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발견, 수원 '광교푸른숲도서관'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공간’을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이다. 수많은 장서를 불편함 없이 빌릴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숲과 자연이 어우러진 입지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간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책이 아니어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주는 곳, 지역 시민들의 쉼터가 되는 곳이다. 책과 숲이 주는 치유 오랜 시간 수원시민의 휴식처였던 원천유원지는 2011년 광교신도시 개발과 함께 광교호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05만㎡(65만평) 규모의 부지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2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숲과 호수를 품은 호수공원으로 2013년 11월 개장했다.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언덕 너머 작은 숲에 있는 광교푸른숲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숲속에 있는 도서관은 공원을 산책하다가 잠시 쉬기에도, 책을 읽다가 나와 공원을 둘러보기에도 더 없이 좋은 위치다. 2018년 4월 12일 개관한 광교푸른숲도서관은 연면적 4천477㎡,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어린이자료실, 유아자료실, 카페, 휴게실, 부속건물 ‘푸른숲 책뜰’로 구성돼 있다. 푸른숲도서관의 테마는 ‘힐링’이다. 이는 개관 당시 세웠던 테마 ‘자연치유’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기 위해 바뀐 것으로 주변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활용해 온종일 머무르며 휴식하고 지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푸른숲도서관은 장서 6만여권 중 지역주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건강을 북돋울 수 있는 ‘힐링’을 주제로 한 특화도서 4천여권을 구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원시립공공도서관과 사립공공도서관을 모두 연결해 약 300만권의 장서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대출·반납할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1년 미만의 신간 도서를 서점에서 바로 빌려볼 수 있는 희망도서서점바로대출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전자도서관 구비 자료 전자책 2만1천79점, 오디오북 1천9점, 웹 데이터베이스(DB) 326점, U콘텐츠 168점, 전자잡지 216점을 서비스하고 있다. 푸른숲도서관은 옥상, 테라스, 오두막 등 곳곳에 배치된 공간적 다양성을 활용해 클래식 음악, 책, 자연, 휴식을 콘셉트로 한 다채로운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관객과 예술가, 가족들이 독서를 매개로 추억을 만들고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도서관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특히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지역문화진흥원·문화예술 공동체 더뮤엘 주관으로 ‘휴식소리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해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정원’을 역사·문학·철학 등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그림으로 만나는 우리 정원 이야기’, ‘문학 속 정원 이야기’, ‘생활 속 정원이야기’, ‘그림책과 함께하는 에코가드닝’ 강의가 큰 호응을 얻었다. 도서관 공간 활용한 다양한 즐거움 선사 도서관 로비에 해당하는 ‘푸른마루’는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녹지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형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숲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식 테라스 구조로 돼 있다. 특히 공원의 녹지축이 관통하는 지역에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산책로를 연결해 주변 아파트에서 하천 산책로를 따라 진입하거나 호수공원 산책 중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도서관이 호수공원의 관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푸른숲 책뜰’은 도서관 부속시설에 해당하는 숲속 독서공간이다. 총 5동으로 돼 있는 이곳은 2020년 2월 오픈했으며 가족, 친구와 함께 숲속의 공간에서 소규모 모임을 갖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유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월 1일 다음 달 예약이 오픈된다. 방학 기간에는 푸른숲 책뜰을 활용해 가족과 함께하는 독서문화 체험 프로그램 ‘토닥토닥 힐링 독서캠프’를 운영한다. 한편 광교푸른숲도서관은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와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세계문화기행’, ‘세계문학과 소통하기’, ‘세계문화탐방’, ‘세계의 도시, 문화를 품다’ 등 인문학 강좌를 지원받아 내실 있는 프로그램 진행과 소통하는 도서관 역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른숲도서관은 공원 속 공공도서관이라는 입지적 특징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융합하고 상생하는 플리마켓 ‘책숲마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진행한 플리마켓에서는 문화예술 명인들의 서예서각, 동판공예, 솟대만들기, 캘리그래피, 펜드로잉, 보리아트, 전통노리개와 향낭 등을 판매·전시하고 도서관 이용자들끼리 물품을 교환·판매할 수 있는 아나바다장터, 버스킹 공연 등을 마련했다. 올해는 4~5월, 9~10월 등 총 4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용객들이 지금 꼭 필요한 책 읽을 수 있도록 방대한 도서관 자료 중 내게 꼭 필요한 책, 적절한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푸른숲도서관은 다양한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도서관 테마에 걸맞은 힐링과 생각 전환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사서가 추천하는 ‘힐링포레스트’,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는 ‘시민약사님의 책처방전’ 등이다. 또 국립중앙도서관 빅데이터 플랫폼인 ‘솔로몬’이 분석한 ‘도서관 빅데이터로 보는 책 둘레길’, 개관 이래 미대출 중인 숨은 명작을 소개하는 ‘첫 손님을 모십니다’는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도서를 발굴한다는 의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집이 서점이 된 사연... ‘책방 옥상에 앉아’

