내기로 했다. 우리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2012년 7월20일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보통 아이들은 주사를 맞으면 울 텐데, 왜 우리 찬영이는 울지를 않지. 아이가 병원에 오래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검사 결과 찬영이는 통증을 못 느낀다고 했다. 2013년 5월20일 답답하다. 아이가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건지도 모르겠고, 치료를 한다고 해서 좋아지지도 않는다. 남편과 나는 지칠 대로 지쳤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걸까. 다른 병원에 가봐야겠다. 2013년 7월24일 옮긴 병원에서 한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찬영이가 ‘펠란-맥더미드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극희귀질환이라니. 2년간 정확하지 않은 진단으로 아파했을 찬영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돈과 시간 모두 날린 것 같아 허망하다. ■ “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대요”…희귀질환자의 진단방랑기 병명 하나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쏟아야 했던 건 비단 찬영이만은 아니다. 경기일보는 남들은 쉽게 받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떠돌아야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눈앞이 보이지 않아요…‘모그(MOG)항체질환’ 김수일씨(가명·50·성남) 매일 똑같은 시간, 출근을 하기 위해 눈을 떴는데 몸이 이상했어요.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죠.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지만 병원에선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 문제는 그날 새벽이었죠. 목 밑으로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거예요. 급하게 다시 간 병원에서 원인을 찾기 위해 3개월 동안 수많은 검사를 했어요. 첫 진단은 뇌염, 뇌수막염, 척수염. 두 달 반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약을 바꿨고, 다행히 하반신 마비 증상이 점점 사라졌어요. 퇴원을 3일 앞둔 어느 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어요.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신경에 문제가 생겼다네요. 그렇게 받은 두 번째 진단은 시신경척수염이었어요. 암담했어요. 3개월 동안 들어간 병원비만 4천만원. 이후로도 두 번의 블랙아웃이 왔지만 원인은 찾을 수 없었어요. 한 번 더 블랙아웃이 되면 앞으로 평생 앞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죠. 그러던 어느 날 기사에서 ‘MOG(모그)항체질환’이라는 것을 봤어요. 제 증상과 너무 똑같았죠. 그렇게 4년 만에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거죠. #2. 손발이 굳어 갑니다…희귀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 김재석씨(가명·64·경기 광주) 어렸을 때부터 몸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학교에서 100m 달리기를 하면 1등으로 가다가도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진다거나, 친구들과 농구를 하다가 호흡이 금세 가빠지곤 했죠. 쪼그려 앉으면 뒤꿈치가 땅바닥에 닿지 않고 항상 들려 있었어요. 점점 손이 굳어 밥을 먹을 때 젓가락질하는 게 불편해질 정도였어요. 병원에 가서 근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처방해 준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자, 의사는 제게 “종교의 힘으로 사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20대 초반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에 있는 모든 병원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다리에 있는 조직을 잘라내 검사를 하더니 ‘말초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내렸어요.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지속적으로 먹었죠. 약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30㎏ 가까이 증가했어요. 살이 찌니까 걷는 게 더 힘들어졌고 약을 끊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20년이 지났을 무렵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샤르코마리투스’ 진단을 받았어요. 스테로이드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던 거죠. #3. 다리에 힘이 없어요…‘유전성강직대마비(HSP)’ 이정우씨(가명·39·수원) 2008년쯤,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허공에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걷는 게 불편해졌어요. 30m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일이 빈번해졌어요. 의사는 “척추에 디스크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수술을 받으라고 권했어요. 2012년, 더 큰 병원으로 옮겼고 일주일간 입원을 하며 검사를 받았어요. 의사는 ‘HSP’가 의심된다고 말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어요. 2015년, 또 다른 병원에 갔더니 ‘파킨슨 증후군’이 의심된대요. 모두 의심이 된다고 말할 뿐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는 못했어요. 병명은 알 수 없고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자 스트레스가 극심해졌고 증상은 더 심해졌어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2021년 병원을 다시 옮겼고 그 병원에서 ‘HSP’ 확정 진단을 받았어요. 13년이 걸렸죠. 단 한 곳에서라도 저의 병에 대해 알고 계셨더라면 지금보다 몸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1천일, 시간으로는 2만4천시간.’ 희귀질환자들이 ‘왜 아픈가’ 병명을 알아내는 데 평균적으로 쏟는 시간이다. 이처럼 희귀질환자들은 연속적인 오진 끝에 병명을 알아내고 있지만 이 같은 시간을 보상받을 길도, 예방할 길도 전무한 상태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희귀질환자들은 말 그대로 ‘희귀성’을 지니고 있어 관련 전문의가 부족하고 의사마다 해당 질환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오진의 가능성이 높다. 처음 간 병원에서 병명을 알아내 치료를 받는 일반 대중의 일상적인 상황이 이들에게는 꿈 같은 일인 셈이다. 희귀질환자들은 자신의 병명을 알아내기까지 여러 병원을 떠도는 ‘의료난민’ 신세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실태 조사’를 한 결과 환자들은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는 데에만 평균 2.9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6년이 넘는 기간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병원을 전전했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한 ‘희귀질환에 대한 다각적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미충족 수요조사 연구(2021년)’ 보고서에서도 희귀질환자들의 진단방랑기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국내 희귀질환자 중 약 32.7%가 오진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결국 3명 중 1명은 희귀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의 과정에서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희귀질환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방문한 병원도 평균 2.7곳이었다. 진단까지 5곳 이상의 병원을 방문했다고 답한 비율도 10.4%에 달했다. 특히 환자가 200명 이하로 유병률이 극히 낮거나 별도의 상병코드가 없는 ‘극희귀질환’, 병명을 확정 짓지 못했거나 진단이 불명확한 ‘상세불명 희귀질환’, 새로운 염색체 이상으로 별도의 상병코드가 없는 ‘기타염색체 이상질환’인 경우 병명을 알아내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전히 병명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의료난민’ 상태로 남아 있는 이들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수없이 오진을 경험하는 기간, 국가의 지원은 없다. 정부는 진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질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해주는 산정특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탓에 병명이 확정되기 전까지 쓴 막대한 치료비는 온전히 희귀질환자의 몫으로 남는다. 국민건강보험 관계자는 “산정특례는 진단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신청하도록 돼 있고 진단확진일부터 적용을 받는다”며 “희귀질환으로 인정받기 전에 대한 소급적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