2021년 의정부시 신곡 1동 주택가에 오픈한 ‘책방 옥상에 앉아’는 책방지기 황소연씨가 20년 넘게 살아온 집이었다. 황씨는 책방 오픈을 준비하며 장소를 고민하던 중 학창시절을 보낸 의정부를 떠나 다른 곳에서 운영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의정부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인 ‘우리집’ 옥상에 책방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집이 서점이 된 사연 ‘책방 옥상에 앉아’는 2022년까지는 가족들이 아래층에 살았다. 옥탑방과 옥상 공간을 책방으로 꾸려 운영했는데 지난해 초 이사를 하면서 아래층까지 책방 공간을 확장했다. 집에서 책방을 열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픈 초반에는 의정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독립서점이 드물었고 집 주변이 상권 형성도 안 돼 있는 동네라 아무도 안 찾아오면 어떡하나 불안한 마음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물건을 사고파는 상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책방 옥상에 앉아’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 ‘책방 옥상에 앉아’에는 여성, 환경, 가족, 관계, 예술, 철학 등 여섯 가지 북 키워드가 있다. 이 키워드들이 ‘책방 옥상에 앉아’의 특징이자 큐레이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황씨는 ‘여성’ 키워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페미니즘은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다’에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삶뿐 아니라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책을 찾는다. ‘환경’에서는 환경 문제, 차별과 오염 문제, 사회제도의 모순 등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시해 보다 다층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도와줄 책을 고르고 있다. ‘가족’은 가족 구성원의 존재를 존중하고 다양한 가족관계와 형태가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관계’ 키워드에서는 나, 자아, 타인, 세상과의 접점을 발견하고 관계의 힘으로 우리 마음을 위로하는 책을 소개한다. ‘예술’ 키워드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진 우리의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해 줄 감각적인 책과 예술 이론서를 소개하고 끝으로 ‘철학’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철학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철학자가 되길 소망하며 사유의 깊이를 더해줄 도서와 철학서를 소개한다. 황씨는 “이런 가치들에 중점을 두되 그림책, 문학, 에세이, 이론서 등 일반 서적도 큐레이션하고 있다”면서 “주제를 정해 큐레이션 글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등 고객들이 선택의 범위를 넓히도록 노력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모습의 ‘책방 옥상에 앉아’. ‘책방 옥상에 앉아’에서는 오픈 첫해부터 최근까지 직접 기획하거나 공간만 제공하는 형태로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책방 공간이 여러 사람의 기획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도 있었다고. 황씨는 “2024년에는 책방 공간도 확장된 만큼 다양한 분들과 다채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한편 황씨는 2023년을 마무리하며 12월 한 달간 도서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어느덧 책방 운영 3년 차로 시간이 흐른 만큼 서가에 책도 쌓인 것.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가를 가볍게 비우고 2024년에는 더 좋은 책들로 서가를 가득 채우겠다는 다짐이었다. 책방 옥상에 언제든 올라 오세요! 앞서 말했듯 의정부는 황소연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이런저런 불만도 많지만 그만큼 애정도 깊은 도시다. ‘책방 옥상에 앉아’가 “누군가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삶의 흐름에 발맞춰가기 숨 가쁠 때 ‘책방 옥상에 앉아’에서 느리게 머물러 보시길.

짧아 더 아름다운 '봄꽃놀이' 가세요

올해 봄꽃 개화는 평년보다 1~7일 빠를 것으로 보인다. 3월 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를 좇아 하루 중 따뜻한 시간이 길어지는 3월 말 진달래가 개화한다. 봄꽃의 상징이 된 벚꽃은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내달 7일부터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안양천 벚꽃길, 지역은 바뀌어도 꽃길은 이어져… 안양천은 삼성산의 하천과 백운산의 학의천, 군포시 산본천 등의 지류가 안양시 석수동에서 합류해 북쪽으로 흐르는 길이 34.8㎞의 하천이다.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구로구·영등포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데 발원지가 삼성산의 안양사라서 ‘안양천’이라 부른다. 안양천은 하천변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인공습지 등이 조성돼 있어 평소에도 이곳을 찾는 발길이 잦은 편이다. 특히 봄이 되면 대부분의 구간에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하면서도 서울에 비해 한적한 편이어서 여유롭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안양시에서는 매년 봄 만안구 석수동 충훈2교 및 석수로 일대를 ‘충훈벚꽃길’로 지정해 ‘안양충훈벚꽃축제’를 진행한다. 올해는 3월 30∼31일 축제가 열리며 이 기간 차 없는 거리로 조성돼 버스킹, 체험 부스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제공한다. 한편 시끌벅적한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광명시 부근 안양천 길을 밤에 걷는 것도 좋다.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과 가로등이 조화롭게 벚나무를 은은히 비추고 밤하늘에 새겨진 벚꽃이 대비를 이뤄 밤벚꽃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 인천대공원 벚꽃축제, 왕벚나무 800그루의 향연…꽃비 맞으며 피크닉 인천시는 지난해 14년 만에 ‘인천대공원 벚꽃축제’를 개최했다. 축제 행사 이틀 동안 17만여 명의 나들이객이 방문했으며 만개 시점인 4월 1일부터 9일까지 63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벚꽃이 만개한 인천대공원은 사실 축제가 아니어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남문쪽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식재돼 있는 800여 그루의 왕벚나무는 아치를 이루며 줄지어 있어 사잇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낭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2천665㎡에 해당하는 넓은 부지 대부분이 평지로 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산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인천대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동물원과 식물원 등도 있어 시간에 맞춰 방문한다면 둘러보기 좋다. 동물원과 식물원을 포함한 인천대공원 입장료는 무료다. 벚꽃 외에도 매화, 장미, 야생화 등이 시기별로 개화해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고 미리 예약한다면 캠핑장에 머물며 휴양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올해 축제 기간은 4월 6~7일로 예정돼 있으나 개화 시기에 따라 축제 기간은 변경될 수 있다 ■ 용인 에버랜드, 동화 같은 페어리 타운 ‘우리나라 대표 꽃정원’ 에버랜드 봄꽃 축제는 우리나라 꽃축제의 기반을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85년 용인 자연농원 당시 시작한 장미축제는 정원 문화가 익숙치 않은 대중에게 잘 가꿔진 정원의 아름다움을 일깨웠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꽃축제도 다양해지면서 에버랜드 정원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존의 장미축제와 튤립축제를 대신해 선보인 ‘페어리 타운’을 오픈한다. 상상 속 요정마을 ‘페어리 타운’으로 변신한 포시즌스가든에서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종, 약 120만송이의 봄꽃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높이 11m의 LED 대형 스크린에는 네덜란드 현지의 튤립 필드 영상이 상영되며 바로 앞 화단에 식재된 실제 튤립들과 직선 형태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 거대한 튤립 가든을 연출한다. 또한 지난달 24일 오픈한 ‘하늘정원길’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매화 테마정원으로 매화 군락지가 대부분 남부지방에 몰려있는 것과 달리 하늘정원길 매화는 3월 말 30% 정도 개화하고 이달 7일경 개화율이 80%까지 올라가며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정원길에서 다양한 봄꽃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인증샷 이벤트가 5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아지트 같은 공간, 우리동네 독립서점 '글한스푼'

“설탕 한 스푼이면 쓴 약도 꿀꺽할 수 있듯 글 한 스푼이 우리의 삶을 한결 평화롭게 하기를 기대해요.” ‘글한스푼’ 주인장 김민희씨가 보내는 메일 끝 서명란에 적힌 글귀다. 김씨는 글한스푼을 찾는 이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독립서점 글한스푼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한스푼 대표 김민희씨는 사회복지사로 부천시 송내동 지역에서 아동복지시설과 작은도서관을 운영했다. 해당 건물이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지면서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 운영 중이지만 당시 시설을 이용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 찾을 수 있는 공간, 함께 도우며 후원하던 봉사자들이 뜻을 모아 더욱 다양하고 행복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송내동에 터를 잡았다. 그렇게 2021년 ‘글한스푼’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누구나 마음속엔 자신도 모르는 또 다른 ‘길’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김씨를 비롯한 글한스푼 책방지기들은 아동청소년전문가, 사회복지사,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 마을 등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글한스푼에서 판매하는 도서들도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책 위주로 고르고 있다. “양육 관련 도서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심리 분야 책,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문학과 대본집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부천과 경기지역을 배경으로 하거나 지역에서 탄생한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작가의 개성이 담긴 독립출판물도 더 많이 소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물, 소개부터 제작까지 글한스푼의 모태가 아동청소년복지시설에 있는 만큼 서점에서 할 수 있는 아이들 교육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부터 2년간 경기도교육청과 함께한 ‘꿈의학교’(현 이룸학교)가 그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을 책으로 출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인데 직접 쓰는 것은 물론이고 표지 디자인까지 아이들 스스로 해냈다. 김씨는 “글쓰기와 독립출판은 아이들이나 성인 모두에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출판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최근 독립출판물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다. 책을 내고 싶은 작가들은 자신과 맞는 출판사를 찾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있고, 독립출판사들은 입점회원이 돼 홈페이지를 통해 책 판매도 할 수 있는 쇼핑몰 개념이다.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오던 저희 책방 소식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더 쉽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독립출판물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모두 노력하겠습니다.”

공간의 재발견_부천수주도서관

수주도서관은 청동기 마을유적이 발굴된 고강선사유적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부천문화둘레길이 시작되는 공원과 가깝다 보니 책을 읽다가 둘레길이나 오솔길을 산책할 수도 있어 도서관 안팎이 풍요롭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같은 날 개관한 수주문학관,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이 함께 있어 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부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 최근 지자체마다 특성화 주제를 설정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 도서관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도서관의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이용자 중심의 건축과 인테리어로 도서관을 꾸미고 있다. 책을 읽기에도, 잠시 머물다 가기에도 좋은 공간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요즘의 공공도서관 앞에서, 여느 공공기관과 다를 바 없는 건물에 장서량으로 승부를 보던 도서관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2022년 7월 8일 부천에서 15번째 시립도서관으로 문을 연 ‘수주도서관’은 연면적 6천196㎡,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학관, 선사유적체험관, 시민학습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급성장한 산업도시가 그렇듯 부천시 역시 이주민이 많아 삶의 치열함이 묻어 나는 도시 분위기가 역력했고 이러한 도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문화의 힘을 빌렸다. 부천에서는 해마다 국제만화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판타지 영화를 중심으로 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997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부천시는 문화 발전의 전략인 만화, 영화, 도서관,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견인하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대안으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을 추진했다. 이에 2017년 동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됐으며 문학의 구심점이 되는 시립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부천시만의 특색 있는 문화특화프로그램을 추진·운영 중이다. 한편 부천시는 협약된 도서관끼리 소장한 자료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용자가 빌릴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2002년 전국에서 처음 시행했다. 현재 16개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공립작은도서관(19개소), 대학도서관(3개소) 등 43개소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민이 원하는 책을 도서관 방문 없이 가까운 서점에서 대출할 수 있는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책, 문학,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 부천수주도서관은 고강선사유적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청동기 마을유적이 발굴된 장소로 이와 연계해 수주도서관 별관 2층에는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체험관에서는 청동기 마을유적의 모습과 집터에서 유물을 발굴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듯 선사유적이라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해 수주도서관은 역사(고고학)를 특성화 주제로 삼고 역사 도서 저자 강연회, 아동 대상 선사테마 특화 프로그램(선사시대 시간탐험대) 등을 운영한다. 한편 수주도서관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학자이자 언론인·문인의 삶을 산 수주(樹州) 변영로의 호를 따 명명했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영문 번역하고 타자기로 직접 타이핑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부천을 대표하는 문필가로 주민공모 과정을 통해 도서관 이름이 정해졌다. 부천은 변영로의 아버지가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살던 곳이다. 정작 변영로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그는 스스로 부천을 ‘출생치 않은 고향’이라고 말할 만큼 부천을 삶의 근원지로 여겼다. 고려시대 부천의 옛 이름이기도 한 ‘수주’를 자신의 호로 삼은 것도 고향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변영로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수주문학관이다. 수주도서관과 같은 날 개관했는데 시인과 관련한 자료 6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은 ‘천재의 고향, 펜을 들다’, ‘민족의 울분, 기록하다’, ‘지조의 문인, 마음을 울리다’, ‘수주의 흔적, 정신을 이어받다’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시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과 영상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부천문화재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은 청동기시대 고강 선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이곳 역시 도서관과 함께 2022년 개관했으며 1955년 부천 고강동 청룡산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유적지를 바탕으로 발굴 당시의 모습과 옛 고리울 마을을 재현했다. 고강동의 선사 문화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체험관은 ‘고리울 선사유적을 발견하다’, ‘고리울 유적의 흔적을 찾아라’, ‘옛 고리울 마을로 떠나자’ 등 3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청동기시대 주거지의 유물을 직접 발굴해볼 수 있으며 고리울 마을의 움집 생활과 당시의 제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체험관 가까이에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있는 선사유적공원도 위치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생애주기별 맞춤 책 서비스 제공 한편 도서관 3층에 마련된 미디어창작소는 시민들이 문화를 생산하고 즐길 수 있는 ‘창의·공유·개방’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카메라, 조명, 녹음기기, 배경 등 영상 및 사진 촬영, 오디오 녹음이 가능한 장비가 구비돼 있어 시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콘텐츠 제작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 수주도서관은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북 페스티벌’ 등 자발적인 부천형 독서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아기환영 북스타트’ 사업, 생애주기별 다채로운 ‘책맞춤’ 프로그램,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서 대출’ 등 지역과 융합하는 독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생애주기별 ‘책맞춤 서비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신생아 ‘북스타트’ 서비스로 시작한다. 부천시에서 태어난 신생아 1천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등 72개소에서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환경 등 20개 주제별 책꾸러미를 선택해 대출할 수 있는 ‘주제별 동화첵(check)’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키우는 노하우부터 추천까지...'반려식물'에 대한 A to Z

무언가 관심을 쏟고 마음을 줄 만한 상대가 없을 때 인간은 공허함을 느낀다. 같은 사람이라고 다 말이 통하는 게 아니듯이 때로는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강아지나 그림처럼 가만히 있는 식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다. 어떤 식물이라도 유대감을 형성한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반려식물’이 된다. 보통의 식물과 반려식물의 차이 식물에게 사랑을 쏟는 일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실내생활이 늘어나면서 집 안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동물에 비해 손이 덜 가면서도 독특하고 예쁜 취미가 될 수 있는 식물 기르기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었다. 그렇게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안정감과 마음의 위안이 되고 공기정화능력, 음이온 배출 등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에 대해 매우 잘 알거나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2021년 82.3%보다 5.6%포인트 증가한 87.9%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려식물과 보통의 실내식물을 구분하는 주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애착 형성 여부(43%) ▲사람과의 교감 여부(25%)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이는 특정 종을 반려식물로 인식하기보다 어떤 식물이라도 기르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면 반려식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으로는 ▲정서적 교감 및 안정(55%) ▲공기정화(27%) ▲실내장식 및 인테리어(14%) 순으로 나타났다. 식물 기르기의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공감 정도는 ▲정서적 안정이 77%로 가장 높았고 ▲행복감 증가 73% ▲우울감 감소 68%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반려식물로 삼기 좋은 식물 특성으로는 ▲나의 관리에 따라 생육 반응을 보이는 식물(40%) ▲나만의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 식물(30%)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가진 식물(24%) 등을 들었다. 이는 반려식물과 짝이 되고 교감하는 방법이 곧 ‘식물을 관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생명체로서 식물 존중에 대한 공감도는 69%로 연령에 상관없이 높았으며 특히 1인 가구에서는 73%에 달했다. 식물 존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는 ▲식물은 생명체이며, 생명체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88% ▲식물을 좋은 환경에서 기르는 것이 식물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이롭다 83% 등으로 높았다. 생물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인간이 얻는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경기도, 전국 최초 반려식물 관련 조례 발의 지난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대한 정의를 정립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조례안은 반려식물 재배를 장려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도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를 통해 반려식물도 정의했는데 ‘가정과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돼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이다. 구체적인 지원사업도 명시했는데 반려식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복지시설 등에 반려식물을 보급할 수 있도록 반려식물산업 사업자 컨설팅, 반려식물 판로개척·소비촉진, 반려식물 재배 관련 병해충 진단·관리를 위한 정보 제공, 반려식물 관련 교육·체험·홍보 등의 사업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에 따르면 해당 조례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5년간 152억여원의 예산이 경기도 반려식물 산업 활성화 등에 쓰일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식물병원에 지난해 약 75만명이 방문했으며 507건의 온라인 상담과 149건의 오프라인 진단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식물병원은 사이버식물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피해 사진과 재배 정보를 올리면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진단해주는 상담서비스다. 농업인뿐 아니라 도시민들의 반려식물에 대한 진단 의뢰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09년 개설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500~600건의 온라인 진단과 150건의 오프라인 진단이 이뤄졌다. 사이버식물병원은 2009년 당시 전국 최초로 개설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지난해 6월부터 사회와 단절된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고립·은둔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전달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2022년 전체 가구의 34.5%로 2020년 33.4%, 2021년 33.4% 대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외출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은둔’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 고립·은둔 청년 반려식물 지원 대상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고립·은둔 청년이 참여 신청 후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하며 선정된 청년에게는 반려식물을 1인당 3개씩 지원한다. 서울시는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해왔다.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홀몸어르신의 고독사, 우울증 등의 해결책으로 보급해 왔으며 반려식물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원예치료사와 생활관리사가 동행 방문해 식물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유선으로 수시 관리하는 등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식물들 집에서 가꾸기 좋은 대표적인 식물로는 ‘산세베리아’가 꼽힌다. 산세베리아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 식물로 특히 밤에는 산소를 내뿜어 방이나 거실에서 키우기 좋다. 산세베리아는 병충해에 강하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쉽게 죽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초보자들도 키우기 수월한 편. 그러나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양지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몬스테라’는 잎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독특하고 인테리어 효과가 높아 인기가 많은 식물이다. 공기정화 효과가 큰 몬스테라는 키울수록 잎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늘어지는데 취향에 따라 긴 줄기의 마디를 잘라 물꽂이를 할 수 있다. 이때 마디에 있는 기근을 살려 잘라야 물속에 뿌리를 잘 내리며,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후엔 흙에 키우는 것이 가장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다. ‘금전수’는 ‘번영’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어서인지 집에서 키우면 금전운과 행운이 들어온다고 해 집들이 선물이나 개업식 선물로 인기가 많다. 이 식물 역시 공기 정화 능력과 겨울철 가습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금전수는 전자파를 흡수하고 음이온을 방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TV 옆이나 컴퓨터 옆에 두면 좋다. 금전수는 추위와 과습에 약하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잘 버티지 못한다. 따라서 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고 통풍이 잘되는 18도 이상의 따뜻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은 무엇보다 흙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간혹 겨울에 구입한 화분 흙에 벌레 알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봄이 되면 부화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화분을 동시에 키우는 경우엔 화분 간의 간격을 유지해 통풍이 잘 되도록 신경쓰고 주기적으로 화분 위치를 바꿔 골고루 바람과 햇빛에 노출되도록 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달, 그해 복을 비는 달

정월 대보름 전날 어린아이들은 집집마다 오곡밥을 얻으러 다니고, 묵은나물을 종류별로 나눠 먹으며 이웃의 건강을 빌어 준다. 나이 수만큼 깨물어 먹는 부럼은 부스럼을 막아주고 차가운 술 한 모금은 1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듣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와 건강, 풍성한 수확을 기원했던 정월 대보름 풍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 아닐까. ◆ 정월 대보름, 국가무형유산 지정 지난해 12월 18일 문화재청은 우리 민족의 5개 대표 명절을 신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무형유산 정책이 전문 기·예능을 보유한 전승자 중심에서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온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확대됨에 따라 2022년 한복생활, 윷놀이에 이어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향유·전승돼온 명절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 것이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명절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로 한 해 시작을 기념하는 ‘설과 대보름’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자 성묘, 벌초, 제사 등의 조상 추모 의례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한식’ ▲음력 5월 5일로 다양한 놀이와 풍속이 전승돼온 ‘단오’ ▲음력 8월 보름날로 강강술래부터 송편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한 ‘추석’ ▲24절기 중 22번째 절기로 1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 등 5개 명절이 꼽혔다. 설과 함께 선정된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설날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날’이라는 뜻의 오기일(烏忌日)로 불리기도 하고 상원(上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중원(中元·7월 15일), 하원(下元·10월 15일)과 연관해서 부르는 한자어다. 이 중 오기일과 관련된 전설은 ‘삼국유사’ 기이(紀異) 제1편에 나온다. 까마귀가 신라 소지왕을 인도해 위험을 면하게 했고 그 뒤 정월 대보름에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겼다. 이는 정월 대보름 전후로 찰밥과 약밥을 먹는 풍속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달은 음(陰)에 해당하는 여성으로 본다. 달은 여신, 땅으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 출산하는 힘을 가졌다고 여겼다. 또 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기도 한데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 ‘작은보름’부터 시작된 대보름 풍습 올해 정월 대보름은 2월 24일이다. 정월 대보름은 설날이나 추석처럼 휴일이 아니어서 명절이라는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정월 대보름만큼 전통풍속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명절도 흔치 않다.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과 음력 1월 1일 설날을 지내고 맞기 때문에 농경사회였던 과거엔 한 해 농사 운을 점치고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기복적 성격이 강했다. 대보름 풍속은 전날인 음력 1월 14일부터 시작됐다. 매우 드물지만 정월 14일을 ‘작은보름’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었는데 작은보름날 미리 지어 놓은 오곡밥을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얻으러 다녔다. 이는 대보름날 세 집 이상 성(姓)이 다른 집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곡밥은 쌀, 조, 팥, 수수, 기장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드는데 과거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라던 곡식들을 모아 한 밥공기에 담으니 다섯 가지 곡식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오곡밥과 함께 진채(陳菜)를 먹는다. 묵은 나물이라는 뜻으로 햇볕에 오래 말린 나물은 영양이 응축돼 있어 겨울철 건강에 도움이 되고 여름에 더위 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박, 버섯, 콩, 순무, 무잎, 오이, 가지, 고사리 등 아홉 가지 나물을 먹고 진채 외에도 호박잎, 도라지, 콩나물 등을 쓰기도 한다. 또 대보름 전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믿었기 때문에 잠을 참으며 날을 샜고 잠을 참지 못하고 자는 아이들 눈썹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발라 놀리곤 했다. 설날 아침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먹듯이 정월 대보름 새벽에는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아침 일찍 나이 수만큼 부럼을 깨물어 먹었다. ‘부럼깨기’를 하면서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비는 풍습이기도 한데 실제로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귀밝이술’은 이른 아침 데우지 않은 찬술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조금씩 마시는 풍습인데 이름처럼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 내내 좋은 소식만을 듣기 바란다는 희망이 담긴 술이다. ◆ 승패 가르는 놀이로 풍흉 예견 한편 대보름 아침 ‘더위팔기’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날 아침에 사람을 만나면 급히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말하는데 이렇게 하면 그해에는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1989년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한 답교놀이는 ‘다리밟기’로 말 그대로 정월 대보름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병을 앓지 않는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성행했다. 이 또한 한 해 동안 다리의 병을 비롯해 무병하기를 기원하는 데 있다. 정월 대보름의 풍습이 마을 공동체의 기원과 풍년을 기원하듯이 정월 대보름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놀이들이 행해진다. 이때 놀이들은 단순히 유희와 오락의 의미만이 아니라 승패를 가르는 놀이로 농사의 풍흉을 예견했다. 정월 대보름에 행해진 대표적인 편싸움 놀이는 줄다리기다. 대개 대보름 밤에 거행되며 종류에 따라 아이들 골목 줄다리기, 어른 줄다리기, 마을 줄다리기로 나뉘며 진행 과정과 내용이 다양하다. 줄다리기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달집 태우기’는 달집을 만들어 달이 떠오를 때 태우면서 풍년을 비는 풍속이다. 모아 놓은 짚단이나 생솔가지 등을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를 달집이라고 하는데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를수록 마을이 태평하고 그해 농사가 풍년일 거라는 징조라고 한다. 달집을 태울 때 풍물패가 주변을 맴돌며 흥을 돋운다. 이 밖에도 정월 대보름에 날리는 연은 ‘액막이연’으로 불렸다.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귀를 써서 정초부터 날리다가 대보름날에 연줄을 끊어 날려 보냄으로써 그 연의 주인이 지닌 액은 다 사라진다고 믿었다.

공간의 재발견 '오산소리울도서관'

도서관이 책만 보는 공간이라는 건 옛말이 됐다. 학교 끝나고 잠시들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평소 다뤄보고 싶었던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고, 악보와 악기를 집으로 빌려와 한참을 연습하고 익힐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2019년 개관한 오산소리울도서관은 오산시민 1인 1악기가 가능한 그날까지 책과 음악이 흐르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시민 곁에 머물 것이다. ◆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 오산소리울도서관 휴대폰을 들고 손가락만 까딱해도 정보가 범람하고 굳이 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오래된 자료를 보존하는 기존의 기능 외에 최근 도서관은 점차 복합 문화·커뮤니티 기능이 더해져 그 모습과 역할이 변하고 있다. 2019년 7월 22일 개관한 오산소리울도서관은 연면적 2천999㎡,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이다. 시민 모두가 책과 음악, 악기를 쉽게 접하고 이를 통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전체 4층으로 구성된 소리울도서관 지하 1층은 악기대여관·도서대출 반납 층이다. 국악기·관악기·현악기·건반악기·타악기·전자악기 등 180여종 1천여점의 악기가 전시돼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비돼 있는 악기는 대부분 시연이 가능하며 연주가 불가한 악기는 키오스크를 통해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또 도서관 대출회원이면서 오산시민·오산시 소재 학교 재학생, 오산시 소재 재직자의 경우 최소 1천원~최대 1만원의 대여료를 지불하면 30여종의 악기를 1개월 단위로 최대 5개월까지 대여할 수 있다. 지상 1층은 음악 전문서적과 악보 등 3만5천여권의 장서가 구비된 종합 자료실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으며 카페와 작은 연주홀, 어린이 공간 등이 마련돼 있어 항상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 분위기를 조성한다. 2, 3층은 배움터 및 음악감성 공간으로 소리울아트리움, 두드림홀, 음악동아리실, 음악강좌실, 연습실, 녹음실, 보컬실, 국악실 등으로 구성됐다. 음악을 공부하고 익힐 수 있는 공간이고 수장고도 있어 악기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특히 소리울아트리움은 교육·음악·문화 기능을 복합적으로 융합한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공연,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한편 코로나19가 성행한 시기에 소리울도서관은 폐가제 중에도 악기 대여 서비스를 실시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이 대여하고 싶은 악기를 신청하면 도서관 측에서 수령 가능 문자를 보내고, 시민들이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수령 시간을 조정해 대여와 반납이 이뤄지도록 진행했다. 악기를 ‘드라이브 스루’로 받길 원하는 경우엔 직원이 악기를 갖고 주차장으로 이동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소리울도서관 관계자는 “직접 만지고 부는 악기의 특성상 철저한 소독과 관리로 시민들이 감염 걱정 없이 믿고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코로나 시기가 아니어도 항상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에 시민들이 위생적이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책과 음악을 매개로 한 동네 사랑방 오산시는 오산의 미래이자 희망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방안으로 ‘도서관’을 택했다. ‘평생교육도시’라는 대표 브랜드에 걸맞게 각 도서관에 특징을 부여하고 도서관이 마주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산 시내 7개 공공도서관에 변화를 줬다. 도서관마다 특성화 주제가 있는데 소리울도서관은 ‘음악 및 악기’, 중앙도서관은 ‘교육’, 꿈두레도서관은 ‘체험 및 여행’, 초평도서관은‘ 가족’, 햇살마루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 청학도서관은 ‘사회과학’, 양산도서관은 ‘역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오산시는 소리울도서관 운영의 주안점을 시민 모두가 책을 편하게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두고 있다. 다만 조용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책과 음악을 매개로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다른 도서관들과의 차별점이다. 무엇보다 공공도서관으로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이 악기와 책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악기를 다뤄보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음악 거점 공간이자 지역의 아트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산시는 ‘학생 1인 1악기’에서 ‘시민 1인 악기’로 확산해 오산을 문화도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리울도서관을 비롯한 각 도서관의 특징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도서관 관계자는 소리울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오산시 음악문화의 거점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함께하는 시민들에게 양질의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 “소리울도서관 관계자 모두 우리 도서관이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차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감성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설 연휴, 경기도 나들이 떠나볼까?

◆ 한국 안 작은 유럽 마을...피노키오&어린왕자별빛축제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국적 건물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 문을 연 한국 안에 작은 유럽 마을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이 이달 29일까지 ‘제3회 피노키오&어린왕자 별빛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꽃과 별, 그리고 어린왕자’를 콘셉트로 하는 쁘띠프랑스와 ‘피노키오와 다빈치’를 모티브로 한 이탈리아마을의 두 주인공을 주제로 한다. 야외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별빛 포토존을 새롭게 준비했으며, 특히 짙은 쪽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겨울 밤하늘과 유럽에서 직접 공수한 LED 전구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밤거리를 구현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별빛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옹기종기 모여있는 파스텔톤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를 밝히는 조명 빛이 한데 어우러진 동화 같은 모습이다. 은은한 밝기의 불빛들이 유럽 마을의 곳곳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겨울밤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피노키오와 어린왕자 동화 속 배경을 옮겨놓은 듯한 빛 조형물도 시선을 끈다. 그 외 오르골시연, 베니스가면체험, 윈터하우스 개장 등 다채로운 문화 체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 청정 자연 속 한겨울...산들소리낭만등불축제 경기도 남양주 별내동 불암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산들소리는 4만2천평 부지를 23년간 무농약으로 조성해 청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사립수목원이다. 2002년 설립된 이곳은 1200종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습지원, 야생화정원, 허브정원 등 15개의 테마 정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이번 겨울은 ‘낭만 등불축제’를 주제로 등불을 무료로 대여해 방문객들이 불빛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며 3월 말까지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낮에는 족욕 및 맨발로 걷기 체험 등을 제공하며 겨울에는 오후 6시 이후 방문 시 1인 1음료만 주문하면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 썰매로 호수를 가르는 기분...포천산정호수썰매축제 ‘산 속에 있는 우물’이라는 뜻의 산정호수는 명성산 아래 작은 봉우리들로 둘러쌓여 절경을 이룬다. 봄, 여름에는 잔잔한 물길이 흐르는 호수 둘레길을 거닐 수 있고 억새가 장관인 가을도 아름답지만 산정호수의 백미는 단연 겨울이다. 눈 덮인 호수의 탁 트인 경관과 꽁꽁 언 수면을 썰매장으로 활용한 행사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기업 산정호수마을회가 직접 기획하는 포천 산정호수 썰매축제는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선정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축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는 덤이다. 대형 오리의 등장으로 주목받았던 오리 썰매는 물론이고 펭귄, 푸우, 산타 등 다양한 캐릭터 썰매와 얼음 썰매, 러버덕 기차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만한 겨울 콘텐츠를 이달 12일까지 즐길 수 있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오산 하프앤보울 [공간의 재발견]

오산시 외삼미동에 위치한 ‘하프앤보울’은 책과 커피, 꽃이 공존하는 북카페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만한 그림책 위주로 서가를 꾸몄고 판매하는 책 외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이 편히 읽을 수 있는 책도 구비해두고 있다. ◆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어른 2021년 3월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에 문을 연 하프앤보울에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주인장 박지애씨는 아이가 태어난 2017년부터 그림책을 접하게 됐고, 그쯤 봤던 그림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중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이 아플까봐’는 박씨에게 큰 영향을 줬다. “한 소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상처받은 마음이 아플까 봐 두려워 마음을 꺼내 유리병에 담아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닫힌 마음의 문을 세상을 향해 열 수 있는지 어른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에 대한 애정은 하프앤보울의 위치를 오산으로 정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오픈 전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 서점을 찾아보면 수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산에 북카페나 독립서점이 드물어요. 책도 팔고 커피도 파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복잡한 도심보다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여유 있는 동네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프앤보울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그림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것보다 표지가 주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 들어 전면 책장에 배치하고 있다. 또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어른들이 읽고 생각할 만한 책을 엄선해 큐레이션하고 있다. “어른이 된 후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연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에 대한 물음인 것이죠. 그림책뿐만 아니라 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역사, 신앙 서적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책을 고릅니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고를 때도 지식보다는 감정과 마음을 우선에 두고 있다. 마음껏 상상하고 그 안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책을 선별한다. ◆ 우리의 그림책, ‘더미북’ 만들기 ‘하프앤보울’은 2021년 10월부터 1년간 매월 주제를 정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른을 위한 그림책 정기 모임을 진행했다. ‘우리의 그림책’이라는 이름의 모임은 참여자들이 주제에 맞는 책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박씨는 1년간 진행한 모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나의 첫 그림책 만들기’를 꼽았다. 그림책을 실제로 출판하기 전 상태인 ‘더미북’(가제본)을 6주간 완성하는 수업이었다. “모임 시작 전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 씨앗을 토대로 스토리보드, 스케치 작업, 글 수정 및 보완, 세 가지 장면 채색을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중에 각자 만든 이야기를 인쇄해 참여자들에게 나눠주고 서점에도 진열했습니다.” 더미북을 만드는 과정은 고됐지만 박씨는 “다시 언제 하냐고 문의도 많이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언젠가 다시 기획해 진행하고 싶은 행사”라고 소개했다.